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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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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64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22 06:00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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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146화

DUMMY

커다란 충격에 바네사가 무기를 바닥으로 떨어트리는 순간, 곧장 베브가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모습을 본 달린은 이미 베브의 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네사의 실력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둘은 서로에게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고, 또 그것을 신속하게 피하고 있다.


그녀는 잠시 총으로 바네사를 겨누어봤다. 그러나 그들이 심하게 움직이는 탓에 실수로 베브를 맞출 것 같았다. 게다가 그와 별개로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었다.


아까부터 베브는 엄청나게 화가 나 보인다.


한참을 그러다가 두 사람이 같이 복도로 굴러나가 떨어졌을 때에, 베브가 큰 소리로 외쳤다.


“문 닫아!”

“나도 도울게!”


하지만 그는 단호하고 다급하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문 닫아!!!”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달린은 그 말을 들었다. 벽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이내 그들이 싸우는 소리가 문 너머로 사라졌다.


초조함이 극에 달하기 시작한 달린이, 어느새 다시 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이준에게 물었다.


“얼마나 걸려요?”


마찬가지로 다급한 이준은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칩을 이용해 제이든의 거주지까지 해킹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 신호가 어느 정도는 공유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데 그건 상상이상으로 어려웠다.


시엘로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아셀을 제외한 문도에게 그들의 존재를 들킬 위험이 있다. 시간도 없고. 그래서 긴장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많이.”


바쁜 손가락이 더욱 신속히 움직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밖에서 누군가가 벽에 부딪혔는지 큰 소리가 났다.


쾅!!!


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움찔거렸다.



***



로단은, 기세가 기울어버렸다고 생각했다.


ENM에서는 계속해서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자파르는 여전히 점잖은 얼굴로 단단하게 서있다. 당연히 그 사이에 있는 제이든은 더 눈에 띄었다.


그런데, 생각에 잠긴 듯 복잡한 눈을 하던 자파르가 곧 입을 열었다.


“문도님.”


신이 난 제이든은 깔깔거리느라 그 부름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문도님.”


그제야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드디어 폭격을 멈추고 자파르를 바라보았다.


“응?”

“제가 저 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겠습니까?”


바로 그의 얼굴이 불퉁해졌다.


피를 바로 눈앞에서 보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이것도 나름 재밌었기 때문이다.


폭격을 할 때마다 바로바로 들리는 공포어린 목소리라니! 게다가 여러명!


방주를 타기 전, 이 모든 프레스코 시설을 터트리면 또 얼마나 많은 비명소리가 들려올까.


그걸 들으면서 떠날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떠날 것 같았다.


줄줄이 이어지는 생각에 홍조를 띄기 시작하던 제이든은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자파르 또한 방주의 일원 중 한 명이다. 문도에게 충성을 다하는 목록에 들어있는.


그에 그는 자신이 아주 자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좋아. 대신 길게는 안 돼.”


자파르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로단에게 물었다.


“자네의 이름은 무엇이지?”


이제 와서 묻기에도 우스운 말이었다. A지역에, 특히 바옌시나 사이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상황을 살펴보고, 로단은 제 경계를 숨기지 않으면서 짧게 대답했다.


“로단.”


그러자 자파르는 이내 자신을 소개했다.


“난 자파르라고 하네.”


물론 그에게도 성이 있었다. 이런 세상에 성이 있다는 건 나름의 자부심처럼 느껴지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C지역 사람들은 성이 없다. 리암과 에밀리도 오직 소수의 경우였다.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자파르는 이름만을 말했다. 그건 그들 사이의 환경은 배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오만해보이기도 하다.


ENM의 조금 더 사나워진 눈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하지만 자파르는 그 다음으로 아주 의외의 말을 했다.


“지금이라도 떠난 다면 뒤쫓아 가지 않겠네.”


모든 이들이 조용해졌다. 로단 또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여기까지 와서? 그때 그는 말을 이어갔다.


“피할 수 있음에도 일으킨 죽음은 죄악이지. 그렇지 않은가?”


ENM이 이길 확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만 갔다. 그렇기에 살 수 있는 사람은 살리고 싶었다. 특히 제이든이 아군이든 적군이든 구별 없이 학살할 때는 더더욱.


그러나 한참을 조용히 있던 로단은 이내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웃기지마.”


언제나 침착하게 제 무게를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가 고작 살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 같아?”


자파르는 가만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 순수할 정도로 정직한 태도가 더욱 로단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당신도 눈이 있으면 봤겠지. 이 세상의 불공평을. 그것 때문에 난 어머니를 잃었고, 그것 때문에 누군가는 형제를 배신했고, 누군가는 아이라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망쳤어.”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로단의 눈이 더 짙은 분노로 물들었다.


“자파르.”


그리고 제이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힘이 잔뜩 들어간 손의 끝이 노기로 잘게 떨리고 있다. 전례에 없었던 일이었다. 물론 문도가 사람들 시야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그랬지만, 감히 손가락으로 가리켜지다니.


“저 미친 새끼가 네가 지키려는 건가?”


상대는 여전히 조용했다. 로단의 말투는 더욱 위협적으로 날카로워졌다.


“아군이고 뭐고 쏴대는 놈이? ‘방주’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버리고 도망가려는 인간들이?”


그 순간, 제이든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저 어리석고 아둔한 또라이 새끼덕에,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밝힐 수 있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로단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자파르에게 시선을 유지한 채 말했다.


“당신도 그 목록 중 한 사람이지, 그렇지? A지역 인간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당신도 그 목록에 있어. 네가 지켜줄 거라 굳게 믿고 있는 이들을 버리는 사람의 목록에.”


그때 제이든이 또 한 번 소리쳤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에이스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 감옥에서 갓 구출되었던 루카스의 상태를 떠올렸다.


저건 정말 맛이 갈 때로 간 인간이구만. 속으로 생각했다.


자파르는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얼굴에서는 어떠한 갈등도 보이지 않지만, 그 움직임은 충분히 복잡해보였다.


“...그럼 목숨을 잃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그래.”


로단의 단호한 대답에 그가 착잡한 듯 입을 열었다.


“난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네. 방주가 있든 말든, 사람들이 문도를, 나를 믿든 말든, 이곳에 남아 해야 할일을 할 것이지.”


그가 목록에 있는 이유는 오직 문도의 권한만이 들어간 일이었다. 자파르는 지민의 사랑을 한 번에 받고 있는 자였으니.


막상 본인은 그것을 몇 번이고 거절했다. 문도의 명령이기에 대놓고 그러진 못했지만, 그 결정을 번복해주기를 충분히 부탁했다.


“당신이 말하는 ‘해야 할일’은 우리를 죽이는 건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이지.”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


당연히 자파르는 로단이 말하고 싶은 바를 알아차렸다. 과연 문도를 보호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묻고 있다는 걸.


내내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라셰마가, 잠시 후 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자파르를 똑바로 가리켰다. 그 움직임에도 그녀의 위압감이 주변의 바옌시나를 무겁게 누르는 듯 했다.


그녀는 그들의 경계가 가득한 시선을 한 눈에 받으며, 로단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우리는 이곳에 ‘전쟁’을 하러 왔다. 그러니 선택하라, 바옌시나의 사령관 자파르.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


한쪽이 전멸해서 끝이 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



***



갑자기 문이 열렸다.


이준이 이제 막 못해먹겠다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였다. 달린은 바로 총을 집어 올렸지만 이내 안심한 얼굴로 다시 내려놓았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베브였다. 입가와 이마에서 많은 피가 묻어있고, 한 손에는 기절한 바네사의 목덜미를 붙잡고 있다.


그녀 또한 적지 않은 타박상을 입은 듯 했다. 아마 턱 언저리에 나있는 멍이 바네사가 기절한 이유인 것 같았다.


베브는 기절한 몸을 의자에 앉히고, 어디서 났을지 모를 끈으로 꽁꽁 묶어두었다. 그러면서 이준에게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해킹은?

“너무 견고해서 더 이상 못하겠어.”


잠수함도 아셀의 권한인 시스템으로 들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 이번에는 제이든의 권한이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버튼이 있는 그의 거주지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 설명을 들은 베브가 추적당할 일이 없는 아셀의 패드로 로단에게 연결했다. 그리고 그가 받자마자 입을 열었다.


“폭탄을 쓰러면, 제이든의 칩이 필요해.”


그리고 손에 있는 화려한 반지를 힐끔 보며 말을 이어갔다.


“반지나.”


바네사에게서 빼앗은 반지였다. 아셀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로단이 대답하기도 전에 빠르게 덧붙였다.


“내가 죽일 거야.”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겠다만, 로단은 그 담담한 목소리에서 분노를 읽었다. 애초에 베브가 쉽게 화를 내는 성격도 아니고, 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머니나 다름없는 사람을 눈앞에서 고문당했으니, 그런 일에 관련될 문도의 확률은 아무래도 제이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가장 중요한 임무가 남아있다.


[이준을 지켜.]

“이미 한 놈은 끝났고, 여기엔 달린이 있어. 나만큼은 아니지만 얘를 지킬 만큼은 돼. 지금 잠수함에 있을 그 놈은 칩도, 이 여자가 가져온 반지도 없어. 더 이상 여기로는 아무도 못 들어온다는 소리야. 그리고 난 저 미친 새끼를 죽일 준비가 돼있고.”


그때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이준이 끼어들었다.


“저 미친놈이 있는 장소까지는 감시카메라를 해킹할 수 있어.”

[...그럼 그렇게 해.]



***

제이든이 여기서 죽는다면, 사람들은 또 한 번 혼란에 빠질 터였다. 방금까지 자파르와 나눈 대화를 생각하면 그게 더 효과적일 듯 했다.


로단은 패드와 연결되어있는 통신기에서 손가락을 때어냈다.


그동안 자파르는 홀로 생각에 잠겨있었다.


확실히 이 길은 그가 예상한 모습이 아니다. 그저 항상 최선을 다했을 뿐.


그렇다면 과연 이 상황에서의 최선은 무엇일까.


갑자기 제이든의 신경질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아, 대화가 너무 길잖아!!!”


그러면서 또 다시 무기를 들어 올렸고, 로단을 포함한 ENM은 크게 술렁거리며 긴장으로 몸을 굳혔다. 그 순간, 자파르가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문도님.”

“뭐!!”

“저희 아군은 피해주시겠습니까?”


그런 말을 전혀 예상지 못한 제이든은, 이상한 말을 들은 것처럼 미묘해진 얼굴로 되물었다.


“어? 뭐라고?”


로단은 자파르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고 바라봤다. 주변에 있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제이든은 여전히 그 다운 대답을 들려주었다.


“내가 왜?”


방금 전보다도 더욱 정적인 침묵이 흘렀다. 써늘한 공기가 그 넓은 공간을 모두 채워 넣는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재밌는 건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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