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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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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39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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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9화

DUMMY

잭슨은 유일하게 그가 경계하는 둘과 함께 있는 것이 썩 달갑진 않지만, 내보내려하면 누구보다 질서를 중요시 하는 그녀가 바로 반격해 올 것이 뻔했다.


괜히 적으로 만들면 좋을 것이 없는 사람이다.


잭슨도 한나를 내보냈고, 아셀 또한 바네사를 물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곳에는 세 사람만이 남았다. 잭슨은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무슨 꿍꿍이지?”


아셀은 별 것 아니라는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그냥 그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그딴 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진짜 이유를 말해.”


‘그게 신경 쓰는 건데.’ 라고 대꾸하려다가 이번에도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잭슨이 말을 이어갔다.


“한 번도 회의에 적극적으로 나온 적이 없던 네가, 갑자기 제대로 된 증거를 ‘개인적으로’ 가져온 것이 영 이상해서 말이지.”


막상 오드리는 내내 조용히 듣고만 있고, 아셀은 물끄러미 쏘아지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 위치에 위협이 될 뻔 했으니까 나도 움직인 거지. 왜 이렇게까지 하는 지가 궁금해?”


두 사람 모두 아무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대답은 알았다.


아셀이 거의 기대다시피 뒤로 넘어가있던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그 후 데이지에 대한 아주 자세하고 섬세한, 거의 모든 정보를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까지 말이다.


항상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녀에 대해 생각해온 것처럼.


잭슨의 눈이 점점 혐오감과 질림으로 흐려졌고, 오드리의 미간은 미묘하게 좁혀졌다.


그 얼굴들에 아셀은 싱긋 웃었다.


“난 데이지를 봐온 지 오래되었어. 그리고 언제나 바래왔지.”

“.......”

“그리고 이제 내꺼야.”


거짓말은 아닌 것 같지만, 찝찝함은 더 짙어졌을 뿐 조금도 덜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항상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셀 때문에 헷갈리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런 잭슨에게 마지막 확신을 주려는 듯이, 아셀이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윌리엄은 가장 큰 방해물이고.”


그때 오드리가 마침내 말을 꺼냈다.


“분명 내가 윌리엄의 행적을 찾겠다는 것으로 회의가 끝이 났어. 그리고 내 사람들에게 명령했고. 그런데 네가 가장 먼저 알았지.”


그제야 오드리가 왜 이곳에 남아있었는지 깨달았다.


아셀은 무표정으로 돌아왔다가, 입 꼬리만 씰룩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화났어? 내가 네 권력에 도전하는 것 같아서?”


언제나 능글맞은 아셀이 저런 반응을 보이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다. 그러나 오드리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뒤에서 몰래 개짓거리는 하지 말라는 거야.”


잭슨은 그 장면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그녀가 욕하는 일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오드리가 아주 화가 났다는 걸 의미했다. 아셀은 가만히 그 눈을 마주하다가 대답했다.


“알겠어. 그럼 네 사람들이 조사한 것도 봐봐. 똑같을 거야.”


이미 그의 사람들이, 공식적인 조사가 들어가기 전에 모든 흔적들을 지워냈다. 그들은 그 흔적을 남긴 사람이 루카스인 것도 모른다. 그래서 아셀은 오드리가 무슨 짓을 하든 정말로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절대 들키지 않을 테니까.


그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에 잭슨은 조금 더 떨떠름해졌다. 잭슨의 머릿속에서는 루카스의 배신으로 한 번 문도에게 불려왔던 데이지의 눈빛이 떠올랐다.


루카스의 전 전달자로서 배신을 말했을 때, 최대한 덤덤하려 노력하는 눈에는 미세하지만 뚜렷한 적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은 아셀에게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다. 아셀이 그녀가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도.


왜 그런 눈을 하고, 이 놈과 함께 있으려고 할까. 루카스를 배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그 이유를 물어야 할 데이지는 이제 아셀의 영역 안에 있다.


잭슨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미소 짓는 아셀에, 속으로 생각했다.


음침한 놈.


“네 그 장난이, 언제까지고 계속 될 수 있을 거라고 자만하지마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쏘아붙이고는, 이내 밖으로 나갔다. 가만히 두 사람을 관찰하던 오드리도 인사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아셀은 그 상태로 가만히 앉아서, 아무도 없는 회의실 안에서 여유로운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테일러가 제일 거슬리네.


물론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아셀은 자신에 대한 잭슨의 공격적인 면이 동족혐오에서 왔다고 여겼다.


성격은 많이 다르나, 생각하는 방식이 아주 비슷하다. 언제나 이기적인 것이.


그의 웃음기가 조금 더 짙어졌다.



***



마침내 통로의 수리가 끝이 났다. 그때는 마침 리암의 배려가 효과를 보였을 때기도 했다.


이게 반란인지, 정치인지.


지금 생각해보면 둘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에 따른 자괴감이 들던 순간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출발하기에는 아직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나마 시간이 남은 일부를 꾸려내 정찰을 보냈다. 열 명의 사람으로 구성된 정찰대는 내일 오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명령을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 세이가 집무실에 있는 그를 찾아왔다. 그것도 주변에서 말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세이는 당당하게 말한다.


“얘기 좀 할까?”


그 옆에서 그녀를 막으려고 노력하던 대원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령관님. 제가 지금 당장-”

“괜찮아, 들어오게 해.”


이제 세이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권력 있는 사람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클로이와 그녀가 함께 있는 모습은 자주 목격됐다. 그에 세이를 거세게 막을 수 없던 경비원은 안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세이가 뻔뻔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나도 이제 공식적으로 ENM에 넣어줘.”

“그래? 싫어하는 줄 알았더니?”


은근히 놀리는 말투다.


세이의 얼굴이 구겨지고, 로단의 입꼬리가 살짝 움찔거린다. 그녀가 심통 났다는 사실은 전부터 알고 있었다.


클로이와 친해지고, 직접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곳이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 생각하는 것도.


오래전부터 세이는 로단이 다시 ENM의 입단을 권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나한테 책임을 묻지 않았잖아?”


집합지의 습격에 대해 다른 목격자와 달린이 말해준 대로, 집합지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거짓말로 돈을 뜯어내려했던 세이에게 로단은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당시 세이는 내심 그 배려를 의심했지만, 딱히 피해를 입은 것은 없었으니 로단이 이해해줄 수 있는 범위였다.


지금은 세이를 앞에 두고 생각했다. 왜 계속 에밀리의 어렸을 적이 생각나는 걸까. 그래서 결국 충동을 참지 못했다.


“고민해볼게.”


저 새끼가 계속 놀리네? 순간 열을 받은 세이가 말했다.


“왜. 내가 네 전 여자친구랑 친해서 꼬아?”

“.......”

“더 할까?”

“ENM이 된 걸 환영해.”


로단이 말하고 싶지 않은 화제를 꺼내니 금방 그만두었다.


그 모습에 혀를 짧게 찬 세이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그는 순식간에 복잡해진 마음을 달래며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정한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사람은 파이퍼였다.


“정찰대원이 출발했습니다. 밀러 씨와 클로이 씨에게 지원 품도 받아갔습니다.”


금세 침착해진 로단이 대답했다.


“그럼 통로 앞에 인원을 더 늘려. 혹시 모르니까.”


짧게 끄덕인 파이퍼는 바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집무실을 떠나갔다.



***



그렇게 보낸 정찰군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고, 일방적인 무전에 답장도 들려오지 않는다. 본래 예정일이었던 날이 훨씬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집무실에서 앉아, 루카스와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던 참이었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 로단은 수색대를 보내야 하나 고민했지만, 루카스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제안했다.


“어설프게 수색대를 먼저 보냈다가 그들 또한 실종된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곳에 있거나 환경의 문제라는 거예요. 갑자기 연락이 끊긴 보니 전자의 확률이 높지 않나요?”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어요.”


아직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수가 없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모아도, 항상 프레스코에 비해서는 부족했다.


잠시 고민하던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준에게 무인정찰기를 받아서 먼저 보내보도록 하죠. 그 다음에 재정비를 한 다음, 제대로 된 수색대를 보내는 거예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대부분이 본진의 밖에 있다. 그리고 그 ‘제대로 된 수색대’는 그들로 이루어져야 할 테니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정찰기를 먼저 보내면 그 전에 해결이 될 수도 있었다.


로단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아마 이미 바쁠 때로 바쁜 이준은 머리가 아프겠지만, 능력이 좋은 자는 어쩔 수가 없다.



***



간부들이 모두 로단과 함께 통로 앞에 모여섰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준이 있고, 또 그 앞에는 커다란 화면이 있다.


화면 안에는 그들이 통로를 뚫으면서 만들어낸 잔해들과,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설치한 조명이 몇 개 보였다.


이준은 계속 기계를 조종하면서 말했다.


“곧 보일 거야.”


그리고 그 말을 따라, 무인정찰기는 밖의 빛을 따라서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정찰기가 보여준 환경은 예상보다 평범했다.


딱히 눈에 띄는 기술력은 없지만, 풍부한 자연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프레스코 건물의 옆에 있던 숲은 인공적인 느낌은 주었다면, 이곳은 말 그대로 ‘자연’이 있었다.


처음에 출발한 정찰대의 루트를 따라가던 무인정찰기가 여기저기로 고개를 돌리며 관찰을 하는데, 어느 순간 잠시 사람의 인영이 비추었다. 겨우 사람인 걸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조그마한 그림자다. 하지만 그것도 금방 착각처럼 사라졌다.


그걸 가장 먼저 발견한 에이스가 중얼거렸다.


“...알아차린 거 같은데?”


확실히 그 움직임은 정찰기를 피하는 듯한 동작이었다.


그 말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이 공격당한 것처럼 자잘하게 부숴 지기 시작하더니,


지지직-


이내 완전히 연결이 끊어졌다.


암흑으로 가득 찬 화면을 보면서 이준은 갑자기 소리 질렀다.


“아아아아아악!!!”


이준이 이성을 잃는 드문 순간 중의 하나는, 바로 그의 베이비가 망가질 때였다.


이제 그 섬에 누군가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


프레스코의 눈을 피하고 B지역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은 저곳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골치 아팠다. 그러나 적어도 무인정찰기의 희생으로, 제대로 준비된 수색대를 보내야 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



완전히 무장한 사람들로, 스무 명의 규모였다. 지금 상황으로써는 제법 큰 결정이다. 무기, 인력 하나하나가 아주 중요하니까.


그들은 모두 앤드류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인원이었고, 망설임 없이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나머지는 각자 맡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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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화 23.05.13 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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