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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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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41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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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6화

DUMMY

초반에 이 숲에 정착한 이들은 가까운 친척들로 이루어져있었다. 이 마을을 만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모두 한 가족이었다는 의미다. 같은 피가 섞인 사람들. 그것이 기어코 병을 만들어냈다.


“난 랄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앞으로 이 유전병의 영향을 줄이려면 이곳에 갇혀 지내는 것을 그만두어야 했다.


현재 투자자 후손의 거주지는 높게 지어진 빌딩 안이었다. 그들의 수도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화폐의 공급량을 본부에게 전해 받으면 그것을 그대로 제작하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만큼 모든 체제가 허술했다.


투자자는 그저 조상의 명예 덕분에 잘 먹고 잘 사는 일만 남아있는 게으른 인물들이다.


라우라는 그 틈을 파고들어, 프레스코 내의 경비나 정보에 대해 알아내려고 했다. 그것이 ‘칩’에 대해 알고 있던 이유였으나, 그 외의 것은 몰랐다. 그렇기에 당연히 처음에는 ENM에 대해서도 자세히 몰랐다.


하지만 최근 위험을 감내해서라도 알아냈던 정보를 생각하면, 적어도 로단이 했던 말 중에 거짓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스코를 딱히 적대시 하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세력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했다. 아직 프레스코는 그들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아는 순간 그들 또한 문도의 적이 될 테니.


“내가 요구하는 것은 간단해. 너희에게 이 지역을 빌려주겠어. 아무런 제약 없이. 대신 이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우리에게도 어떠한 제약을 걸지 마.”


랄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나 로단은 바로 대답해줄 수 없었다.


저건 너무 광범위한 제안이었다.


만약 그들의 노력이 성과를 발휘해, 프레스코가 무너지고 과거처럼 제대로 된 국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경계’를 만들 터였다.


그렇기에 라우라가 원하는 약속은 결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다.


ENM이 목표가 그저 새로운 시작이지, 전 세계를 지배하고픈 야망이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적어도 우리는 아무런 제약을 하지 않겠다.”


그러니 이 대답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라우라는 단호했다.


“그건 내가 원하는 대가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우리가 제약 없이 사는 걸 너희들이 돕는 거니까.”

“그건 또 다른 특별계층을 만들 거다.”

“알아. 그래도 하라는 거야.”

“그렇게 못하겠다면?”


라우라는 로단의 시선이 점차 써늘해지는 걸 눈치 챘다. 어지간히 프레스코에 원한이 있는 듯 했다. 그들과 비슷한 체계는 조금도 남겨두고 싶지 않을 만큼. 그 날카로운 시선에도 어쩐지 그녀는 그가 싫지 않았다.


“얘.”


그래서 그녀는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완벽한 평등은 존재하지 않아. 그 꿈같은 생각은 빨리 잊을수록 좋을 거야. 진심으로 해주는 얘기야. 지금 나는 권력을 달라는 건 아니야. 다만 좀 더 구체적인 자유를 원할 뿐.”


여전히 로단도 뒤로 물러설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할 수는 없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흐음....”


침음소리를 흘린 라우라는 도로 상체를 뒤로 젖히며 생각에 잠겼다. 로단 또한 조용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보아하니 로단은 절대 설득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한참 곰곰이 생각하던 라우라가 입을 열었다.


“좋아.”


그 말에 로단의 눈에 있던 불쾌함이 사그라졌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싱긋 웃으면서 물었다.


“그럼 정보를 주겠니?”

“...무슨 정보를 말하는 거지?”

“모든 정보. C지역, D지역. 모조리 다.”

“그걸 어디에 쓰려고?”


아무래도 앞에서 한 말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경계하게 됐다. 물론 라우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걱정 마렴. 우리의 자유를 위해 준비할 뿐, 다른 수작을 부릴 생각은 없으니까.”


가벼우면서도 단호하고, 또 다정한 그녀는 사람을 믿게 만드는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믿을 수는 없다. 그 속을 뻔히 아는 것처럼 라우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이미 대중적으로 알려진 정보만. 너희 기밀정보를 원하는 정도도 아니야.”


그 정도면 괜찮은 제안처럼 들렸다. 어쩌면 ‘너무’ 괜찮을 지도 모르지만.


로단은 아직 경계심이 옅게 깔린 눈으로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아, 그리고 하나 더. 이곳에서는 우리만 살고 있는 게 아니야.”

“...뭐?”


그럼 이곳에서도 다른 세력이 있다는 건가? 그건 또 금시초문이었다. 이것 또한 그들이 진작 알려줘야 했던 정보기도 했다. 그들을 초대해놓고, 알고 보니 위험한 길을 지나온 거라면 더더욱. 로단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갔다.


“그게 쪽지에 외지어가 적혀있던 이유인가?”

“맞아. 혹시 네가 그쪽 부족과 연관이 있나싶었거든. 아닐 것 같긴 했지만, 확실한 게 좋으니까.”


그래도 혹시 이해하지 못할까봐, 친절히 그 아래에 공용어도 써두었다. 라우라는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는 전쟁이 터졌을 때에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숨어든 거였고, 본래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이 있어.”

“그들을 같이 처리해달라는 건가?”


라우라는 기분 나쁘지 않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아니.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이 지역의 일에는 신경 쓰지 말라는 게 두 번째 조건이야. 정보를 주되 네가 우리에게 주는 일방적인 정보가 될 것이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영역다툼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 거지.”


물론 그렇게 해준다면야 로단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 지금 상황에서 신경 쓸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가 먼저 강력하게 경계를 그어주었다.


정보를 주는 대신, 땅을 빌려준다. 간단한 거래였다.


라우라는 이라셰마와 다를 게 없었다. 심지어 이라셰마보다도 스스로의 틀을 중요시했다. 그에 로단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라우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그들의 계약이 성립되었다.


잠시 후 라우라는 그를 친절히 밖으로 마중해주었다. 그렇게 문을 열려고 할 때, 로단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 팔에는 뭐가 있었지?”


처음에는 목을 원했으면서, 적극적으로 팔을 만지작거리던 게 신경 쓰였다. 그것만으로 시볼드의 팔이라고 판단한 것도. 그러자 그녀는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말했다.


“그것도 관여하는 거야. 조심히 가.”


라우라가 문을 열어준 직후에 뒤를 돌았다. 그러나 그 뒷모습에 대고, 로단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지하통로는 뭐지? 그 섬과 우리와 이어져있는 통로 말이야.”


상대는 잠시 조용했지만 이내 순순히 대답해줬다. 그 정도는 로단이 알아도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프레스코와 A지역에 대한 정보가 우리가 아는 전부야. 그래서 처음 이 숲에 정착한 우리의 조상이 그 섬을 타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지점으로 이용하려고 했지. 그러다 마찬가지로 그곳을 이용할 생각이었던 용병들과 교류하게 됐고.”

“그럼 왜 막히게 된 거지?”

“결과가 좋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거까지는 알 필요가 없을 것 같네, 그렇지? 잘 가.”


그녀가 손을 부드럽게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계속 대화하려는 로단이 탐탁지 않던 라우라의 부하들은 보란 듯이 그 문을 닫아버렸다.


그 후, 그들을 안내해주던 여자가 어디선가 나타나 말했다.


“이제 따라와.”


잠자코 그 등을 따라가는데, 그동안 로단의 뒤에 내내 서있던 앤드류가 속삭였다.


“주변의 건물은 모두 기억해놨어.”


라우라의 나름 호의적인 태도를 떠올렸다. 하지만 알아두면 나쁠 것이 없으니,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벗어날 때 쯤,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려왔다.


“로단!”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랄이 신나게 팔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 또한 무심한 얼굴로 팔을 함께 흔들어줬다. 그랬더니 그는 더욱 눈에 띄게 흥분했다.


로단은 라우라가 호의적으로 보인 이유 중에 하나가 저 남자이니, 앞으로도 계속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계산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 다음에는 순수한 안타까움과 호감이었다.



***



선착장으로 돌아와 다시 배 안으로 발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가졌다.


그 속을 유일하게 알아차린 건 앤드류와 여자였는데, 후자는 당연히 신경 쓸 이유가 없으니 조용했고, 앤드류만이 덤덤한 물음을 던졌다.


“무슨 일 이야?”


그 물음조차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묻는 의무에서 나온 거였다. 앤드류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건 후두드와 사무엘뿐이니까. 그래서 로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인 일이라는 걸 깨달은 앤드류도 이내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가 이곳을 볼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전쟁 통에 피해를 입었지만, 우뚝이 쏟아있는 대자연의 거대함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



폴트로 돌아온 로단은 얻어온 정보를 알리고, 이준에게 그녀와 약속한 정보를 모두 모아 정리해달라고 했다. 라우라에게 건네야할 정보의 기준을 판단해달라고도. 로단이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에 넘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 할 때, 에밀리를 따로 불렀다.


“엠, 잠깐 내 방으로 가자.”


에밀리는 로단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기대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어머니가 생전 보고 싶었던 거대한 숲.


아주 자세하게 듣고 싶었다. 물론 로단은 이미 자세히 설명했지만, 조금 더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설명을 원했다.


크게 흥분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패드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미소 짓고 있는 로단의 뒤를 따라갔다. 리암도 절대 이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



***



그렇게 로단의 방으로 들어가는데, 소피가 소파에 앉아 빈둥거리고 있었다. 에밀리도 소피에게 편하게 인사하고, 소피도 그런 그녀를 반기느라 바빴다. 그들의 건너편에 앉으면서, 로단이 물었다.


“오늘 수업 없어?”


폴트에서는 소수의 어린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간단한 역사나, 수학, 과학. 그런 것들 말이다.


보통 루카스와 존슨박사가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을 가르쳤고, 외지어는 에밀리가 가르쳤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라면, 그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간단한 전투훈련을 했다. 로단이 알기로는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소피는 과자를 입에 넣으면서 당당하게 소리쳤다.


“오늘 쉴 거예요!”


놀랍도록 제멋대로다. 뭐,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어린아이한테는 큰 책임을 주고 싶지 않기에 가볍게 말했다.


“사무엘한테 지면 어떡하려고?”


클로이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사무엘도 그만큼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그 아이도 전투 훈련에서 빛을 발하는 중이었다.


“사무엘은 제가 항상 밟아버려서 괜찮아요!”

“...그래. 잘했어.”


제임스의 빈자리를 완전히 극복한 것은 다행이지만, 저 당당한 성격이 환경 탓인지 원래 성격인지 헷갈렸다. 건강하면 됐지. 또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넘어갔다.


그동안 리암에게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있던 에밀리가 소리쳤다.


“지금 괜찮대! 바로 연결한다?”

“무슨 얘기하려고요?”


소피는 궁금한 건 참지 않고 묻는 편이었다. 그에 에밀리는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자연에 대해서!”


그 말에 소피의 안색이 밝아졌다. C지역에서는 가장 좋은 지역이었지만, 제임스와 그 해변을 떠나본 적이 몇 되지 않았다. 그러니 어린 호기심이 치솟기 시작했다.


“저도 같이 들어도 돼요?!”


이미 제 조카 같은 존재였다. 당연히 상관없었다. 그래서 에밀리의 기대에 찬 눈이 로단을 바라보자, 그 또한 긍정적인 답을 내주었다.


“괜찮아.”


기대했던 반응에, 에밀리는 두 사람의 사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바로 리암에게 연결했다.


리암이 있던 곳은 아직 새벽이었다. 하지만 목소리에 담겨있던 졸음기는 로단이 전해준 소식에 금세 허공으로 날아갔다.


내심 소피는 그 세 사람의 친근함이 신기했지만, 소외된 기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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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7화 23.05.13 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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