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20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3 06: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1쪽

137화

DUMMY

로단은 본격적으로 B지역에 인력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물론 투자자가 눈치 채지 못할 경계 선 안에서. 아직은 습격할 때가 아니었다.


약속대로 그는 라우라에게 정보를 넘겨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대로, 투자자들이 얼마나 평온한 삶을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보안이 형편없는 탓에, 잘만 하면 숨어들어가서 그 환경을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언제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 다양한 오락거리도 함께, 그들은 편안히 살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 이준 또한 B지역으로 넘어왔다. 그가 여기서는 가장 전문가였으니까. 하지만 이준이 너무나 손쉽게 정보를 얻으면서, 라우라가 어떻게 프레스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지도 이해가 갔다.


투자자가 이용하는 정보망도 그 보안만큼 굉장히 허술했으니까.


“아, 로단. 이번에 알아낸 건데-”


이준이 막 보고할 것을 들고 오면서 로단에게 말할 때에 알람이 울렸다. 입을 도로 닫고 잠시 패드화면을 내려다 본 그가 말했다.


“에밀리가 계속 너한테 물어보라는데.”


로단은 즉시 대답했다.


“안된다고 해.”


에밀리도 이곳에 오고 싶어 했지만, 안전을 위해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로단을 방해할 까봐 이준에게만 계속 연락을 해대는 것이 다행이기는 했다. 그다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지금 B지역으로 인력을 옮기는 것도 큰 결정이었고, 그 덕에 폴트와 C지역에서 에이스와 에밀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다행히 에밀리도 그 사실을 알기에 메시지로 투덜거리는 걸로 멈추었다.


어깨를 까닥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 이준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투자자들에게 칩이 있어.”

“칩?”

“그게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지는 모르겠는데, 투자자는 대부분 머리에 있고, 전투단원 중 일부에게는 팔 다리에 있어.”

“왜 위치가 다른 거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전투 중에서는 머리만 때가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 말에 로단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생각에 잠길 때의 그를 알고 있기에 이준은 가만히 기다렸다.


“칩이었어.”

“엉?”

“그 여자가 찾던 게, 칩이었어.”


시볼드의 머리를 원했던 것이 정보의 오류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팔을 뒤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답답하게 남아있던 퍼즐이 마침내 맞춰진 기분이다.


그는 이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덧붙였다.


“좀 더 찾아봐.”


그리고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왜 저런데.


속으로 중얼거린 이준은 고민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는 유형이다. 그에 로단의 갑작스런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로단을 신뢰하니, 알아서 잘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



빠르게 거처지로 들어온 로단은 바로 본진을 관리하고 있던 루카스에게 연락했다.


“혹시 칩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갑자기 인사도 없이 들이댄 질문에 잠시 조용해졌던 루카스는, 이내 침착하게 되물었다.


[칩이라니요?]


아무래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내심 기대했지만, 로단은 그 실망감을 숨긴 채 덤덤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설명을 내내 듣고만 있던 루카스는 곧 한숨을 내쉬듯이 중얼거렸다.


[제가 탈출한 이후에 만든 모양이군요.]

“모르게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광범위한 일을 저지르면 모를 수가 없어요.]

“존슨박사님도 당연히 모르시겠죠?”


그때,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모른다네. 문도님이 모르는 걸 내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언제부터 계셨습니까?”

[처음부터 있었다네.]


결국 그들에서 얻은 정보는 없었다. 그저 이준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다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시볼드에게 그 칩이 심어져있었고, 투자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 그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했다.


로단은 루카스에게 그 점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문도들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니까.



***



아벨과 함께 리암은 RT의 다음 움직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창 얘기 중에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더니 보고를 해왔다.


“ENM의 사령관이 찾아왔습니다.”


당황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곧 리암이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어?”


항상 먼저 얘기를 하고 오는데, 이번에는 찾아오겠다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대원은 그에 대답하는 대신, 조용히 몸을 비켜서 로단과 그와 함께 온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들이 서로 가까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다.


로단과 그의 동행자는 검은색 후드를 입고 있었고, 밖에서 내리는 빗줄기에 흠뻑 젖어있었다.


대원이 도로 작전실을 나가고, 그 중 한 명이 후드를 내렸다. 이미 로단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은 리암은, 에밀리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안색이 밝아진 에밀리는 빠르게 달려가 리암을 끌어안았다.


이렇게 직접 마주 한 것이 너무 오래 전이었다.


“로단.”


그동안 아벨이 그에게 다가왔고, 이내 그를 가볍게 안아줬다. 로단 또한 반가움을 담아 그녀를 마주 안자, 잠시 후 에밀리를 놓아준 리암이 다가와서 같은 행동을 했다.


투박한 손길이 로단의 등을 팡팡 쳐댔을 때는 신음이 절로 튀어나왔지만 본인을 포함해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렇게 떨어진 후에, 리암은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는 ENM을 한 번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는 로단에게 물었다.


“연락도 미리 없이 무슨 일이야? 가면은 또 어디 갔고?”

“가능하면 아무도 모르게 오고 싶었어.”

“왜?”


로단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남은 ENM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로단의 시선을 받은 그는 아무 말 없이 작전실 밖으로 나갔다. 혹시 모를 상황이 있을까봐 데려왔지만, 충성심이 높은 사람이다. 적어도 이 일이 ENM 사이에서 세어나가는 일은 없을 터였다.


계획이 망가질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도 남겨놓고 싶지 않았다.


다시 리암을 바라본 로단은, 결연에 찬 눈으로 말했다.


“곧 마지막 날이 올 거야.”


그에 리암의 눈빛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말은, 이제 프레스코에 쳐들어가겠다는 소리야?”

“그래. B지역을 차지하면, 우리 모두 움직일 수 있어.”


다른 루트는 눈에 띈다. 바옌시나도 거의 모든 길을 감시하고 있다. 이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면 계속 방해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A지역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전멸할 것이다.


하지만 이준은 얼마 전에 B지역과 A지역이 커다란 통로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건 엄청난 기회였다. 만약 이번에 알아낼 ‘칩’도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긴장과 흥분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만큼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기대심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수로 나온 만큼 서둘러 움직여야 했다. 이라셰마도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암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했다.


“최대한 많은 무기를 모아둬.”


그들의 마지막 날에, 리암이 빠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같은 생각을 한 리암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둬.”



***



그 다음으로는 이라셰마를 찾아갔다.


같은 내용을 들은 그녀는, 이 순간을 누구보다 기대해온 사람처럼 미소를 보였다. 그 미소는 그렇게 싸늘할 수 없었다.



***



B지역에 있는 임시거처지도 제대로 관리가 되기 시작했다. 적어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황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풀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히 그 주위의 대원들은 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갔고, 로단에게 수상한 자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랄?”


그리고 바로 밖으로 나온 로단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있는 랄을 보았다. 그의 팔에는 상처가 길게 나있었다. 게다가 본인이 스스로 치료했는지 붕대가 그 상처 위로 허술하게 감겨져있다.


랄은 내내 시무룩하게 쳐져있다가, 로단을 발견하고 힘없이, 그러나 여전히 맑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미소와는 조금 달랐다.


“무슨 일이지?”


그러자 랄은 우물 쭈물거리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려줬다. 로단은 아무 말 없이 그 얘기를 들었다. 그 다음,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원주민들끼리 싸움이 났는데, 졌다고?”


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넌 도망 나왔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라우라는?”


랄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했다.


“몰라.”


그 모습에 골치가 아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 나한테 뭘 바라는 거지?


라우라가 일절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옳다구나 하고 알겠다 대답했다. 하지만 저 남자는 자신에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 도와달라는 것처럼 울먹이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그래서 로단은 조금 써늘하게 물었다. 물론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이런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왜 너희들을 도와줘야 하지?”


당황한 랄은 또 다시 혼자 웅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조금 더 큰소리로 말했다.


“오고 있으니까?”


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로단의 얼굴이 조금 더 굳어졌다.


“...누가?”

“그들이.”

“그들?”

“우리를 습격한 사람들.”

“뭐ㄹ-”


뭐라고? 라고 말하려던 게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에서 무전이 울려왔다.


곧 로단과 가장 가까이 있던 대원 중 한 명이 빠르게 다가와 말했다. 이곳으로 오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고. 그것도 한 둘이 아니라고.


X발.


바로 상황을 이해한 로단이 소리쳤다.


“경계해!!!”


그 다음에 랄의 목깃을 붙잡고, 방호벽 뒤로 질질 끌고 갔다.


랄은 놀랐는지 조금 발버둥 쳤지만 금방 얌전해졌다. 그때는 이미 거처지의 모든 방향에 ENM이 경계 태세를 마쳤을 때였다.


그리고 잠시 후, 랄을 발견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많은 인기척이 한 순간에 들려왔다.


엄청난 수의 인간들이 숲의 곳곳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모두 무장한 상태였다. 심지어 그 중 몇은 라우라의 세력이 지니고 있던 무기다. 전에 자세히 봐두었으니 기억했다.


이렇게나 많다고?


로단은 그제야, 그들이 조금씩 특징이 다른 장신구나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일부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른 부족인 건가.


그 중 유난히 붉은 장신구를 많이 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로단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언어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패드를 품에서 꺼내들었다. 자신이 공격하는 의사가 아님임을 알리기 위해, 차분하고 느릿한 손길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경계심을 조금도 풀지 않았고, 그가 마침내 패드를 꺼내 눈앞에 두었을 때는, 얼굴의 옆으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뒤를 돌자, 보급품이 쌓여있던 상자에 화살이 박혀있는 게 보였다.


로단은 순간 ENM에서 반사적인 총격을 시작할까 걱정했지만, 그들은 따로 명령을 받지 않는 이상 공격하지 말라던 로단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자세와 눈빛은 더 날카로워져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 누에보 문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0 150화 (완결) 23.05.26 33 1 13쪽
149 149화 23.05.25 22 1 13쪽
148 148화 23.05.24 22 1 12쪽
147 147화 23.05.23 21 1 12쪽
146 146화 23.05.22 23 1 12쪽
145 145화 23.05.21 23 1 12쪽
144 144화 23.05.20 21 1 11쪽
143 143화 23.05.19 23 1 13쪽
142 142화 23.05.18 21 1 12쪽
141 141화 23.05.17 22 1 12쪽
140 140화 23.05.16 23 1 12쪽
139 139화 23.05.15 23 1 12쪽
138 138화 23.05.14 22 1 13쪽
» 137화 23.05.13 22 1 11쪽
136 136화 23.05.12 21 1 12쪽
135 135화 23.05.11 21 1 12쪽
134 134화 23.05.10 21 1 12쪽
133 133화 23.05.09 23 1 12쪽
132 132화 23.05.08 22 1 12쪽
131 131화 23.05.07 25 1 13쪽
130 130화 23.05.06 25 1 12쪽
129 129화 23.05.05 27 1 11쪽
128 128화 23.05.04 26 1 12쪽
127 127화 23.05.03 26 1 12쪽
126 126화 23.05.02 28 1 12쪽
125 125화 23.05.01 25 1 12쪽
124 124화 23.04.30 23 1 12쪽
123 123화 23.04.29 25 1 13쪽
122 122화 23.04.28 25 1 12쪽
121 121화 23.04.27 24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