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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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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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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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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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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6화

DUMMY

로단은 그의 방을 방문한 루카스에게 물었다.


“좋은 생각 없습니까? 우린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전에는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말입니다.”


초반에 건설한 비밀집합지들은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을 잃은 상태였다. 그나마 프레스코를 적대시하는 포르테와 RT덕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루카스는 뒤늦게 대답했다.


“이미 C지역과 D지역의 장악력을 잃었다면, 남은 선택지는 B지역이겠죠.”


코아젠테의 칭호를 받은 투자자들이 머무르고 있다는 정보 말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루카스가 먼저 언급한 만큼 그만큼의 이득이 있길 기대하며, 로단은 루카스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말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전 B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왜죠?”

“문도는 서로의 구역과 영역에 간섭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규칙이니까요.”


다이아나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문도도 있지만, 문도가 무언가를 하기로 정했다면 아무도 그 점에 손을 대지 않았다.


B지역은 그들 중에서도 잭슨의 영향력 안이었다. 그들이 가장 조심해야할 인물 말이다.


“그럼 그곳이 어떤 모습인지는 모른다는 뜻이군요.”

“...적어도 투자자가 있는 것만은 맞아요.”


프레스코와 가장 먼저 닿는 땅인 C1과 B지역을 장악하면, 프레스코를 완전히 궁지로 몰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인원과 기술이 필요했다.


언제는 그러지 않았던 적이 있긴 했나만은.


로단은 그 지긋지긋한 걱정에 인상을 썼다.


ENM과 프레스코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공포 정치가 시작한 이례로 끊겼던 화폐의 공급이 다시 원활하게 제 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경제가 전과 같다는 의미는 아니나, 결국에는 그들이 투자자로서의 일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화폐는 철저히 그곳에서 만들어지니까.


그러면서 따라온 의문점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젠트를 관리하는 투자자의 필요성은 흐려졌다는 것이다. 공장의 기계화로 인해, 굳이 그들 없이도 몇 명의 관리자만으로도 충분했다.


투자자는 현재 몇 명이 남아있을까.


하지만 잭슨은 자신이 후계자였던 시절에서부터 현재까지, 그들의 실체에 대해 입 한번 열지 않았다.


“그럼 B지역을 살펴봐야겠군요.”


로단의 말에 루카스는 걱정 어린 얼굴과는 반대로 단호하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위험하지만 그다지 선택권은 없네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B지역을 정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야 했다.


이렇게 대화가 끝이 난 줄 알았더니, 그는 잠시 후 로단에게 다른 것을 물어봤다.


“지하에 있는 통로는 모두 수리했나요?”


폴트의 지하에 있는 통로였다.


워낙 바삐 움직이느라 언제나 나중의 일로 미뤄왔기에 벌써 몇 년 째였다. 물론 그 길이가 엄청나게 길었던 탓도 있지만, 얼마나 세밀하게 막아두었는지, 폭발로 가라앉은 입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그렇게 해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막상 폴트의 푸에르테도 그 통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그저 아주 오래 전부터 저렇게 되어있어서 내버려두었다고만 말했다.


로단은 피곤한 어조로 느릿하게 대답했다.


“이제 곧 그 끝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하나하나가 긴박한 상황이라, 그 옅은 희망으로도 많은 인력을 그곳에 쏟아 부었다.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



사무엘은 처음 보았을 때에 비해 많이 자란 모습이었다.


키와 체격이 어렸을 때와는 다르게 꽤 커보였다.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그는 여전히 앤드류의 껌딱지였다. 그리고 계속 자신도 후두드에 들어가겠다고 어리광을 부리는 때이기도 했다.


주변사람들이 아직도 그를 어린 아이로 봐서 그런지, 아무도 그 소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직 앤드류만이 착잡한 얼굴을 하고 자리를 옮길 뿐이었다.


그동안 많이 자란 것은 소피도 마찬가지였다.


앤드류와 남매처럼 지내던 그녀는 이제 로단을 버리고 제 방을 따로 배정받았다. 솔직히 약간 서운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온갖 놀림을 받을 것이 뻔하니까. 게다가 이제 그래야 할 때인 것도 이미 알았다.


그런 아이들이 대신 증명해주듯,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다 보니 마침내 그 통로가 열렸다. 여기저기 미처 치우지 못한 잔해물들이 남아있지만,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먼저 기계로 그 끝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던 이준의 뒷모습이 로단을 반겨주었다. 로단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


“찾았어?”


이미 발걸음 소리를 들은 이준은 놀란 모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패드에서 눈을 때지 않으며 대답했다.


“A지역의 끄트머리에 섬이 있어. 그곳이 이 통로의 끝이야. 게다가 아주 아주 아주 좋은 소식이 남아있지! 듣고 싶어?”


그의 목소리가 기쁘게 상기되어있다. 요즘 들어서는 듣기가 힘든 말투였다. 그래서 로단 또한 들뜬 마음으로 가볍게 말했다.


“뭔데?”


그러자 이준이 씨익 웃으면서 그와 눈을 마주쳤다.


“B지역과 엄청 가까워.”


즉, 곧 그들에게 새로운 계획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이준을 돕기 위해 함께 내려와 있던 앤드류는 그 말에 의아한 것을 감추지 않았다.


“왜 그곳이 이곳과 연결되어있는 거지?”


푸에르테는 이곳에 아주 오랫동안 있었다. 물론 어디론가 통하는 통로는 항상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푸에르테 특유의 삭막한 분위기에 그 감정도 금세 사라졌었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서는 좋은 소식이다.


로단은 그 통로에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 각각 리암과 포르테에게 최근의 상황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라셰마와는 동맹이기에, 리암과는 지속적으로 서로의 상황을 교류하기 때문이었다.



***



언제나처럼 회의가 끝나고 돌아가려는 이준에게 루카스가 다가왔다. 그리고 이준은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했다.


“데이지요? 뭔가 알게 되면 바로 알려줄게요.”


루카스는 항상 데이지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꼭 개인적으로 알려달라는 부탁도 함께.


이준은 로단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해주는 걸 알고 있기에, 매번 잠자코 대답해주었다. 그 대답이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로단을 가장 친한 친구로 여겼고, 그래서 루카스도 나쁘지 않게 생각했다. 친구의 삼촌을 보는 정도의 호감이었다. 이 정도의 호의는 베풀 수 있다.


그러자 루카스가 씁쓸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



각각 리암과 이라셰마에서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리암은 사람들을 본격적으로 이주시킬 생각이며, 그것을 위해 C지역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라셰마에게서는 저번의 연락과 토시하나 틀린 것 없이 똑같은 문장이 왔다.


[전쟁 중이다.]


그 답장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로단은 바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리암에게는 간단한 상황설명과 함께 C전반 지민을 위주로 대피시켜달라고 부탁했고, 이라셰마에게는 그 전반지역을 함께 점령하자고 제안했다.


[좋지. 오랜만에 같이 움직이겠네?]

[알겠다.]


리암은 바로 승낙했다. 놀랍게도 이라셰마 또한 이번에는 긍정적인 답을 내주었다. 하지만 곧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지만 C8에 또 다른 집단이 생겨서 그들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 스스로를 ‘무법자’라고 부르더군.]


그도 파이퍼에게 보고받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바옌시나와 폴리티에게 무작정 싸움을 거는 데, 그렇다고 지민이나 ENM의 편도 아닌, 그저 폭력적인 부랑자들이다. 줄리에는 오직 위험지역만을 통합시켰기에 ENM을 도와줄 생각도 없었다.


[그것들을 먼저 해결하고 지원을 보내주도록 하지. 그 전까지는 알아서 하라.]

[어떻게 하려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면, 죽는 것은 그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주 그녀다운 말이라고 생각하며 일단은 내버려두었다. 적어도 이유 없이 잔인한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니니까. 그 대신 그 집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혹시 자신의 편이 될 확률이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라셰마가 설명했다.


[어크트로 인해 쫓겨난 놈들이다.]


줄리에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쫓겨났으니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로단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생을 최소화했다. 그 덕에 ENM과 어크트에게 불만이 가득한 놈들이 멀쩡히 살아서 모여든 것이다. ‘무법자’가 되어서.


[그들 중에 한 놈이 추방자들을 모았다. 그리고 어크트가 그들의 땅을 소유하고, 우리가 네게 땅을 약속받자, 그들도 다른 지역을 얻어내려고 시도하는 중이지.]


생각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이라세마에 감탄하지만, 중간에 끼어드는 걸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티를 내지 않고 잠자코 보고 있었다. 그녀는 특유의 딱딱하고 오만한 말투로 바로 답장을 이어갔다.


[멍청하게도 말이지.]


아까는 나름 기회를 주려는 것 같더니, 지금은 처음부터 그들을 눌러버릴 것처럼 살벌한 분위기였다.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로단은 잠시 기대했던 작은 희망을 내려놓았다.


안되겠네.


그런 인물들은 자신의 위에 누군가가 있는 걸 견디지 못했다. 심지어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조차. 그래서 영입하는 것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왜 그들이 현재가 돼서야 움직였는지를 물었다. 원했다면 훨씬 전부터 시작할 수도 있었으니까.


위험지역은 항상 그랬듯이 사람들의 관심 밖이다. 그렇기에 자신들끼리만 끈끈하게 뒤섞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곳의 지민은 서로를 혐오하고, 약탈하고, 억누르는 것이 생활화가 되어있다. 그런데 또 알 수 없는 동질감으로 이어져있어.]


그렇게 되는 데에는 군중의 무관심이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그건 로단이 반란군을 설립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ENM과 바옌시나와의 충돌이 번번이 일어나는 동안, 무법자는 조용히 수면 아래에서 어크트와 포르테의 시선을 피해 추방자들을 하나로 묶었다.


[이제 그 새로운 ‘대장’이 점점 세력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지.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그들이 차지할 수 있는 땅을 ENM과 어크트, 포르테에게 다 빼앗기게 되기 전에.


하지만 하는 행동들이 모두 무례하고 위협적인 인물에 사람들이 동감할 리가 없었다.


프레스코의 경제체제는 돌아왔지만 사람들의 조심성은 늘어갔고, 그건 자연스럽게 노동력의 저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면서 일부 지민이 무법자의 밑으로 들어가 온갖 잡일을 하기도 했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그건 변명이라며 비판하는 시선 또한 많았다.


그건 프레스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바옌시나는 아무런 정확한 기준도 없이 반란의 의지가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무법자 또한 그 대상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프레스코와 무법자의 갈등도 더 깊어졌다.


로단은 묵묵히 그녀의 답장을 보고 있다가, 이내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 대장의 이름이 뭐지?]

[닐슨.]

[그럼 그 일이 끝나면, 다시 연락 줘.]

[그러지.]


이라셰마는 항상 그녀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했다. 게다가, 충분히 그녀의 실력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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