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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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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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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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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 2020년, 북한의 핵 보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던 과거와 달리, 수차례에 이은 핵 실험과 수소탄 개발 성공 소식으로 인해 남북한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흐름에 힘을 얻은 북한은 중국에 접근해 북중동맹을 강화하였고, 그를 경계한 남한도 한미동맹에 힘을 썼다.


대체적으로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을 압도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과 미국, 더 나아가 러시아까지 얽힌 관계에 강대국 간의 대리전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세계적인 규모를 가진 갈등의 중심에는 미국와 러시아가 있었다.


그렇게 각각 러시아와 미국이 지원을 하고 있었던 이란과 파키스탄의 갈등까지 심화되면서, 모든 흐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뉴스와 각 매체들은 쉴 새 없이 같은 내용에 대해 반복해 떠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사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갖 비상식량들과 관련 물건들이 한 순간에 팔려나가는 동안에도,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정부가 일으킨 고의적인 사건이라고 치부했다.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 결과는 더욱 참담했다. 그리고 결국 2033년 9월, 인류의 1/3인 24억 명이 사망하는 인류최대의 전쟁 WW3, 즉 3차 세계대전이 초래하게 되었다.


중국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무기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그에 이어 러시아와 동맹을 맺었다. 프랑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미국와 연합했다. 하지만 독일과 같이 그들과 갈등을 빚었던 국가는 망설일 것 없이 그 반대편에 섰고, 그로 인해 유럽 대륙 내에는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났다.


시작과는 달리 이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주된 대립으로 이어졌다. 또한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던 소국가들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전례 없던 규모의 학살과 비인간적인 결정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기술과 자원을 강제로 요구 당했다. 대부분은 그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렇지 않은 국가는 죄 없이 희생되었다. 그건 그저 보여주기 위한 본보기였다.


살생에 최적화된 무기와 잔인한 결정으로 인해 태어난 전쟁은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상처 입혔고, 전쟁에 휩쓸린 살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비공식적으로 남겨진 마지막 기록에 따르면, 전쟁에 관련된 사람들을 제외한 민간인 사상자는 공식적인 통계보다 대략 2억 명 이상이 더 존재한다고 기록되어있다.


많은 발전을 이뤘던 국가들은 각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해 전쟁에 임했다. 그들의 어리석은 야망과 자존심 그리고 미약한 희망은 결국 멸망을 눈앞에 두고도 그 탐욕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2043년, 절망만이 가득했던 3차 세계대전이 결국 끝을 맺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끝을 맺었던 방식은 휴전도, 정전도 혹은 어느 한쪽의 승리도 아닌 자멸이었다.


모든 나라들은 붕괴했다. 국경 또한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 전쟁은 비참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오염된 토지, 생기를 잃은 사람들의 텅 빈 시선, 불타버린 동식물들. 온전한 장소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쟁의 끝은 처참했다. 사람들은 극한의 굶주림과 비정상적인 기후를 견뎌야 했고, 그 환경은 날이 갈수록 점점 난폭해져갔다.


그렇게 멸망과 다름없었던 긴 시간이 흐른 뒤, 이미 사회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세상은 공허했고 황량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던 세상의 마지막 모습이 연기가 되어 사그라졌다. 전쟁 전의 생활은 척박한 삶이 지속될수록 완전히 흐릿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절박함과 고통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로,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습니다. 잘못된 욕망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이죠.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 겁니다.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안전하고, 배부르고, 희망이 있는,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그런 세계를 만들 것입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 수 있게, 자신들과 함께 이루어나가자고.


바로 우리가 이루어내겠다며,


그들은 그런 자신을 ‘문도(Mundo)’라 칭했다.


황폐한 삶에 지쳐있던 사람들은 마치 불에 나방이 꼬이듯 몰려들었다. 그렇게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곧 하나의 기관을 만들었다. 후에 그 기관은 이 세계의 거대한 중심부가 되었고, 그들은 그곳을 ‘프레스코’라 명칭 했다.


프레스코가 설립이 된 후 문도는 옛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모든 땅을 국가가 아닌 지역으로 나누었다.


프레스코는 그들이 있는 중심부를 ‘A지역’이라 칭했다. 그 후 A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각각 다른 지명이 붙었고, 그곳을 관리할 ‘서포터’들을 파견시켰다.


서포터들은 그 지역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을 찾아 음식을 생산하고, 배고픈 자들의 공복을 채워주었다. 또한 전쟁에 파괴되지 않았던 건물을 보수해, 길바닥에서 자는 노숙자들에게 그 집을 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마침내 남아있는 인류가 공복과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을 때에, 비로소 세계는 안정되었다.


그 후 문도는 세계 곳곳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성공했노라고, 우리가 마침내 진정한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고. 2107년 8월 20일, 새로운 세계(El nuevo mundo)의 역사적인 첫 출발이었다.


프레스코가 설립된 지역인 A지역에서는, 문도라고 자칭했던 이들이 가장 먼저 그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후 받아들여진 프레스코 본 건물 내의 직원들은 A지역에서 거주지를 배정받아 남들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권력의 중심부인 만큼 그 경계가 매우 단단하고 견고해야 했다. 그러기위해서는 뛰어난 보안과 군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바옌시나’라는 이름의 특수부대를 구성하고, ‘바옌 아카데미’를 설립해 강력한 군인들을 양성해나갔다. 그 결과 A지역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체제를 가지고 있는 장소로 발전해나갔다. 하지만 그 말은 즉, 프레스코와 대적하는 자들에게는 그만큼 위협적인 곳이라는 의미였다.


공식적으로 프레스코가 발표된 후, 문도가 우선으로 시작한일은 ‘젠트’라는 화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젠트를 세계 곳곳에 전달함으로서 화폐를 통일했고, 이것이 곧 새로운 재화가 되었다. 또한 그것을 만들고 관리했던 사람들을 ‘투자자’라 부르며 그런 그들에게 “코아젠테(coagente:협력자)”라는 칭호를 부여하여, B지역을 그들만의 장소로 지정해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 모두 C지역으로 보내지고 나서야,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또렷하게 다가왔다. 문도와 프레스코는 지민들을 물건의 품질을 나누듯 구분했다. ‘문도’, ‘프레스코’, ‘코아젠테’는 그저 칭호가 아닌 비공식적인 계급이었다.


E지역과 F지역은 ‘무법지대’가 되어 위험지역으로 판정되었다. 이곳은 프레스코의 손이 닿지 않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으며, 온갖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들끓었다.


어느 곳에도 정착할 수 없었던 이들은 스스로 D지역으로 이주해 그들만의 집을 꾸렸고, 그곳은 곧 일종의 마을이 되어 프레스코를 포함한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 중립지역이 되었다. 그로인해 다른 지역에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들로 D지역을 정의 내리고는 했다. 그리고 그 소문의 대부분은 그들이 경제적 계층의 ‘바닥’이라는 것이었다.


G지역은 핵전쟁으로 나타난 기후변화로 인해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그 험하고 자비 없는 환경에, 서포터들은 죄수를 사형하거나 누군가를 추방할 때 그곳을 이용했다. 모든 지역 사람들은 G지역을 ‘쓰레기통’이라고 불렀다.


문도로 인해 혼란이 가라앉고, 나름의 평화가 일상에 녹아들면서, 인류는 마침내 정착하기 시작했다. 마치 전의 삶처럼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대를 이으며, 집을 지어 살아갔다.


그들은 피폐했던 생활을 떨쳐내 새로운 삶을 얻었다. 모든 것은 프레스코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오직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 새로운 삶을 보이는 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제야 안정된 세계를, 되찾은 삶을 다시 흐트러뜨리고 싶어 하지 않았고, 반항하는 대신 수긍하는 걸 택했다.


그 후 2248년 3월 20일, 반란군이 결성되었다.


지금부터 읽을 내용들은 그들의 이야기이다. 」



***



C-8지역에 위치한 허름한 술집에는 겨우 서너 명의 사람들만이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술집 곳곳에 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알 수 있는 낡은 목재가구들과 금이 간 유리잔들이 규칙적으로 놓여있었다.


하지만 초라하다는 느낌보단 따뜻하고 가정적인 느낌이 더 강했다. 모두 술집 주인의 애정 어린 오래된 장신구나 물건들이 가득한 덕분이다. 그리고 그 중 바텐 의자에 앉은 손님과 바텐더가 서로를 마주한 채, 평소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떤 일이었다고?”


손님의 앞에 놓여있는 작은 잔에 술을 채우며 리암이 물었다.


벌써부터 놀리고 싶은 마음이 그득그득한 게 보였다.


그는 무신경한 시선으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평소랑 똑같지.”

“평소라면, 뭐, 고양이 잡는 거?”


이미 예상했던 짓궂은 농담에, 조금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개소리 좀 하지 마. 이번에는 ‘호위’임무였으니까.”


일부러 그 단어에 힘을 줘서 말했더니, 오히려 리암은 더 크게 비웃었다.


“하하! 그게 호위냐? 육아도우미겠지.”


조금도 숨기지 않는 비웃음에 결국 로단의 미간이 짜증스럽게 구겨졌다. 그런 로단의 표정을 바랬던 리암은 오히려 보란 듯이 마음껏 웃음을 터트렸다. 로단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인상을 구기고 있는 형제를 한참 놀려대던 리암은, 능글맞게 다른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들은 그런 서로가 익숙한 듯 금방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처럼 리암이 익살스럽게 말했다.


“아, 맞다. 집에 좀 자주 들려. 에밀리와 어머니가 계속 보고 싶다고 난리야.”


들을 걸 예상했던 말이었다.


요즘 바빠서 얼굴을 보이지 않긴 했다.


게다가 세 사람은 여전히 같이 살고 있는데, 그곳을 빠져나와서 굳이 혼자 사는 것은 로단 하나뿐이다. C지역에서는 웬만하면 모두 가족과 함께 살았다. 그게 돈이 덜 나가니까. 그래서 그들은 집을 나가겠다는 그를 내심 이해하지 못했다.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니니 그 의문도 이해할 수 있었다.


로단은 한숨이 섞인 목소리로, 변명하듯이 중얼거렸다.


“엠은 자주 보는데.”


하지만 전혀 봐줄 생각이 없는지 리암의 즉답이 들려왔다.


“에밀리를 보는 게 어머니를 보는 거랑 같냐? 볼 거면 둘 다 봐야지. 조만간 와.”

“그럼 며칠 내로 찾아갈게. 일단 그렇게 말씀드려놔.”

“그래. 어때? 형 말 잘 들으니까 기분 좋지?”


한쪽 입 꼬리를 장난스럽게 올리며 웃는 리암을 향해 로단은 어처구니없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가 흐릿하게 띄어졌다.


그 표정이 평소보다 꽤 친근하게 느껴져서, 리암은 특별히 서비스로 빈 잔을 채워주기로 결정했다.


당연히 그 서비스를 거절하지 않은 그가 곧 무뚝뚝하게 쏘아붙였다.


“네가 무슨 ‘형’이야.”


그들은 어느 누가 봐도 피 한 방울 섞여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단순한 혈연관계보다 더 끈끈했고, 그들의 다른 외향이 서로가 가족이 아니라는 걸 뜻하지도 않았다. 그것이 흑발과 흑안을 가진 로단과 갈발과 녹안을 가진 리암이 형제로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잠시 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술집의 주인인 알버트가 큰소리로 리암을 불렀다.


“리암-! 오렌지 좀 더 가져와!”


그로인해 강제로 대화의 흐름이 끊긴 리암은 아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바로 로단에게 짧은 인사를 남긴 뒤 부리나케 사라졌다.


로단의 시선이 뛰어가는 리암의 뒷모습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미련 없이 떨어졌다. 그 후에 술잔을 한 번에 비운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일어날까.


나른한 술기운이 온몸에 부드럽게 퍼지는 것을 느끼며, 자연스레 가족인 두 사람을 떠올렸다. 에밀리와 노라.


요 근래에는 거의 만나지 못했다.


작가의말

예전에 올렸던 거 수정해서 다시 올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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