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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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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61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08 06: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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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2화

DUMMY

이 모든 일에 대한 원인은 줄리에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는 이제 또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아, 망했다.’라고 적혀있는 듯한 얼굴이다. X발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일단 로단은 인내심이 떨어지기 직전인 이라셰마에게 말했다.


“아니. 하지만 우리 둘 다 설명을 들어야할 것 같군.”


그 말을 마지막으로, 불신 가득한 로단과 분노 가득한 이라셰마의 눈이 줄리에를 향했다.


...흐흐. 그 관심의 한가운데서 줄리에가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이라셰마의 곁에 있는 무법자 중에 한 명은, 분명 그녀가 구슬렸던 쓰레기였다. 겁을 잔뜩 먹고, 줄리에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줄리에가 두려워서 동료를 배신한 놈이, 이번에는 이라셰마가 무서워서 그녀를 배신했다.



***



줄리에는 모든 걸 순순히 설명해주었다. 어차피 들켰으니 계속 비밀로 해봤자 신뢰만 더 잃을 뿐이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로단은 더 이상 이 상황은 그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건 포르테와 어크트의 문제다. 정확히는 줄리에가 뿌려놓은 똥. 그러니 로단이 말했다.


“난 여기에 관여하지 않겠어.”


웬만하면 도움도 받는 것을 싫어하는 이라셰마도 같은 것을 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예상대로, 그녀도 동의하는 시선을 보냈다.


다시 게이트의 아래로 내려가, ENM에게 다가갔다. 그들은 이미 로단의 말을 듣고,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따로 명령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준비를 마친 그들에, 로단은 바로 게이트를 열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게이트의 경비원은 줄리에에게 허락을 먼저 구하고, 줄리에 또한 고개를 끄덕인다.


이라셰마가 로단의 도움을 원하지 않을 때 보내는 것이 나았다.


저 둘은 동맹 사이다. 로단이 줄리에의 편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그렇게 ENM을 이끌고 게이트의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라셰마는 여전히 줄리에를 노려보는 중이고, 줄리에도 뻔뻔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곁을 완전히 지나치기 전에, 로단은 마지막으로 이라셰마에게 물었다.


“탈옥수들은?”


이라셰마가 여전히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딱딱하게 대답했다.


“고통스러운 자들에게 자비를 주었다.”


...죽였네.


로단은 더 이상 묻지 않고 ENM와 함께 폴트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줄리에의 선택으로 인해, 이제 어크트와 포르테의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이번에는 완벽에 가까운 지도가 만들어졌다.


그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선착장도 발견됐는데, 아쉽게도 최근에 사용된 흔적은 없었다. 다만 그 선착장과 가장 가까운 육지가 B지역이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런 새로운 정보들에, 로단은 폴트에 돌아오자마자 회의실에 간부를 모았다.


“이번에는 앤드류를 보내도 괜찮겠어?”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인 앤드류를 수색대의 책임자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 말을 들은 에이스는 가볍게 대답했다.


“괜찮아.”


아직 그가 필수적으로 필요하진 않았다. 최근에 전투가 좀 있긴 했지만, 이번에 바옌시나도 큰 피해를 입었다. 최근 며칠 동안은 먼저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다.



***



이상한 흔적이 발견했다. 그리고 그 흔적을 착실히 따라가던 앤드류는, 문득 생각했다.


뭔가 이상해.


자국을 마저 쫓지 않고 멈춰 섰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이 남아있는 자국들이 모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기분이다. 그래서, 그는 갑자기 뒤를 따라오던 부하들에게 말했다.


“돌아간다.”

“예?”


후두드였다면 바로 앤드류의 말을 들었겠지만, 에이스를 위해 다른 부대원을 추천받았다. 에밀리가 이끌고 있는 다락트도 빠질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그들도 아니었다. 심지어 푸에르테 출신도 아니다. 그러니 그 대원들은 곧장 그의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령관님이 조사하라고 했습니다.”


앤드류는 그 반응에 인상을 썼다.


“지금 여기에 사령관이 있나? 조용히 하고, 돌아가.”


에밀리와 같이 고민해서 뽑은 인간들이다.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없어져도 큰 피해가 없는 인간으로만 선발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은근한 반항기가 느껴졌다. 그들도 본인이 선발된 이유를 모를 만큼 어리석진 않으니, 그 때문일 터였다.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앤드류는 바로 갑작스러운 인기척을 느꼈다.


그리고 숨어있던 그들이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 못지않게 발달된 무기를 들고 있는 이들의 옷차림은 비교적 평범했다. 하지만 시선과 분위기만은 살기가 등등하다.


이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앤드류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그들의 은신은 아주 뛰어났다.


앤드류와 그의 부하들도 바로 무기를 꺼내들고, 잠시 위협적인 침묵이 흘렀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 소리만 간간히 들려올 때였다.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네놈들은 누구지.”


그러자 앤드류는 즉시 되물었다.


“우리 사람은 어디에 있지?”

“네놈들이 누구인지 밝혀야, 돌려주든 죽이든 하겠지.”

“그건 내가 할 말이 아닌데. 보스가 정할 일이라.”

“그럼 그 놈을 데려와.”

“나도 네놈들이 누구인지 알아야, 오라고 하든 말든 하지.”


그 말에 잠시 조용해졌던 여자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멍청이가 아닌 이상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이미 조사해놓았을 텐데?”


앤드류는 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대로, 그들이 B지역에서 왔다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으니까. 그 침묵에서 대답을 들은 여자는 경고를 이어갔다.


“이틀 후 다시 이곳으로 오겠다. 그때는 네 지도자를 데려와라. 우리의 영역이니 충분한 예의를 지켜. 이 경고를 무시한다면, 어떻게 될지도 이미 알고 있겠지.”


이곳은 그들의 마당이다. 그 누구보다 이 지역을 활용할 줄 알고, 누구보다 재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



***



“정말 직접 가려고?”


다시 회의실에 모인 에밀리가 걱정을 숨기지 않으며 물었다. 특히 로단의 실종 사건 이후로 에밀리는 그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왠지 과보호가 생긴 것 같지만, 로단은 그에 대해 따로 말하진 않았다. 사실 그도 에밀리를 꽤 과보호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그 반대는 처음이라서 기분은 좀 이상했다.


그 묘한 기분을 뒤로 하고, 일단 앤드류에게 물었다.


“네가 직접 봤으니까, 네가 더 잘 알겠지.”


앤드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것 같았어. 만약 네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협상의 여지마저 없을 지도 몰라.”


이미 그들은 전쟁 중이다. 이 이상의 갈등은 피해야 했다. 지금부터는 계속 이득을 취해야지만 희망이 보일 판이었다. 그래서 로단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어크트와 포르테의 갈등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앤드류의 판단을 믿는 로단이 에밀리를 보았다.


“들었지?”


달래듯이 하는 말에, 떨떠름한 얼굴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



로단이 도착했을 때에, 그 여자는 그곳에서 이미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떠한 인사말도 없이 요구했다.


“무기를 버려라.”


로단은 힐끗 ENM의 손에 놓여 있는 무기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앞을 보자, 저들의 손에 있는 무기가 보였다.


“먼저 버린다면.”


그 시선을 따라간 여자가 아무런 흔들림 없이 대답한다.


“지금 네 사람들을 붙잡고 있는 것이 우리인데, 누가 먼저 버려야 할 것 같지?”

“지금 여기서 머릿수가 더 많은 건 어느 쪽일까? 우리도 인질이 생길 지도 모르지.”


마냥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생각은 없었다.


본래는 일단 말을 들어보고 나머지는 그 후에 어떻게든 해보자는 식이지만, 지금은 그만큼의 여유가 없다. 시간을 길게 잡고 움직일 수가 없다는 의미였다.


정적이 흘렀다.


그들을 조용히 관찰하듯 지켜보던 여자는, 이내 자신의 무리에게 명령했다.


“내려놔.”


곧이어 로단 또한 부하들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다.


그 후 로단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들이 프레스코와 관련이 있는지, 그들과 같은 편인지를. 그랬더니 즉답이 들려왔다.


“그런 불쾌한 질문은 못들은 걸로 하지. 우리는 그들과 같은 편이 아니야.”


적어도 저 적대심과 혐오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지금 B지역은 어떻게 돼있지?”

“그건 왜 물어?”

“우리는 프레스코에 등을 진 사람이고, 반란군이니까.”

“그건 이미 네 사람들이 말해줘서 알고 있어.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지. 증거를 가져와.”

“가져오면 믿을 생각은 있고?”


그러자 여자는 마치 내내 그 말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시볼드의 시체를 가져와라. 그럼 믿어주지.”


의외의 이름에 로단의 눈썹이 들썩였다.


그 놈은 요새 신명나게 살인을 하고 다니는 인간이었다. 특히 에이스가 죽이고 싶어 안달이 나있는. 그녀가 기다렸다 듯이 그 이름을 언급하는 건 꽤 수상쩍었다.


“왜 그 인간을?”

“그럼 자파르의 시체를 가져다 줄 건가? 그래도 상관은 없는데.”


조금 이상했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사람이다. 그리고 에이스는 이 소식을 아주 좋아할 것이다.


“...좋아. 다만 내 사람들이 안전한지를 먼저 확인해야겠어.”


로단의 말에 그녀는 잠시 자신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나누는 언어는 에밀리가 알아보지 못했던 외지어가 틀림없었다.


이내 여자는 품속에서 커다란 패드를 꺼내서, 로단의 앞으로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들의 사이가 가까워질 때마다, 주변에 깔려있는 긴장감은 무게를 더해져갔다.


마침내 그것을 건네받았을 때, 화면에는 양 손과 발이 묶인 채 철장 안에 갇혀있는 부하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누구 하나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군데군데 타박상이 눈에 띄었다.


다행히 그녀는 로단이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햇빛과 주변의 환경을 보아하니 숲이나 밀림 같은 곳의 한 가운데처럼 보였고, 확실히 실외였다.


이 섬의 대부분을 살펴보았지만 저런 나무는 보지 못했으니 B지역에 있을 확률이 컸다.


로단은 곧 패드를 돌려주면서 말했다.


“우리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담보가 필요해.”


힘들게 시볼드의 시체를 가져다줬더니, 막상 인질은 풀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안 그래도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한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치명적일 것이다. 그 말에 여자가 흔쾌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보내주지.”


한 시람? 그건 너무 적었다.


아직 그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 한 명이 죽어도 상관이 없거나, 본인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건 담보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로단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덧붙였다.


“지금 유리한 쪽은 우리들이고, 그 이상 줄 생각은 없다.”


여자가 옆에 있던 남자 한 명에게 앞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


부스스한 짧은 머리를 가진 구릿빛피부의 남자에게서는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아하니 여자가 마음대로 한 결정 같은데도, 그녀를 포함한 그들은 남자를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심지어 본인조차도.


로단이 걱정했던 대로였다.


그것이 탐탁지 않지만 여기서 거절할 수도, 더 요구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이건 저들에게 유리했다. 그에 잠자코 긍정적인 대답을 내주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전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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