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31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1 06: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2쪽

135화

DUMMY

하루가 지나고, 이번에는 숲길로 들어섰다.


오토바이를 한 곳에 주차한 다음, 이제는 두 발을 이용해 하루를 보내야 할 차례였다.


그러나 점차 섬 속으로 들어갈수록 로단의 얼굴이 점점 묘하게 변해갔다. 잔뜩 복잡해진 표정에 앤드류의 의아한 시선이 닿았다. 로단이 저런 얼굴을 하는 건, 앤드류가 보기로는 처음이었다.


그들의 바로 앞에는 거대한 밀림이 늘어져있다. 나무는 하나같이 굵직했고,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짙어졌다. 프레스코의 옆에 있던 섬은 이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섬의 자연도 이곳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치, 노라가 항상 그들에게 얘기했던, 그런 숲처럼 보였다.


매일 매초가, 적들의 사이에 있는 것처럼 긴장해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다. 항상 경계했다. 그런데 지금은 당장이라도 이곳에 에밀리와 리암을 데려오고 싶었다.


노라를 향한 향수가 순식간에 파도처럼 밀려왔다.


넋을 놓은 그들을 내버려둔 여자는, 해가 지기 시작하자 오래전부터 사용한 듯한 모닥불로 다가갔다. 그 옆에는 장작이 함께 놓여있다.


그렇게 로단과 앤드류 또한 밤을 보낼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잠자리가 정돈이 된 후에, 로단은 여자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사는 건가?”

“그래. 프레스코가 설립하기 전부터 숨어 살 수 있었지.”


드디어 제대로 된 대화가 시작되나 싶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그거 건들지 마.”


그 소리는 로단을 향해 있지 않았다. 그가 뒤를 돌아보자, ENM 중 한 명이 특이하게 생긴 잎을 건드리려다가 멈칫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


“잎에 독이 있거든.”


대원은 머쓱한 얼굴로 빠르게 손을 거두었다. 이곳에 살고 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다. 그것을 확인한 로단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뭐지?”


그래도 나름 같이 시간을 보냈으니, 경계가 덜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도 착각인지 써늘한 즉답이 들려왔다.


“신경 꺼.”

“.......”


덕분에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노라의 향수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



여자는 복잡하고 거대한 숲 속을, 집 마당처럼 신속하게 스쳐지나갔다. 로단은 초반부터 길을 외우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고, 앤드류는 로단보다는 자세히 기억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여자가 일부러 더 번거롭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격한 길을 따라가던 로단이, 이내 숨을 고르며 물었다.


“어떻게 여기는 멀쩡한 거지?”

“이제 멀쩡해 보여?”


‘그만 좀 질문해.’ 라고 말하는 듯한, 지긋지긋함이 담겨있는 어조였다. 그러나 로단은 당장 알고 싶은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아까부터 아무리 무시하고 무시해도 계속 물어본다.


그래서 결국 포기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원래는 더 넓은 숲이었어.”

“이것보다도?”


솔직히 놀랐다. 지금 이 광경에도 충분히 놀라운데, 이것보다도 더 거대한 자연이 있었다니. 여자는 당연히 로단의 반응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그리고... 과거 전쟁을 피해 달아나던 난민들이 많이 들어온 곳이기도 하지.”


독이 가득한 동식물이 많아 그 때문에 죽은 사람들도 많았고, 그들을 잡기 위해 적군들이 독 연기를 뿌리거나 폭탄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진 적도 있었다. 자원을 위해 자연을 훼손시킨 적도 많았다. 그때 이 숲의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설명하자, 로단이 다시 조용해졌다. 마침내 여자는 그 침묵을 즐길 수 있었다.



***



곧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만들어진 튼튼한 목재 건물이었다. 모든 곳이 그러진 않았고, 바닥에 붙어있는 집도 몇 채가 보였다. 여러 건물과 서로 이어져있는 장신구들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외지인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적대적인 시선보다는, 자신만만한 특유의 오만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런 경우가 아주 드물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들은 여자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넸다.


“별 탈 없었어?”


그 모습을 보니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적어도 그 경계선이 진하지는 않다. 로단을 안내하고 있는 여자가 직급이 높은 건 확실해보이지만 아무도 그녀를 어렵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그들의 옆을 지나가던 남자가 여상스럽게 물었다.


“새로운 인질이야?”


로단의 미간이 좁아졌다. 당연히 잡혀왔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짧게 대답했다.


“협상.”


내내 그와 비슷한 시선을 받으며, 마침내 가장 커다란 건물에 도달했다. 그들을 기다리게 한 여자는 먼저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한 후에, 이제 들어가라는 것처럼 뒤를 돌아봤다.


로단은 별 말없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 즉후에 보인 건 장난기가 그득한 얼굴이었다.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내밀어진 남자의 얼굴에, 로단이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앤드류는 반대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 허튼 짓을 하면 바로 반격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막상 남자의 표정은 아주 천진난만했다. 한 번 간접적으로나마 마주쳤던 제이든의 잔혹한 순진함과는 전혀 다른 순수함이었다.


소년에 가까운 남자는, 경계심이 가득한 로단의 앞에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두 눈에 흥미가 차있다. ...성격이 좀 특이한가?


그 순간,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하고 자리에 앉으렴.”


마치 아기를 달래듯이 다정했다.


그러자 남자는 즐거운 웃음을 터트리며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방금 말한 사람의 옆자리였다. 로단은 그때서야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주 짧고 붉은 머리와 푸른 눈을 가지고 있고, 따뜻하면서도 단호한 느낌을 풍겼다. 남자는 여자에게 무어라 속삭였지만, 그 소리가 조용했던 내부에는 너무 잘 들렸다.


“나 저 사람 마음에 들어.”


그 말에 여자는 은근한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렇니?”


그러면서, 눈은 그대로 로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제대로 된 ‘협상’ 시작 되려나 싶었다. 그러나 로단의 입이 떨어지기도 전에, 남자의 배에서는 갑자기 공복을 알리는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자는 그제야 로단에게 시선을 돌리고 물었다.


“밥 안 먹었니?”


분명 방금 전처럼 상냥한 말투인데, 이상하게 남자는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으응? 먹었어...!”


누가보아도 거짓말처럼 보였다.


여자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밥 안 먹으면 대가리 쥐어 터진다고 했지?”


말투와 전혀 다른 발언에 로단은 귀를 의심했고, 남자는 시무룩해져서 중얼거린다.


“맛없단 말이야....”

“맨날 맛난 거만 먹으면 일찍 뒤진다고 했지?”


그는 우울해진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 살고 싶지?”


또 끄덕였다.


“그럼 먹으라는 거 다 처먹어야겠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자는 만족스러워진 얼굴로, 옆에 있던 사람을 불러 그에게 식사할 것을 주라고 명령했다. 이내 남자는 그 사람과 함께, 로단이 들어온 입구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막 로단의 옆을 스쳐지나갈 때, 갑자기 소리쳤다.


“랄라라!”


대화가 계속해서 방해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로단의 표정은 굳어있다가, 이번에는 벙이 졌다. 그랬더니 남자는 또 다시 반복했다.


“랄라라!”


노래 부르는 건가? 그런데 저게 노래야?


이해가 안 갔던 로단이 점점 인상을 쓰기 시작하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여자는 담담히 설명했다.


“그의 이름이야.”


그 말을 따라서 랄이 외쳤다.


“내 이름은 랄라라야!”


그녀가 다정히 정정해주었다.


“‘랄’이야.”


보아하니 노래처럼 들리는 것이 좋아서 저러는 모양이다. 로단은 잠시 고민하지만, 뒤늦게 입을 열었다.


“로단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로단을 조금 의아하게 보았다.


랄이 악수를 청하는 듯 손을 내밀고, 로단은 잠자코 그 손을 마주 잡아 흔들었다. 그러자 랄은 기뻐하는 것처럼 웃었다가, 곧 남자에게 마저 남은 길을 끌려갔다.


그 광경을 조용히 관찰하던 여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나름 예의바르게 사과했다.


“당황했겠네, 대화하라고 불러놓고 이런 모습 보였으니. 사과할게.”


전혀 신경 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물론 아까 입에서 나왔던 말들은 반전이었지만. 로단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흡족한 눈웃음을 지었다.


“난 라우라야. 네가 누군지는 아니까, 소개는 이걸로 끝내도 될 거 같네.”


드디어 제대로 된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라우라는 별 다른 말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투자자 지역에 있는 것을 눈감아주는 대신, 무슨 대가를 줄 수 있느냐고. 그래서 로단은 되물었다.


“당신은 프레스코에게서 숨어있는 건가?”

“그렇지.”

“그렇다면, 이 땅을 온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도 당연히 원할 테고.”

“그렇지.”

“그럼 그 대가로 무얼 원하지?”


지금 그들과 할 수 있는 약조는 로단이 이라셰마와 했던 것과 같을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이미 이곳에 완벽하게 정착해있었다. 혹시나 지금 대화가 잘 되지 않으면, 로단은 역으로 협박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이 있는 걸, 눈감아주는 것을 빌미로.


이내 라우라의 입에서 나온 말을 오직 한 단어였다.


“자유.”


로단의 한 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설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이곳은 아주 넓어. 그리고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동식물이 많아. 물론 이용할 수 있는 자원도 많지.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유한적이야, 안 그래? 그렇기 때문에 우린 언제나 필요한 정도만 사용했지.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 만해도 계속 이런 삶을 살기에는 충분해.”


라우라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로단에게 누가 가장 아쉬운 지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이곳의 사람들이 이 숲을 벗어나길 원한다더라도, 당장은 로단의 손해가 컸다.


“다만, 어린아이들과 일부는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 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른 환경을 배우고 싶어 하지.”


아무리 그들이 잘 살고 있더라도, 어쨌거나 그들도 몸을 숨기고 살았다. 그 사실은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설명을 들은 로단이 말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겠군.”


누구에게도 위협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삶. 하지만 라우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 한들, 왜 우리의 정체를 들킬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그럼 대체 왜 나를 만나보겠다고 한 거지?”


그러자 그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갑자기 또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난 내 남동생을 사랑해.”

“남동생?”


순간 로단의 머릿속에서 잠시 해맑은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그와 친근해보이던 라우라의 모습도.


“랄이 네 남동생인가?”

“흥미가 아주 많은 아이고, 동시에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야.”


사연이 있는 듯한 말에, 일단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마음에 들은 것처럼 라우라는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자세히 검사할 수 있는 시설이 없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어. 한곳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저렇게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비정상적인 피로감을 느꼈지. 하지만 그렇게 아픈 건 내 남동생뿐만이 아니야.”


이미 여러 명이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있었다. 라우라는 더 많은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추측할 수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사실 유전병이었다.


그들은 강한 신체를 길러왔지만 수명이 짧았고, 등에는 알 수 없는 검붉은 반점이 그득했다. 랄 또한 그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 누에보 문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0 150화 (완결) 23.05.26 33 1 13쪽
149 149화 23.05.25 22 1 13쪽
148 148화 23.05.24 22 1 12쪽
147 147화 23.05.23 21 1 12쪽
146 146화 23.05.22 23 1 12쪽
145 145화 23.05.21 24 1 12쪽
144 144화 23.05.20 22 1 11쪽
143 143화 23.05.19 23 1 13쪽
142 142화 23.05.18 22 1 12쪽
141 141화 23.05.17 22 1 12쪽
140 140화 23.05.16 24 1 12쪽
139 139화 23.05.15 23 1 12쪽
138 138화 23.05.14 23 1 13쪽
137 137화 23.05.13 22 1 11쪽
136 136화 23.05.12 21 1 12쪽
» 135화 23.05.11 22 1 12쪽
134 134화 23.05.10 21 1 12쪽
133 133화 23.05.09 23 1 12쪽
132 132화 23.05.08 22 1 12쪽
131 131화 23.05.07 25 1 13쪽
130 130화 23.05.06 25 1 12쪽
129 129화 23.05.05 27 1 11쪽
128 128화 23.05.04 27 1 12쪽
127 127화 23.05.03 27 1 12쪽
126 126화 23.05.02 28 1 12쪽
125 125화 23.05.01 26 1 12쪽
124 124화 23.04.30 24 1 12쪽
123 123화 23.04.29 25 1 13쪽
122 122화 23.04.28 26 1 12쪽
121 121화 23.04.27 24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