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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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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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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6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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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8화

DUMMY

지금 그의 행동이 공격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지만, 외지어를 아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그때 랄이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겁먹은 얼굴로 무슨 말을 계속하던 그를 붉은 남자는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남자는 궁수에게 명령했다. 그 후에는 로단에게 재촉하는 것처럼 손짓을 했다.


보아하니, 대신 설명을 해준 모양이다.


랄과 남자를 번갈아보던 로단은 다시 패드를 에밀리에게 연결했고, 곧 랄에게 말했다.


“여기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전해.”


그러자 랄은 그대로 따랐다.


처음부터 그를 이용하면 됐지만, 여전히 신용할 수는 없었다. 에밀리가 통역해주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에밀리는 당황해서 말했다.


[어쩌지, 내가 모르는 언어야....]


도움이 되고 싶었고, 내심 이 일을 빌미로 이곳에 올 것을 기대했던 그녀가 시무룩해졌다.


“괜찮아. 수고했어.”


그 속을 알고 있는 로단은 단호하게 연결을 끊었다. 그리고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라우라의 언어도 에밀리는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만큼 이 지역의 거주자들은 완전히 폐쇄적인 집단인 것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랄의 도움을 받아야 할 판이었다.


결국 랄을 가운데에 두고 대화를 시작하는데, 들려온 말은 예상했던 것처럼 ‘네 놈은 적이냐.’ 라는 물음이었다.


“먼저 우리를 건들지 않는다면, 아니다.”

“계속 이곳에 있을 건가?”

“한동안은. 계속 있지는 않을 거다.”


그랬더니, 붉은 남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저 놈을 넘겨라.”


랄이 조금만 더 교활한 성격이었다면 다르게 전달했겠지만, 그는 그대로 그 말을 로단에게 전해줬다. 그러면서도 두려워하는 얼굴로 로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빨리 날 구해줘. 그렇게 말하는 듯한, 뻔뻔하고 절박한, 또 순진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로단은 지금 그들과 싸울 수 없었다. 특히나 이곳에서는.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총격 소리가 퍼질 것이다. 그러면 투자자가 알아차릴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로단도 명령 없이는 절대 저격을 시작하지 말라고 ENM에게 명령해둔 거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 물론 그들이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로단은 줄줄이 이어지는 생각을 억지로 멈추고 말했다.


“마음대로 해.”


그 말에 랄은 당황한 것처럼 우물쭈물 거렸다. 그러나 고작 동정심 때문에 그를 도와줄 수는 없다. 그때, 랄이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물었다.


“왜?”

“.......”

“왜?”


마치 그들이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마냥. 그래서 로단은 그와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


“그게 거래였어.”


다시 그가 조용해졌다. 그런 랄에게 로단이 덧붙였다.


“미안하다.”


랄이 그 사과를 믿든 말든, 진심이었다.


잠시 후 그가 붉은 남자에게 끌려가고, 앤드류는 로단에게 그들이 완전히 돌아가는 지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


로단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다른 부하들 또한 움직였다.


로단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희생이 썩 달갑지는 않지만, 이제 와서 그걸 두려워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이때까지 희생해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또 이때까지 처벌해온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로단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등을 돌렸다.



***



잠시 후 앤드류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랄을 묶어놓고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어. 같이 왔던 부족들끼리 싸움이 난 모양이야.]

“싸움? 왜 싸웠는지는 알아?”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렇게 협업한 경우가 얼마 없어 보여.]


앤드류는 용병이었고, 맞지 않은 사람과 같이 일을 해야 할 때도 많았다. 어차피 돈이 목적이기에 그렇게 크게 부딪힐 일은 없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를 알아차릴 정도는 경험이 있다.


[근처에 두 명 밖에 없어. 데려와?]


내심 로단은 그런 것을 묻는 앤드류가 의아했다. 앤드류는 누구보다 가장 이성적인 행동을 추구하니까. 적어도 사무엘에 대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물었다.


“좋은 계획이라도 있어?”

[서로 해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놓을 수는 있어. 랄을 데려와도, 우리를 의심할 수 없도록. 그러면 라우라는 우리에게 빚을 진거야. 방금 그런 결정을 내린 건 B지역에서 소란을 피울 수 없어서 아닌가?]

“라우라는 그걸 달갑지 않게 여길 수도 있어.”

[굳이 남동생을 언급했어. 자신의 사람들의 가치만큼이나 남동생이 소중한 여자일 거야. 분명 큰 빚이 될 테지. 이건 기회야.]


역시 머리회전이 빠르고, 눈치도 좋았다. 그렇기에 앤드류를 믿을 수 있었던 로단이 망설임 없이 말했다.


“데려와.”


연결은 대답 없이 끊겼다. 하지만 답을 들을 필요는 없다.



***



랄은 여전히 묶여있는 상태였다. 앤드류에게 한 팔을 붙잡힌 채 끌려왔다. 그는 로단을 발견하자마자 밝아진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그 즉시 앤드류가 입을 틀어막은 덕에 억눌린 소리만 들려왔다.


하지만 그가 아주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뜨거운 관심이 좀 부담스러웠다. 로단은 일단 앤드류에게 명령했다.


“일단 안에 들여놓고,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마.”


아까 앤드류와 함께 흩어졌던 정찰대가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니 적어도 지금 이 상황을 본 사람은 없을 터였다.


라우라가 그들을 찾아오기 전까지만, 랄을 무사히 데리고 있으면 됐다.


조용히 하라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랄은, 앤드류가 손을 땐 이후에도 입가를 스스로 두 손으로 가렸다. 그렇게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앤드류의 손길을 따라 로단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고마워.”


특유의 맑은 웃음을 보여주고, 얌전히 안으로 들어갔다.


로단은 잠시 그 해맑은 순수함에 할 말을 잃었다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순진한 사람이 항상 좋은 사람이 되진 않는다. 그것이 병 때문이든, 순전히 성격 때문이든 간에. 그리고 랄은 좋은 사람이다.



***



그 후 이틀이 지났을 때, 라우라가 그들을 찾아왔다. 온 얼굴과 몸이 만신창이에 피투성이였다. 바로 치료 해주려고 했지만, 라우라가 한 손으로 로단을 막으며 말했다.


“내 피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라우라는 부하가 옆에서 주는 수건을 건네받고, 대충 볼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전투를 끝내고 바로 이곳으로 온 모양이다.


“여기를 찾아왔던 원주민들이 자기들끼리 손을 잡았더라. 폐쇄적인 인물들이라 그럴 줄 몰랐는데, 결국 누가 총대를 맨 모양이지.”


그리고 금방 로단의 생각을 읽고 말을 이어갔다.


“네 계획에 차질은 안 생길 거야. 배로 갚아줬으니까.”


로단은 사람들의 수를 가늠할 수 없었던 라우라의 거주지를 떠올렸다. 워낙 복잡한 숲 한 가운데라 정확히 알 수 없었는데, 예상보다 그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우라는 말을 이어갔다.


“랄을 이 주변에서 잃어버렸다는 자백을 받아서 찾아왔어. 여기 있어?”


가볍고 다정한 목소리에 비해 두 눈은 짙은 걱정과 염려로 가득 차있다. 그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여기에 있어. 하지만 넌 내게 빚을 졌어. 이건 엄연히 거래 밖의 일이니까.”


사실 로단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던 라우라는 바로 그가 랄을 도와준 이유를 이해했다.


저 계산적인 남자 같으니라고.


조금 떨떠름하지만, 감성적인 인간보다는 저런 유형이 함께 하기 편했다.


“뭘 원해?”

“칩이 뭐지?”


그 단어에 라우라가 멈칫했다. 그러나 금세 받아들였다. 그들이 알아낸 정보를 저들이 못 얻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했다.


“몰라.”


모른다고? 로단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럼 왜 시볼드의 팔을 가져간 거지?”

“누구에게 칩이 설치되어있는 건 알지만, 그 목적은 몰라. 용도는 알아냈어. 어떤 인식기를 통과하는 데 쓰이는 것 같아.”


인식기? 라우라는 생각보다 술술 말해주었다. 앤드류의 예상대로, 소중한 남동생에 대한 안도감에 풀어진 얼굴을 하고 있다.


“인식기를 통과할 때 많이 쓰이는 신호기야. 그 이상은 우리도 몰라. 애초에 시볼드의 시체를 원했던 건 그걸 알아내려고 했던 거였고. 자, 그럼 이제 우리 랄은 돌려주겠어?”

“칩을 가진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넘겨.”

“그럴게.”


참 담백한 반응이었다.


로단은 옆에 있던 사람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 사람은 신호를 받자마자 자리를 비웠고, 이내 안에서 랄을 데리고 나왔다. 어느새 묶어두었던 팔목은 자유가 된 상태였다.


랄은 라우라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꼭 끌어안았다. 전혀 작지도 않은 몸을 라우라의 품에 안기려는 것처럼 구겨 넣는다.


라우라는 익숙하게 그를 끌어안았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랄의 머리를 후려쳤다.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력하게.


모두 놀란 얼굴을 하지만, 그 시선의 한가운데에서 라우라가 말했다.


“또 놀라고 무섭다고, 나한테 오라는 것도 무시하고 마음대로 도망가면 대가리 깨질 줄 알아. 알겠지?”


목소리만은 여전히 다정했다. 랄은 시무룩해져서 대답했다.


“응....”


제대로 된 답을 들은 라우라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을 다시 한 번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그를 찾기 전까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들이 돌아가기 전에, 로단이 입을 열었다.


“잠깐, 또 물어볼게 있어.”

“뭔데?”

“왜 푸에르테와의 교류가 끊긴 거지?”


칩에 대해 숨긴 것처럼,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전시 상황에는 정보 하나하나가 소중하니 이해는 갔다. 그에 라우라는 조금 연민이 담긴 눈으로 말했다.


“투자자에게서 훔친 화폐와, 이곳의 자원으로 같이 거래했어. 우리는 무기를 사들였지. 투자자의 건물에는 무기가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 대장이 이곳에 용병을 보내려고 한 거야. 항상 그 섬에서만 거래했는데, 아마존의 자원 량을 알게 된 후에 욕심을 부린 거지. 하지만 결국 우리가 이겼어.”


그들의 집과 다름없는 곳이니 아무리 경험 많은 용병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통로를 아예 부숴버렸지.”

“무기는 꽤 최근의 것이던데.”

“투자자의 건물에는 무기가 많지 않을 뿐, 있기는 하거든. 개조는 생각보다 쉬워.”


결국 더 이용할만한 정보는 없이, 그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



라우라의 목록은 그대로 루카스에게 전달됐다. 루카스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살펴보다가, 실시간으로 연결 중이었던 로단에게 물었다.


[이게 모든 목록인가요?]

“제가 알기로는요. 어떤 것 같습니까?”


그는 도로 조용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건 문도, 프레스코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의 목록이네요.]

“예?”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받칠만한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건-]


갑자기 또 입을 다문다. 그런 그를 로단이 재촉했다.


“뭡니까?”

[...왜 자파르 장군이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 이름은 이미 들어본지 오래였다.


“바옌시나의 총사령관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있겠죠.”


하지만 루카스가 알기에, 자파르는 프레스코나 문도에 연연하지 않았다. 모습을 숨기는 게 당연한 문도로서 그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종교적인 믿음이 강하며, 오직 지민의 안전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프레스코 내에서 문도 다음으로, 어쩌면 그들만큼이나 지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루카스의 설명을 들은 로단이 말했다.


“그 칩이 어떤 통로를 지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루카스는 조금 더 과거를 떠올려봤으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었다. 그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어요. 여기엔 헤이즐의 이름도 없어요.]

“헤이즐이요?”

[네. 제이든의 전달자의 이름이요.]


그 미친 여자. 그녀의 행동을 전해들었던 로단의 미간이 좁아졌다.


“다른 전달자는요?”


그동안 목록을 한 번 더 살펴본 루카스가 확언했다.


[다른 전달자들은 모두 목록에 들어가 있어요.]


두 사람은 그 후에도 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지만, 괜찮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로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대화를 끝마쳤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일단 알겠습니다.”


루카스 또한 착잡한 반응이었다.


[저도 좀 더 생각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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