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F

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38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25 06:00
조회
22
추천
1
글자
13쪽

149화

DUMMY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던 클로이는 왠지 세한 느낌을 받았다.


항상 이성적인 편이기에 이런 감각에 연연한 적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혹시 다른 일이 생긴 건가?


마지막으로 전해들은 소식은 자파르가 문도를 배신했다는 것밖에는 없었다.


그동안 에이스와 시볼드의 전투는 더욱 격해지고 있고, 에밀리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지시를 내렸다. 모두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한 명이라도 무사할 수 있도록.


아드하비와 앤드류는 그 지시에 맞춰서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연히 리암은 C지역에 있는데다가 더 이상 ENM도 아니었기에, 클로이는 빠른 소식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



“거기서 손 때.”


갑자기 들린 차가운 목소리에, 복잡한 표정이던 로단이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잭슨이 가픈 숨을 몰아쉬며 서있었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언제나 정갈하게 정돈된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휘날리고 있다. 제이든이 죽는 것을 보고, 급히 찾아온 모양이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그 대답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로단은 잭슨의 옆에 겨우 서있는 헤이즐을 보았다.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니, 이성을 잃은 베브가 드물게 실수한 듯 했다.


헤이즐의 손에는 제이든의 카드가 들려있다. 검은 색에 금빛으로 꾸며져 있는 익숙한 디자인이다. 제이든이 또 다른 통행권을 만든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마찬가지로 로단을 본 헤이즐은 생각했다. 문도님이 마지막으로 바랐던 폭발, 자신이 이뤄낼 것이라고. 잭슨의 교활한 혀 놀림은 많은 출혈로 몽롱해진 그녀를 이용하기 충분했다.


헤이즐이 이내 광기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눌러!!!”


그 즉시 총성이 이어졌다.


탕-!!!


그녀는 바로 바닥을 향해 쓰러졌다. 그 뒤에서 뮬러가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로단이 아닌, 그녀와 함께 들어온 사람에게 겨누었다. 인질을 데려온 것이다.


아무리 재능이 없던 사격이라도, 바로 앞에 있는 자를 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그 사람을 본 로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안.”


뮬러에게 잡혀있는 사람은 세이였다.


도와주려고 들어왔는데, 잭슨이 이를 악물고 그녀를 찾아냈다. 얘기를 들어보니 제이든인가 뭔가가 한 짓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아직 의문이 하나 남아있다.


세이는 문도와 전달자의 눈치를 보다가 묻는다.


“...근데 저 여자가 뭘 누르라고 한 거야?”


한참 전에 숨어들은 도둑은 방주에 대해서도, 폭탄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 그녀가 이 안에 있는 한, 로단은 이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없었다.


뮬러의 총구가 세이의 머리에 닿고, 잭슨은 다시 한 번 분노로 들끓는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금 당장 거기서 나와.”


일단은 그 말대로 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로단이 책상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잭슨은 그를 강하게 밀치면서 아래에 있는 버튼을 확인했다. 그 모든 행동에서, 로단은 짙은 오만을 느꼈다.


한 번도 이렇게 위협에 가까워진 적이 없는 사람의 거만함을.


뮬러는 그걸 알았는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문도님-!”


하지만 로단이 더 빨랐다.


그는 가까워진 잭슨의 뒷덜미를 잡고 책상 위로 세게 눌러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에 걸려있던 총을 꺼내 그 뒤통수에 겨누었다. 그대로 뮬러에게 소리쳤다.


“총 버려!!!”


세상에 어떤 멍청이가, 적한테 무기를 버리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을까. 대체 얼마나 안일하게 살아왔길래, 그런 간단한 실수를 할 수 있나.


그들의 환경의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뮬러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잭슨의 명령이 아니니까. 처음으로 흔들린 전달자의 눈이 지시를 기다렸다. 잭슨은 화가 난 얼굴로 가픈 숨을 내쉬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총 버려.”

“......예.”


그녀는 이내 세이를 향한 총구를 내렸다. 그리고 바닥에 놓은 다음에, 뒤로 물러섰다. 양손이 등 뒤로 묶여있던 세이는 바로 그녀에게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이거 풀어. 네 문도님 대가리 터지는 거 보기 싫으면.”


이번에도 뮬러는 잭슨을 바라봤다. 그리고 잭슨이 끄덕이는 것을 확인한 후에 세이의 손목을 풀어주었다.


세이는 바로 뮬러의 무기를 주워 들어서 로단의 옆에 섰다. 그 다음에 속삭였다.


“이제 어째?”

“..,일단 계속 겨누고 있어.”


그에 대답하지 않은 로단은 잭슨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문도의 몸을 수색했다. 평생을 추앙받고 보호받으며 살아온 남자의 옷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로단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그런 문도도, 제 스스로를 준비시킬 수 있다는 것.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은 잭슨은 로단이 제 다리를 확인할 때, 팔꿈치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물러나는 로단에게 즉시 달려들었다.


세이가 총을 겨누고 있는 뮬러의 안전 따위는, 전혀 상관이 없는 모습이다.


탕-!!!


그걸 인지한 순간, 세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한나의 이마에 구멍을 내주었다.


가장 먼저, 로단은 잭슨의 완력에 놀랐다. 그 몸은 오랫동안 스스로를 단련시켜온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깨의 부상도 있고,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로단은 그를 책상의 모서리로 밀치고, 그 턱을 내려쳤다.


균형을 잃은 잭슨의 몸은 형편없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기회를 놓친 후였다. 로단이 들고 있는 총구는 다시 한 번 잭슨을 향했다.


그 상태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들 모두, 잭슨이 죽을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로단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그들은 절대 하지 않을, 마지막 자비였다. 솔직히 그가 무슨 말을 할지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자 인상을 구긴 잭슨이 그 속에 있는 노기를 전혀 숨기지 않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느냐고!!!”


분노에 차있어야 할 사람은 로단이다. 그를 포함한 모든 ENM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본인이 그 감정을 터트리고 있다. 그런 잭슨에게, 로단이 써늘하게 말했다.


“그래, 굳이 이렇게 했어야 됐지.”

“.......”

“네가 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 말을 듣자마자, 잭슨의 얼굴이 잠시 한심함이 스쳐지나갔다.


사람을 죽인 게 문제라고?


사람은 도구였다. 그가 쓸 수 있는 도구.


가진 것이 없는 존재기에 다른 사람의 목숨에도 연연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로단은 그 무자비함에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았다. 그저 한 번 더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의 존재가 이 세상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로단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에, 잭슨은 싸우면서 책상에서 떨어졌던 조각품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로단에게 던졌다.


하지만 그것에 휘말리지 않은 로단은 빠른 속도로 잭슨의 배를 걷어찼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끝낼 생각이었다.


그 때문에 엎어진 책상에 버튼이 위로 드러나고, 잭슨이 그 위로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삑-


“...뭐, 뭐야.”


유일하게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세이의 허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발은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잭슨이 욕지거리를 크게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지만, 허공에서 흐트러지기만 했다. 세이는 더 당황해서 외쳤다.


“뭐냐고!!”


세이에게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강력한 진동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대로라면 잭슨과 같이 죽는 것을 목적으로 했을 터였다. 그런데 이곳에는 살아야 할 사람이 있다.


그에 로단은 급하게 세이의 몸을 감싸듯이 붙들고, 유리를 향해 몸을 던졌다.


그 다음은 커다란 굉음이었고, 또 그 다음은 붉고 뜨거운 암흑이었다.



***



에밀리는 저 멀리서 거대한 건물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너지는 걸 지켜보고, 넋을 잃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시선은 애써 담담히 로단의 행방을 물은 후에, 그가 아직도 그 안에 있었다는 걸 전해 듣고 결국 무너졌다.


“로단!!!”


그녀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울부짖었다. 앤드류는 로단에게로 달려가려는 에밀리를 급하게 붙잡았다. 시볼드의 전투는 방금 끝이 났지만, 방금 폭발한 장소는 여전히 위험하다. 그래서 울음에 열이 오른 몸을 단호하게 끌어안았다.


마찬가지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던 클로이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묵묵히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로단에 대해 물어보진 않았다.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부상자들 중 누구도, 정직하게 움직이는 손길과 달리 비통함으로 가득한 얼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꾹꾹 괴로움을 참아내던 그녀는, 결국 베브로부터 이준까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앤드류는 에밀리를 달랜 후에 아드하비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에이스에게 다가갔다.


문도의 실체를 보고, 문도가 죽는 것을 목격하고, 프레스코가 무너졌을 때부터 바옌시나의 시기는 엄청난 속도로 내려갔다. 시볼드의 광분한 모습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에이스는, 시볼드에게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다.


“괜찮아?”


시볼드의 시체 앞에서 가만히 서있는 그에게 앤드류가 물었다.


아직도 에이스의 허리 뒤쪽에서부터 생긴 부상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대충 압박만 하고 계속 움직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에이스는 그 걱정에도 아무 말이 없다.


“에이스?”


그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에이스의 몸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앤드류는 빠르게 그 몸을 받아냈다. 에이스는 그를 눕히는 손길을 느끼면서, 가픈 숨을 내쉬었다. 그는 앤드류가 난생 처음 보는 눈을 하고 있었다. 은근한 두려움이 비추어진다.


죽는 것도, 전투를 하는 것도, 그 외의 많은 것도 무서워하지 않던 사람이.


앤드류가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소리쳤다.


“지원팀!!!”


그동안 에이스는 진정한 듯이 두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리고 잠시 후, 제 상황을 마침내 완전히 이해했다.


“별 일 아니야.”


앤드류의 무표정이 미세하게 더 굳는 걸 보고 그가 걱정 말라는 듯이 팔을 휘적거렸다. 그러면서 에이스는 완전히 무너진 프레스코 건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물은 흘리지 않지만, 깊은 슬픔이 묻어있는 시선이다.


그 사이 다가온 지원팀이 그의 상처를 확인했다. 그러다 멈칫하는 것이 앤드류의 눈에도 보였다.


“뭐야?”


그렇게 묻자, 오히려 그 사람은 에이스의 눈치를 살폈다.


그래서 에이스는 그 부담을 대신 지어주었다. 일부러 장난스럽게 다리를 가리키면서 말한 것이다.


“지금 다리가 안 움직여.”


아마 처음에 부상을 입었을 때 얌전히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계속 전투에 참여했으니 크게 놀랍진 않았다. 앤드류의 경악에 찬 얼굴을 보며, 에이스가 깊은 한숨을 담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열심히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지원팀에게 물었다.


“로단에 대한 건 들은 게 있어?”

“지금 수색하고 있다 들었어요.”

“지금 저 지옥에서? 시체도 다 타버리겠다.”


엄지손가락으로 프레스코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건물은 방금의 폭발로 미친 듯이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다. 지원팀은 그제야 방금 전투를 끝낸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ENM 중에 고층에서 사람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떨어진 걸 본 사람이 있어서요.”

“...저 정도 고층이었으면 다른 이유로 죽지 않았을까?”


에이스 또한 진심을 다해 로단이 살아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만약 그가 무사히 건물을 빠져나왔다면 진작 발견됐을 것이다. 모든 입구에 ENM이 대기 중이니까. 괜한 희망이 들진 않았다.


그러자, 에이스의 슬픈 소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지원팀이 조금은 밝아진 안색으로 말했다.


“문도가 쓰던 층 아래로 추락방지 시스템이 있던 모양이에요. 이준 씨가 그렇게... 되기 전에 모든 정보를 ENM의 공동파일에 보냈는데, 추락할 때 충격을 흡수하는 안전장치라고 했어요. 살아남는다고 한들, 멀쩡한 상태기는 힘들겠지만요.”


그 말에 에이스와 앤드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복잡한 얼굴로, 다시 지원팀을 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 누에보 문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0 150화 (완결) 23.05.26 34 1 13쪽
» 149화 23.05.25 23 1 13쪽
148 148화 23.05.24 22 1 12쪽
147 147화 23.05.23 21 1 12쪽
146 146화 23.05.22 23 1 12쪽
145 145화 23.05.21 24 1 12쪽
144 144화 23.05.20 22 1 11쪽
143 143화 23.05.19 24 1 13쪽
142 142화 23.05.18 22 1 12쪽
141 141화 23.05.17 22 1 12쪽
140 140화 23.05.16 24 1 12쪽
139 139화 23.05.15 24 1 12쪽
138 138화 23.05.14 23 1 13쪽
137 137화 23.05.13 22 1 11쪽
136 136화 23.05.12 21 1 12쪽
135 135화 23.05.11 22 1 12쪽
134 134화 23.05.10 21 1 12쪽
133 133화 23.05.09 24 1 12쪽
132 132화 23.05.08 22 1 12쪽
131 131화 23.05.07 25 1 13쪽
130 130화 23.05.06 25 1 12쪽
129 129화 23.05.05 27 1 11쪽
128 128화 23.05.04 27 1 12쪽
127 127화 23.05.03 27 1 12쪽
126 126화 23.05.02 28 1 12쪽
125 125화 23.05.01 26 1 12쪽
124 124화 23.04.30 24 1 12쪽
123 123화 23.04.29 26 1 13쪽
122 122화 23.04.28 26 1 12쪽
121 121화 23.04.27 24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