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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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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24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4.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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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2화

DUMMY

에이스는 리암의 결정이 여전히 못마땅했지만, 리암의 말대로 로단의 권한으로 허락된 일이었다. 아쉽게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잠자코 로단과 함께 회의실로 걸어가는 것뿐이다. 아벨은 전투 준비를 해놓겠다며 떠난 지 오래였다.


“넌 리암에 대해서는 좀 약해. 알지?”


약한 핀잔에, 언짢게 에이스를 흘겨본 로단은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도저히 오지를 않던 로단과 에이스가 마침내 돌아왔다. 로단이 그들에게 리암의 일을 전해주었고,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단독적으로 일을 벌일 줄 알았어.”


에밀리는 체념어린 목소리로 그를 걱정했다.


부디 리암이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이 다칠까 염려됐다. 혹은 그 이상일까 봐. 이미 그런 두려움은 충분히 겪었다.


회의는 평소처럼 이루어졌다.


로단은 집합지로 대부분의 인력을 투입시켰다. 이번에는 로단 또한 그곳에 가있을 예정이었다. 지민들의 신뢰를 되살림과 동시에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내일 아침 해가 뜨는 즉시 출발하기로 결정하고, 그 동안에는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회의가 끝이 났다.


그렇게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면서, 회의실 안에는 유독 평소보다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다 문득, 루카스가 밖으로 나가려는 로단을 불러 세웠다.


“잠시 얘기 괜찮을까요?”

“뭡니까?”


하지만 그는 대답 없이, 사람들이 모두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집합지로 가기 전에 알아야 하는 게 있어요.”


어쩐지 루카스는 약간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긴장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라 의아해하면서 그를 바라봤다. 어서 말해보라는 것처럼. 그 덕에 조금 안도할 수 있던 루카스가 말을 이어갔다.


“만약 그곳에 바옌시나가 찾아온다면, 그들이 지금보다 더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그녀’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녀’요?”


되묻는 말에는 대답을 않고, 대신 루카스는 무언가를 내밀었다.


“만약 그 사람이 그곳에 있다면, 이것을 쓰도록 하세요.”


로단은 손 안에 들어온 이상한 모양의 총장난감을 살펴보았다.


사무엘이 앤드류의 방에서 이런 비슷한 종류를 가지고 놀던 걸 봤었던 것 같기도 했다. 소피도. 그렇기에 더더욱 대체 왜 이게 루카스에게 있는지를 모르겠었다.


“조명탄을 조금 변경시킨 거예요. 폭죽과 비슷하죠. 화력은 더 강하지만 말이에요.”

“대체 그 사람이 누군데요?”


씁쓸한 기색이 얼굴 위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상태로 루카스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지만, 본인도 말해야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 전(前) 전달자였던 사람이에요. 버그인 것을 들키게 되었던 원인이었죠.”

“...버그인 걸 들키게 됐는데, 그 여자는 살아있다고요?”

“상황이 좀 복잡해요.”


불편하게 억눌러진 목소리에, 로단은 방금 받은 조명탄을 코트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더 이상 루카스에게 묻지 않았다.


이미 루카스는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어느 정도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고, 그가 그들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동안 루카스는 패드를 꺼내 기록을 살펴보더니, 한 사진을 열어 보여주었다.


조금 오래되어 보이는 사진이다.


지금보다 젊은 루카스와 그 옆에 있는 또래의 여자가 눈에 띄었다.


밝은 금발과 조금 어두운 구릿빛 피부색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웃음을 참으려는 것처럼 어정쩡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옆에서 반듯이 서있었다.


“이 사람이에요.”


그 사진을 살펴보던 로단은, 루카스가 그것을 자신에게 전송하는 것도 가만히 내버려뒀다.



***



근방에서 생활하는 지민을 미리 대피시키고, 전쟁을 기다리는 군대처럼 수많은 ENM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둘러싼 공기는 어느 때보다 묵묵히 가라앉아있고, 주변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긴장감이 섞인 정적은 그들을 무겁게 짓눌었다.


몇 번이나 마주쳤을지 모를 에이스의 시선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 마주침은 이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과 비슷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먼지의 수가 많아질수록, 점점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왜 오지 않는 거지?


로단은 무전기를 들어 이준에게 여전히 그들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를 물었다.


[당연히 막아놨겠지. 지금 최대한 살펴보고 있지만, 한계가 있어.]


그의 말투는 피곤함에 예민해져 있지만,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준 다운 반응이었다.


“알겠어. 계속 수고해줘.”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할까?]


고개를 돌려 에이스를 바라보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가 무전기를 입에 대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에밀리와 아벨은 조금 더 뒤쪽에서 앤드류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기준으로 후두드와 다락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ENM도 마찬가지였다.


로단은 주변에 있는 군용차량과 총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질서를 지키고 있는 지 확인했다.


“일단 계속 지금 상태를 유지해.”


그리고 잠시 후, 리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단-]


그는 즉시 에이스에게로 연결시켰다. 그 덕에 에이스 또한 리암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로- 내!]

“뭐? 잘 안 들려!”


리암의 주위가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그가 말하는 것이 잘 들리지가 않았다.


에이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지, 무전기를 손에 쥐고 누군가를 닦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벨 또한 그 옆에서 심각해진 통에 그들 주변에 있던 일부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치직- 이곳- 로 - 사람들을- -내라고!]


이윽고 무전기도 먹통이 된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


리암이 맞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내려앉은 로단은 급하게 움직이려다 멈칫했다.


처음부터 그곳을 노린 것이었다면, 더욱 편하게 갈 수 있는 루트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집합지가 최종목적지라고 더 확신했던 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고민은 한 결과에 다다랐다. 그들은 두 군데 모두를 노린 것이다.


[바옌시나가 오고 있습니다!]


그 즉시, 정찰조에서 보고를 받았다.


앞서서 있던 다른 조가 조용한 것을 보니 보고할 틈도 없이 죽은 모양이었다. 곧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몇 명의 사람들과,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바옌시나를 발견했다.


“전투 준비! 작전대로만 해라!!!”


목에 핏대가 서도록 소리를 친 후, 로단은 에이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 방향이 바옌시나가 다가오고 있는 정면이었다. 그렇게 마침내 그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큰소리로 다시 한 번 외쳤다.


“공격 개시!!!”


그와 동시에 에이스는 앤드류를 포함한 부대를 끌고 반대편으로 향해 출발했다. 아벨은 그 뒤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저격팀을 적절한 자리로 배치했다. 이미 다른 자격수들도 주변에 골고루 퍼져 대기 중이었다.


다락트는 일부는 아벨과 함께, 일부는 에밀리와 로단과 함께 남게 되었다. 처음에는 후두드로 같이 보내려고 했지만, 에이스의 직속부대는 본인들을 제외하고는 등을 맡기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방심할 수 없다.


프레스코가 가능한 많은 군대를 파견 보낼 것은 예상하고 있었고, 그것을 확인해 주듯 눈에 보이는 수는 상당했다. 그 만큼 이길 확률은 현저히 적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수의 ENM은 머리를 써야 했다.


최대한 지리를 이용했고, 절대 군력을 한군데에 모아두지 않았다. 정확히는 원형으로 대기를 시켰다. 그들을 가운데로 몰아넣을 수 있도록.


도망갈 수 있는 경로 또한 미리 파악해놓았다. 하지만 그 길은 ENM이 아닌, 바옌시나를 위한 것이었다. ENM의 목적은 승리가 아닌 그들의 후퇴였다. 후자가 더 가능성이 있으니까.


“원형으로!!!”


그의 명령에 따라, 퍼져 있던 대원들이 방패로 탄알을 막으며 점차 사이를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대열이 금방 흐트러질 만큼 바옌시나의 머릿수는 많았다.


“저격!!!”


날카로운 아벨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주변의 건물옥상에서 대기하던 저격수들이 방아쇠를 쥐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던 자들을 저격했다. 그 사이에 있던 사람들은 뒤로 갈수도 앞으로 갈수도 없는 상태에서 옥죄어져 갔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당할 수 없어 발버둥을 치는 것뿐. 지금 이 소란을, 그가 세상에 없을 뒷날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머나먼 생각보다는 현재 상황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들이 철수를 정할 때까지만 버티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렇게 된다면 원래의 목적대로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눈에 봐도, 바옌시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그들의 목적은 명백한 학살이었다.


로단은 잠시 연결됐던 리암이 걱정됐다. 사람도 얼마 없을 텐데. 지금이라도 더 보내야 했었나 싶었지만 이 상황을 보면 무엇이 더 옳은 선택 이었나 알 수 없었다.


“사령관님!”


쌓인 시체들로 인해 더 이상 그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불가능했다. 거대한 원형은 순식간에 흐트러졌고, 저격수들은 맞대응에 밀리고 있었다.


“철퇴해야 합니다!”


지금 물러서는 걸 선택한다면 완전히 밀려나게 될 거라는 것을 안다. 지금 그들이 서있는 곳은 절벽의 낭떠러지였다. 뒷걸음질을 치지 못해 칼에 찔려 죽거나, 절벽 아래로 떨어질 터였다.


해답을 찾으려는 것처럼 급히 주위를 살펴봤다. 그에게 상황을 전달한 사람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독촉하고 있다. 그 두 눈이 이미 짙은 두려움으로 사로잡혀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그의 시선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바옌시나를 이끌고 있는 대장 중 한명이다. 루카스가 일러주었던 그의 전 전달자 ‘데이지’. 루카스가 니티이자 버그인 것이 들어났던 이유이자 원인이 저 반대편에 있었다.


밝은 금발은 높이 하나로 묶여서 땋인 채로 바람에 휘날리고 있고, 사진 속의 젊은 시절보다 더 처연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동시에, 로단은 안주머니에 있는 그 물건을 떠올렸다.


아직은 그게 가장 유일한 희망처럼 느껴졌다.


로단은 신호탄처럼 생긴 폭죽을 꺼내들은 후, 망설임 없이 위로 치켜들었다.


분명 루카스의 과거에 관련이 있을 이 물건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꾸기를 바랐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는 만큼 위험성이 다분했지만, 루카스가 이것을 넘겼던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윽고 폭죽은 경쾌한 움직임으로 하늘에 뻗어나가, 커다랗고 두드러진 소음을 내며 널리 퍼져나갔다.


그 뜬금없는 광경에도 이미 주변을 둘러싼 소란들 때문에 듣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일부는,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이 쏠린 로단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그를 감싸 섰다.


“X발, 미쳤습니까?!”


누군가가 질책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로단은 대답하지 않고, 팔을 들고 있는 자세를 바꾸지도 않는다. 그의 흑안이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데이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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