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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앤피자 님의 서재입니다.

엘 누에보 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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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소파앤피자
작품등록일 :
2022.12.25 16:12
최근연재일 :
2023.05.26 06: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6,143
추천수 :
158
글자수 :
804,680

작성
23.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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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41화

DUMMY

베브와 두 사람은 성공적으로 건물 안에 진입했다. 그들 모두 프레스코 경비 복을 입고 있고, 그 옷의 주인들은 현재 꽁꽁 묶여져 근처 창고에 갇혀있는 상태였다.


로단이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는 동안에, 혼란스러운 건물을 파고 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적어도 초반에는.


이미 이곳의 경비는 그들이 들어온 후에야 삼엄해졌고, 원하는 목적을 이룬 후에 떠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문제될 것은 생기지 않았다. 그들은 베브의 눈썰미와 달린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도를 마주칠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흰 베일을 쓴 두 인간과 그 뒤에 있는 전달자들을 보고 모르는 척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의 부름이 더욱 빨랐다.


“너. 여기로 와봐.”


프레스코 건물에서조차, 문도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지금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연기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던 베브는 달린과 이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은 그나마 연기를 좀 하지만, 달린의 연기는 끔찍했다. 아예 안하고 있으니까.


물론 아셀은 바로 그들을 알아차렸다. 얼굴은 처음 보지만, 달린의 경계어린 시선을 보니 ENM이겠거니 했다. 게다가 문도를 직접 앞에 두고, 경의에 차오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대체 왜 멈추는 거야.”


아셀의 옆에 서있던 아욱세시아는 이 상황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다.


평소라면 아셀의 행동에 제대로 된 의문을 가졌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불안정한 탓에 그러지 못했다.


그 꼴을 보면서, 베브는 속으로 빠르게 생각했다.


네 마리.


지금 당장 그들을 죽이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오히려 저 둘의 머리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 내보내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사람들은 아직 문도의 얼굴을 모르니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분명 혼란만은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같이 지낸 세월이 있다고, 그 속을 알아차린 이준이 베브의 옆에서 속삭였다.


“최대한 빨리 가야해.”


이미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다짐을 하고 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은 없었다.


아욱세시아는 갑자기 멈추어서 서서 직원들을 바라보는 아셀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 그녀에게 아셀이 생각에 집중하고 있는 얼굴로 말했다.


“먼저 가있어. 난 개인적으로 이 직원에게 시켜야 할 게 있어서.”


다른 직원의 앞이었기에, 애써 초조함을 숨기며 그녀가 물었다.


“뭔데?”

“가서 준비나 해.”


준비? 인상을 쓴 베브는 그것을 기억해주었다.


아욱세시아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베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가 순식간에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든 저 여자도 권력자의 자리에 있는 모양이다. 나름의 무게감이 있는 것을 보니. 이준은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셀에게 가까이 다가와 마지막으로 말했다.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말한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해명해야 할 거야.”


본인의 안전이 걱정돼서 미치겠으면서, 지금 권력을 공격당했다고 전처럼 차갑게 말한다. 그게 웃겼던 아셀이 웃자, 아욱세시아는 써늘한 발걸음으로 점점 멀어져갔다.



***



아직까지 버텼지만, ENM은 점점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리암이 일찍이 하늘을 채웠어야 했을 전투기를 대부분 처리해줬고, 지금 또한 그 전투기의 일부로 최대한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게다가 바옌시나의 지원군이 A지역으로 올 수 없도록 RT와 일반지민이 힘을 모아서 막아내고 있었다. 그쪽은 이미 성공적으로 점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는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그 소식을 알려준 리암이, 연결을 끊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리암의 주변에서는 아직 미처 끝나지 않은 전투소리가 커다랗게 침범했다.


하지만 자파르는 굉장히 노련했다.


자파르의 주변에 둔 군인들이 얼마나 그를 든든해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가 보였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목숨이라도 바칠 것이다. 시볼드가 경박한 느낌이었다면, 그에 비해 자파르는 아주 정적이었다. 그때 에이스가 숨이 거칠어진 목소리로 보고했다.


[로단, 북동 2시 방향에 빈틈이 생겼어!]


로단은 빠르게 그곳을 살펴보았다.


“들어가, 내가 엄호한다!!!”


자신이 있는 곳이 ENM의 중심이다. 벌써부터 위험성을 감수할 수 없다. 에이스는 즉시 그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신교의 신자들은 움직이지 않고, 로단의 곁에서 같이 싸우고 있었다. 수헤르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기에 로단도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직접 문도의 목을 따는 것.


그것만이 저 미친 신자가 원하는 것이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자파르는 바로 그 움직임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곳에 병력을 보내되 절대 과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구멍을 막는 것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ENM의 속을 반대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걸 본 로단은 조용히 욕을 중얼거렸다. 자파르는 아주 뛰어난 장군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ENM도 완전히 밀리진 않았다. 지칠 때마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복수심이 힘을 실어주었다.


“수헤르, 들어가!!!”


ENM은 그 공격을 막아냈고, 드디어 로단의 명령을 들은 수헤르와 글러이비치들이 아주 작게 생긴 틈새로 격차를 벌렸다. 보통 총기류를 중심으로 싸움이 이어지면, 이렇게 흐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파르는 그 모습에 순수하게 감탄했다. 내심, 최소한의 명령만 지키며 마음대로 날뛰고 있는 시볼드와 바꾸고 싶을 정도로. 그가 ENM을 감당하는 동안, 시볼드는 어떡해서든 에이스에게 닿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것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듯 했다. 에이스가 말했던 구멍도 그 행동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자파르의 착잡한 시선이 시볼드를 보았다. 조금 막무가내더라도, 적어도 작전만큼은 제대로 했던 남자였거늘.


그러고 보니, 저 남자가 팔을 없앴다고 했었나?


이번에는 에이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



잠시도 쉬지 않고 지속된 전투는 하루 만에 끝나지 못했다. 지친 ENM과 바옌시나의 행동이 조금씩 굼떠지고 해가 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시적인 휴전상태에 들어갔다.


ENM은 마침내 방호벽, 바리게이트, 임시거처지를 일시적으로 설치했고, 로단은 최소한의 사람들만을 쉬게 했다. 아직 경계를 허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자파르도 마찬가지였다.


로단이 피곤해진 눈을 세게 문지르며, 대원에게 물었다.


“이준은?”

“아직 안에 숨어있다고 합니다.”


베브는 필요할 때에만 최소한의 보고를 하는 경향이 있다. 명령을 내리는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했지만, 마음대로 수시로 연락해 독촉할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칩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고, 그러려면 중앙컴퓨터에 접근해야 하니까.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야 했다. 그에 잠자코 베브의 연락을 기다렸다.


지금 프레스코 안에서는 모든 통신 신호가 감시 중에 있었다. 당연히 그 건물에서 출발하는 신호도 포함이다. 그렇기에 이준이 직접 그 중 하나에 침입해서, 그의 말에 따르면 ‘그림자’를 통해 얘기해야 했다.


마침내 해가 지고 완전한 저녁이 찾아왔을 때, 그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베브였다.


[지금은 아무도 없는 창고에 숨어있어.]

“거긴 안전해?”

[거의 쓰지 않는 낡은 물건들을 둔 창고라, 그나마 안전한 곳이지. 오늘 밤은 이곳에서 보낼 생각이야.]

“다른 일은 없었고?”


그랬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들려왔다.


[문도 중 한 명을 만났어. 정확히는 두 명이지만 한 명은 우리를 눈치 채지 못했지.]


근데 아직 살아있다고?


만약 그것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진작 보고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하지 못했던가. 그래서 일단 잠자코 물었다.


“누구?”

[어두운 금발과 청회색 눈을 가진 남자였는데, 심지어 자신의 얼굴까지 보이며 얘기했어. 그리고 제안 하나를 하더군. 아주 중요한 정보를 넘기겠다고. 참고로 ‘칩’도 언급했고.]

“조건은?”

[자신이 준비해놓은 섬으로 달아나는 동안 접근하지 않고, 그 뒤에도 없는 사람 취급하라는 게 조건이야. 그리고 데이지와 함께 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방해도 말라는 것도.]


왜 갑자기 데이지의 이름이 거기서 나오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데이지가 그 폭죽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 모를까, 누가 보아도 동요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카스는 여전히 그녀를 믿고 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야.]


로단은 조용했고, 베브는 이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상대는 문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들을 잡아서 고문하는 대신 다른 결정을 내렸다. 적어도 그 정도의 신뢰는 가질 수 있을 터였다.


“그 자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준다 했지?”


베브는 로단이 바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겉으로는 티내지 않으며 순순히 대답했다.


[내일 오후 2시.]

“왜 데이지를 데려가는 거고?”

[이유를 말해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 곧장 덧붙였다.


[윌리엄을 배신한 인간인데, 굳이 지켜줄 이유도 없어.]


가장 먼저, 로단은 베브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넌 그걸 어떻게 안거고?”


그러자 그는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렸다.


[이제는 좀 익숙해져.]


딩스의 주된 업무는 암살과 정보수집이었다. 그만큼 눈치가 빨랐다.


일단 로단이 데이지에게 그 폭죽을 보여주자 그녀의 행동이 바뀌었고, 루카스는 매번 이준에게 데이지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게다가 루카스는 딱히 그녀가 그의 전 전달자인 것을 숨기지도 않았다.


나머지는 로단과 루카스의 평소 대화를 들으며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브의 간결한 대답을 들은 로단은 저 뻔뻔한 태도가 어이없었다. 그건 베브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로단도 꽤 뻔뻔하니까. 그 두 사람의 차이점은, 베브는 어쨌든 로단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 오후 12시가 되기 전에 다시 한 번 연락해.”


그래서 베브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보지.]


이내 연결이 끊긴 후, 로단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왜 그 문도는 우리를 도우려고 하는 거지.


최대한 많은 정보가 절실했다. 그런데 데이지는 루카스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적어도, 그 일에 대해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루카스와 먼저 얘기해봐야 했다. 다행히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로단은 바로 루카스에게로 연결했다. 이제는 시엘로팀이 ENM 주변의 신호를 장악한 덕에 도청당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루카스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로단의 설명을 말없이 듣고 있던 그가 그 문도의 생김새를 묻고,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다 단호하게 대답했다.


[조건을 받아들이세요.]


한동안 데이지의 행방에 안절부절못하던 사람치고는, 이상하리만큼 담백한 답이다. 오히려 반대로 의아해진 로단이 물었다.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그렇지요. 하지만 만약 그녀가 아셀을 떠나길 원한다면,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에요. 분명 이유가 있어서 그의 곁에 남아있는 것일 테죠.]


우울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로단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설득하진 않았다.


루카스의 선택을 존중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그들의 목적을 위해 희생시킨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특히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도. 오직 데이지 한 사람 때문에, 이런 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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