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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파의 서재입니다.

허균의 슬기로운 조선 혁명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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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4 13:14
최근연재일 :
2024.09.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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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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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글자
14쪽

7화. 우 우 풍문으로 들었소~

DUMMY

7화. 우 우 풍문으로 들었소~




경복궁의 서문(西門)인 영추문(迎秋門).

나는 이 앞에서 형님과 헤어졌다.


“절대 주상의 용안을······.”

“똑바로 바라보면 안 되겠죠. 알고 있습니다,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얀 녀석 같으니라고. 알겠다.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끝나면 다시 이쪽으로 나오거라.”


왜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으로 들어가지 않느냐고?

거긴 주로 공식 행사나 큰 의식이 있을 때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중국의 사신이 온다거나 왕이 행차할 때 같은 경우.


반면 이곳 영추문은 주로 문무백관들이 이용하는 곳인데, 지금은 관료들의 출근 시간이 끝난 무렵이라 그런지 사람의 발길이 뜸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운 기분.

나는 들뜬 마음을 애써 누른 채 왕의 심복인 상선(尙膳) 영감을 따라 경복궁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째 나를 이끄는 곳이 편전인 사정전(思政殿)이 아니라 그 왼쪽에 붙어있는 보조 전각인 천추전(千秋殿)이다.


아. 벌써 11월이로구나.

사정전은 봄과 여름에 주로 사용되고 가을과 겨울에는 천추전. 혹은 오른쪽에 있는 만춘전(萬春殿)을 사용한다.

아무튼 천추전 역시 편전. 그러니까 왕의 집무실이다.

혹여나 근정전(勤政殿)으로 날 불러들여 조정의 모든 신하들 앞에서 날 시험케 했다면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다소간 긴장이 되었을 텐데, 이러면 조금 안심이다.

상선 영감은 심드렁한 얼굴로 내게 손짓했다.


“드시지요.”


안으로 들어서자, 옥좌 위에 한 명의 사내가 앉아 있다.

오오. 저 사람이 조선 최초의 방계 왕족 출신 국왕인 선조, 이연이로구나.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라 괜히 손발이 떨려온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즉시 고개를 숙여 예를 차렸다.

얼굴을 봤다는 이유로 목이 잘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뗐다.


“가까이 오너라.”

“네, 전하.”

“여기까지 오는 길은 어떠했는가. 어린아이의 몸으로는 결코 편하지 않았을 텐데.”

“전하께서 배려해 주신 덕에 편하게 올 수 있었사옵니다.”

“하하. 듣던 대로 영특한 아이로구나. 그래. 사서삼경을 벌써 다 떼었다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사실 나는 그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이곳에 들어올 때 현판에 쓰인 글자를 보았느냐?”


응? 이건 출제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는데?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하지만 목이 잘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재빨리 이리 답했다.


“천추전이라고 적혀 있었사옵니다.”

“확실히 글자는 아는 모양이구나. 좋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천은 일천을 뜻하며, 추는 가을을 뜻합니다. 즉 천 년의 가을. 길고 오랜 세월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되옵니다.”


앗. 나도 모르게 오버했다.

입조심. 어떻게든 입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어째 다음 질문이 없다.

하염없이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는데, 뒤늦게서야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놀랍구나. 그렇다면 왜 이곳의 이름을 천추전으로 지었는지 그 뜻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젠장. 뭐라고 답하면 좋지.

괜히 맞는 말을 하면 찍힐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모르겠는데요. 방금은 뽀록인데요. 할 순 없는 법이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질문에 답한다.


“잘은 모르겠사오나, 오랫동안 바른 정치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 아닐까 하옵니다, 전하.”

“과연. 언변은 합격이로구나. 서예 솜씨도 보고 싶은데, 천추문을 한 번 써보겠느냐?”


그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딱히 어려운 한자도 아니고.

게다가 망령공에게 받은 그의 서예 실력도 있다.

나는 즉시 도화지 위로 천추문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걸 받아본 선조는 껄껄거리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하하. 실로 개성 넘치는 서체가 아닌가. 과연 천재가 틀림없도다!”


띠링. 허균은 선조의 관심 사병을 등록되었습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16세기 경복궁을 직접 둘러보면서 긴장의 끈이 풀어진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


선조는 아이가 퍽 마음에 들었다.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자기를 보자마자 푹 고개를 숙인 점도 귀엽고,

글씨를 써보라고 시키자 아주 개성 넘치는 서체를 뽐냈으며,

엉뚱한 질문을 던졌음에도 일말의 주저 없이 바로 명답을 꺼내 보인 점이 특히 그러했다.


‘허엽의 아이들이 각자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과장된 말이 아니었군.’


선조는 빙그레 웃으며 아이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강릉에 거주하고 있다지?”

“그러하옵니다, 전하.”

“그래. 그곳의 실상은 어떠한가? 백성들은 안심하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느냐?”

“네, 전하. 전하의 하늘 같은 은혜 덕에 만 백성이 배고픔 없이 하루를 지내고 있사옵니다.”

“하하.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하는구나. 그런 건 누구한테 배웠을꼬? 너의 스승이 누구더냐?”

“손곡 이달이라고 하옵니다.”

“손곡 이달이라. 한 번도 듣지 못한 자로구나. 하지만 분명 뛰어난 자겠지. 너 같은 아이를 이리 길러낸 걸 보면 말이다.”


선조는 그밖에 이러저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아이를 통해 강원도의 실태를 파악해 나갔다.


‘강원도관찰사가 말한 사실과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이는군.’


그는 만족했다는 표정을 짓고는 아이를 향해 물었다.


“혹시 내가 들어주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면 한 번 말해보거라.”

“소, 소원 말입니까?”

“그렇다. 논란이 가지 않은 선에서 무엇이든 들어주마.”


아이는 한참 고민하는 듯싶더니 상상하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겐 올해 12살의 누이가 한 명 있사옵니다.”

“해서?”

“만약 주상께서 제 누이의 신랑감을 찾아주신다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옵니다, 전하.”

“허허. 나보고 직접 중매를 서란 말이렷다?”

“주,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아이는 대뜸 바닥에 머리를 쿵 하고 찧더니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선조는 괜찮냐며 친히 아이를 일으켜주었다.

아이의 이마는 새파랗게 피멍이 들어있다.

결코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일 터.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운 아빠 미소가 지어진다.


“누이에 대한 너의 정성이 갸륵하구나. 영민한 네가 이런 말을 꺼냈다는 건 분명 신랑감으로 점찍은 자가 있다는 뜻이겠지. 그 사람이 누구더냐?”


아이는 잠시 주저하는 것 같더니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의 이름을 꺼냈다.

그게 누구지?


#


왕과의 독대를 끝낸 나는 혹이 난 이마를 어루만지며 등을 돌려 천추전을 바라봤다.

눈물이 핑 나올 만큼 맨땅에 헤딩을 했으니 이만하면 선조도 충분히 속았을 터.


‘괜찮겠지? 그래. 괜찮을 거야. 내가 무리한 이야기를 꺼낸 것도 아니잖아?’


조선시대 왕이 직접 중매에 나선 경우는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조인데, 그는 가난한 백성들이 혼인하지 못해 혼자 늙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이가 찼으나 돈이 없어 혼인하지 못한 한양 백성들은 전수 조사하고는 그들에게 혼인 비용을 대신 지불했다.


그럼에도 예외는 있는 법.

28세의 노총각과 21세의 노처녀가 결혼하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노총각은 약혼했지만, 상대 쪽 여성이 남성 쪽 집안이 별 볼 일 없다는 이유로 결국 파혼당했고, 노처녀 또한 어떤 남성과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남성은 그녀를 배반하고 다른 여성과 혼인하고 말았으니까.

남녀의 일이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예측이 불허한 일이다.


이런 둘의 딱한 사연을 듣게 된 정조는 어떻게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신하들은 고심 끝에 둘을 결혼시키면 어떠냐는 제안을 꺼냈다.

선조는 이에 옳다구나! 하며 결혼 비용 일체를 국고에서 지원해 주며 둘은 행복한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지어낸 이야기냐고?

아니다. <김신부부전(金申夫婦傳)>이라고 해서 아정유고(雅亭遺稿)에 실제로 실려있는 이야기다.


아무튼 내가 신랑감으로 추천한 인물은 장현광이었다.

그래. 현재 경북 인동에서 우주요괄첩(宇宙要括帖)이라고 해서 그 이름도 오묘한 책을 쓰며 유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유생 말이다.

지금쯤이면 슬슬 지역에선 이름을 날리고 있을 텐데, 선조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를 조사하고선 괜찮은 사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터.


‘죄송합니다, 누이. 하지만 저도 어쩔 수 없었단 말이죠.’


누이가 그를 마음에 들어 할 지 안 할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김성립과의 혼인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영추문 앞이다.

가이드를 자처했던 상선 영감이 사라지자, 형님이 어땠냐며 호들갑을 떨어댄다.

그는 내 이마에 난 피멍을 확인하고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 이마가 왜 그런 것이냐? 무언가 전하께 실수라도 한 건?”

“아무 일 없었습니다, 형님. 고정하세요.”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 정말 아무 일 없었던 거였어? 그런데 이마는 왜?”

“오다가 실수로 넘어졌습니다.”

“사내 대장부란 녀석이 칠칠치 못하게. 휴. 나는 오늘 이 일 때문에 옥당(玉堂, 홍문관의 별칭)에 출근하지도 못했는데, 너는 이 형의 심정을 절대 모를 것이다.”


홍문관은 집현전의 후신으로 국왕의 각종 자문에 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형은 그중에서도 부수찬. 그러니까 경영 참여와 실록 편찬 등을 하고 있는데, 종6품이라곤 하지만 나름 요직 중의 요직.

얼마 전에는 명나라에 파견되는 수행사신으로도 활약하였으니, 앞으로 출셋길이 뻥 뚫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율곡 이이만 건드리지 않으면 별문제 없을 텐데 말이지.’


그는 이이를 탄핵했다가 송응개, 박근원과 더불어 동시에 유배됐다.

괜히 서인을 공격한답시고, 서인의 대표주자이자 많은 유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이를 공격했다가 역관광을 당하고 만 것.

나는 슬쩍 그에게 이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형님.”

“왜?”

“형님은 율곡 선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생뚱맞은 말이냐?”

“그냥 궁금해서요.”


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학문적 깊이만큼은 존경할 만한 분이지.”

“그런데요?”

“하지만 아버님과는 그다지 친하다고 할 순 없지. 그런데 갑자기 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냐? 일곱 살밖에 안 먹은 놈이 주상의 용안을 뵈었다고 우쭐거리기는.”


그는 내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치고는 말없이 앞을 향해 걸었다.

형님. 이이만큼은 안 됩니다.

괜히 벌집을 건드리지 말자고요.

그럼, 우리 모두 죽어요. 네?


휴.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긴 시간을 들여 천천히 주입시킬 수 밖에 없겠지.

그런데 그게 될까?

곧 있으면 동서 분당이 일어나면서 아버님은 동인의 우두머리로.

이이는 서인의 우두머리로 활약하게 될 텐데 말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


그날 저녁.

형님의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버지가 찾아와서는 다짜고짜 내 목을 조른다.


“이, 이 요망한 것이 주상께 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이야!!”


커어억.

아, 아버님.

이 손 좀 놓고······.


다행히 오늘 하루 강제 휴가를 낸 형님이 집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요단강을 건널 뻔했다.

내가 무슨 사도세자도 아니고, 정말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아버님은 숨을 헐떡거리며 한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후우. 정말 내가 널 어찌 키웠는데······.”


아니 왜요. 나이 일곱에 사서삼경까지 다 떼고, 임금님까지 뵈었는데, 이만하면 어디 가서 절대 꿀리지 않은 자랑스러운 아들자식 아닙니까.

형수가 건넨 냉수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켠 아버님은 나를 찢어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노려봤다.


“왜 전하의 앞에서 쓸데없이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이더냐! 장현광이 대체 누구야!”


고정하시지요, 아버님.

매형······아니, 곧 매형이 될 그 분은 일생을 학문과 교육에 종사하며 수많은 유학자를 길러낼 대학자로 성장하시게 될 겁니다.

임진왜란 때도 어찌어찌 잘 피신하여 왜놈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으셨고, 이후 중앙 정치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으니, 공작에 엮일 일도 없겠죠.

이렇게나 편안한 노후를 보내신 분이 대체 얼마나 있겠습니까.


물론 이걸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일 뿐, 아직 그는 별 볼 일 없는 유생에 불과하니까.

대신 나는 이 한마디로 아버님을 제압할 수 있었다.


“제가 전해 듣기로는 경북 인동에 여헌(旅軒, 장현광의 호)이라는 젊은 유생이 있는데 인품이 훌륭하고, 학문의 깊이가 그렇게 뛰어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 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누이의 신랑감이라면 응당 그와 같은 자가 맞겠지요.”

“그,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게야?”

“소자에게도 귀가 있고, 눈이 있습니다. 저 역시 유학을 생으로 삼았으니 평소 늘 귀를 열어 놓고 어디에 좋은 벗과 선생이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우 우 풍문으로 들었소~ 내 마음은 서러워 나는 울고 말았네~

당장이라도 노래 한 곡조 뽑고 싶은 기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버님은 휙 하니 형을 돌아보고선,


“너는 그자에 대해 혹 들은 게 있느냐?”

“없, 없습니다, 아버님.”


없을 수밖에. 그는 이제 고작 약관(弱冠). 그러니까 스무 살에 불과한 재야의 신예다.

류성룡 등이 그의 비범함을 눈치채고 천거하는 일도 한참 뒤의 이야기.

이것이야말로 나밖에 모르는 숨겨진 고급 인력풀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나는 단호한 태도로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 제 이야기를 믿지 못하시겠다만, 아버님께서 직접 그자를 부르시는 게 어떠십니까? 한양으로 불러 아버님의 눈으로 확인해 보신다면 소자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될 것입니다.”

“이, 이놈이 기어코. 끄윽.”

“아, 아버님!”


아버님이 뒷 목을 잡고 쓰러진다.

형과 형수가 양옆에서 그를 부축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지만,

괜찮다. 아버님은 아직 노환으로 돌아가실 때가 아니니까.


두고 보시죠. 이 일을 계기로 제가 기필코 허씨 가문을 멸문당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일단은 누이가 첫 번째 타깃입니다.


작가의말

정조뿐만 아니라 성종과 영조도 형편상 혼인하지 못한 자들을 나라에서 직접 구휼하라며 혼인장려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결혼하지 않는다는 건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그건 곧 경제력과 국방력의 저하로도 직결되니까요. 독신으로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조선시대였습니다.


한편, 이이와 허엽의 악연은 생각보다 오래되었습니다. 선조가 노수신에게 현사(賢士)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노수신은 이이와 허엽을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선조는 이이를 마음에 들어 했고, 허엽은 오활(사리에 어둡다)하다며 꺼렸죠. 또한 이이는 허엽에 대해 의논도 잘 못하고, 글도 잘 모른다며 비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황이 실제로 했던 말인 "허엽이 학문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착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라는 표현을 수시로 인용하면서 말이죠. 허엽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허엽은 이이의 글에 대해 이론에 모순이 많고, 문의(文義)에 어둡다며 혹평했습니다. 학문이라는 것은 대중을 교화하는 게 우선인데 방 안에 들어앉아 이기(理氣) 싸움만 벌이는 이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죠. 그러니 두 사람은 원수지간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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