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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파의 서재입니다.

허균의 슬기로운 조선 혁명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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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하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4 13:14
최근연재일 :
2024.09.1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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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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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0화. 허허. 전쟁이라니. 무서운 말을 하는구나

DUMMY

20화. 허허. 전쟁이라니. 무서운 말을 하는구나




허준을 생각한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허준은 지금 내의원 첨정(內醫院 僉正)으로 있을 것이다. 이미 명의로서 이름이 높으니, 그가 지방으로 내려와 아버님을 진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겠지>


그렇다.

그는 부른다고 해서 여기까지 내려올 떠돌이 의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임금을 진료하는 어의(御醫).

고민 끝에 나는 이런 말을 꺼냈다.


“제가 알기로는 신하의 병이 심각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금이 내의원 의원을 신하에게 보내 병을 치료하게 한 일이 있었거든요. 가능하지 않을까요?”

<가능은 하겠다마는 아버님은 주상께 밉보인 데다, 설령 의원을 보내주신다고 하더라도 허준 정도의 의원을 보내주긴 어렵겠지. 첨정은 내의원 안에서도 이인자에 해당하는 고위직일세>

“그건 원래 역사의 기록이고요. 지금은 병역을 잘 관리한다고 해서 얼마 전에는 포상으로 노비까지 받았잖아요? 허준을 콕 집어서 보내달라고 하면 어떻게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그러고 보니 최근 이정이 석양군에 봉해지지 않았나.

그만큼이나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단 뜻일 터.


“이정에게 부탁해서 왕에게 허준을 보내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정이라. 지금의 그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하여 그 즉시 이정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서 보냈다.

아버님이 위독한데 지방 의원들은 죄다 돌팔이뿐이라 병의 원인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근무지인 이곳을 비울 수도 없고, 한양에서 이름난 의원을 불러오자니 민심이 동요될까 봐 겁이 난다.

아버님은 경상도관찰사신데 한양의 의원을 불렀다는 소문이 나면 이곳 사람들이 자신들을 무시한다며 아버님을 미워하지 않겠느냐.

혹시 괜찮다면 내의원 첨정인 허준을 이곳으로 보내달라고 왕을 설득해 줄 수 있겠나.

듣자 하니 허준의 의술이 뛰어나 아픈 사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고 하더라.

구구절절 이어진 하소연.


과연 이정은 왕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가 임금의 총애를 받는 건 맞지만, 허준 같은 어의를 내려보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러나 이정은 그가 왜 요즘 왕의 오른팔이라고 불리는지 유감 없이 이를 증명해 냈다.

오래지 않아 허준이 비밀리에 이곳에 내려왔던 것이다.


쨍그랑.


아버님과 함께 저녁 밥을 먹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허준을 보고는 아버님이 수저를 떨어뜨리셨다.


“아니 자네는 어의인 허준이 아닌가! 이 시각에 자네가 여긴 무슨 일인가?”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르신.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고요?”

“응?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내가 어딜 불편하다는 게야?”


허엽의 반문에 황당한 표정을 금치 못하는 허준.

허준이라고 하면 연예인 모 씨의 얼굴부터 떠올랐지만, 당연하게도 그는 허준과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온화하면서도 단호한 인상이야. 오랜 세월 학문과 의료에 몰두한 흔적이겠지.’


눈빛은 깊고 차분하며, 코는 오뚝하고 곧으며, 수염은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는 게 진중하고도 따뜻한 그의 성품을 드러내는 듯하다.

나는 더 이상의 오해가 깊어지지 않도록 중재에 나섰다.


“그를 부른 건 다름 아닌 접니다, 아버님.”

“뭐라? 네가 어떻게 어의를 이곳으로 부를 수 있었다는 말이냐?”


나는 짐짓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님께서 이전에 비해 부쩍 몸이 부으신 데다가 피부병도 심해지시고, 기침을 지속하고 계신 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허허. 나이가 들면 당연히 그런 것을.”

“아닙니다. 제가 의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아버님의 병세가 가볍지 않다는 것쯤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제자이자 벗인 석양군에게 슬쩍 편지를 보내 한양에서 가장 뛰어난 의원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이렇게 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아버님과 허준은 둘 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 입장에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나, 죽겠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뜬금없이 어의가 찾아왔으니 기가 찰 노릇이고,

허준 입장에선 위독한 환자가 있다고 해서 왕명에 따라 급히 이곳, 상주까지 내려왔는데, 그의 상태가 생각보단 위독하지 않은 데다가 본인은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으니 내심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허준은 이미 우리 집안과 잘 아는 사이였는지 오히려 잘되었다며 천천히 입을 뗐다.


“전부터 어르신께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수암(守菴, 박지화의 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건 모두 어르신 덕분이었죠. 전하께서는 어르신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저를 파견하실 정도로 어르신의 상태를 걱정하셨습니다.”

“전하께서 말이더냐?”

“네. 그게 아니면 어떻게 내의원 사람인 제가 이곳에 내려올 수 있었겠습니까.”

“아아. 성은이 망극하온지고.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한단 말인가.”


아버님은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대성통곡하셨다.

임금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난지 오래라고 생각했는데, 어의까지 보내 자신을 진료하도록 했다는 부분에서 울컥하신 모양이다.

정말 이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이란 이해하기 어렵단 말이지.

왕 그까짓 게 뭐라고.


아무튼 두 사람은 각자 적당히 상황을 납득한 것 같다.

서로 좋게 좋게 생각하면 나로서야 편하고 좋지 뭐.


대화가 끝나자마자 허준은 곧바로 진료를 시작했다.

맥을 짚는 손끝이 떨리며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힌다.

뭐지? 위중한 병인가?

나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흐음. 비위의 맥이 상당히 약합니다. 혹시 요즘 들어 가슴이 답답하거나, 기침이 지속되는 증상이 있으셨는지요.”


아버님은 그게 맞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네! 가슴이 답답하고 기침이 끊이지 않았네. 정말 내 증상을 정확히 짚는구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의 병은 습담증(濕痰症)이라고 해서 체내의 습기가 담과 결합하여 기도가 막히고 가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호흡기가 불편하니 여러모로 생활하기 힘드셨겠죠. 눈 밑이 푸르스름하고, 피부에 뾰루지가 많이 난 것만 봐도 대표적인 습담 증상입니다.”

“고칠 수 있는 병인가?”


아버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 질문 속엔 단순히 병에 대한 불안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쌓인 두려움과 절망이 담겨 있는 듯했다.

허준은 그걸 알아챈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예, 어르신. 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대로 두신다면 병이 깊어질 우려가 있으니 꼭 제 말대로 치료해 주십시오. 습담이란 체액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 병입니다. 그 자체로 위험한 건 아니오나 다른 질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병의 근원이기도 하죠.”

“만병의 근원이라니!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나?”

“따로 약을 지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충분할 것입니다.”


허준은 그 말을 끝으로 아버님의 방을 떠나려 했다.

혼자 심각한 척은 다 하고선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나는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혹시 영양과 관련된 문제는 없을까요?”

“영양?”

“네. 예를 들면 찬물이나 면분(麵粉, 밀가루)으로 된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거나 맛이 강한 음식이나 술을 자주 마시면 안 좋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허준은 내 말에 관심을 보였다.


“허허. 그런 음식들은 소화 과정이 길어 체내에 노폐물을 오래 남기는 게 사실이긴 하다. 또한 불규칙한 식사나 폭식, 그리고 음주 또한 비장의 기능을 떨어뜨리는데······자네, 이런 지식을 어디서 들었는가? 일반인은 잘 알기 어려운 내용인데, 혹시 특별히 배운 적이 있나?”


그거야 미래의 의사들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었으니까.

밀가루 음식 NO. 폭식과 음주도 NO. 풀만 먹고 살아라.


‘어느 병원을 가든 의사가 그런 말을 했으니까 적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


허준은 내 말이 맞다며 식습관을 개선하는 한편, 평소 반신욕이나 좌욕 같은 걸 해줘도 좋다는 말을 추가로 덧붙였다.


“아드님 말씀이 맞습니다. 좋은 아드님을 두셨군요.”

“하하. 우리 가문의 자랑일세.”

“분명 장래에 좋은 인재로 자라나 주겠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르신.”

“그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네. 당장 떠나는 겐가?”


허준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약이 나올 때까지는 며칠 더 대기할 예정입니다.”

“그렇군. 자네가 고생이 많네.”


허준이 아버님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방을 떠나려 하자, 나는 그의 등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도 종종 뵙기를 희망하겠습니다.”


허준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단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는 참으로 특이한 젊은이로군.”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방 밖을 바라보았다.


‘선생께서 싫으셔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떻게 잡은 인연인데, 이걸 일회성으로만 소모하고 끝낼 생각은 없다.


‘선생께선 앞으로도 저와 저희 가족의 전담의를 해주셔야 할 테니 말이죠.’


그나저나 엄청 큰 병인 줄 알았더니 습담증이라고 해서 한숨 돌렸다.

만약 암과 같은 병이었다면 허준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못 고칠 병 아닌가.

하긴, 이 시대 사람들은 조그만 피부병에도 생사가 오락가락했는데, 습담증이라고 하면 나름 중한 병일 지도 모르겠다.

허준의 말처럼 그게 원인이 되어 다른 질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니 내가 아버님의 곁에서 잘 보살펴 드리는 게 중요하겠지.

아버님. 꼭 만수무강하셔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시는 겁니다.

손자손녀는 보고 가셔야 할 거 아닙니까. 형들 자식 말고, 제 자식이요.


#


허준이 떠나고 한 달 뒤.

명의가 만들어 준 약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아버님의 혈색이 놀랍도록 좋아진 것이다.

피부도 깨끗해지고, 몸의 부기도 빠졌으며, 기침도 크게 줄어든 게 입가에 함박웃음이 떠날 기미가 없다.


“허허. 젊은 시절로 회춘한 것 같구나. 과연 명의로다.”


아버님도 기운을 되찾으신 것 같으니, 이쯤에서 두 번째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게 좋겠지.

나는 슬쩍 아버님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아버님께서 건강을 되찾으셨으니 다행입니다. 이제 나라를 지키기 위한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하여 제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구나. 편히 말해 보거라.”


이제는 내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이시는 아버님.

나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병기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님의 올바른 통치하에 충분한 병력이 모였고, 축성 또한 부지런히 진행 중입니다. 하오나.”

“하오나?”

“병기가 문제입니다. 예부터 무기가 없는 병사는 아무리 그 수가 많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법이었죠.”

“허허. 전쟁이라니. 무서운 말을 하는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임진왜란이 일어나면 전 국토의 3분의 1이 유실되어 황폐해지는 건 물론.

병사 7만 명과 백성 15만 명이 죽고, 10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포로로 끌려가게 된다.

당시 조선의 인구가 1,000만도 채 되지 않을 시기였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피해.


“소자가 듣자 하니 경상 좌병사(左兵使, 병마절도사의 약칭) 김지(金墀)라는 자가 재미있는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또 어디서 들은 소식인고?”


대외비입니다, 아버님.

미래 지식이니까요.

미래에는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죽은 지식이었지만, 이게 과거로 내려오니 참 요긴하게 쓰인단 말이지.

물론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순 없다.


“도내 소식이면 죄다 이곳으로 물려오니 듣기 싫어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관찰사인 나도 모르는 소식이거늘. 허허. 실로 귀가 밝은 아이란 말이지.”

“소자, 그가 만들고 있다는 무기에 흥미가 있사온데, 혹시 그를 이곳으로 불러주실 순 없을까요?”

“병사 김지라. 내 한번 기회를 만들어 보마.”


아버님은 경상도관찰사 겸 병마수군절도사.

그럼에도 실제적인 지위는 관찰사에 더 가까웠는데, 경상좌병사와 경상우병사가 따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도지사 겸 지방 군사령관인데, 군단장도 따로 있는 격.

물론 관찰사가 절도사보다는 더 상급직이다.

그런 영향으로 아버님의 소환에 응한 김지가 이내 감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영백(嶺伯, 경상도관찰사의 이칭).”

“잘 와주었네. 자네가 요즘 재미난 무기를 만들고 있다지?”

“허.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었습니다만.”

“여기 있는 내 막내아들에게 들었다네.”


김지는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키는 작지만, 딱 봐도 공돌이스럽달까?

이과 지식으로 똘똘 뭉친 개발자로 보였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뗐다.


“영백의 자녀가 내겐 무슨 용무인가?”


초면임에도 불구. 냅다 돌직구를 던졌다.


“혹 만들고 계신 무기가 일종의 개인화기 아닌가요? 그러니까 화포를 작은 크기로 줄인?”


김지가 깜짝 놀란 얼굴로 반문한다.


“그걸 어찌 알았나?”


나는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대신 그에게 며칠 전 미리 준비한 그림을 보여줬다.


“이건?”

“조총(鳥銃)이라고 해서 구라파(歐羅巴)에서 쓰고 있는 무기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동가류(寶東家流, 포르투갈)와 친해진 왜구들도 이 무기를 주력으로 쓰고 있다고 하더군요.”

“왜구들이?”


금시초문이란 표정을 짓는 김지.

그럴 테지.


‘이 당시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자가 있으면 얼마나 있겠어. 조총은커녕 일본의 정세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지.’


절로 한숨이 나온다.

김지는 내가 그린 조총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며 흥미롭단 듯 두 눈을 반짝였다.


“이런 게 진짜 있는 무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개발하고 있는 것과는 생김새가 많이 다르군. 혹시 내부는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 그려줄 수 있겠나?”


죄송하지만, 저는 사학도지 개발자가 아니거든요.

그걸 그릴 줄 알면 제가 혼자 개발했지, 왜 당신을 여기로 불렀겠습니까.


“작동 원리나 내부 구조는 모릅니다. 하지만, 구라파에서는 이 무기가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실존하는 무기이니 병사께서 연구하시면 충분히 재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걸 알려준 자가 있을 것 아닌가? 그자에게 물어본다면······”

“그 이상은 저도 자세히 알려드리기 힘듭니다. 사정이란 게 있어서 말이죠.”


김지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역시 실물이 없으면 자체 개발은 어렵나?’


김지가 개발하고 있는 승자총통(勝字銃筒)도 물론 위력적인 화기지만, 조총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조총의 사거리는 승자총통에 비해 2~3배 이상 긴 데다 명중률 또한 높으니까.

게다가 승자총통은 산탄 방식이라 근거리에서는 이보다 더 막강한 무기가 없지만, 장거리에 적합한 무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 일본을 방문하여 조총을 가져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애매하네, 이거.’


이 무기 하나가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것 참 난감하기만 하다.

그렇게 1576년이 지나가고 1577년이 찾아왔다.

벌써 선조 10년.

그런데 이게 웬걸?

때마침 서양의 상선이 표류하여 제주도에 난파했단 소식이 들려왔다.


‘이 무렵이면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해상 무역을 독점하고 있을 때니 분명 스페인 아니면 포르투갈 상선 중 하나겠지. 럭키!’


이런 게 천운이라는 걸까?

유럽 상인이라면 당연히 조총 한두 자루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터.


‘지금 조총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우리 군의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겠지.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주신 기회다!’


나는 즉시 아버님의 허락을 받고 한양으로 떠났다.

조총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의말

조선에 상륙한 서양인에 관한 국내 최초의 기록은 1582년(선조 15년) 포르투갈인으로 추정되는 마리이(馬里伊)가 제주도에 표착(漂着)하여 한양으로 압송되었다가 곧 명나라로 이송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양문헌에 따르면 1577년 마카오를 떠나 일본으로 항해하다 조선에 표류한 포르투갈 사람 도밍고스 몬테이루 선장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영국 역사가 찰스 복서가 ‘포르투갈 해양제국’이라는 책에서 이에 대해 소개하고 있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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