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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5 18:2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29,489
추천수 :
4,724
글자수 :
374,240

작성
24.05.09 18:20
조회
6,035
추천
114
글자
11쪽

제7화

DUMMY

다음 날, 오전 일과를 마무리한 백천은 침상에 누워 ‘미니맵’을 다시금 켜보았다.


띠딩!


나타난 미니맵의 백천 주위에 큰 글씨로 ‘호북성’이라 쓰여 있었고, 검은 색으로 가려진 좌측 상단 부근에 ‘형문산’이란 큰 글씨가 보였다.


백천은 이전 캐릭터를 할 당시, 기억을 더듬어봤다.


‘호북성이라··· 여기도 ‘임무’하러 꽤 왔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했던 게 뭐 있더라. 음··· 토룡채 산적 토벌 임무랑 백발귀마 동혈 임무랑 또···’


한참을 호북성에서 수행했던 임무를 떠올리던 백천은 갑자기 든 생각에 깜짝 놀랐다.


‘잠깐··· 왜 임무가 다 정확히 기억나는 거지?’


백천은 얼떨떨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 듯 했다.


문득 떠올려봤는데 머릿속에 호북성에서 수행했던 수십 가지의 모든 임무들이 아주 세세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임무’ 메뉴를 누르면 아무 때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자세히 본 적도 없었다.


한데 그 모든 게 전부 기억나다니!


‘뭐야? 내가 천재라도 된 거야?’


백천은 이것이 ‘지혜+100’이라는 능력치의 효용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원래 그리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던 자신이 그걸 다 기억할 리가 없었다.


그 충격적인 사실에 얼떨떨하면서도 백천은 퍼뜩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랐다.


‘잠깐? 이거 이러면 임무 메뉴 활성화 없이도 수행 가능한 거 아냐? 튜토리얼도 그냥 조건 만족되면 막 뜨듯이?’


백천은 그런 생각이 들자 만렙과 생사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이전 캐릭터를 할 당시, 백천이 최초로 만렙을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임무’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런 ‘임무’를 메뉴가 활성화되지 않아도 수행이 가능하다면 어쩌면 스무 살이 되기 전이라도 만렙 달성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일단 기회가 되면 주변 임무를 찾아 나서서 보자! 여기서 제일 가까운 게, 아마···’


백천이 그런 상념을 하고 있을 때, 문득 귓가로 아이들의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백천과 함께 보육동에서 자란 아이들이었다.


“백쩐!”


동천이란 이름의 그 NPC 꼬마는 아직 말이 서투른 혀 짧은 소리로 백천을 불러 세웠다.


“응. 왜?”


백천은 침상에 걸터앉은 채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직 꼬맹이들인 탓에 이 보육동 동기 NPC들은 정말 시답지도 않은 소리들을 시도때도 없이 돌아가며 찾아와 재잘재잘 해댔다.


그렇기에 백천은 마치 육아에 지친 가장의 표정이 되어 기계적으로 대꾸할 때가 많았다.


“오눌 우리 뭐 알려쮼때!”


“응? 뭘 알려주는데?”


“무꽁!”


그 말에 백천이 놀라 반색했다.


“뭐? 진짜? 무공 알려준대?”


“웅!”


‘오! 드디어 새로운 무공을 배우는 건가’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백천은 기대감을 품고서 아이들을 이끌고 보육동 정원 옆 연무장으로 향했다.


* * *


연무장에는 황색 두건을 쓴 젊은 무인이 서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이류 무인을 뜻하는 회색 글씨로 ‘오경’이란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름에 유저를 뜻하는 [ ] 표시가 없는 것이 그도 NPC인 모양이었다.


백천은 오경이란 눈앞의 무인을 바라보며 속으로 ‘인물정보’라고 외쳤다.


그러자 시스템 알림음과 함께 인물정보가 허공에 나타났다.


띠딩!


<시스템 알림 : 인물정보를 열람합니다.

- 이름 : 오경

- 나이 : 32세

- 별호 : 파운검(派雲劍)

- 경지 : 이류 무인

- 소속 : 선천무관

- 레벨 : 45

- 공력 : 20년

- 개요 : 호북성 빈민가에서 태어나 갓난아기일 때 선천무관에 팔려와···>


‘이류에 45레벨? 에이~ 쪼렙이네! 근데 저 사람도 보육동 출신인가 보네?’


백천은 쭉 읽어 내리다 속으로 그렇게 오경이란 NPC를 평가하곤 신기하단 표정으로 서서 그를 바라봤다.


‘보육동’ 출신으로 이류 무인까지 성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였다.


‘인물정보’를 사용하게 된 것은 얼마 전이었다.


무림세계에서 주요 NPC나 몬스터, 유저 정보를 열람하기 위한 기능이 ‘인물정보’였는데, 그동안은 보육동에서 대부분 누워만 있고 주변에 아기나 보모 NPC 밖에 없어 쓸 생각도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곳의 정보를 파악하고자 여러 NPC들을 찾아다니면서 혹시나 하여 써봤는데 다행히 사용이 가능했다.


오경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는 보육동 무공 사부 오경이라 한다. 너희에게 오늘부터 외공의 기초를 알려 줄 것이니, 부지런히 배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삼년 뒤 삼대제자로 뽑힐 확률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올라갈 테니 말이다.”


오경은 이어서 마보 자세부터 물구 나무 등의 고급 동작까지 몸을 사용하는 기본적인 자세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그는 이것을 외가십오식(外家十五式)이라 했다.


‘에이, 이건 무공이라고 부를 것도 아니네. 그냥 체조구만, 체조!’


하지만 이 외가십오식은 시스템 알림조차 뜨지 않는 것이 무급의 공법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새로운 무공을 배울 생각에 기대하던 백천은 실망감이 들었다.


오경을 따라 한번씩 해봤지만 너무 쉬워 백천에겐 식은 죽 먹기와 같았다.


하지만 백천과 달리 다른 아이들은 처음 해보는 고난이도 자세에 대부분 어려워했다.


백천은 이미 연체도인술로 몸을 만든 상태였기에 오경의 동작을 너무도 손쉽게 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아이들 중 그 동작을 이해하고 따라할 정도의 오성을 지닌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백천의 실력은 그야말로 발군이라 할 수 있었다.


“너, 이름이 뭐냐?”


자연히 오경은 눈에 띄는 실력의 백천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백천인데요?”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백천을 보며 오경은 ‘제법 재밌는 녀석이 있었네’라고 생각하곤 이어서 저자거리에서도 쉽게 구할 기본적인 권각술인 삼권오각술(三拳五脚術)을 알려줬다.


하지만 역시나 무급에도 들지 않는 것인지 시스템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이에 백천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그 두 가지를 반복적으로 익히고 단련해갔다.


* * *


그 날부터 백천의 일과에 본격적으로 수련이 추가가 되었다.


오전에 아이들과 함께 외가십오식, 삼권오각술을 수련한 후, 오후에는 허드렛일과 외원 청소를 이어갔고, 틈틈이 연체도인술과 삼재건곤기공의 수련도 계속하였다.


백천은 기회가 될 때마다 무관 밖으로 나가볼 궁리를 했으나, 외원의 정문을 지키는 무사들의 불호령에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육동의 아이들은 말 그대로 돈을 주고 갓난아기 때 사온 ‘상품’이나 다름없었기에 혹시나 달아날까봐 삼대제자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무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하고 있었다.


이를 알고 난 후 백천은 더 이상은 밖으로 나가는 일에 힘을 빼지 않았고, 오로지 수련에만 몰두하기 시작했다.


* * *


삼 년의 시간이 또 빠르게 흘러갔다.


오경은 이제 여섯 살이 된 보육동 아이들을 둘러보며 그 중 몇몇을 눈여겨 보았다.


백천을 포함한 서너명의 아이들이었다.


그 외에는 삼년이나 익혔음에도 기초적인 외가십오식과 삼권오각술의 기초 묘리도 깨우치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아이들은 삼대제자로 뽑히기 어려울 것이었다.


오경은 그 중 백천을 유심히 바라봤다.


‘저 녀석은 정말 뛰어나단 말이야! 고작 6살인데 벌써 삼류는 넘어선 것 같으니 참 대단한 녀석이야!’


오경의 감탄에 찬 눈빛을 받고 있는 백천은 식은 땀을 흘리며 천천히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펼쳐 나가고 있었다.


본래 같은 동작이라도 느리게 펼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었다.


백천이 처음부터 이렇게 느리게 연습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연체도인술을 익힌 그에겐 쉬운 동작이었기에 처음에는 곡예를 하듯 아이들의 경탄을 들으며 최대한 빠르게 하기도 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동작들 중 연체도인술과 똑같은

동작이 간혹 있음을 깨닫고 그런 동작들은 천천히 펼치며 연체도인술을 함께 수련하게 된 것이었다.


수련의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연체도인술이 3년 사이에 2성으로 승급하였기 때문이다.


2성으로 승급하자 근력과 체력이 10씩 상승하였고, 각 혈맥의 탄력이 높아지고, 뼈가 유연하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수련이 끝난 뒤에 백천은 땀으로 흠뻑 젖어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백천, 왜 일부러 느리게 해? 빨리하는 게 재밌는데.”


백천이 돌아보니 얼굴에 주근깨가 잔뜩 박혀 있는 동천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말도 서툰 어린 시절부터 백천을 졸졸 따라다녔었는데, 그래서 심심풀이로 틈날 때 마다 조금씩 수련을 봐주었더니 지금은 보육동 아이들 중 백천을 제외하곤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니게 된 녀석이었다.


백천은 답답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이 형님의 깊은 뜻을 네가 어찌 알겠냐?”


동천은 그 말에 빙글거리며 말했다.


“뭐, 효과는 있을 거 같긴 한데. 그건 너나 하지, 누가 따라 하겠어.”


“그걸 이제 알았냐?”


백천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동천 녀석과 주위에서 연습 중인 다른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이제 내일이면 삼대제자 입문식이 열릴 텐데 이 중에서 몇 녀석이나 통과할 수 있을지 몰랐다.


오늘따라 웬일로 다른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뭐야? 설마 같이 자랐다고 NPC 꼬마들이 불쌍하기라도 한 거야?’


백천은 애써 그런 생각을 하였지만, 괜히 무거운 마음에 아이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잘 따라해! 한 번만 보여줄 거야!”


마치 골목대장 마냥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말하는 백천의 그 말에 아이들은 제법 집중하며 모여들어 대답했다.


“으응!”


백천이 한 동작 한 동작 펼쳐가자, 수십여 명의 보육동 아이들이 그 동작을 뒤따라 펼치기 시작했고 저녁이 늦도록 수련은 계속되었다.


* * *


다음날이 되자, 백천은 다른 수백여 명의 아이들과 함께 돌바닥으로 된 대연무장에 모여 있었다.


백천은 삼년 동안 외원 청소를 하려 지나는 길에만 보던 대연무장에 드디어 오늘 입문을 위해 서 있으니 뭔가 감회가 남다른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개중에는 ‘보육동’에서 함께 자란 수십 명의 아이들도 있었지만, 외부에서 입문하고자 온 아이들이 더 많았다.


대부분은 사내 아이들이었고, 여자 아이들은 삼분지 일 정도나 돼 보였다.


아이들 중 외부에서 온 듯한 화려한 복색의 서너 명은 벌써 삼류 무사를 의미하는 회색의 글씨로 이름이 쓰여 있었고, 나머지는 다 삼류 이하인 평민을 나타내는 흰색 글씨로 이름이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백천은 주변을 둘러보며 살폈지만, 이번에도 찾던 것은 보이지 않아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이번에도 다 NPC 들이네. 다른 유저 찾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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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6 24.05.30 3,726 73 12쪽
27 제27화 +4 24.05.29 3,793 75 12쪽
26 제26화 +6 24.05.28 4,129 79 12쪽
25 제25화 +19 24.05.27 4,446 8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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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7 24.05.25 4,553 105 13쪽
22 제22화 +6 24.05.24 4,614 103 12쪽
21 제21화 +5 24.05.23 4,799 103 13쪽
20 제20화 +8 24.05.22 4,971 99 13쪽
19 제19화 +6 24.05.21 5,037 108 13쪽
18 제18화 +7 24.05.20 5,108 114 12쪽
17 제17화 +3 24.05.19 5,219 10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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