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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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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5 18:2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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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468
추천수 :
4,724
글자수 :
374,240

작성
24.05.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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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8
추천
79
글자
12쪽

제26화

DUMMY

아침을 깨우는 장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긴 얘기를 하느라 새벽 늦게야 잠든 탓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난 백천은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아 곤히 잠든 사형제들을 보고 방을 조용히 나섰다.


그러다 문 앞에 기대어 졸고 있는 만리신투를 발견했다.


툭툭.


손으로 건드리자 만리신투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어르신··· 기침하셨습니까?”


“아직도 어르신이에요?”


간밤에 백천은 자신이 다른 세상에서 왔고, ‘환생자’임을 만리신투를 포함하여 사부와 사형제들에게 얘기를 털어놨었다.


그렇기에 이제 백천이 소마괴 불신통이 아님을 알텐데도, 어르신이라 부르자 그렇게 물은 것이었다.


이에 만리신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어르신은 언제나 어르신이지요.”


그 말을 하면서 만리신투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소마괴든 아니든간에 사혈법으로 내 목숨을 쥐고 있는데, 어쩌겠어.’


만리신투는 뒤이어 말을 이었다.


“어르신, 계속 모시게 해주십시오.”


백천은 그런 만리신투를 무심한 눈으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이 자식··· 믿어도 될까?’


비록 격체전공으로 경지를 초절정으로 만들어 주었고, 상점에서 얻은 십삼탈혼백까지 전했지만 사혈법으로 그의 목숨줄을 쥐고 있어서이지 아직 그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제 자신이 소마괴 불신통이 아님을 알았으니 마음의 금제마저 풀린 상태, 사혈법이 아니라면 언제 떠나도 모를 자였다.


백천은 가만히 손을 들었다.


손끝에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들이 스멀스멀 오르기 시작했다.


삼장로에게 들었던 ‘환생자’임을 들켜 죽어간 검선 김선호와 도선 사이토 히데오, 권선 안드레이 카를로프의 비참한 모습이 떠올랐다.


‘환생자’임을 절대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불안 요소가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백천은 자신을 올려다보는 부복한 만리신투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동공은 불안한 기색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후···”


백천은 이윽고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손을 내리며 끌어올렸던 기운도 다시 내려 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두고 볼 겁니다.”


그 말에 만리신투는 긴장이 탁 풀려 쓰러지듯 푹 주저앉았다.


하지만 뒤이어 자신의 사혈을 두드리는 기운에 움찍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혈법을 짚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사혈법을 짚은 것에 대해 의아한 표정을 짓는 만리신투를 바라보며 백천이 소마괴 불신통의 표정을 다시금 지어보이며 음흉하게 말했다.


“흐흐. 한 달에 한번으로는 너무 불안해서요.


이제 보름에 한번 찾아오지 않으면 칠공에서 피가 터져 죽게 금제를 걸었습니다.


그러니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백천은 경악하여 딱딱하게 굳어진 만리신투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자자!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 해주실 일이 아주 많거든요. 잘 듣고 기억하세요. 먼저···”


뒤이어 백천의 지시가 이어졌고, 만리신투는 그의 지시를 잊지 않기 위해 열심히 되뇌며 머리에 새기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머리 속으론 연신 된통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소마괴 불신통이 아닌 게 맞아?’


이제는 속으로 백천이 소마괴 불신통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되어졌다.


* * *


진시가 되자, 다시금 대연무장에 수백명의 관객들이 운집하였다.


어제 있었던 수준 높은 대결에 어제보다도 더 많은 관객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누가 대표로 선발될 지 내기판까지 열릴 정도였다.


최종전에 오른 열 명의 대진은 제비 뽑기를 통해 결정되었다.


제비 뽑기를 위해 경기장 위로 올라선 소전과 사마웅은 어찌된 셈인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뭐야? 쟤네?’


백천은 그들의 달라진 기색이 어딘지 마음에 거슬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제비를 뽑았다.


백천이 뽑은 종이를 펼쳐 보니 ‘구(九)’이라 쓰여 있었다.


“이야,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딱 그 말이 맞네. 그치?”


거만한 표정의 소전이 다가와 손을 들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십(十)’이라 쓰인 종이가 들려 있었다.


“또 너냐?”


백천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막상 만나니 겁이 나나 보지?”


소전은 능글거리며 그렇게 물었다.


“너 좋을 대로 생각해라. 이따 보자고!”


백천은 더 이상 입씨름하기 귀찮아져 손을 휘휘 저으며 그렇게 대충 대답하곤, 주변을 둘러봤다.


공량은 황옥이란 여제자를, 순우창은 국위라는 남제자를 만나게 된 듯했고, 제갈혜는 고간과 대결을 펼치게 된 듯했다.


그리고 동천은 또 다시 사마웅을 만난 모양인지 둘은 다시금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동천에게 전날 호되게 당하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짓기까지 했던 사마웅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 만에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에 뭔가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소전도 그렇고 저 사마웅도 그렇고 뭐지? 이 자식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백천은 이에 문득 그런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곧 첫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경기장을 내려왔다.


* * *


첫 경기는 공량과 황옥이란 여제자의 대결이었다.


공량은 연검을 고쳐 잡다가 경기장으로 올라오는 황옥의 모습을 보고 잠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황옥은 여제자임에도 거대한 장창(長槍)을 무기로 하고 있었는데, 그런 육중한 장병기를 무기로 할 만큼 체구도 일반 성인 남성만큼 컸고 전신에 탄탄한 근육이 울끈불끈 튀어나와 있었다.


반면 공량은 호리호리한 체구에 얇은 연검을 들고 있었기에 이 둘을 바라보는 관중들은 마치 남녀가 반대로 된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런 관중석의 분위기를 느껴서 인지 공량은 괜히 사내다운 척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크흠! 소저, 이 공모 한때 학문의 길을 걸으려 했던 바, 여인에 대한 예를 모르는 자가 아니니 그대에게 먼저 세 수를 양보하겠소!”


이에 황옥은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게 무슨 개 뼈다귀 같은 소리야?”


그 말에 관중석에서 왁자지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공량은 순간 낯이 붉어졌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는 오른손의 연검을 등 뒤로 물리고,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먼저 오시지요!”


“흥! 마다할 이유가 없지! 하앗!”


파팟!


황옥은 기합성과 함께 강맹한 진각을 울리며 앞으로 쇄도해왔다.


황옥의 장창을 쥔 양팔이 무복이 터질 듯 근육이 부풀어 올랐고, 그 강한 힘이 실린 창격이 공량을 향해 연거푸 찔러졌다.


퓨퓨퓨퓻!


순간 네 번의 창격이 빠른 속도로 공량의 머리와 가슴, 배와 다리를 노리고 찔러왔다.


하지만 공량은 왼손을 가슴 앞으로 세운 채, 최소한의 움직임 만으로 창격을 모두 피해내었다.


그리곤 네 번째 창격을 빗겨내자마자, 왼손으로 강한 장세를 펼쳐 옆으로 장창을 튕겨냈다.


터엉!


그러자 위맹한 풍압이 장세에 깃들며 바람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공량은 외쳤다.


“일 초식!”


튕겨 나간 장창을 고쳐 잡으며 황옥은 침음을 삼켰다.


“크윽!”


단 한번의 격돌이었지만 공량과의 현저한 실력차를 체감하기에는 충분하였다.


하지만 황옥은 오히려 이를 악물며 더욱 전의를 불태웠다.


“흐아아앗!”


기합성과 함께 황옥은 그가 익힌 무급 팔괘창법(八卦槍法)의 절초들을 공량에게 연거푸 쏟아내었다.


마치 창이 뱀처럼 휘어지며 공량의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공량은 이제 절정에 근접한 경지에 도달하였기에 황옥이 펼쳐낸 수십 개의 허초에 현혹되지 않고, 몇 개의 실초에만 집중하여 간발의 차로 모두 피해내었다.


공량은 이와 동시에 외쳤다.


“이 초식!”


“개소리!”


황옥은 분하여 그렇게 한차례 욕을 내뱉더니, 다음 수를 펼쳐갔다.


최절초를 펼치려는지 창대에 힘을 잔뜩 주어 창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그리곤 창을 하늘 높이 쳐들더니, 반동과 함께 마치 도법의 일도양단(一刀兩斷)의 자세인 양 아래로 강하게 내려쳤다.


쉐에에엑!


이 한 수에 온 몸의 공력을 모두 쥐어짜냈는지, 세찬 풍압이 공량의 머리를 노리고 내리쳐졌다.


하지만 공량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육합권의 기수식을 취하더니, 몸을 아래로 움츠렸다가 폭발하듯 위로 주먹을 쳐올렸다.


육합권 중 용요(龍腰)라는 초식으로 1갑자에 달하는 공력이 실리자, 폭풍 같은 권풍이 하늘로 향하였다.


창격과 권풍이 격돌하자 거대한 충돌음이 들렸다.


쩌저저정!


공량은 선 채로 물러서지 않고 꼿꼿이 서있었고, 그에 반해 황옥은 반탄력으로 세 걸음이나 물러나서야 멈춰 설 수 있었다.


공량은 이어서 등뒤의 연검을 앞으로 가져오며 말했다.


“마지막 삼 초식! 자, 이제 나도 공격하겠소!”


황옥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이미 공량과의 격차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고, 이전에 펼친 한 수에 대부분의 공력을 소모하여 그럴 겨를도 없었다.


그저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손에 쥔 장창을 펼쳐갈 뿐이었다.


“하아앗!”


황옥의 장창이 다시금 하늘로 솟구쳤다 휘둘러진 회전력을 머금고 아래의 공량을 향해 내리쳐졌다.


공량은 이번에는 적수공권이 아닌 연검을 든 채, 이를 맞아갔다.


촤라라락!


연검이 현란한 움직임을 떨치며 장창을 향해 일수를 펼쳐갔다.


잠시 후!


따다다당!


놀랍게도 얇은 연검과 육중한 장창의 창촉이 부딪쳤음에도 마치 쇳덩어리가 부딪친 듯한 충돌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황옥은 양손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과 통증에 그대로 장창을 놓치고 말았다.


황옥의 양 손아귀는 모두 길게 찢어져 손바닥 전체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이를 보고 공량이 연검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끝났소. 이제 그만 포기하시오!”


“개··· 개소리 하지 마!”


하지만 황옥은 아직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그렇게 욕을 뱉어 내더니 피로 물들어 빨갛게 변한 양 주먹을 말아 쥐며 쌍권으로 공격해왔다.


이에 공량은 그 집념이 대단하다 느끼면서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기에 한 차례 예를 표한 후, 단숨에 황옥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목덜미를 칼등으로 내리쳤다.


“윽!”


풀썩!


황옥은 그대로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관중들은 황옥의 피칠갑을 한 처절한 모습에 경기가 끝났음에도 환호하지 못하고 침묵이 흘렀다.


이에 이장로 나승이 앞으로 나서며 장내를 정리했다.


“크흠! 이번 경기는 공량의 승리오! 첫 번째 대표자는 공량으로 정해졌소!”


그제서야 관중석에서 환호가 들려왔다.


“다정검객(多情劍客)!”


“다정검객 공량!”


공량은 그 별호가 제법 마음에 들었는지, 관중석을 향해 포권을 취해 보이며 인사했다.


뒤이어 황옥의 사매들이 경기장에 올라와 기절한 황옥을 업고 내려간 뒤에야 첫 경기가 정리되었다.


경기장을 내려온 공량을 향해 순우창과 동천이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놀려 댔다.


“아이고~ 다정검객 나으리!”


“소저, 이 공모가 그대에게 먼저 세 수를 양보하겠소! 우웨엑!”


동천은 공량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 내다 속이 거북했던지 토하는 시늉까지 하였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공량은 멀뚱하게 서서 사형제들이 놀려대는 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야! 공량! 너 왜 말이 없어?”


“놀려서 삐진 거야?”


그들이 그렇게 조심스레 묻자 공량이 넋 빠진 표정으로 한 곳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량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사매들에 의해 기절한 채로 업혀 가고 있는 근육질의 여제자 황옥이 있었다.


백천과 사형제들은 공량과 황옥을 번갈아 보다 공량의 눈빛의 의미를 깨닫고 입을 쩍 벌린 채 할말을 잊고 말았다.


“와··· 너 진짜··· 취향 독특하다···”


쩍 벌어진 백천과 사형제들의 입은 한참동안이나 다물어질 줄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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