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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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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5 18:2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229,510
추천수 :
4,725
글자수 :
374,240

작성
24.05.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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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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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12쪽

제27화

DUMMY

“저 아이가 간이던가?”


관주 임백상의 물음에 칠장로 고죽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이다. 관주! 저 모자란 녀석이 바로 제 아들 놈 고간이오.”


칠장로 고죽은 냉막하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제 자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남을 얘기한다 착각할 것이었다.


‘고지식한 사람 같으니··· 패자부활전 때 모습에 실망하여 저러나 본데. 사람, 참! 그래도 제 아들인데···’


관주 임백상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여제자의 모습에 이채를 띄었다.


“저 아이가 제갈혜라고 했던가?”


곁에 앉은 이장로 나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관주! 천소소의 제자로 검법을 수련하였는데, 제법 그 기초가 잘 잡혔다고 칭찬을 다 하더군요. 그 천소소가 말입니다!”


“호오! 그런가? 빈말을 잘 안 하는 천사부가 그런 얘기를 할 정도면 제법 실력이 출중한 모양이로구만. 한데··· 성이 제갈이면?”


말끝을 흐리는 관주 임백상의 물음에 이장로 나승이 관주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예, 맞습니다. 그··· 십이년 전에 패망한··· 제갈가의 방계입니다.”


“허··· 그렇구만! 그 제갈가의··· 방계라···”


관주 임백상과 이장로 나승, 칠장로 고죽의 시선을 받으며 제갈혜와 고간의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 * *


고간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표정으로 협봉검을 든 채, 제갈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기에 이전 경기처럼 섣불리 공격하지 않고, 신중하게 제갈혜의 빈틈을 살피려 했다.


‘으음···’


하지만 고간은 잠시 후, 속으로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청강 장검을 들고 선 여유로운 제갈혜의 모습에선 도무지 조그마한 빈틈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스듬하게 하단세로 검을 내리고 있었지만 그 어떤 곳도 협봉검을 찔러 넣었을 때,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간은 자신도 모르게 힐끔거리며 단상에 앉은 무표정한 아버지 고죽의 기색을 살피다, 이내 화들짝 놀라 협봉검을 든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아버지 고죽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지다 못해 한기가 풀풀 느껴질 정도로 차가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고간은 더는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이에 독하게 마음을 먹고 협봉검을 찔러갔다.


“하아앗!”


퓨퓨퓨퓻!


고간의 쇠꼬챙이처럼 날카로운 협봉검에 차가운 예기와 강한 검풍이 실렸다.


그리고 협봉검의 검로가 순식간에 제갈혜의 전신으로 닥쳐들었다.


한데 그 검로를 상대하는 제갈혜의 표정은 잠시 굳어지다가 이내 몹시 화난 표정이 되고 말았다.


협봉검의 검로가 자신의 가슴과 허벅지 그리고 하체의 은밀한 부위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무림의 상례를 크게 벗어나는 아주 무례한 한 수였다.


이에 이를 눈치챈 단상의 고수들과 관중석의 일부 고수들은 저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저, 저런 무례한 수를!”


“허허··· 여인을 상대로 어찌 저런!”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차갑게 굳어진 표정을 짓고 있던 칠장로 고죽은 반색하며 눈을 빛내곤 소리쳤다.


“갈! 강호의 승부에 있어 상례가 다 무엇인가!”


그의 사자후와 같은 쩌렁쩌렁한 일갈에 좌중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으나, 더 이상 비난하는 말들이 나오진 않았다.


그 말 또한 일리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갈혜는 다시금 마음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청강 장검으로 맞아갔다.


스으으으!


빠르고 날카로운 협봉검로에 비해 제갈혜의 검로는 느리고 평범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현기(玄氣)를 머금고 있어 느리고 단순한 움직임만으로 날카로운 협봉검의 검풍과 검로를 막아섰다.


그리고 다음 순간 협봉검에 실린 검풍을 마치 끌어당기듯 검으로 도인하였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치 자석이라도 달린 듯 제갈혜의 검로를 따라 협봉검은 예기를 잃고 그대로 쭈욱 따라오다 타앙! 소리와 함께 밖으로 튕겨 내졌다.


그 한 수의 깊이를 알아본 단상의 고수들이 탄성을 질렀다.


“이화접목(移花接木)!”


“허! 고작 약관도 되지 않아 남의 기운으로 되돌려주는 상승 무공을 펼치다니!”


특히 관주 임백상은 그 무공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낮게 침음했다.


“천지호연검법(天地浩然劍法)의 이천환일(移天换日) 초식이구나!


절전 되었던 제갈가의 절학을 저 아이가 이었구나!”


무심한 눈으로 관주의 뒤에 앉아 바라보던 두 명의 초절정의 노장로, 삼장로와 오장로 또한 이채를 띈 채 제갈혜를 바라보았다.


천지호연검법은 십년 전에 패망한 제갈세가에 방계에 전해 내려오는 인상급(人上給)의 검공으로 강호에서 보기 드문 상승의 무공이었다.


그 절초 중 하나인 이천환일은 상대의 힘을 이용한 이화접목과 비슷한 초식으로 검법에 상당한 조예가 없다면 펼치기 어려운 수법이었다.


그런 기술을 이제 약관도 되지 않은 여제자가 펼친 것이기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하늘한 흰색 무복을 입은 채, 현기 가득한 검로를 펼치는 제갈혜의 모습은 흡사 선녀(仙女)를 연상케 했다.


고간은 제갈혜의 청강 장검에 담겨있던 알 수 없는 기운에 채 부딪쳐보지도 못하고 밀려나자, 어리둥절하면서도 끈질기게 다시금 협봉검을 찔러갔다.


‘절대 질 수 없어!’


고간은 마치 백척간두에 선 듯 조급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가장 강력한 초식을 떠올림과 동시에 전신에서 끌어낼 수 있는 기운이란 기운은 모두 끌어 모아 협봉검을 펼쳐냈다.


선천의 진원진기(眞元眞氣)마저 상당히 끌어 모았는지 그의 머리위에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이 피어나고 있었다.


선천의 진기인 진원진기는 한번 소모하면 다시 되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를 수련할 수 있는 상단전 무공을 익힌다면 선천지기를 수련을 통해 다시 쌓을 수 있을 테지만, 그러한 상단전 무공은 천하에도 몇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정도의 진원진기를 담아 펼친다는 것은 사실상 동귀어진과도 필사의 한 수에 다름 없었다.


그러한 간절함이 담긴 만큼 고간의 협봉검에 실린 예기와 풍압은 거셌다.


쉐에에엑!


마치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협봉검의 검로를 따라 휘몰아쳤다.


제갈혜는 이에 다시금 이 기운을 흩어내기 위해 천지호연검법의 이천환일 초식을 펼치려고 하였다.


스으으으!


하지만 협봉검에 실린 검풍은 너무도 강맹하였다.


제갈혜는 이천환일을 펼치다 협봉검에 실린 기운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으윽!”


간신히 검을 땅에 박아 중심을 잡았으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협봉검에 실린 검풍은 아직도 다가오고 있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고간이 설마 진원진기까지 소모하여 이렇게 강맹한 공격을 펼칠 지 몰랐기에 제갈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그녀의 마음에 갈등이 일었다.


저 강력한 한 수를 막아내자면 본인 또한 일정량의 진원진기의 소모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원진기의 소모를 감수하고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포기해야 할 것인가?


고작 한 경기일 뿐이었다.


이 한 경기를 이기고자 진원진기까지 소모하여 반편이 무인이 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하지만 고간은 그런 모험을 감행하였다.


‘바보 같은 녀석! 대체 이 한 경기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진원진기까지!’


제갈혜는 속으로 고간의 어리석음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제갈세가를 다시 재건해야 해! 이 한 경기를 이기겠다고 그 꿈을 포기할 수는 없어!’


제갈혜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새 협봉검의 검풍은 코앞으로 다가와 자신의 전신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 아쉽지만 포기하자.’


그녀는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검을 거두고 패배를 외치고자 했다.


한데 그 순간 십이년 전 제갈세가가 패망하던 날, 의문의 복면인들에 의해 죽어가던 가족들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갔다.


원통한 듯 피눈물을 흘리며 채 눈을 감지 못하던 자신의 부모님과 형제들··· 그리고 수많은 제갈세가의 가족들···


승부를 포기하고 강해진들 그들이 과연 자신을 자랑스러워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제갈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금 천지호연검법을 펼쳐갔다.


그녀는 고간과 마찬가지로 전심전력을 다해 모든 공력을 끌어 모아 최절초를 펼쳐갔다.


현기가 실린 검격이 원을 그리자, 강맹한 검풍이 일기 시작했다.


이어서 원형 검격에는 살랑거리는 검풍이 휘돌다 이윽고 검격을 따라 분홍빛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탄성과 환호성이 들려왔다.


“거.. 검기!”


“검기다!”


장내에는 또 다시 충격과 환호가 휘몰아쳤다.


절정 경지의 무인이 또 한명 나타나다니!


그리고 순식간에 숨죽인 채 검기와 검풍의 충돌을 지켜보았다.


다음 순간!


파아아아!


강맹하던 검풍이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끄아아악”


뒤이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고간이 튕겨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는 머리와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었다.


단상에서 칠장로 고죽이 다급히 신형을 날려 경기장으로 내려와 아들 고간을 살폈다.


고간은 진원진기는 물론 전신 공력을 무리하게 모두 소진한 탓에 기혈이 뒤틀리고, 주화입마(走火入魔)의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파파팟!


고죽은 아들 고간의 주요 혈맥을 점혈하여 더 이상 기운이 폭주하지 않게 한 후, 급히 품속에서 단약 하나를 꺼내 먹였다.


“끄으윽”


이에 고간은 주화입마의 조짐은 잠시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아직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전신의 핏줄이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관주! 의약당에 데려가야겠소!”


“얼른 데려가시오.”


관주 유백상의 허락을 받은 고죽은 고간을 안아 들고, 그 길로 경기장을 빠져나가 의약당(醫藥唐)이 있는 내원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허··· 진원진기를 소모하였으니 아무래도 상승의 경지에 이르기는 어렵겠구만···!”


“그러게 말일세. 참 안타까우이!”


고죽과 고간이 떠나간 자리에 그런 수근거림이 흘러나오며 장내의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그런 와중에 이장로 나승의 승리 선언이 이어졌다.


“이번 경기는 제갈혜의 승리요! 제갈혜가 지급 무림대회 대표 중 한 자리를 차지했소!”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경기장을 내려오는 제갈혜의 낯빛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가엔 핏물이 흘러 있었다.


고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녀 또한 진원진기를 일정량 소모한 탓에 내기가 진탕 되어 들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순우창은 경기장을 내려오는 제갈혜를 향해 입을 헤 벌린 채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조금 전 봤던 공량의 모습과 똑같았기에 백천과 동천은 서로 마주 보며 혀를 찼다.


“설마? 순우창 쟤도 한눈에 반한 거야?”


“와··· 얘네 단체로 왜 저러냐?”


그런 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순우창은 제갈혜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그 옆의 공량도 다시금 연무장으로 돌아와 한 켠에 앉아있는 황옥에게서 시선이 떠날 줄 몰랐다.


그 둘을 바라보는 백천과 동천의 표정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이 자식들 쌍으로 지랄들이네!”


혀를 차는 백천과 동천의 말만 공허한 메아리 같이 둘의 귀에 울려 퍼질 따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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