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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님의 서재입니다.

만렙 in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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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4
최근연재일 :
2024.07.05 18:2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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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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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5
글자수 :
374,240

작성
24.05.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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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글자
13쪽

제11화

DUMMY

“저어기 가운데 한 자리 밖에 없습니다, 손니임~ 혹시 값을 더 치르시면 이층에는 자리가 아직 많지만요.”


사부 양호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묻는 점소이의 표정은 그리 기대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사부 양호는 그 성격에 맞게 단출한 무복을 입고 있었고, 그다지 여유가 있어 보이는 행색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호는 별 고민 없이 말했다.


“이층으로 안내해 주게.”


점소이는 일순 뜻밖이라는 듯한 표정을 보이며 조심스레 한 번 더 물었다.


“저어기··· 이층에 앉으시면 자릿값으로 기본 은자 한 냥을 더 내셔야 되는데···”


은자 한 냥이면 향촌의 일반 서민들이 일 년은 생활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렇기에 행색이 남루해 보이는 양호가 과연 그 돈을 낼 수 있느냐는 무언의 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사부 양호는 웃음 지으며 말했다.


“괜찮네.”


이에 점소이는 더 묻지 않고 순식간에 표정을 싹 바꾸며 친절한 어투로 앞장섰다.


“아이고, 예예! 아주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저를 따라오시지요!”


더 묻는 것은 실례였고, 혹여나 만약 은자가 부족하더라도 다 받아낼 방법이 있었기에 더 묻지 않았던 것이다.


점소이는 앞장서는 와중에도 아래로 고개를 돌려 일층의 문 가에 기대 있는 우락부락한 사내에게 눈짓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혹시나 셈을 못 치를지 모르니 이 손님들을 미리 눈 여겨 보라는 의미였다.


‘이 놈 보게?’


백천은 그런 기색을 눈치채고 어이가 없었다.


사부 양호도 느꼈는지 순간 표정이 굳어졌으나 이내 다시 웃음지었다.


이런 모습만 보아도 확실히 사부 양호는 마음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사람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이층에 올라서자 두 개의 좌석 빼고는 모두 비어 있어 앉을 곳이 많았다.


두 개의 좌석 중 한 좌석에는 각각 무림인들로 보이는 칼을 찬 두 명의 중년 사내들이 앉아 있었는데 둘 다 이류에 레벨은 40레벨대였다.


그리고 그 옆 좌석에는 가벼운 경장 차림의 중년 남자 두 명과 젊은 여자 한 명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무공을 익히지 않았는지 흰색 글씨로 된 이름 옆에 1레벨로 표기되어 있었다.


특별한 구석이 없는 사람들이었기에 백천은 이내 관심을 거뒀다.


양호와 제자들은 그 중 비어 있는 창가 좌석으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았다.


“그럼 거기 차림표를 보시고 다 고르시면 불러 주십쇼!”


점소이는 그렇게 말하곤, 부리나케 일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사부 양호는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모두 고르거라. 오늘 이 사부가 다 사줄 터이니!”


그 말에 동천이 웬일로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사부님. 진짜 다 시켜도 돼요? 많이 비쌀 거 같은데···”


보육동에서만 자라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로서도 사부의 주머니 사정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공량이 동천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멍청아! 선천무관 사부님이신데 이런 거 하나 사주시는 게 어렵겠냐? 일 년에 은자 너덧 냥은 받으실 걸!”


공량은 그렇게 말하고선 ‘아차’하는 표정이 되어 백천의 눈치를 살폈다.


첫 날 백천에게 호되게 당한 탓에 그가 혹시나 자신이 보육동 동기인 동천에게 함부로 말한 것에 화를 낼까 두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백천은 별 말 하지 않았기에 공량은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물론 발끈한 동천이 '뭐, 멍청이?' 하며 씩씩거렸지만 공량은 가볍게 무시하였다.


사부 양호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래. 동천아! 이 사부가 부자는 아니지만 이런 음식 몇 가지 사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걱정 말고 편히 고르거라!”


실제로 시골의 인급 정도의 낮은 무관일지라도 그 무관의 무공 사부는 서민이나 일반 무사의 서너 배의 급여를 받았다.


이에 사부 양호 또한 검소한 성격에 행색은 평범하여도 형편은 제법 넉넉한 편이었다.


그 말에 아이들은 ‘네’하며 신이 나서 차림표를 살피기 시작했다.


특히 덩치가 큰 만큼 식욕이 왕성한 순우창은 정말 다 시킬 요량인지 십여 가지의 요리들을 손으로 잔뜩 가리키며 그 이름들을 쉴 새 없이 불러 댔다.


“저는 동파육, 어향육사, 회과육, 궁보계정이랑 어··· 그리고 소면에 우육면이랑··· 또···”


이에 공량이 다시금 순우창의 옆구리를 쿡 찔렀고, 흠칫한 순우창은 백천과 사부의 눈치를 살피다 그 절반 정도를 시켰다.


동천과 백천, 공량에 이어 사부까지 음식을 모두 주문하자 원형 식탁이 음식으로 가득 찼다.


“자, 다들 맛있게 먹거라!”


“네! 잘 먹겠습니다, 사부님!”


마을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객점 답게 음식은 익힘의 정도나 간도 아주 적당하고 맛이 아주 좋았다.


백천은 보육동에서 대부분 소채나 소면 정도나 먹던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오랜만에 즐기는 고급 음식들이 더 맛깔 나게 느껴졌다.


이런 것을 보면 여기가 가상현실 게임 속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전 캐릭터를 할 때보다 느껴지는 맛이나 식감이 더 실감나게 느껴졌다.


어쩌면 백천이 게임 속에 환생 후, 갓난아기 때부터 이곳의 모든 것에 적응을 해서 더 실감이 나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여기가 현실이 아닐까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없이 음식을 먹어 슬슬 배고픔이 가시자, 주변에서 말하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두 명의 무림인으로 보이는 사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소리였다.


“자네, 들었는가? 신풍무관의 성소봉이 이번에 천진방의 제자가 되었다더구만!”


“허허, 그게 정말인가? 요즘 신풍무관의 기세가 아주 대단하네, 그려! 지난 번 의도현 지급 무림대회 때도 세 명이나 입상시키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말일세. 이제 성소봉이 지급 세력인 천진방의 제자가 되었으니 화경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겠지. 그럼 성소봉이 속한 신풍무관도 지급 세력에 오르게 되는 것이고 말일세!”


“허! 일이 그렇게 되나? 이제 근방에선 신풍무관을 당할 곳이 없겠구만. 몇 십 년 전에야 선천무관이 최고였다지만, 지금은 뭐 비할 바가 있겠나!”


“그러게 말일세. 한때 천급 세력을 넘보던 선천무관이 어쩌다 이리 되었는지··· 쯧쯧···!”


백천의 사형제들은 사내들의 말에 분한 마음이 들면서도 어딘가 창피해져 얼굴이 붉어졌다.


‘신풍무관의 성소봉··· 지급 무림대회라···?’


백천 또한 기분이 좋지는 않았으나, 다른 사형제들과는 달리 사내들의 말을 속으로 곱씹으며 주변 정세를 파악하려 했다.


사부 양호는 잠시 굳은 표정이 되었다가 다시금 표정을 풀었으나, 입맛이 없는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찻물로 입을 헹굴 따름이었다.


그런 후 사부 양호는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입맛에 좀 맞니?”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스레 더 과장되게 소리쳤다.


“네, 사부님!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양호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아까 저 사내들의 말을 통해 들었겠지만 우리 선천무관은 요 근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단다.”


아이들은 사부의 말을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들었다.


“하지만 한 때는 지급 세력으로서 이 곳 의도현을 넘어 호북성까지 이름을 떨치던 시절도 있었지.”


마치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듯 잠시 아련한 표정을 짓던 사부는 곧이어 의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니 나는 믿는 단다. 언젠가 우리 선천무관에 다시금 영광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선천무관의 미래인 바로 너희에게 모두 달려 있단다. 모두 잘 해낼 수 있겠지?”


아이들은 사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짐했다.


“네, 사부님! 꼭 잘 해낼 게요!”


“열심히 할 게요!”


기특하단 표정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양호는 제자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값을 치룬 후 다시금 무관으로 향하였다.


그때는 어느 덧 땅거미가 내려앉아 사위가 어둑해 져 있었기에 양호는 제자들을 재촉하여 무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삼대제자 입문 다음 날의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 * *


한달 정도 수련하자 이제 아이들 모두 세 가지 공법에 익숙해졌다.


선천무관의 각 사부의 숙소에는 제자들의 숙소와 연무장, 작은 창고가 딸려 있는 별채로 구별되어 있어, 아이들은 그 안에서 조용한 가운데 다른 방해 없이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백천의 세 명의 사형제들도 삼재기공의 마흔 두가지 혈맥 자리를 기억하였고, 기운을 입으로 들여 마신 후 토납하여 그 마흔 두 가지 혈맥들로 도인 한 후, 단전으로 갈무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행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신을 유연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연체술의 동작은 아직은 유연성이 부족하여 그 기묘하고 다양한 동작들을 완벽한 자세로 펼치기에는 부족하였지만 각 자세와 호흡법은 익힐 수 있었다.


육합권 또한 형과 식을 이제 모두 기억하게 되었고, 한 동작씩 펼쳐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덕분에 그들은 이제 삼류 무인이 되어 머리 위에 회색 글씨로 이름이 보이고 있었다.


사부인 양호는 이에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시범을 보여주었고, 그 외에는 제자들 각자가 스스로 세 가지 공법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도록 개인 수련 시간을 주었다.


* * *


백천은 육합권을 한 차례 펼쳐 보이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한달 전에 9성 경지로 승급한 뒤로 아직도 육합권이 10성 대성을 이루지 못하여 답답한 마음에서였다.


“아! 대체 뭐가 문제지?”


백천이 그렇게 짜증스레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불쑥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백천, 뭘 그리 혼자 중얼거려?”


돌아보니 주근깨가 볼에 잔뜩 박혀 있는 동천의 얼굴이 보였다.


“아, 동천! 별거 아냐.”


순간 백천의 표정은 심드렁하게 변했으나 한결 편안해 보였다.


보육동에서 갓난아기때부터 같이 자란 탓에 그만큼 동천은 편한 존재였다.


게다가 이제는 같은 사부 밑에서 동문수학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그 친밀감은 더 각별했다.


“백천, 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줘. 육합권이 아직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자꾸만 동작이 끊겨. 그래선지 위력도 세지지 않고 말이야.”


동천은 특유의 빙글거리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백천이 보기에 동천은 이제 육합권의 입문 단계인 1성에서 각 동작을 연결할 수 있는 2성으로 넘어가는 경계로 보였다.


은근히 자존심이 강한 성격 탓에 혼자 해결하려 끙끙대고 있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언제나 물어 보려나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마음을 먹었나 보았다.


‘어휴, 내 코가 석잔데··· 누굴 가르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백천은 그래도 동천을 도와주고 싶었다.


“일단 한번 해봐.”


“응. 뭐가 문제인지 한번 봐봐.”


기수식을 취한 후, 동천은 계행보(鷄行步)를 시작으로 제법 육합권을 능숙하게 펼쳐 나갔으나, 그의 말 대로 한 초식과 다음 초식 간에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딱딱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무리하게 초식끼리 연결하여 펼치려던 동천은 급기야 발이 꼬여 넘어지고 말았다.


꽈당!


“아, 또 이러네. 뭐가 문제인 거 같아?”


이미 육합권의 9성 경지에 이른 백천이 보기에 한눈에 동천의 문제가 뭔지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백천은 문득 동천의 초식 간 연결 동작 중에서 기의 흐름이 끊기던 부분들을 떠올렸다.


“잘 봐! 여기서 네가 계퇴를 펼친 다음에 이어서 용요로 초식이 넘어갈 때, 음곡혈에서 용천혈로 기운을 이동시키다가 쭉 이어서 유문혈까지 올라와야 되는데, 여기서 호흡을 내뱉으니 끌어왔던 기운이 딱 끊기면서 이어지지 못하잖아. 그리고···”


백천은 천천히 동천이 따라할 수 있도록 육합권의 초식과 내공의 흐름을 함께 설명하며 펼쳐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고, 누군가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알고 있던 앎의 깊이도 더 깊어지는 법이었다.


백천은 동천이 알기 쉽게 천천히 동작과 내공의 흐름을 알려주며 자신도 모르게 동천에게 자신이 말한대로 초식과 초식간에 기운의 흐름을 최대한 더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 신경 쓰며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 의식하지 않아도 마음이 이끄는 대로 동작과 기운이 함께 이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그렇구나!”


감탄하는 동천의 말도 못 들은 듯, 이제는 나를 잊고 육합권의 권로에 빠져 물아의 경지에 들어서려는 그 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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