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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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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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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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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8. 무림으로 22

DUMMY

그날 이후 장자의 거처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외벽을 부수고 집을 뛰쳐나간 유피는 다행히 저녁시간이 되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장자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꺼려지는지 미나와 함께 이후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다.


친구들을 두고서 혼자 배우는 게 내키지 않았던 나 역시 자연히 수업에 불참하게 됐고 이후에는 홀로 복습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래도 대략적인 개념은 다 배워서 다행이야.”


조언을 구할 이가 없는 것이 아쉬울 뿐, 혼자서 진도를 나가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

바뀐 것은 또 하나 있었다.


늘 집을 지키는 건 우리이고 우리만 두고서 사라지는 건 장자였으나, 이제 장자는 자신의 방만을 두문불출할 뿐.

유피는 아예 데미안까지 데리고 잦은 외출을 했다.

그녀와 같은 장소에 있는 것조차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이제 데미안의 후견인은 자신이라는 듯이...


미나는 풀이 좀 죽었다.

우리 셋 중에서 장자와 가장 친했으며 애제자라고까지 불리던 미나다.


미나는 장자가 먼저 사과해주면 내키지 않은 척하며 받아들여줄 생각을 하며 기대하는 눈치였으나 지금 장자의 상태로 보니 그녀가 먼저 사과를 하는 건 요원해 보였다.


책상에 앉아 차를 마시며 어딘가를 바라보는 장자의 모습은 마치 마지막 잎새를 기다리는 것 같아 참 처량했다.


청명은 이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 생각하는지 툭하면 울음을 터트렸다.

이런 청명을 자신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지금의 장자에게 맡기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나는 유피가 데미안을 데리고 다니듯 하루의 대부분을 청명을 돌보며 지냈다.


‘원래 어린아이 대하는 게 많이 껄끄러웠는데...’


같은 불의 신인 것도 모자라 흥미 분야도 요리이고, 이후 리버스로 귀환할 때 내 뒤를 후임이 될 청명이다 보니 가까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 시리우스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내게 자주 이러저러한 조언을 해주던 시리우스는 아르케를 흡수하는 중이기에 나올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가며 친선대련의 날짜 또한 다가오고 있었다.


***


“얼마만의 외출이지?”


통합 무림의 82대 천마이자 117대 맹주인 천무극, 그는 실로 오랜만에 무림을 나왔다.

가는 곳은 루마니아.


발칸 반도의 늑대들을 내몰고, 그 자리를 차지한 혈강시들의 땅이다.

그곳에서 다음세대의 태양신을 만나고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에서의 그의 위치는 명백한 약자.

가진 바 힘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협상이 결렬될 시 아쉬움이 더 큰 쪽이 그라는 뜻이다.


‘정 안되면 다 죽이고 태양신만을 데리고 빠져나올 수밖에.’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현 시대에서 그보다 강한 자는 존재치 않는단 것을.

설령 역천의 원로들이라 한들 개인 대 개인으로 붙는다면 그는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물론 리버스의 최고원로라면 이야기가 또 다르겠지만 설령 그렇다할지라도 그가 패배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한 때 무공의 강함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때가 그립구나... 이보다 높은 자리가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높은 위치에 올라섰는데 자꾸만 모자람이 밟히니...”


무극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그의 무림’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가 곧 무림이고, 무림이 곧 그였다.

무림이 최고의 위치에 서지 못한다는 것은 곧 그가 최고가 되지 못했음을 뜻했다.


“그래서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사옵니다. 천마시여. 그렇기에 이번 동맹이 성사되어야하지요.”


그의 그림자에서 혈강시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만큼은 천마직속호위대 일영보다 한 수 위라며 무극은 속으로 감탄했다.


“피 냄새가 진동하는 군. 혈마의 전령인가? 오기 전에 사냥이라도 한 모양이군.”

“예. 오랜만에 나와 본 세외는 정말 좋더군요. 먹잇감들이 어찌나 많은지... 아, 천마께서 먹이라는 뜻은... 커억!!”


천무극은 사절로 나온 흡혈귀의 목을 낚아챘다.


“네놈은 이제 곧 죽는다. 죽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 맞춘다면 살려주마.”

“피, 피 냄새를 풍겼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상황임에도 오로지 죽기 싫다는 일념 하에 흡혈귀는 어떻게든 자신이 생각하는 정답을 말했다.


“틀렸다.”


하지만 그의 정답과 천무극의 답이 같은 일은 없었다.


─뿌드드득!


천무극은 목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기회를 한 번 더 주마. 맞춰 보거라.”

“거, 건방진 말을 뱉었기 때문입니다.”

“틀렸다.”


─우득.


“꺼어억!”

“네게는 이제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세 번의 기회는 없는 법이니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천무극은 사납게 웃으며 목을 조른 손에서 힘을 살짝 풀었다.

그가 입을 열 수 있도록.


그의 입이 수차례 열렸다가 닫혔다.

마지막 기회,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전처럼 섣불리 답할 수 없었다.


“제, 제가 감히 천마님의 그림자에 숨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고르고 고른 답은 바로 이것.


“비슷했다.”


그 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천무극은 목을 쥔 손을 풀었다.


만인지상의 위치란 그런 것이었다.

허락 없이 가까이 와서는 안 된다.

허락 없이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도 안 된다.

감히 그 모습을 상상하여서도, 그 앞을 막아서도, 그의 시야밖에 숨어서도 안 된다.


방심하다 허무하게 하수에게 자신의 명(命)을 쥐어준 멍청이가 무림의 역사엔 무수히 많았다.


“켁! 켁! 콜록! 콜록!”


반은 시체와 다름없는 흡혈귀가 고작 숨을 좀 못 쉬게 되었다고 이리 괴로워하는 건 말이 되지 않았지만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근원은 혈액이기에 이렇게 맥을 잡아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게 만들면 극심한 고통을 유발시킬 수 있었다.


천마는 그의 목을 쥐었을 때 머리로 가는 혈류를 막아 전령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어찌나 잘 막았는지 계속 기침을 하는데도 한 차례 막혔던 혈도가 뚫릴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본좌가 바라는 답은 아니었다.”


천무극은 바닥에 엎어져 숨을 고르는 가엾은 흡혈귀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렸다.


─턱.


“아, 아니시죠? 설마 내가 고작 여기서-”


그리고 그대로 짓눌렀다.


─콰직!


마땅히 튀어야할 피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시체가 재가 되어 흩날렸다.


“네가 죽은 이유는 본좌가 네놈이 곧 죽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왕은 결코 허언을 해선 안 되는 법이니.”


그것이 그가 죽은 이유였다.

즉, 살아나갈 방법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다.


─짝~! 짝~! 짝~!


“훌륭한 연극 잘 보았네. 그렇게 약자를 억압하고 본보기로 죽이고 나니 속이 시원한가?”


그때 저 멀리서 느리게 박수를 치며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등장했다.


그런데 그를 과연 노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풍기는 분위기만 중후할 뿐, 머리엔 그 흔한 새치 하나 없었다.

그 몸 역시 주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염이 좀 흠이긴 하지만 중년으로 보는 것이 적당한 외형.


하지만 전해져오는 그 기세는 기원전부터 살아온 무림의 구왕, 그 노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본좌 앞에선 모두가 약자이니 그저 좋을 대로 이 힘을 휘두를 수밖에.”

“허허, 이번 대의 천마는 천씨의 핏줄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그 광기만은 제대로 물려받았구나.”


천무극은 눈앞의 노인의 경지를 가늠했다.


‘최소 구왕, 전대의 천마와 동급 혹은 그 이상.’


이를 바탕으로 노인의 정체를 추측했다.


“그대가 혈마(血魔)로군. 아니, 시황제(始皇帝)라고 불러줄까?”


성은 영(嬴), 이름은 정(政), 씨는 진(秦).

그가 바로 혈마전의 주인이자 혈마로서 옛 무림 전체에 악명을 떨친 혈강시왕, 영정이었다.

중국을 통일하고 불사를 갈망했으나 망집만을 남기고 스러졌다는... ‘진시황제’였다.


그는 결국 목적했던 불사를 이룬 것이다.

그것이 비록 한없이 저주받은 흡혈귀일지언정 그는 틀림없이 노화와 죽음의 굴레를 벗어던졌다.


“아해야, 어찌 그리 당연한 것을 묻느뇨. 짐이 바로 너의 황제이니라.”

“그렇군, 혈마.”


시황제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먼저 바라는 칭호를 물은 쪽에서 바라는 칭호와 반대되는 답을 한다는 건 명백한 모욕의 의미였다.


“너는 본좌의 황제가 아니니 혈마라고 부를 수밖에. 네놈들이 찾은 신을 데려와라. 협상은 그 다음이다.”

“끌끌끌~ 건방진지고. 부탁을 하러왔으면 바닥을 기어야 마땅할 진데 짐의 혈족을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이런 무례라... 혹 협상이 아니라 전쟁을 하러 온 게냐?”


시황제의 말이 분노로 날카로워졌다.

기다리고, 참고, 인내하는 것은 불로초가 오는 것을 기다리던 그때 질리도록 했다.

그가 마침내 넷째 저주가 된 이후, 그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전쟁이란 본디 급이 맞아야하는 것이다. 본좌가 바라는 것은 오직 다음세대의 태양신 하나. 각다귀나 모기와 다름없는 해충에게 피 빨리는 가축으로 태어나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이들에게 피와 권능을 바치는 어린 신 하나다. 본좌의 무림에 필요한 것은 너희가 아니야.”


천무극이 이곳에 아무런 대책 없이 혼자 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수뇌부와 함께 가진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다음세대의 성향을 분석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자신이 혈강시라 생각하는 피주머니.’


그들과 같이 있고 싶다며 지고의 보물과도 같은 신의 피를 바치고 태양을 볼 수 없는 저주마저 지워낸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잘 구슬린다면 별다른 손해 없이 말 잘 듣는 장기 말을 얻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수뇌부의 판단이었다.


“큭! 크하하하! 뭔가 착각하고 있군 그래. 그렇게 방심하다간 네놈, 잡아먹힐 게야~ 크하하하하하!”


당장이라도 검을 휘두를 것 같던 혈마는 그 말을 듣고 검을 내려놓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아주 우스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하아~ 하아~ 오랜만에 숨이 차도록 웃었군. 네놈의 무례는 이걸로 용서해주마. 한차례 웃었더니 이제 화도 안 나는군.”


아직도 웃음이 다 가라앉지 않았는지 시황제의 어깨가 간헐적으로 떨렸다.

멀리서 보면 꼭 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뭐가 그리 우습지?”


예상했던 반응과 다른 모습에 천마는 되물었다.


“보면 알거다. 이건 직접 보아야만이 이해할 수 있지. 따라와라. 안내해주겠다. 우리들의 새로운 신이 있는 곳으로 말이지.”


역사에 새겨진 위대한 지배자는 더 이상 스스로를 ‘짐’이라 부르지 않고 한낱 안내인을 자처하며 천마를 데리고 지하로 향했다.


***


악마가 유혹할 인간이 너무 많아 방문할 수 없을 때엔 대신 술을 보낸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어린 데미안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술의 신인 나는 악마의 하수인인 걸까?’


어쩌면 악마가 그의 하수인이거나 그가 악마들의 동업자인 걸지도 몰랐다.


우습게도 술의 신인 그는 생전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지 못했다.


그럼에도 전생의 기억은 감각으로 남아있어 어떻게든 계속 술을 빚게 했다.

그것은 그의 후견인이 아닌 그의 영혼이 시키는 일이었다.


그렇게 쌓인 술은 창조주인 그에게 맛 한 번 보여주지 못하고 장자의 뱃속으로 스러져갔다.

그중 태반이 이 저택에 새겨진 진법의 대가로 사용됨을 알기에 그리 불만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집에 손님이 왔다.

그의 술을 탐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들과 친해졌으며, 형이라고 부르며 오랜 인연이 되기를 희망했다.


‘불편하군...’


처음 장자가 그들에게 맞았을 때는 그 얄미운 후견인이 이참에 좀 당했으면 하고 바란 것은 사실이다.

솔직히 집안일에 재능이 없는 그녀는 점차 모든 일을 그와 청명에게 미루다시피 했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고 나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피 형과 미나 형은 모두가 함께 앉는 식탁에 장자가 앉으면 그대로 일어나 나가버린다.

청명과 코르 형이 열심히 요리한 음식들을 그대로 둔 채로.


장자 또한 이것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인지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해결하거나 그냥 굶는 날이 늘어났다.


‘이것도 다 술 때문인가?’


데미안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빚은 술로 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인간들은 무언가 실수를 할 때마다 모든 불화의 근원을 술에게로 미룬다는데 이젠 이들을 빚은, 이들의 신인 그마저 이들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만든 것에는 책임을 다해야 함을 알면서도 데미안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랬기에 그는 전생과는 다른 술을 빚고 싶었다.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술을.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을 풀어주는 술을.

술잔을 나누는 이들의 친분을 깊게 해주는 술을.

마시는 이의 마음을 너그럽게 해주는 술을...


‘시험작이 있긴 한데... 괜찮을까?’


그는 와인을 병에 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와인은 병에 담기는 순간 생명을 갖고 태어난다고 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병에 담긴 순간 서서히 죽어가기에.

하지만 숙성이 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며 그 맛과 향이 정점이 될 때가 분명 존재함 역시 알고 있었다.


‘와인의 종류도 신의 불꽃으로 내부를 태운 와인통도... 영원토록 숙성 가능케 해줄 것 같지만 역시 술은 마셔야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


데미안은 지하로 내려가 장자 몰래 숨겨둔 술 한 동이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과거에 있었던 이야기가 인과로 인해 정해져버린 이야기가 흘렀다.


-코르, 만약 네가 새로운 세계, 약속의 땅에 도달한다면 그곳은 어떤 곳이었으면 좋겠어?


-모든 것이 ■■한 곳.


-이미 모든 것이 ■■하다면? 코르가 바라는 이상향(理想鄕)은 뭐야?


-그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고 싶네. 그러려면 다툼이 없는 곳이어야겠지? 아니, <<싸워도 금방 화해하는 곳이면 좋겠다.>>


***


“슬슬 화해하면 좋겠는데...”


유피와 미나가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한다.

모욕을 받았다 느낀 신은 때로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짓을 하곤 하니까.


더군다나 마코데모 원로의 밑에서 교육을 받아온 이 둘이 보기에 장자의 행동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 앞에서 성경을 라면 받침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50배 쯤 심한 행동이었을 거다.


“어떻게 하지?”


내가 이들을 어떻게 화해시켜야 좋을지 생각할 때쯤.


“코르 형이여.”


데미안이 나를 불렀다.


“응? 데미안 너 유피랑 외출 간 거 아니었어?”

“이거.”

“술?”


주는 것은 한 동이의 술.


“마셔.”

“지금?”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같이.”

“아... 같이 마시고 화해하라고?”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조금만 더 길게 해주면 좋을 텐데.’


과묵한 남자를 동경하는 걸까?

어린애들은 때때로 어른의 시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을 보이고는 한다.


‘대충 뜻은 알아들었으니까. 뭐...’


아무래도 같이 술을 마시고 앙금을 털어버리라는 뜻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까 그 날이 있은 후 장자도 술을 마시지 않고 있네. 걱정 되니?”


늘 몸에서 풍기던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던 장자의 몸에서는 요즘 무슨 한약 같은 냄새만이 났다.


데미안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못했다.

부끄러운가보다.


‘근데 이게 좋은 방법이 맞을까...’


내 생각에 데미안의 계획에는 크게 문제가 셋 있었다.


첫째, 술을 마신 사람이 친해지기보다는 보다 더 난폭해질 수 있다는 점.

둘째, 그 순간 화가 풀려도 앞으로 같은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

셋째, 신념에 관한 문제는 제 삼자가 끼어들기 어렵다는 점.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다고 해도 상처가 곪으면 곪았지, 결코 나을 것 같지 않았기에 내게 데미안의 계획에 동참하는 것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인간’은 길을 고르고 ‘신’은 그 길을 자신의 그림대로 한정한다는 것을 볼 때 데미안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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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1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9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4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7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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