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43,404
추천수 :
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11.11 22:00
조회
74
추천
3
글자
16쪽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DUMMY

“흥! 누구 짝궁은 머리도 빗겨주고 한다는데.”


그곳에는 자기 머리를 빗겨주는 짝궁이 있는 아이가 부러운지 자신의 짝궁은 왜 그렇지 않느냐고 말하는 아이의 귀여운 질투가 있었다.


“대신 난 네 머리 가죽을 벗겨줄 수 있다만.”


그 말을 받은 남자아이는 농담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무서운 말을 했다.


“그런 농담 하지 마! 소름끼치잖아!”

“농담이 아니다. 난 다섯 살 때 내 동생의 머리 가죽을 칼로 벗겼다. 그때 어머니께서는 내가 장래에 유망한 헤드 헌터가 될 것이라며 기뻐하셨지.”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바지에 불붙었대요~(Liar, liar, pants on fire~)”


여자애는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듯 남자아이가 한 말을 거짓말로 몰아가며 노래를 불렀는데 ‘pants on fire’은 우리나라 말로 주로 새빨간 거짓말 정도로 해석된다.


그들을 향해 몰리 선생님이 무서운 얼굴로 다가갔다.

정확히는 남자아이를 향해 다가갔다.


“예쁘게 잘 벗겨줄 자신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네 머리 가죽은 내 전리품으로 삼아주겠다.”


남자애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찰나.


“아틸라! 선생님이 이러면 못 쓴다고 했지!”


몰리 선생님의 아이에게 혼을 내며 손목을 붙잡았다.


─챙!


아틸라는 그 아귀힘을 못 이겨 손에 쥔 것을 떨어뜨렸고 바닥에 맑은 쇳소리를 내며 떨어진 그것은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단검이었다.


“꾸엥~ 꾸에에엥~!”


그제야 머리 가죽을 벗긴다는 것이 거짓이 아니었단 걸 깨달은 상대 여자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너구리 수인?”


그 여자애는 너구리 수인이라 그런지 ‘꾸에엥’ 하며 정말 특이한 목소리로 울었다.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입니다.”


아틸라를 혼내던 몰리 선생님은 너구리가 아니라 라쿤이라고 정정해줬다.

솔직히 너구리인지 라쿤인지 따위 알게 뭔가.


‘시리우스, 나 집에 가고 싶어...’


오늘따라 유독 집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올라온다.

이 아이들을 온전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후~ 아까 이야기를 계속할게요. 이 아이의 이름은 아틸라인데 이렇게 무심한 얼굴로 가끔 대형 사고를 치곤 하니까 주의하셔야 해요.”

“반갑군. 선생.”


아틸라는 몰리 선생님의 옆구리에 끼인 채 여상한 낯으로 인사했다.

그 애는 여기 있는 아이들 중에서 외형적으로 가장 인간에 가까워 보였다. 아니, 그냥 인간인 것 같았다.


“이 아이는 아마조네스에요. 남자아이인 것이 들통 나 버려진 걸 저희가 데려왔죠. 아틸라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에요. 그래도 모친이 권력도 모성애도 있는 편이라 죽이는 것만은 끝끝내 막아주었으니까.”

“이곳에서의 생활은 나쁘지 않다. 성별을 숨기고자 여자애 옷을 계속 입어야 하는 것도 나름 고역이었으니.”


뭔가 말하는 투가 유피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였다.


‘유피, 데미안, 아틸라를 같은 장소에 두어도 재밌을 것 같은데...’


도플갱어를 둘이 만나면 하나가 죽지만 셋이 만나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런데 아마조네스가 아직도 존재하나요?”


아마조네스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전투 집단으로 군신 아레스의 후손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예. 무림인들처럼 대중에게 들어나지 않은 채 계속 살아왔다나 봐요. 그들은 군신 아레스의 후예이니 그 덕을 좀 본 거겠죠.”


아마조네스는 아마존의 복수형인데 고대 그리스어에서 앞에 오는 ‘A’는 무언가가 없다는 뜻이고 ‘Mazos’는 우유나 유방을 뜻한다고 한다.

즉, 유방이 없다. 활을 쏘는데 거추장스러운 가슴 한쪽을 잘라내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땐 압박 붕대나 스포츠 브라 따위가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우리 종족은 미쳤다. 어미의 젖을 먹고자 동생과 하나 남은 유방을 두고 싸워야했으니.”


[상태창]


1. 이름(Name) : 아틸라

2. 성별(Sex) : 남성

3. 종족(Species) : 아마조네스

4. 기원(Origin) :

5. 권능(Warrant) : 신의 채찍(Scourge of God)(Rank:S)

6. 특성(Trait) : 군신의 가호(Rank:B), 헤드 헌터(Rank:A)

7. 소유 :

8. 계약 :

9. 기술 : 단검술(E), 사냥(E), 추적(F)


‘진짜 아마조네스다...!’


종족이 인간이 아닌 아마조네스라고 분류된 걸 보니 아마 인간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그렇기에 아인족의 고아원인 왕의 아이들에 포함될 수 있었겠지.


‘그러고 보니 무림인들도 인간이 아니라 무림인이라고 적혀있었지.’


아마 처음에는 인간이었지만 수천 년의 시간 동안 큰 교류 없이 단절된 생활을 이어왔기에 종의 독자적인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현재 인류가 과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로 분화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조네스는 유목민족으로 활쏘기와 말 타기에 능했다고 하지. 마치 몽골인처럼.’


아마조네스는 그 이름처럼 아마존에서 살지 않고 초원에서 살았던 걸로 추정된다.


‘역사로 보면 훈족에 더 가까워.’


눈앞의 소년은 그 이름부터 군신 마스르의 검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아틸라였다.

심지어 관련 권능까지 보유중이다.


‘아레스의 후예가 아레스의 검을 얻은 게 되는 건가? 잠깐만... 나 왜 이렇게 잘 알지?! 엘레나 쌤은 대체 나한테 기본지식이란 명목으로 얼마나 때려 박은 거야?!’


나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의미로 모르는 게 없다는 명예를 얻었다.


‘주입식 교육 다 죽었으면...’


훈족, 아마조네스, 사르마티아인.

망각이 없는 신임에도 주입식의 폐해로 슬슬 헷갈리려했다.


“그래서 머리 가죽을 벗긴 거야? 젖을 차지하려고?”


나는 머리 아픈 생각은 이쯤하고 아틸라와 눈을 마주한 채 왜 그랬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선생은 말이 잘 통하는 군. 나름 생존의 문제였다. 어떻게든 어미 눈에 들어야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니.”


자신이 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게 못내 자랑스러웠는지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틸라의 모습에 역시 여기 모인 아이들을 평범한 인간의 기준으로 대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보셨죠?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라니까요.”


몰리는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럽다는 듯 아틸라를 껴안은 채로 말을 이었다.

나로서는 감히 따라갈 수조차 없을 정도의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시리우스, 나 말이야... 이 일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음으로 흘려보내야만 했던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하루가 끝났다.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린 나는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갔다.


“힘들었어...”

“수고하셨어요. 원래 첫날이 가장 힘든 법이래요.”

“그래도 정도가 있는 법이잖아...”


내가 한다고 해서 한 일이니 불평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일이 너무 힘든 것이다.


“다음세대의 신인 내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까지 지친다니. 이건 사기야.”

“아무래도 가장 활발할 나이 대니까요.”

“젊다는 건... 아니, 어리다는 건 뭔가 굉장하네.”


무려 일곱 명이다.

일반적인 고아원을 생각했을 때 그 수는 적은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애초에 아인족은 인간에 비해 수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다만 이 일곱 명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아이 일흔 명 정도의 체력과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와 몰리 선생님 단 둘이서 맡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란 뜻이다.

이전까지 혼자서 이 아이들 전부를 돌봐야했던 몰리 선생님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제 눈에는 코르도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말이에요.”


시리우스는 마치 어린 아이 대하듯 내 머리를 두드렸다.


“무슨 뜻이냐. 싸움을 거는 거라면 받아주마!”

“그 꼴로요?”

“제길.”


건방지게 머리를 툭툭 두드리는 손을 쳐내고 싶은데 힘이 안 난다.


“첫날이라 정신없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돌보게 될 아이들의 이름은 다 외웠어. 거기에 의의를 두자고.”


오리 수인 사랑이.

토끼 수인 라비.

사슴 수인 마르코.

아마조네스 소년 아틸라.

캥거루 수인 캬루.

라마 수인 진달래.

라쿤 수인 망고.


이상 일곱 명의 아이들.


<<여기서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망각이 없는 신으로 굳이 애써가며 외울 필요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를 돌볼 때는 기억해야할 것도, 주의할 것도 너무 많았다.


“다음세대의 신은 망각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최근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날, 내가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잊은 것 같은 날.

나는 그게 사실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치 꿈처럼, 대상은 존재하지 않고 대상에 대한 감정만이 존재하는 그런 것으로.


‘잡을 수 없는 건 놓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풍백이 그랬지.’


갑자기 풍백이 보고 싶어졌다.


“그나저나 요즘 풍백이 잘 안 보이네? 무슨 바쁜 일이 있나?”


한동안 알을 돌보느라 바빴던 풍백이지만 지금은 알들이 안정기에 들어가 여유가 생겼다.


“그러게요? 인간화를 한 뒤로 여기저기 자주 다니시더니 요즘에는 도통 보이지를 않네요.”


이때의 나는 풍백을 곧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의 만남일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때는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나갈 때였다.

항상 방 안에서 수업하던 아이들은 오랜만에 밖으로 나갔다.


밖이라고 해봤자 DMZ 내부이기에 무척 위험하다고 할 수 있지만, 테라포밍 명목으로 위험은 대부분 제거했고 아이들의 안전을 대비해 나를 포함한 경비대가 몇 번이고 순찰을 돌았다.


특히 물속에 위험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하여 물속을 이 잡듯이 뒤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 노력을 알아주는지 아이들은 물가에서 놀았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솜사탕을 만들었다.

고기를 구워주려고 주방에서 고기를 잔뜩 받아오기까지 했으니 오늘 식사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망고! 와서 솜사탕 받아가.”

“선생님.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솜사탕을 받은 망고는 그대로 물가로 달려가...


“꾸에에엥~”


솜사탕을 물에 녹였다.


“아니, 왜...”


정신없이 놀다보니 자신의 손에 들린 게 솜사탕이라는 것을 잊었나 생각이 들었지만 뒤늦게 라쿤의 특성이 떠올랐다.


라쿤은 뭐든 물에 씻어먹는 특성이 있다.

주로 사과 따위를 씻어먹지만 손에 쥔 건 일단 씻고 본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이다.


수인족 유아는 이런 본능에 더더욱 취약하다고 들었다.


“꾸에에에엥~!!”


뭐가 그리 서러운지 눈물을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망고를 달래고자 솜사탕을 새로 만들고자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설탕도 모두 다 떨어졌다.

아이 일곱에게 달라는 대로 만들어주다 보니 순식간에 동이 난 것이다.


“이걸 어쩌지?”


꼴을 보아하니 솜사탕을 줄때까지 눈물을 그칠 것 같지가 않다.

체험학습을 나와서 세계수로 돌아가 설탕을 챙겨오기에는 아무래도 거리가 좀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을 보다 못하겠는지 아틸라가 나섰다.


‘그래도 짝궁이라고 챙겨주는구나.’


망고의 짝궁인 아틸라는 제 몫의 솜사탕을 망고에게 넘겼다.


“헤에~”


망고는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콧물은 먹지 마라.”


아닌 척하면서도 챙겨주는 그 귀여운 모습에 훈훈한 미소를 지으려는 찰나.


망고가 다시 솜사탕을 물에 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의 그 허망한 표정.


역시 어린애는 본능을 이기기 힘든가 보다.

망고는 이번에는 울지 않고 살살 아틸라의 눈치를 봤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아는 것이다.


아틸라는 정녕 이 아이가 머리 가죽이 벗겨지고 싶은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품속을 뒤지다 이내 자신의 단검을 몰리 선생님에게 압수당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니, 또 어디서 꺼낸 거야!”


또 다른 단검이 있었다.


아마조네스들은 아직 식인풍습이랑 상대 부족의 족장의 목을 따곤 하는 헤드 헌터 문화가 남아있다고 들었기에 애들 싸움이라고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됐다.


‘하필 특성도 헤드 헌터야!’


이 문화에 익숙해졌을 아틸라를 그냥 내버려뒀다간 진짜 망고의 머리가죽이 벗겨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아틸라의 단검을 빼앗았다.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은... 무려 드워프 제였다.

아무래도 오며가며 선물이라도 건네준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린애한테 칼을...!’


다음에 그들을 만나면 단단히 한 소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흠... 어떻게 한 것이지?”


아틸라는 처음으로 당황의 감정을 표하며 나를 보았다.

그 눈빛에 얘가 그동안 나를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 알 것 같았다.


“이거? 그냥 힘으로 뺏은 건데?”


이래봬도 난 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흠흠, 들지도 모르는 강자다.


아직 어린 아틸라에게서 뭔가 가져오는 건 어린아이 손에서 사탕 뺏는 것만큼 쉬운 일이란 뜻이다.

그리고 그 힘을 말 그대로 어린아이 물건 뺏는 짓에 사용한 것에 약간 자괴감을 느꼈다.


솔직히 만만히 보고 있던 이 새로운 선생이 의외로 엄청난 강자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속으로 크게 당황한 아틸라였지만.


“선생이여, 나를 막지 마라.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건 것이다.”


이내 당당히 단검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아틸라가 아는 코르는 강하다곤 해도 마음이 약했으니까.

강하게 요구하면 ‘안 되는데...’ 라고 하면서 들어주는 단호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행동을 몇 번이고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르도 물러서지 않았다.

애원이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아틸라는 고개를 돌리고 혀를 찼다.


“쯧!”


그렇게 혀를 차며 되도 않는 도발을 하는 아이를 보니... 피가 끓는다.


‘이 느낌. 대체 얼마만이지...?’


진지하게 한 번 싸워보고 싶어졌다... 는 농담이고.


“참자. 아틸라, 이번만 아틸라가 참자.”


나는 아틸라를 살살 달래며 단검을 절대 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은 날을 보내고 있을 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아가, 많이 바빠 보이는 구나.”

“풍백?”


어째선지 아이들 앞에서 풍백에게 아가 소리를 들으니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지, 지금은 선생님이에요!”

“호오~ 대견하구나. 아해가 아해를 맡다니.”

“그러니까 아이가 아니라니까요!”


마치 태후와도 같은 풍백의 고고한 자태에 처음 보는 낯선 이에 경계하던 아이들도 이내 경계심을 풀고 입을 헤 벌린 채 그녀를 바라봤다.


“공주님이다!”


그때 아이들 중 하나가 소리쳤다.

아이들은 뭐든 예쁘면 공주님이다.


“아니야! 여왕님이야!”


그 말에 누군가 반박했다.

확실히 풍백은 공주라고 불리기엔 많은 위화감이 존재했다.

성숙하고 또 누군가를 지배하는 고아함마저 존재했으니까.


“후훗. 어린 아해들이 보는 눈이 있구나. 다만, 여는 ‘여왕’이 아니라 ‘왕’이니라. 뭐,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풍백은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칭찬이 기쁜지 작게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우리들의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풍백은 의외로 아이들을 대하는데 능숙했다.


“그런데 풍백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 또 제게 하실 말씀이 있는 건가요?”


나는 이전처럼 내게 뭔가 깨달음을 주기 위해 찾아왔는지 물어봤지만.


“이번엔 여가 어여삐 여기는 코르가 아닌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으로서의 코르를 만나러 왔단다.”


아무래도 오늘의 풍백은 뭔가 다른 용건으로 찾아왔나 보다.


“이쪽으로 나오시게.”


그러고는 누군가를 불렀다.


“저 노인은?!”


그때 그 지네 영감이 풍백 뒤에 딱 붙어있었다.

여전히 기척을 느끼기 힘든 노인네다.


‘저, 저게!’


감히 누구에게 붙어있는 것이냐며 화를 내려는 찰나.


“안면이 있는 것이냐? 잘 됐구나. 아, 이미 한 차례 만나긴 했었던가.”


풍백은 그 노인을 향해 오직 내게만 보여줬던 온화한 미소를 지어보였는데 풍백의 저런 편한 모습은 나조차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친구는 가온이라고 한다.”


-가온이라고 한다.


-온이라고 한다.


-가아온~ 가온~ 가온~


-하안다~ 한다~ 한다...


순간 풍백의 말이 머릿속에 메아리쳐 울렸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 +2 22.11.29 263 0 -
공지 드디어 1부가 끝났습니다. +4 22.10.08 161 0 -
공지 이 소설을 읽어주신 분들께...(#연중 공지 아님.) +3 22.09.02 349 0 -
공지 초반부는 아포칼립스에 걸맞게 조금 우울할 수 있습니다. 22.06.17 347 0 -
공지 연재시간을 매일 오후 10시로 변경하겠습니다. 22.05.15 192 0 -
221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6 +1 22.11.29 81 2 18쪽
220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5 22.11.28 54 3 19쪽
219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4 +1 22.11.27 58 4 16쪽
218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3 22.11.26 50 5 17쪽
217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2 22.11.25 53 3 14쪽
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2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9 2 14쪽
»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5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7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2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0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0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7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3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5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19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3 22.10.28 77 4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