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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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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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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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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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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8쪽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6

DUMMY

메이저 아르카나 16번인 탑과 17번인 별이 연속해서 나왔노라고 다섯째 저주는 이야기했다.


“별은... 희망, 반짝임, 소원... 거기에 탑이 같이 나왔다면... 급격한 변화로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가 되겠군......”


그들은 그렇게 그들만이 아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역시 아크 공은 지혜로워. 유일하게 말이 통한다니까!”


정작 그 말을 들은 아크의 표정은 그닥 좋지 못했다.

정황상 한쪽 눈을 깜빡이며 눈짓으로 자기 마음을 전한 듯 보였지만 정작 그 얼굴은 가면에 가리어져 표정을 읽을 수 없었으니까.


“근데 17이란 숫자가 너무 강렬했단 말이에요? 하필 카드를 뽑는데 16이란 숫자를 17이 가렸어요. 하필 카드 중 하나가 역방향이라 제대로 가려졌죠~”

“17이면... 죽음인가?”


아크가 이것까지 답해줄 줄은 몰랐는지 타로는 가면 너머로도 훤히 보일정도로 찢어지게 웃었다.

아니, 실제로 입 꼬리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 상처는 이내 시간이 역행하듯 아물어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그 흘러나온 피마저 다시 안으로 빨려 들어가 약간의 핏기마저 지워냈다.


“네. 17은 애너그램(Anagram)으로 ‘나는 살았었다.’를 의미하여 이미 죽은 자거나 곧 죽을 자에게 자주 보이는 숫자란 말이죠.”

“이보게들, 난 아직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가 없어. 그 탑이 2개라는 부분부터 설명해주게.”


시황제의 물음에 타로는 잠시간 그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나이가 어린 세르반은 몰라도 1000년을 넘은 그가 이런 간단한 의미조차 모를 줄은 몰랐다는 듯이.


“누가 시간을 갖고 장난을 쳤다는 겁니다! 누가 죽지 않는 한, 다음 탑은 나올 수 없으니까!”


답답한지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거 성격하고는... 그렇게 모났으니 미움을 받지. 정방향의 탑과 역방향의 탑으로 두 개가 동시에 존재하는 건 가능하지 않나.”

“답지 않게 날카로운 질문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아뇨. 불가능합니다.”


다섯째 저주, ‘거꾸로 매달린 남자의 저주’는 단언(斷言)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참 재밌지 않나요, 요즘 세상은? 제가 처음 이 카드를 정립하며 탑을 그릴 땐 말이에요. 바벨탑을 보며 그렸어요. 언젠가 제가 입성할... 이런 잊어주세요.”


그 말에 진조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흥미를 보였다.

둘째 저주는 아직도 바벨이 남아있다는 것에 흥미를, 셋째 저주는 바벨의 위치가 궁금하다는 호기심을, 넷째 저주는 바벨이 뭔지 모른다는 의문을.


명계에서 지내는 그들은 이렇듯 정보의 흐름에 둔감했다.

그 모습에 타로는 자신을 세상을 거꾸로 보는 예술가가 아니라 그저 눈 먼 자들의 도시에 갇힌 유일한 정상인이 아닐까 생각하며 쯧쯧, 낮게 혀를 차더니 말을 이었다.


“탑에서 떨어지는 인간은 악마로부터 유혹받아 타락한 인간을 의미하죠. 과연 누가 진짜일까요. 역시 정방향의 탑, 아니면 ‘나는 죽었었다.’의 역방향의 탑.”


일생일대의 수수께끼를 맞이한 그는 다시 가면에 가리어 보이지도 않는 표정을 바꾸어 한참을 키득대며 웃었다.


“이런 제가 말이 너무 길었네요. 우리 2천 살 먹은 선배님이 아직 밖에서 호명되길 기다리고 계신대 말이죠.”


그 말에 복사들의 하얗게 질린 안색이 이번엔 검게 죽어갔다.

그들 대화에 정신이 빼앗겨 밖에서 다음 시조가 호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조차 잊은 것이다.


“여섯째 저주, ‘은과 십자가의 저주’. 제 주인을 은화 30닢에 팔아먹은 이. 제 스승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만든 이. 십자가를 보지 못하는 인류 최악의 배신자께서 여기 드시나이다.”


마치 랩을 하는 듯 빠른 호명에 맞춰 들어오는 그 존재는 온몸을 통해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다는 말은 아마 그를 보고 나온 말이리라.

진정으로 그는 여기 모인 불사자들 중에서 누구보다 죽음을 바랐다.


“배신자 유다인가.”


그는 놀랍게도 홀로 2개나 되는 저주를 남겼다.

하나는 십자가의 저주.

또 하나는 은의 저주.


“내가 저놈 때문에 그리 좋아하던 은을 모으질 못한다니까.”


그는 저주받은 자들 사이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제 스승을 팔아넘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였으나 스승을 죽게 만든 그의 저주는 그를 죽음에서조차 반려시킨 것이다.


유일무이하게 두 개의 저주를 받았으며 그럼에도 제 스승의 값어치였던 서른 닢의 은화를 제 몸이 타들어 감에도 항상 지니고 다니는 이.


「유다 이스카리옷」


이래저래 미움 받긴 하지만 저주받은 자들 사이에서 최고 아웃풋이다, 인지도가 높다는 뜻이다.

물론 그는 이 사실을 전혀 반기지 않아했지만 말이다.


“신의 피를 탐하러 온 것인가?”


진조들은 기본적으로 매우 제멋대로인 존재로 긴 시간동안 왕, 노예, 안 해본 것이 오히려 드물었다.

더욱이 저주라는 족쇄에 묶여 기약 없는 죄수 생활을 이어가야하니, 강제당하거나 억압받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다.

아니, 이들은 죽음을 염원하니 사는 것만큼 싫어했다.


사는 것은 고통, 억압받는 것도 고통, 고통에 고통이 더해지는 것이니만큼 그들을 강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저 ‘흐르는 강의 저주’가 그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듯이 새로운 진조가 나타나면 명계를 열어 이 땅에 초대할 뿐, 따로 만나거나 모이는 일이 드물었다.


그런 이들이 이렇게 모이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세르반이 태어나며 그들의 왕이 되고 초대에 응한 진조에 한해 자신의 피를 하사해주었기 때문이다.

신의 피는 그들이 귀한 발걸음을 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이 모든 방법을 가르쳐준 것은 그를 거둔 사막의 장미였다.


세르반은 자신의 종이자, 어머니이자, 연인이자, 선생이자, 제 심장의 주인인 작열하는 태양의 저주, 사막의 장미를 바라봤다.


‘과인은... 어리석지 않노라.’


그녀가 자신을 길들였음을 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기꺼이 제 심장을 넘겨주었다.


‘이 모든 게 과인의 피를 탐내는 그녀의 계략일지라도 괘념치 않노라.’


세르반은 자신이 저주받지 않았다고, 저주의 왕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손가락질 하는 이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생각을 이어갔다.


‘과인이 저주를 이어받지 않았다니 참으로 우스운 소리다. 사랑의 광기란 이름의 저주를 참으로 훌륭히 이어받지 않았더냐.’


사랑의 광기에 잠식된 그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진정한 저주의 왕이 되어야 했다.

진조가 제 아무리 저주의 시조라고 불리며 추앙받는다 한들 그들은 보다 위대한 것으로 개화되지 못한 유생(幼生)에 불과함을 알았기에.


‘이제 초월할 때다. 마침내 열 두 진조가 모두 모이면 우리는 완성될지니. 아니, 여덟이어도 좋다. 우린 이제 다시 성장이 가능해졌나니. 마치 산 자처럼...!’


세르반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복사들은 빠르게 다음 지배자를 불렀다.

진조들을 신으로 섬기는 복사들에게 있어 그들을 더 기다리게 하는 건 신을 부인하는 것과도 같은 무례였으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했다.


“일곱째 저주, ‘심장에 박힌 말뚝의 저주’. 적군을 꼬챙이 꿴 왕. 루마니아의 영원한 수호자였으나 덧없게도 피에 미친 학살자로써 기록된 이께서 여기 드시나이다.”


─철컹! 철컹!


들어오는 건 ‘용의 아들(Draculea)’

평생을 투쟁 속에서 살아온 ‘꿰뚫는 자(Tepes)’


「블라드 3세(Vlad III)」


마치 전장에 선 듯 갑옷을 입고 등장한 그는 현재 저주받은 자들의 일반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가장 일조한 자였다.


뱀파이어라는 단어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는 그 탄생부터가 다른 진조와 달리 비범했다.

생전에 저주받아 저주받은 것이 아닌 사후 인식의 변화로 저주의 시조로 재탄생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의 사망 시기는 인쇄술이 발달한 시기와 기묘하게 겹쳐 있었는데 그를 모델로 한 소설이 빠르게 퍼져나감에 따라 그는 인류의 집단의식에 의해 저주받았고 이 저주는 그를 죽음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의 탄생은 진조들로 하여금 저주의 의미를 되돌아보게끔 만들었다.

어쩌면 저주야말로 죽음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아닐까 하고.

그들의 죄를 결정짓는 존재는 과연 누군가 하고.


죽음 이후 부활해서인지 그는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그가 반응을 보이는 건, 피를 보거나 활자를 볼 때뿐.


그는 활자(活字)를 증오했다.


그가 내린 일곱째 저주, ‘심장에 박힌 말뚝의 저주’로 인해 안 그래도 저주에 짓눌린 그들에겐 강력한 제약이 하나 더 생겼다.


팔이나 다리가 잘려도, 심지어는 목이 잘려도 문제가 없는 그들이었건만 심장에 말뚝이 박힌다면 제 아무리 진조라 하여도 제 뜻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일부 어린 혈족들은 그대로 소멸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강했다.


각 진조가 데리고 있는 혈족의 수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들의 무서운 점은 인간만 있다면 끊임없이 그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전염병처럼...


또한 그들 진조는 각각이 리버스의 원로와 맞붙어도 결코 꿇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증명해주는 존재가 바로 다음 호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덟째 저주, ‘비치지 않는 거울의 저주’. 스스로 불사를 이룩한 어리석은 이. 명계의 입구에서 반려된 이. 다른 세계에 모습을 비출 수 없는 어리석은 불사자께서 드시나이다.”


이 연회의 주인공.


모든 저주의 관심을 받는 새로운 저주의 시조(始祖).


이 여덟째는 그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덟째 저주의 다른 이름은 마지막 저주.


관리자는 7일간 세상을 만들었으며 8일째 되는 날은 완전한 세상이 돌아가는 첫째 날이다.

그렇기에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완전’ 혹은 ‘완성’.


다만 여덟 번째는 마지막 저주일지언정 마지막 진조는 아니었다.

신의 아들이 열두 제자를 모았듯이 진조가 도달해야할 숫자는 열둘.


여덟 번째 이후의 진조부터는 ‘초월’을 상징한다.

여덟 번째 이후부터는 그 저주가 일족 전체에게 내리지 않는다.

그 몸을 묶는 저주가 제 하나의 것밖에 없는 진정한 의미의 초월자.


최초의 진조이자 모든 저주가 제 것 하나뿐이었던 저 카인과 동등한 자들.

그들이 언제 태어날지, 과연 태어나기나 할지, 그들이 자신들을 적대하진 않을지 많은 문제가 있지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저주받은 자들은 순수하게 여덟째 저주의 탄생을 축하해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존재 자체로 어떤 징표와 다름이 없었으니까.


─터벅. 터벅.


제 초콜릿색 피부와 상반되는 새하얀 가운이 펄럭인다.


마지막 저주는 고대인도, 한 나라의 왕도, 누구에게 죽임당한 이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죽음을 죽였다.

자신의 몸을 불멸의 신체로 개조함으로써.


무수한 실험체들을 죽였다.

자신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


여덟째 저주이자 리버스의 원로.

새로운 저주의 시조이자 불멸의 세포인 헬라 세포를 이용해 자신을 불멸의 신체로 개조한 연구가.


바벨의 18번째 악마 바신의 총애를 받는 이이자 강현을 제외한 가장 어린 원로인 그녀가 명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성모와 같은 자애로운 미소를 면면에 띠운 채로.


그녀로 인해 그들은 이제 거울에 모습을 비출 수 없게 됐다.

다만 저주는 저주로 상쇄가 가능하기에 흐르는 수면이나 은으로 만든 거울에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것은 가능했다.


“이리 몸소 방문하여 연회를 빛내주니 기쁘기 그지없군, 한 잔 들겠나?”


세르반은 새로운 진조의 등장에 기꺼워하며 잔을 꺼내 직접 그 안에 제 피를 담았다.


“사양하지 않죠.”


마야는 건네진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그 모습에 다른 진조들은 입맛을 다셨고 목줄의 견고함을 느낀 세르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럼 모두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해볼까? 피는 회의가 끝난 뒤에 주겠네. 피만 마시고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빠져나갈 궁리만 할 것이 눈에 보이니까 말이야.”


도끼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는 세르반에 제멋대로인 진조들은 저마다 딴청을 피워댔다.

특히 둘째 저주는 아직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듯 헛기침소리를 내며 피를 요구했다.

물론 세르반은 무시했다.


“그 전에...!”

“아크 공, 그렇게 재촉해도 아직 피는 줄 수 없소.”

“그게... 아니다. 그대, 마야 원로라고 하였나...?”


갑자기 자신을 언급하는 둘째 저주에 그녀는 속으로 몹시 놀랐다.

그녀가 품고 있는 저주가 일러주는 것이다.

저것은 절대 못 이긴다고, 자칫 잘못하면 잡아먹힐 수도 있다고, 대홍수 이전의 선대인류였던 신과도 다름없는 인간이 이제와 신조차 죽일 수 있는 저주가 되었다고, 여태 그녀가 알고 있던 가장 강대한 자인 지구 최후의 마녀인 사바나 위치엔드조차 그에 비하면 손색이 존재한다고...


“저주받은 자는... 이전의 자신을 버린다는 의미로... 다른 이름을... 갖기도 한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더욱 놀라운 거였다.


“이름을?? 그건 혈족을 받아들일 때나 하는 것 아닌가.”

“호오~ 꽤나 당신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아크 공.”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그것은 오직 혈족을 받아들이는 진조들만의 권리였다.

마음에 드는 이를 저주받은 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며 진조는 부모로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


그렇기에 이것은 호의이자 무례였다.

진조는 스스로 명명하는 자, 마치 신과도 같이 스스로 존재한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호의의 표명이었지만 권리의 침해이기도 했다.


“뭐, 상관없겠죠. 어차피 이름을 감출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데모고르곤(Demogorgon)... 그 정도면 좋겠군.”

“명계의 오랜 악마, 그 무서운 데모고르곤!”


저 ‘혼돈’조차 두려워한다는 악마의 이름에 몇몇 진조는 감탄했고, 몇몇 진조는 여인에게 붙이기엔 너무 험악한 것 같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데모고르곤, 데미우르고스의 대적자인가요? 좋은 이름입니다.”

“그 이름이... 신의 변덕으로부터 너를 지켜주기를...”


이에 마야는 그의 호의가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리라 추정했다.


“흠흠, 진조가 여덟이나 모이게 되니 이 성도 비좁게 느껴지는 군.”


명명식이 끝나자 세르반은 헛기침소리와 함께 이번 회의의 주제를 슬쩍 입에 올렸다.


“성을 확장하려고? 어차피 각자 거처는 따로 있지 않나?”

“이 친구도 참 눈치 없기는... 영역을 넓혀야지. 정복 전쟁이다! 우리도 이제 그 수가 점차 늘어날 진데 언제까지 지하에 처박혀있을 수는 없지 않나. 이제 그래야만 했던 가장 큰 제약마저 사라졌으니, 데이 워커(Day-Walker). 말 그대로 낮에 걸어야지.”


사실상 삼대 조직으로 삼분되어 안정화된 현 상황에 돌을 던지겠다는 의미다.

신화시대부터가 아닌 신화시대 이전부터 살아온 괴물이 있는 이들이 밖에 나선다면 그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


“추천하는 나라가 있나?”

“조선...!”


이에 블라드 3세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그 눈은 그 입 안처럼 시뻘건 증오로 번들거렸다.


“조선? 한국을 말하는 건가? 갑자기 왜?”


그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지명에 진조들은 저마다 당황을 표했다.

이지를 상실한 광인처럼 활자와 피를 제외한 모든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 그였기에 이러한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장영실...!!!!”


이들 중 오직 여덟째 저주, 마야만이 상황을 이해했다.


장영실과 블라드 3세는 동시대의 인물로 그는 금속 활자 제작에도 참여한 인물이었으므로.

세종이 타는 가마의 설계를 잘못한 이후 기록에서 지워졌으나 그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나라, 이탈리아에서 그 기록이 나타난다.


학자들 중 몇몇은 그가 이 금속 활자 제조기술을 교황청에 전해 인쇄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만일 이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드라큘라에 대한 소설이 퍼져나가고 이로 인해 그가 저주받았다면 충분히 그의 증오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할지언정 지혜로운 선택이라 공감해줄 수는 없었다.


“한국은 그리 좋은 선택지가 아니에요. 이미 이강현 원로의 지배하에 있고 그곳을 고향으로 삼은 신이 둘이나 되기에 이는 리버스와 완전히 척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거리도 멀고요.”


한국은 그 이강현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니까.

잘못 건드리면 단순 원로 하나를 적대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들인 불의 신과 아내인 신녀, 봄의 여신이자 명계의 여왕, 더욱이 그런 그녀를 짝사랑하는 아도니스 원로까지 한꺼번에 적으로 돌릴 수도 있는 일이다.


분명 이들이 만든 조직 「데이 워커」는 강했으나, 스스로 가라앉으려는, 암초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려는 배에 굳이 승선하길 원하는 승객은 없는 법이었다.


마야는 어느새 그들의 일원이 되어 회의를 능숙하게 이끌어갔다.


“그럼 일본은 어떤가? 망할 놈 후손들을 좀 잡아야겠는데.”


이번엔 시황제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불로초를 가져오기는커녕 일본으로 튀어버린 서복과 그 후손에 대한 복수심에 활활 불탔다.


“일본도 좋지만 그보다는...”


마야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제 계획을 말했다.

그 화려한 언변에 현혹된 진조들은 저도 모르게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서어어언!!!!”


오직 조선만을 부르짖으며 광분해 날뛰는 블라드 3세와.


“마야라... 멕시코의 원주민 언어로 주기(週忌). 즉, 시간을 의미하는 말이던가요? 여러 의미로 제 후임이 되는 분이 들어오셨네요.”


가면에 가리어 보이지 않는 미소를 흘리는 다섯째 저주, 타로를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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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6 +1 22.11.29 82 2 18쪽
220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5 22.11.28 55 3 19쪽
219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4 +1 22.11.27 59 4 16쪽
218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3 22.11.26 51 5 17쪽
217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2 22.11.25 54 3 14쪽
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80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50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2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2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2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6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3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60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5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8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3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1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1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8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4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1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5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7 4 18쪽
19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3 22.10.28 78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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