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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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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11.04 22:00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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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DUMMY

“버, 버, 버, 버, 벌레?!”


요리하다 실수로 벌레가 들어간 것이 아니다.

벌레를 이용해 요리를 만들었다!


‘징그러!!’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것 같은 더듬이와 그 눈이 그대로 보이는 벌레 튀김에 나는 그릇을 엎으려던 걸 가까스로 참았다.


‘일단 먹지 못하는 건 준 건 아니야.’


그 증거로 주변에선 이 혐오스러운 걸 가벼운 술안주 삼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다.

심지어 어린애들마저 술은 마시지 않더라도 이것들은 맛있게 먹었다.


‘확실히... 이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유일한 식량이 지하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런 것밖에 없겠지. 이해는 해. 하는데...’


먹기 싫다.

생전 벌레라고는 번데기 외엔 입에도 대본 적이 없던 탓이다.


─꼬르륵.


그러나 배가 고팠다.

축제를 생각해 배를 비워둔 것이 실책이었다.

튀긴 음식 특유의 그 고소한 기름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신이니까 며칠 굶어도 문제는 없겠지만.


“드셔주실 거죠? 배가 고프시잖아요.”


퇴로가 막혔다.

나의 퇴로를 차단한 그들의 눈에선 악의라곤 한 점 찾아볼 수 없어서...

순수한 선의로 가득해서...

나는 누군가의 선의가 누군가에겐 악의로 다가올 수 있음을 절절이 깨달았다.


“그, 그럼 잘 먹을게.”


나는 결국 막대과자를 연상시키는 길쭉한 벌레 튀김을 입으로 받아.


─바사삭!


씹었다.

그 감촉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꿀꺽!


그리고 삼켰다.


‘분해...’


분하게도 맛있었다.


사전에 여기서 나오는 음식의 종류를 알려주지 않은 미아에게 원망을 보냈지만, 원망의 대상자는 이미 저 멀리서 우리가 만든 물건을 출품작으로 내놓고 있었다.


“에휴~”


한 번 먹어서 그런지 이후부터는 이전만큼 호들갑 떠는 일 없이 무난하게 먹었다.

생긴 것만 이상하지, 맛도 식감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마치 구운 마시멜로를 먹는 것 같은 식감. 고소하고 담백해.’


눈을 감아도 예민한 감각으로 인해 입안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벌레의 형태에 절망하면서도 주는 족족 전부 받아먹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나는 자리에 일어나 전시된 물건들을 구경했다.

마침 미아가 투표할 때 쓰라고 세계수의 호박 몇 개를 챙겨줬다.


“와! 저건 당장 써도 되겠는데.”


과연 장인의 종족, 드워프라는 걸까?

내가 쓰기에도 모자람이 없는 물건들이 종종 보였다.


[소유: 드워프 전격창 (Rank:B+)]


「전격을 뿜어 강에 있는 모든 물고기를 기절시키는 장어형 몬스터, 에레키르의 뼈를 통째로 깎아 만든 창입니다.


발전기관(發電器官)이 붙어있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부에 전격이 모이며 상대를 찌를 경우 날에 있는 장치가 눌러지며 전격이 방출됩니다.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이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의 불꽃으로 마감되어 높은 마나 전도율을 가집니다.」


모두가 이 정도 급은 아니었지만 전시된 물건 중 상당수가 최소한의 퀄리티가 보장됐다.


‘출품작이니만큼 가장 잘 만들어진 걸 가지고 왔겠지만, 고작 2주 만에 이런 물건을 만들어 오다니...’


이들의 실력이 그만큼 뛰어나단 걸까? 아니면 내 불꽃이 그만큼...

청명과 가온, 비교군이 고작 둘밖에 없긴 하지만 역시 제작에 있어서는 그 자체로 변화의 성질을 띠고 있는 내 불꽃을 따라올 게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저건 어떻게 만든 거지?”


보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는 게 이런 걸까.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에 나름의 독창성을 부여했다.


어떤 이는 마석을 통째로 가공하여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이도 마법과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고 또 어떤 이는 불필요한 것들을 깎고 잘라내어 원본이 본래 도달했어야할 잠재력의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러니 신화에서 드워프가 제작 계통에 한하여 최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아아아! 난 납득 못한다!”

“흥! 네 실력이 내 아래라는 걸 인정하지 그래? 번데기.”

“이 자식이! 내가 성충이 된 게 언젠데 왜 아직까지 번데기라고 부르는 거야!”

“그게 싫으면 실력으로 이겨보시던가.”


원체 걸걸한 성격에 술까지 들어갔으니 자그마한 시비에도 다툼이 일어났다.

서로 뒤엉켜 치고 박고 싸우는데 주위에선 말릴 생각은 않고 누가 이길지 내기를 하고 있다.


그 사이에는 미아도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챙겨온 호박 전부를 토베르라는 이름의 드워프에게 걸었다.


“퉷! 별 것도 아닌 게!”


그리고 귀신같이 패배했다.


“크흑, 무를 수는 없겠지?”

“아무리 공주님이라 해도 내기는 공정해야 합지요. 케헤헤! 이 호박은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그려.”


모든 호박을 잃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미아를 보니 상위종이 된다고 도박에 대한 없던 자질이 생기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썩 나쁘지 않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번 불꽃 축제는 우리가 만든 태양의 반지와 달의 목걸이가 우승했다.


“신님도 제법이잖아!”

“불꽃만 쓸 만한 줄 알았는데 손재주도 굉장하다니!”

“공주님이 다른 누군가와 합을 맞추는 건 처음 봤다고?”


누가 한 번에 여러 개를 출품하는 게 어디 있냐고 화를 낼 법도 한데 이 물건들에 담긴 격을 느낀 것인지 승자가 정해지자마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박수를 쳐줬다.


우리 앞에 쌓인 호박은 가히 작은 동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듣자하니 역대 최다 득표수라고 한다.


“이제 갈 시간이네.”

“그러네요.”


나는 세계수로 돌아가긴 전, 우승상품으로 받은 소재와 투표로 받은 호박을 전부 미아에게 넘겼다.


“신세 많이 졌어.”


나는 미리 말한 대로 떠나기 전 불을 모두 회수했다.

그들은 약간(사실은 많이) 아쉬워하긴 했지만 시원스럽게 나를 보내줬다.


“다, 다음에 또 오실 수 있을까요?”


떠나는 나를 붙잡는 미나의 말은 내용만 들었을 때 아련한 것을 넘어 애틋하기까지 했지만, 그 눈빛만은 이제 좀 쓸 만해진 일꾼이 도망가는 것을 보는 고용주의 눈빛이었다.


이에 나는 정말 도망치듯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수레를 끌었다.

그들이 안내인을 붙여주려고도 했지만 여느 미로가 그러하듯 도착지점에서 출발하는 길은 상당히 찾기 쉬웠기에 거절했다.


위에 있는 세계수의 뿌리만 따라가면 됐으니까.


“뭔가 마물이라도 나왔으면 했는데 평화롭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걷기엔 심심한 느낌이 들어 오랜만에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1. 이름(Name) : 이코르(Loki)

2. 성별(Sex) : 남성

3. 종족(Species) : 신(애시르)

4. 기원(Origin) : 분실(紛失)

5. 권능(Warrant) : 로키의 불태움(Lokabrenna)(Rank:SS), 변신의 귀재(Trickster)(Rank:SS+), 진리의 눈(Eye of Aletheia)(Rank:EX), 풍백의 후계자(Rank:S+)

6. 특성(Trait) : 대드루이드(Rank:S+), 바벨 이전의 언어(Rank:A+), 유아퇴행(Rank:F-)

7. 소유 : 시리우스(Rank:SSS), 태양의 반지×2(Rank:S+), 달의 목걸이(Rank:S+), 리버스폰(Rank:C), 정화의 은제 단검(Rank:C+)... 등

8. 계약 : 신을 삼킨 늑대(가호), 꼬리를 무는 뱀(가호), 저승의 여왕(가호), 2위 아가레스(Agares)(가호), 시리우스(Baldr)(신물)

9. 기술 : 검술(황혼검)(A), 제작(이발디의 비전)(A), 무공(태극양의신공)(A), 체술(수인족 기본무예)(A), 매혹(어린 신을 향한 보호본능)(A), 요리(C+), 주술(볼바)(E+)... 등


“이, 이게 뭐야!”


오랜만에 확인한 상태창은 정말 격변(激變)이라는 말이 너무도 어울렸다.


“검술에 제작에 무공까지 전부 A랭크. 천마와의 일전으로 상승한 건가? 이젠 굳이 개안을 하지 않아도 콜로세움에서 결투했을 당시의 유피와 동수를 이룰 수 있을 정도잖아!”


이제 운이 아닌 실력으로도 손에 꼽는 강자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유피도 성장했겠지만...”


헤어지기 직전의 유피의 상태창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더군다나 시리우스의 랭크도 상승했어. 아르케 두 개를 흡수한 것이 도움이 된 건가?”


언젠가 미나가 시리우스에게 인간화를 한 후에는 어째서 검을 꺼내지 못하냐고 물으며 혹시 출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이었나 보다.


그리고 드디어 내 제작에도 이제 기술명이 붙었다.

바로 「이발디의 비전」, 이 2주 동안 마야에게 빡세게 배운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다냐?”


그리고 내 부정특성, 익숙한 다중인격장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유아퇴행이 들어가 있다.


“내가 잊은 게 이거였나?! 뭐, 그래도 아직은 F랭크에 불과하니까... 굳이 신경 쓸 필요 없겠지.”


어쨌거나 정말 보람찬 2주였다.


작가의말

이번화는 평소보다 짧습니다.

대신 다음화는 꽤나 흥미로울 것 같네요.

슬슬 떡밥이 풀리기 시작하니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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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6 +1 22.11.29 81 2 18쪽
220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5 22.11.28 55 3 19쪽
219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4 +1 22.11.27 58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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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50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2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2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2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60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5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8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3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1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1 3 17쪽
»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8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4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5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19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3 22.10.28 77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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