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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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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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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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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DUMMY

‘안 된다면 무척 무안할 것 같지만...’


미아의 눈에 진리의 눈이 반사되어 비쳤다.

그 빛을 완전히 담아내진 못해도 아주 잠시면 된다.


그리고 언뜻 빛이 보였다.


“윽. 흐윽...”


아, 눈물인가보다.


미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기어이 눈물을 보였다.

보이는 것은 공포, 공포, 공포.

자신의 존재마저 인지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아득한 공포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내 눈을 한 상대를 바라보았다.


‘아, 다른 이들은 나를 이렇게 보는구나.’


<개안(開眼)>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게 된 나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다리가 풀려버린 미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아, 미안. 수고했어. 덕분에 잘 된 것 같아.”


사과하는데 뭔가 이름이 라임이 맞는다.


“흐윽. 흑! 이름 가지고 놀리지 마세요!”


[종족 특성: 대드루이드가 ‘니벨룽겐의 감각’을 체화하는데 성공합니다.]


아주 찰나에 불과했지만 진리의 눈을 완전히 여는 데 성공했다.

체화까지 성공한 걸 보니 종의 변환도 가능할 것 같다.


눈물 젖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미아의 모습이 내 죄악감을 자극했지만 나는 분명 허락을 받았다.

이래서 사람은 함부로 말을 꺼내선 안 되는 거다.


‘아, 이것도 좀 쓰레기 같은데?’


짧은 반성을 마치고 나는 종족 특성을 체화시키는 것에 이어 종의 변화까지 실시했다.


[권능으로 인한 종족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신(애시르)->니벨룽겐(헤라클레스 왕 장수풍뎅이)]


[종의 변환으로 인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종의 편차가 큽니다. 권능을 사용하는 데 있어 막대한 페널티가 주어집니다.]


“그, 그 모습은!”

“어때? 이제 좀 존경스러워?”


종의 변환으로 인한 패널티가 풍우룡으로 변했을 때보다 컸지만 실로 만족스러웠다.

패널티가 주어져도 종의 변환을 하기 전에 이미 나누어둔 불꽃은 이 패널티에 영향 받지 않음도 이전에 확인했으니 문제도 없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키가 컸다.

난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충이 된 드워프의 신장은 높았다.


나는 어느새 미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윗 공기가 참으로 달구나.’


물론 이곳은 깊은 지하 땅굴 속이라 밖에서 지낼 때보다 한없이 낮은 공기겠지만 기분이 그랬다, 기분이.


내 손에는 어느새 생성된 또 하나의 생체기관, 드워프의 망치가 쥐어졌다.

나는 변신 전 내 키와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망치를 장난스럽게 휘둘러봤다.


‘생각보다 어렵네.’


아무래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히끅, 되게 못하시네요. 큰 망치는 처음 다루시죠? 더군다나 저희 종족의 감각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야 합작을 할 수 없어요.”

“엑?! 실력을 생각하지 않고 바로 도움을 받겠다고 약속했잖아!”


미아는 훌쩍이면서도 할 말을 다했다.


“어쩔 수 없네요. 제 밑에서 배우시죠. 성.심.성.의.껏. 가르쳐드릴 테니.”


가르쳐주는 건 좋은데 제발 표정을 좀 풀어줬으면 좋겠다.

미아는 성심성의껏을 강조하며 마치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렇게 드워프의 마을에 온 첫 날.

결국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미아에게 붙잡혀 니벨룽겐의 감각과 더불어 드워프가 제작을 하는 방식 등에 대해 배웠다.


하루면 끝날 줄 알았던 배움은 장장 사흘에 걸쳐 서 이어졌으며 이래서야 합작을 한다한들 태양과 달의 눈을 가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전과 같을 거라는 생각에 절망했다.


그래도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


‘마법을 배우지 못하는 드워프가 어떻게 마법이 담긴 무구를 만들 수 있는지 이제 알겠어.’


난쟁이들에게 있어 마법은 그들에게 허락된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을 물건에 담을 줄 알았다.


별다른 회로나 술식을 새기지 않고도 말이다.


인간들이 회로를 새겨 마나가 가는 길을 일일이 새롭게 파낼 때 그들은 그 감각만을 가지고 마치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재료 그 자체에 새로운 특성을 불어넣거나 숨겨진 힘을 일깨워 인간 대장장이는 평생이 지나도 감히 닿지 못할 경지의 물건을 만들어냈다.


‘이거 아카데미에 갈 필요가 없어진 거 아니야?’


내가 아카데미 입학을 고려하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그저 두들기기만 해서는 대장장이로서 더 높은 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였는데 지금 새로운 길이 열렸다.


‘좋긴 좋은데, 좋기만 하지는 않네...’


내가 여태 만들었던 것들에 대한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이때 이렇게 할 걸 했으면 좋았을 걸, 이때는 이렇게 했어야했는데 하는 생각이 자꾸 나를 괴롭힌다.


‘싹 다 녹인 다음 다시 만들어야하나?’


망각을 허락받지 못한 게 이럴 때는 슬펐다.


특히 얼마 전 용린어신창을 불에 녹이다가 성불시켜버린 사건이 떠올랐을 때는 아예 구멍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


왜 미아가 내게 촌스럽다 표현했는지 이제 조금 이해가 갔다.


그렇게 처음 3일은 미아 밑에서 기본기를 배우고 이후 일주일은 함께 반지와 목걸이를 만들었다.

2주로 예정되었던 것이 열흘로 고작 나흘 줄었을 뿐이지만 얻은 게 많기에 나쁘지 않았다.


“마침내...”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분명 손에 꼽을 법한 대작을 만들어냈다.

적어도 이만한 재료를 얻기 전까지 이 정도 급의 물건을 만들 수는 없으리라.


[소유: 태양의 반지(The Ring of the Sun)(Rank:S+)×2]


「본래 하나였던 태양의 눈을 둘로 쪼개어 만들어낸 눈부시게 아름다운 반지로 반지를 나눈 연인들이 항상 이어져있게 해주며 서로가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 반드시 곁에 돌아옵니다.


-마음이 이어져있는 한 항시적인 태양의 축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수의 호박으로 만들어 착용자에게 더러움이 닿지 않게 합니다.」


[소유: 달의 목걸이(Lunar necklace)(Rank:S+)]


「달의 눈과 세계수의 호박 그리고 용린석에서 뽑아낸 실로 만들어낸 시리도록 아름다운 목걸이입니다.

달의 눈은 그 자체로 강력한 매개로서 모든 술식을 보조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위의 마나를 장악하는 힘이 깃들어있습니다.


-달이 뜨지 않은 밤, 달이 물러간 새벽, 태양이 달을 물리친 정오에도 달의 힘을 온전히 끌어낼 수 있습니다.


-1회에 한하여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전에 무림에서 봤던 간장과 막야보다 뛰어나다... 비록 용도는 달라도 등급이 더 높아.’


나는 그동안 정체되어있던 내 제작기술이 진일보했음을 느꼈다.


‘이제 제작도 A랭크인가...’


하지만 미아는 이런 엄청난 대작을 만들어내고도 영 마음에 차지 않은 듯 보였다.


“아쉽네요. 상징적인 의미를 살리느라 그 힘을 다 끌어내지 못했어요. 역시 그저 아름다울 뿐인 장신구에는 이 이상 힘을 담기 어려워요. 그래도 신격에는 닿았으니 최소한의 규격에는 들어왔다고 봐야 할까요? 그럭저럭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까요.”

“이게 그럭저럭 이라고?! 기대가 너무 컸던 거 아니야?!”


대체 미아는 뭘 바란 걸까.

태양과 달을 제 뜻대로 조정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라도 꿈꾼 걸까?


“너무 고깝게 듣지 마시길. 대장장이에게 있어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항상성을 놓치지 않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니까.”


그녀 역시 나처럼 스스로의 가장 따스한 옹호자임과 동시에 가장 혹독한 비평가였다.

아니, 장인이란 존재는 모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작품을 한없이 사랑함에도 자기 자신에게는 언제나 인색하다.


‘미아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해보이지만...’


진절머리가 날 정도의 완벽주의자.

잘 맞는 파트너라기보다는 귀찮은 상사였다.

많이 배웠지만 다음에 다시 함께 작업하자고 한다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도망가리라.


‘영국의 시인, 앨프리드 테니슨 경의 비평가는 작품을 좀먹고 사는 벼룩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만약 이것들을 제작함에 있어 내 지분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분명 화를 냈겠지만 도면을 짜는 것부터 시작해 가장 중요한 마감까지 모든 중요한 작업을 그녀가 도맡아했기에 나는 어떤 불만도 제기할 수 없었다.


자기 작품이 자기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데, 심지어 그것이 장인 정신에 따른 거라는데 여기에 대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좋은 물건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번 내기는 내 승리가 확실시된 것 같네. 혹시 뭐 원하는 게 있어? 포인트가 됐든, 뭐가 됐든 네가 바라는 걸로 말해줘. 의뢰비 명목으로 내어줄 테니까.”

“저도 이런 귀한 소재를 만져볼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정 보답을 해주길 원하시면 바로 돌아가지 마시고 여기에 하루 더 머물며 축제를 즐기고 가주실 수 있을까요?”

“축제?”


순간 데이트 신청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밑에서 배우던 시간 동안 겪었던 그 처절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재빨리 고개를 저어 생각을 털어냈다.

일단 미아는 렌을 좋아한다. 주로 이성적인 의미로.


“무슨 축젠데?”


이들도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는 중이니 축제가 있을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을 무엇을 위한 축제냐는 것.


“매달 말이 되면 저희는 한데 모여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을 가온 님의 불꽃이 있는 주변에 전시하곤 합니다. 저희들만의 전야제(前夜祭)죠. 이날은 아이,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밤새 먹고 마시며 놀다가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에 이 호박 조각을 던집니다.”


미아가 보여준 것은 우리가 제작할 때 재료로 사용한 세계수의 호박이었다.

정사각형으로 균등하게 조각된 그 호박은 마치 그들만의 화폐처럼 보였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일종의 투표죠.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불을 내려준 가온님을 찬양하는 의미도 담겨있지만, 뭐 의미야 갖다 붙이기 나름이죠. 그렇게 축제가 끝나면 각 물건을 출품한 이들은 자기가 전시한 물건 앞에 놓인 호박들을 전부 가져갈 수 있습니다. 투표를 가장 많이 받은 이들은 순서대로 희귀한 소재나 물건 따위를 상품으로 받을 수도 있지요.”


문제가 많아 보이는 투표방식이었지만, 자기들끼리 짜고서 누군가에게 호박을 몰아주는 일은 아마 없으리라.

그도 그럴게 그들은 모두 장인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었으니까.


그런 부정행위를 사용한다면 그건 자신의 작품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결코 인정받지 못한다고 제 스스로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뭐, 하루 정도야.”

“아마 이번 축제는 좀 더 특별할 겁니다.”


무엇이 특별한지 그녀는 끝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


“이런 거였나.”


이번 축제는 확실히 특별했다.

이전의 축제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고 확신할만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저건 내 불이잖아.”


불꽃축제라기에는 폭죽도, 불꽃놀이도 보이지 않는 이 축제는 여느 불꽃축제보다 훨씬 불꽃축제라는 이름에 어울렸는데, 이 축제가 그 자체로 불을 내려준 이를 향한 감사제였기 때문이다.


드워프 마을의 모두가 이 2주간 내가 내려준 불을 사용하여 제작에 몰두했다.

그렇기에 오늘만큼은 그 감사의 대상이 가온이 아닌 바로 나였다.


“신이시여! 이것 좀 드셔보시지요.”

“이것도요!”


그들은 미아와 함께 걸어오는 나를 보고 음식을 접시 채 들고 달려와 공물을 바쳤다.


‘식량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언뜻 보이는 음식의 양이 렌에게서 받아온 양에 비견된다.

전부 사용하려는 걸까?


역시 축제라면 낭비라고 생각될 정도로 팍팍 사용되는 인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바치는 공물을 받아든 나는 이내 경악하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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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2 22.11.25 54 3 14쪽
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50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2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2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2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60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5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8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3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1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1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7 2 9쪽
»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4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5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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