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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43,427
추천수 :
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11.22 22:00
조회
58
추천
2
글자
21쪽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DUMMY

“주소는 분명 여기가 맞는데...?”


나는 몇 번이고 초대장에 적힌 주소를 확인해봤지만 아무래도 주소를 잘못 적힌 모양인지 사람 사는 곳은 도통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무, 나무, 나무뿐이었다.

오죽했으면 설마 나무 안에 집이 있는가 싶어 나무의 옹이구멍 안을 들여다보기도 했을 정도다.


“잘 찾아보도록 하죠. 입구가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우리가 있는 곳은 숲의 한가운데였는데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다.

마치 세계수의 안개로 인해 방향감각에 혼란이 왔을 때의 그 느낌이다.


“시리우스, 잠깐만.”

“왜 그러시죠?”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시도할 가치는 있겠지.”


그래서 나는 마지막 방법으로 숲에 직접 길을 묻기로 했다.

드루이드 또한 마녀의 한 갈래라면 그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찾아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란다, 숲의 아이야. 이리로 오렴.


숲이 속삭인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단단한 나무만이 ‘울림의 소명’을 받는다더니, 그 말이 실로 옳았다.

가문비나무의 소리는 내가 여태 들은 어떤 식물의 재잘거림보다 아름다웠다.

그걸 차라리 연주되는 바이올린에 더 가까웠다.


이후 펼쳐진 장면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나무들이 가지를 살랑이고 가지 끝에 달린 나뭇잎을 떨어트려 길을 수놓는다.


“이건...! 대단합니다. 코르! 소싯적의 난나를 보는 것 같았어요.”


난나는 시리우스의 발드르 시절 아내로 식물의 여신이다.

아마도 욕을 할 때는 로키에 비유하고 칭찬할 때는 난나에 비유하는 모양이다.


“여기서 저쪽으로 꺾고 여기서는 직진? 뭐지? 이러면 빙글빙글 도는 거 아니야?”

“특수한 진법일까요? 신의 인지에 이 정도로 영향을 미칠 정도면 코르의 대모가 되는 분, 실력이 장난 아닌가 봐요.”


그제야 내 후견인의 위치가 떠오른다.

지구 최후의 마녀, 조직의 가장 오래된 원로이자 마도의 초월자.


명실상부 현 시대의 최강자 중 하나인 것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군요.”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리던 손님이 예상보다 늦기에 이리 마중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녀가 아닌 이는... 사절이에요?”


내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시리우스가 사라졌다.

아무리 술사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지만 신에게 강제로 술법을 걸다니, 더군다나 지금의 시리우스는 내가 준 2개의 아르케를 온전히 흡수하여 전생의 위상을 그대로 선보일 수 있는데 말이다.


“같이 온 친구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회가 끝날 때까지 숲을 헤매게 될 뿐. 목숨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니.”


예상외의 사태에 내가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신비로운 물빛 머리를 한 여인은 걱정할 것 없다는 듯 나를 달랬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 숲... 소중한 곳은 아니겠죠?”

“음?”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지만 난 굳이 그 의문을 풀어줄 의무를 느끼지 못했다.

어떤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풀리게 되는 것이니까, 굳이 귀찮게 입을 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콰아아아아!!!


저 멀리서 나무들이 비산하며 빛의 기둥이 솟았다.


“코르으으으으!!!!!!!!!!!”


숲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외침과 함께


<신성마법-성역(聖域), 백야(白夜)>


세상에서 그림자가 사라졌다.


“───?”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 ─.”


본다는 것은 물체에 튕겨져 나온 빛이 망막에 상을 맺는 것.

하지만 빛이 너무 밝으면 역설적이게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미친, 섬광탄을 터트린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설마 이게... 성역인가?’


전에 장자가 사용한 영역이 분명 성역에 도달한 것을 본적이 있지만, 유피도 이 비슷한 걸 한 것 같지만, 이전 신화시대의 진정한 신이 펼치는 성역은 차원이 달랐다.


신이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에게 신체 일부를 내릴 때 발이 가지는 의미는 ‘당신이 서있는 곳이 곧 내가 임하는 곳입니다.’라는 뜻.

그렇기에 신이 강림한 곳은 곧 성역이겠지만 이는 결코 신이라 하여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 가벼운 경지가 아니었다.


‘오직 자연의 신만이 자신의 권능을 완전히 발아래 두었을 때 비로소 도달하는 경지.’


신은 이 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이며 그중에서도 자연의 신은 이 세계의 원소 중 일부를 이룬다.


‘유피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대주주라고 했지.’


성역의 사용법은 그 지분을 한 공간으로 모으는 것에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안은 온통 그 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물들게 되리라.

바로 지금처럼.


‘으... 한정개안을 하니까 조금 시력이 돌아오네. 이명은 여전하지만.’


지금 시리우스는 무엇을 느낄까, 아마 공간 전체가 자신이 된 듯한 전능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성역은 자신의 권능을 완전히 제어한 뒤에나 도달하는 경지이기에 나는 물론이거니와 여태 내가 만난 이들 중에서 권능에 대한 센스가 가장 뛰어났던 유피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였다.

권능의 랭크가 높기에 역설적으로 도달하기까지의 허들이 올라가는 것이다.


참고로 시리우스의 권능은 유피와 등급이 같았다.

관리자 바로 아래에 위치한 힘.


‘성역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신은 그 호칭에도 경의를 담아 이렇게 부른다지, 완지나(Wanjina) 혹은 완드지나(Wandjina)라고.’


여기서 ‘지나(Jina)’는 호주 서부 원주민 언어로 ‘발’을 의미한다.

땅을 걷는 행위 자체가 신성한 것이기에 ‘거니는 자’라고도 부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세상이 점차 제 색을 찾기 시작했다.


“정말 놀랐습니다. 보아하니 코르의 대모가 되시는 분인 것 같은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것이 무례가 됨은 인정하나 갑자기 떼어놓다니요. 하마터면 죽일 뻔하지 않았습니까?”


목소리가 들린다, 한눈에 봐도 화가 잔뜩 난 시리우스가 보인다.


“꺼억... 꺽!”


그는 이 신비로운 여인의 뒷목을 낚아채어 그대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마녀... 그래도 이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멸종위기종의 제 종을 지키기 위한 발악입니까? 확실히 죽이기 어렵군요.”


당장이라도 그 목을 부러트리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이상하다는 듯 시리우스는 중얼거렸다.


마치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어린아이가 귀여움과 동정을 무기 삼아 그 생을 영위하듯 종의 끝자락에 선 이에게는 과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처절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리우스의 손에 망설임이 담겼다.


“크읍! 아스가르드의 광신(狂神)이... 광신(光神)을 낳았다더니...... 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마녀들의 연회에 끼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여인은 숨이 막혀 한껏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조금의 물러섬이 없었다.

뒷목이 잡혀 제 명줄을 쥐는 이의 얼굴을 볼 수도 없으면서도 당당함을 유지했다.


그 당당한 모습에 누군가는 그 기개를 찬탄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게 시리우스는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인 오딘이 언급할 때면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으며 그날 하루 동안은 그의 심기가 불편해짐을 나는 알고 있었다.


“마녀들의 연회, 그러고 보니 어머니 프리그께서도 이따금 친우 분들을 모아 다과회를 여시고는 하셨죠. 어린 마음에 저 역시 어울리고 싶다 청했지만 제게 한없이 관대한 그분도 여기에서만큼은 철저히 선을 그으셨습니다.”


마치 이해한다고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우습게도 한 점의 이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꽤나 오랜 시간 그와 함께 지낸 나조차도 그가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은 보지 못했다.


그래, 그는 지금 모욕 받았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끄읅!!”


시리우스는 목을 조른 손에 천천히 힘을 더해갔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더미를 두고 대화할 생각이지? 예의가 없네요, 코르의 대모는...”


시리우스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숲 반대편에서 한 여인이 나타났다.


“눈치챘구나. 하지만 그걸 과연 인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나의 정수로 만들어낸 분신인 것을.”


목소리의 톤은 비슷했지만 그 말투라던가 하는 것이 묘하게 달랐다.


─우득!


그 말을 듣고 시리우스는 오히려 망설임이 사라졌다는 듯 목을 꺾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무슨 구슬 같은 것이 빠져나와 사바나에게 되돌아갔다.


“그 오딘을 빼닮았구나. 그 광기를 제대로 물려받았어. 그러고 보니 동생의 희생을 대가로 기원을 손에 넣었다고 하던가? 그래서 그 성질머리가 완성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함부로... 그 아이를 입에 올리지 마...!!”


─빠드득!


언제나 단아했던 그가 어찌나 화가 났으면 이까지 간다.


‘그 아이?’


신화 속에서 발드르의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는 많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뽑으라면 오딘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토르, 발드르가 죽고 그를 구하고자 오딘의 슬레이프니르를 빌려 타 저승으로 떠났다는 헤르모드, 로키의 꾐에 빠져 겨우살이 나무의 가지 미스틸테인을 던진 장애의 신 호드, 시인의 신이자 청춘의 여신 이둔의 남편인 브라기.


‘아마도 호드이려나...’


다른 이들은 희생을 당했다고 하기엔 너무도 멀쩡했으니까.


‘이게 시리우스의 진짜 역린인가?’


어째서 로키와 더불어 그를 죽인 호드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으나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시리우스의 진짜 역린임을 알았다.


“화가 났는가? 감히 신이 아닌 존재가 신의 위치에 올라서? 흠... 아마 그건 아닐 거다.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올림포스의 신들과 자신들을 속이고 짓밟고 올라서는 존재를 신을 뛰어넘는 존재라 반기고 에인헤랴르에 담고 싶어 했으니, 신성모독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이들이 바로 너희 족속들 아니겠느냐.”


‘제발 그만해... 이러다 나까지 죽겠다고!’


나는 입을 쉬지 않는 저 내 대모일지도 모르는 분이 제발 그 입을 다물어주기를 빌었다.

이러다간 진짜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날 것 같았으니까.


“너도 참 가련하구나. 그대의 영원을 유지할 결핍을 하필 그대를 죽인 로키의 환생으로 삼다니.”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쐐기를 꽂으며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했다.


“흐! 흐하하! 아핳하하하!!!”


시리우스가 웃는다, 화를 내야 정상인 상황에서 섬뜩하게도 정말 미친 듯이 웃음을 흘렸다.

그의 얼굴에서 그림자가 지워졌다, 표정이 사라졌으며 입에서는 고장난 라디오에서나 들려올 법한 어딘지 오싹하면서도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살기? 이걸 과연 살기라고 할 수 있는가.

손발이 떨리고 급기야 눈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 대상이 내가 아님을 아는데도 그랬다.


내게 길을 알려주었던 숲이... 비명을 질렀다.

자신에게 뿌리를 내려주고, 도망갈 다리를 주지 않은 신을 원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숲의 결계는 조각나 이 뒤틀린 미로가 원래 형태를 되찾았다.


“당신이... 그 솔과 마니처럼 될 수 있다는 건 생각하지 않았나보네요.”


아스가르드 신들은 좀 더 인간과 닮아있어서, 인간을 좀 더 존중해주긴 하지만 그들 역시도 신인 것은 마찬가지다.

인정하지 않는 이에게 모욕 받았을 때, 이를 모욕으로 느꼈을 때 그들 역시도 저주를 내리고 보복을 가했다.


솔과 마니는 그 대표적인 인물로 그들의 아비가 자신들을 저 하늘의 태양과 달보다 아름답다고, 미의 여신 프레이야와 미와 풍요의 신 프레이르마저 뛰어넘는다는 발언을 하자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이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영원토록 달을 삼키는 늑대 하티와 태양을 삼키는 늑대 스콜을 피해 태양과 달의 마차를 끄는 형벌을 받게 된다.


“후... 코르, 전 잠시 검으로 돌아가 있겠습니다. 머리를 좀 식혀야겠어요.”


하지만 시리우스는 성숙했다.

감정대로 행동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기를 택했다.


그 이유는 아마...


‘날 배려해준 거겠지.’


저런 사람이라도 내 대모가 될지 모르니까.


“그리고 당신.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었기에 이런 무례를 저지르는지는 몰라도 그게 코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 죽일 겁니다. 코르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일 겁니다. 빛이 드는 곳, 빛이 들지 않는 곳, 모든 곳에 볕을 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을 찾아내 반드시...! 저와 똑같은 꼴로 만들어드리지요.”


죽인다는 말보다 그게 더 무서웠다.

자기 자신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몸으로 만든다는 뜻이 아닌가.

죽음은 분명 두렵지만 영원한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언젠가 시리우스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 설명해주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무도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존재가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혼자서 무한한 우주공간을 표류하는 것 같을 때. 저 별들조차 더 이상 당신을 관조하지 않는 것 같을 때. 당신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을 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을 때...!


술에 잔뜩 취한 시리우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형연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공포였다.

어쩌면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이 공포를 잊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곁에 있으며 시리우스는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힘이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수틀리면 너에게 그 힘 있는 자의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그녀가 당연하게 누려온 모든 것을 빼앗겠노라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시리우스는 그녀의 절대적인 억압자이자 가장 잔혹한 침략자였다.


“하아~ 하아~”


시리우스가 검으로 변한 뒤에도 우리는 한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검으로 돌아가기 전 나지막이 사과의 말을 전한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귓가를 맴돌았다.


“후우~ 오랜만에 오싹했습니다. 결코 그럴 리 없는 내가 스스로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그럼 대자님? 저를 따라오시겠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밝게 웃으며 앞장 서 걷기 시작한 그녀의 뒤를 나는 이유 있는 불편함을 느끼며 따라갔다.


‘엘레나 쌤!! 대체 뭐가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렇게 나의 대모에 대한 인상은 시작부터 최악을 달렸다.


‘으... 시리우스, 나 여기 괜히 온 것 같아.’


검으로 변한 시리우스만이 내 품에 안겨진 채 기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집에 가고 싶다.’


그때 앞서 걷던 그녀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미안하구나... 오랜만에 싫은 사람의 이름을 들었더니 기분이 안 좋아진 모양이야. 나도 참 여러모로 부족하구나. 부디 그분에게도 대신 사죄를 전해줄 수 있겠니? 나이가 들면 얼굴을 대면하고 사과하는 것조차 무서워져버려.”


그리고 아까 시리우스가 그랬듯 내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나름 충격이 큰 건가? 말투가 자꾸 왔다 갔다 하네. 하긴 그 기운을 정면에서 받았으니...’


의(意)가 가면 기(氣)가 따라가기 마련이니, 이를 정면에서 받은 그녀는 내상을 입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뭔가 그렇게 말해봤자...”


하지만 시리우스의 협박을 들은 뒤 그런 말을 해봤자 저주가 두려워 회피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두려울 순 있지만 사과에 진심이 담기지 않은 건 문제가 되지.’


“이번에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야 내가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니까! 아참, 이건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란다. 지켜주겠니?”


이 짧은 순간에 말투가 3번 바뀌었다.

내 대모라는 분이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약간 걱정이 됐다.


“이사장... 이요? 리버스의 원로가 그렇게 겸직해도 돼요?”


아발론의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아카데미의 이사장이라니, 무림에 첩자로 들어갔던 장자와 비슷한 경우처럼 보이면서 그 스케일이 한층 더 컸다.


‘그러고 보면 아발론은 같은 삼대세력임에도 불구하고 늘 리버스에 호의적이었지. 협업도 자주 하고 말이야.’


더욱이 아발론의 연금술사들이 만든 물건들의 판매처도 리버스에게 위탁하기에 경쟁세력이라기보다는 자회사에 더 가까운 느낌이 난다.


“겸직도 되고 독자적인 세력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단다! 마코데모 그 참새 새ㄲ... 크흠! 마코데모 롱기누스 원로도 교단이라는 독자적인 세력을 창설했으니까. 게렉도 원로면서 수인들을 이끄는 일을 하기도 하고.”


과연 최고원로라는 위치가 거짓이 아닌지 다른 원로들을 이야기할 때 무척 편하게 하대한다.


‘일단 상태창 먼저 확인해볼까.’


[상태창]


1. 이름(Name) : 모르간 르 페이

2. 성별(Sex) : 여성

3. 종족(Species) : 불멸의 님프(검은 새)(바벨의 현자)

4. 기원(Origin) :

5. 권능(Warrant) : 삼하인(Samhain)(Rank:SS+)

6. 특성(Trait) : 대마녀(Rank:S), 팜므파탈(Rank:A), 다중인격장애(Rank:A-)

7. 소유 : 마도서 무르무르(Rank:S+), 키르케의 검지손가락(Rank:S)

8. 계약 : 12위 시트리(Sitri)(계승), 사과의 섬 아발론(Avalon)(주인)

9. 기술 : 마법(위치크래프트-파타 모르가나)(SS), 연금술(마도공학의 창시자)(S+), 카발라(토트의 서-아인 소프)(S), 교합(현녀경)(A+), 매혹(종의 끝자락)(A+), 요리(마녀의 괴식)(A+)...등


“너 누구야.”


상태창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곧장 그녀의 뒤에 겨눠지는 검.


“내 대모님의 성함은 사바나 위치엔드라고 들었어. 그런데 넌 이름도 성도 닮지 않았지. 그저 바벨의 현자인 게 같을 뿐... 설마 외신이냐?”

“이거 참... 그 눈은 그런 것까지 보이는 거니?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그녀는 항복의 표시로 손을 들긴 했지만 그 목소리에 노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오직...


‘흥미?’


[상태창]


1. 이름(Name) : 사바나 위치엔드

2. 성별(Sex) : 여성

3. 종족(Species) : 불멸의 님프(검은 새)(바벨의 현자)

4. 기원(Origin) :

5. 권능(Warrant) : 삼하인(Samhain)(Rank:SS+)

6. 특성(Trait) : 대마녀(Rank:S), 팜므파탈(Rank:A), 다중인격장애(Rank:A-)

7. 소유 : 마도서 무르무르(Rank:S+), 키르케의 검지손가락(Rank:S)

8. 계약 : 39위 말파스(Malphas)(계승)

9. 기술 : 마법(위치크래프트-헤카테의 비전)(SS), 연금술(마도공학의 창시자)(S+), 카발라(토트의 서-아인 소프)(S), 교합(현녀경)(A+), 매혹(종의 끝자락)(A+), 요리(마녀의 괴식)(A+)... 등


“이름이... 변했어?”


갑자기 그녀의 상태창에 띄워진 이름이 바뀌었다.

상태창의 내용이 갑자기 변한 건 관리자와 만났을 때 내 기원이 분실로 바뀌었을 때를 제외하고 처음 봤다.


‘부정 특성인 다중인격을 이런 식으로 활용한 건가?’


추측되는 건 그것뿐이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다니... 상상도 못했어. 부정 특성이라고 꼭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는 건가? 모든 건 활용하기 나름이라는...’


각 현자가 계승할 수 있는 악마의 지식은 1개.

그녀는 이름을 바꿔가며 이를 2개로 늘렸다.


‘사바나 위치엔드일 때는 리버스의 원로로, 모르간 르 페이일 때는 아발론의 주인으로 활동한 거구나.’


사과의 섬 아발론과 계약이 되어 있는 건 오직 그녀의 이름이 모르간 르 페이였을 때뿐이었으니까.

심지어 주로 사용하는 마법의 고유 명사까지 바뀌었다.


“그 눈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기다리는 이가 있으니 미뤄두자꾸나.”


이름이 바뀜과 동시에 그녀의 분위기 또한 변했다.

뭔가 더 차갑고 마모되어진 것 같은 느낌으로...


나는 조용히 그녀 등 뒤에 겨눈 검을 내리고 그 뒤를 따랐다.


[권능: 삼하인(Samhain)(Rank:SS+)]


「그대 삼하인의 마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존재이자, 추위 속에서 꽃피우는 가장 강인한 마녀입니다.


-본래 겨울의 여신의 신성이었으나, 주인이 바뀌며 랭크가 한 단계 하락했습니다.


-겨울에 한정하여 권능의 랭크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현재 영원한 겨울로 인하여 랭크 두 단계 상승.)」


그녀의 권능에선 왜인지 모를 그리움이 느껴졌다.


‘영원한 겨울로 인해 두 단계 상승했다는 건 원래는 S+랭크였다는 거겠지? 그전에는 로키의 불태움과 같은 SS랭크였고?’


그렇게 그녀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숲길은 사라지고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호박?”


그것은 거대한 호박밭이었다.

다만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한 것이 마치 무덤처럼 보여 스산한 분위기를 내었다.


‘마녀 말고는 허락되지 않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곳에는 쥐잡이용으로 들인 것인지 가지각색의 고양이들이 노란 눈을 빛내며 호박 덩굴을 타며 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으스스한 분위기가 한결 덜했다.


“마음에 드니? 아무래도 삼하인이고 하여 요즘 애들 취향에 맞게 꾸며보았단다.”


그녀는 왜인지 무척 뿌듯해보였다.


“대모님,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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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9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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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50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2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2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2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6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3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60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5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8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3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1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1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8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4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1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5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7 4 18쪽
19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3 22.10.28 78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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