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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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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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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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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DUMMY

‘미나랑 같이 두면 어울리겠다.’


아니, 미나보다는 미아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남자 같은 여자와 여자 같은 남자.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도 끌리지만 자신에게 없는 점을 가진 이에게도 끌리는 법이니.


“따라오세요, 아이들을 소개시켜줄게요. 아이들도 새 친구... 아니, 새 선생님이 왔다는 걸 알면 좋아할 거예요!”


황급히 수정한 앞말이 무척 신경 쓰였지만 나는 순순히 그의 뒤를 뜰었다.

그렇게 온갖 기대를 품고서 문을 열었을 때, 내가 처음으로 들은 소리는...


“꺼져! 꺼져!”

“나, 나 말이야?!”


꺼지라는 거였다.


격한 환영의 인사까지 바란 건 아니었지만 초면에 꺼지라니.

내 여린 심장에 상처가...


‘뭐지? 왜 박동이 느껴지지가 않지?’


뭔가... 이상했다.

가슴 안쪽에 사람의 심장 대신 속이 빈 붉은 비단만이 자리한 것 같은 기분.


“코르 선생님, 저 애는 앵무새 수인인 크라니에요. 임팩트가 강한 말을 들으면 저렇게 한동안 그 말만 하니까 아이들 앞에선 말을 조심해주세요?”


‘뭐, 별 것 아니겠지.’


나는 그렇게 의구심을 뒤로하고 몰리 선생님의 조언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모두 팔다리가 짧고 머리가 크며 통통한 그런 생물인 줄 알았는데... 수인이라 그런가?’


크라니란 이름을 가진 아이는 앵무새 수인답게 굉장히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색체를 가지고 있었다.

렌의 천사 같다는 말이 과연 거짓이 아니었는지 내가 보기에도 무척 귀여웠다.


“꺼~져!!”

“으, 응...”


환영인지는 몰라도 격한 것은 분명한 인사를 받은 나는 떨떠름하게 답하며 속으로 저 어린애가 욕설의 뜻이 뭔지나 알고 외치는 것이겠냐면서 나를 다독였다.

아마 사람들 반응이 재밌으니 저러는 거겠지.


─폴짝~ 폴짝~


그때 움직임에 따라 머리 위에서 깃발처럼 흔들리는 긴 귀로 보아 토끼수인인 듯한 아이가 크라니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비록 작은 아이라 한들 간단히 머리 위를 뛰어넘다니 확실히 인간 아이에 비해 상당한 각력이었다.


‘근데 왜 뛰는 거지...?’


마치 거기에 산이 있기에 오른다는 말처럼 앞에 장애물이 있기에 그저 뛰어넘는 토끼로서의 본능인 걸까?

졸지에 뜀틀취급을 받은 크라니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아이의 멱살을 잡고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고마 끄지라 안켔나.”


갑자기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자, 잘못 들은 거겠지?’


그래야한다...

면전에서 험한 말을 아이는 어두운 얼굴로 긴 귀로 눈을 가린 채 구석으로 가 쪼그려 앉았다.


─탁! 타-탁!


험한 말에 겁을 먹긴 했지만 뒤늦게 화가 났는지 뒷발로 바닥을 소리 내어 때렸다.


‘스텀핑(stomping)...!’


토끼가 짜증을 표출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알고 있다.


“귀엽네...”


처음 친해지는 아이로는 저 아이가 좋을 것 같아 다가가려는데.


“얘들아~ 새로운 선생님이 왔어요. 와서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몰리의 말에 다른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그러지 못했다.

아이들의 눈빛이 마치 사냥감을 보는 것 같아서 언제나 사냥꾼으로서 살아간다고 자부하던 나는 졸지에 사냥감이 되는 기분을 맛보아야했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은 이름이 뭐에요?”


어떻게 이름을 뭐냐는 이 짧은 물음에 선생님이란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갈 수 있는지 신기했다.

아이들은 몰리 선생님이 하라는 자기소개보단 새로 온 나에게 좀 더 관심이 가는지 이것저것 물어왔다.


“나, 나는 이코르라고 해.”


여전히 내 이름은 어색했고 첫 만남에선 이름을 묻는다는 으레 이루어지곤 하는 일상적인 대화를 마치자마자 아이들의 본격적인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여자 친구 있어요?”

“킁킁! 냄새 되게 좋은데 무슨 향수 써요?”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

“복슝아 냄새다 나도 복슝아 먹고 싶어!”

“선생님은 종족이 뭐에요?”

“나, 나는...”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끝없는 질문에 선생님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

그때 한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크라니와 같이 수인족 중에서 조류에 속하는지 등에 날개가 자라난 그 애는 흰빛에 약간 노란색이 섞여 정말 천사처럼 예뻤다.


“이거... 무슨 털? 엄마 냄새가 나...”


상태창으로 확인해본 결과 그 아이의 이름은 ‘사랑이’였고 종족은 오리수인이었다.

그리고 내가 입은 옷은...


‘그만 둬...’


이번에 산 오리털 파카였다.

나는 하늘을 원망했다.


사랑이가 죽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대답을 촉구하는 눈이다.


문득 혀를 깨물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혀를 깨문다고 죽을 리도 없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다.


왜 하필 거위털이 아닌 오리털을 골랐는지에 대한 심오하고도 자학적인 고민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신이라 한들 과거를 바꿀 힘은 없었다.


“이 놈, 선생님을 놀리면 못 써.”


사실을 말할 경우 그 순간 첫만남에서 구제할 수 없는 야만인으로 낙인찍힐 것 같은 느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베테랑 보육교사인 몰리 선생님이 와서 나를 구해줬다.


‘근데 놈이 아니라 년 아닌가?’


그렇게 내가 ‘년’ 대신 ‘놈’을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젠더적 갈등을 초래하는 문제인가, 아닌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이어가려던 그때 옆에서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렸다.


“칫! 재미없써.”


상처 입은 아이의 얼굴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한껏 불량한 자세로 불퉁하게 혀를 차는 아이만이 있을 뿐이다.


‘자, 잘못 들은 거겠지?’


내가 그렇게 이 아이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탄식하고 있을 무렵.


“선생님, 그렇게 충격 받지 마요. 쟤가 장난친 거예요.”

“저희랑 놀아요.”

“킁킁! 선생님한테 좋은 냄새난다. 한 번만 물어보면 안돼요?”


아이들이 나를 에워싼 채 재잘거렸다.

그 목소리가 내 몸의 고유진동수를 맞춰 날 분해시켜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아이들은 말이 참 많았다.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예상이 가는 건 나의 종족 특성밖에 없다.


‘인간이 신에게 갖는 감정은 보통 애정보다는 경애니까, 어디보자...’


특성 분류에 있어 나의 종족은 드루이드다.


[종족 특성: 대드루이드(Rank:S+)]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을 충만하게 하라.


1. 불멸(不滅): 늙지 않습니다. (Rank:B+ 이상 적용)

2. 조화(調和): 자연에게 사랑받습니다. (Rank:A 이상 적용)

3. 균형(均衡): 다른 종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Rank:A+ 이상 적용)

4. 체화(體化): 이해한 종의 특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Rank:S 이상 적용)

5. 피안(彼岸): 깨달음에 이점을 가집니다. (Rank:S+ 이상 적용)


-현재 체화된 특성: 피트 기관, 수인화(늑대-알파), 거인의 힘(무결), 용의 숨결(로드), 울림쇠, 니벨룽겐의 감각」


‘대드루이드의 2번째 하위 특성인 조화가 영향을 준 건가? 그나저나 체화된 특성도 꽤나 많이도 모았네.’


어쨌든 비로소 공식이 완성됐다.


드루이드=짐승에게 인기가 많다.

수인=짐승+인간

나=수인에게 인기 만점!


‘후후후. 드디어 드러난 건가. 나의 진가가!’


회복은 빨랐다.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사실도 잊은 채 순수하게 기뻐했다.

대상이 전부 꼬꼬마에 절반은 남자애이긴 하지만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는 건 그 자체로 고마운 일이다.


“뭐랄까, 다들 작구나.”

“선생님도 어른치곤 작은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몰리 선생님이랑 비슷한 것 같아!”

“제가 선생님 몫까지 클게요!”

“그건 안 돼!!”


어린애라서 당연한 거겠지만 다들 덩치가 작았다.

심지어 몰리 선생님도 아담하여 나보다 키가 작았다, 한 2cm 정도.


‘소인국에 온 것 같아!’


여기선 내가 제일 큰 것이다!

나는 실수로 아이들을 밟지 않게(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조심하며(결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하나하나 답해주었다.


“코르 선생님은 뭐 잘하시는 거 있으세요? 얘들은 신기한 걸 좋아하니까 간단한 마술 같은 거 보여주셔도 좋아요.”


나는 내가 뭘 잘하는지 생각했다가 검술이 떠올랐고 칼춤은 아이들 정서발달에 영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다른 걸 요구했다.


“혹시 설탕 있으세요?”

“설탕이요?”


내 말이 다소 뜬금없게 들렸는지, 몰리 선생님은 바로 행동하지 못했고, 설탕을 가지러 달려간 것은 다른 아이였다.


“제가 가져올게요!”


그 속도는 수인이라는 걸 감안해도 굉장히 빨랐는데 약육강식을 선택한 수인이 저런 인재를 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코르 선생님. 저 아이는 캥거루 수인인 캬루에요. 요즘 그... 아시잖아요? 전쟁 때문에.”


내 의문을 이해했는지 몰리 선생님은 캬루의 사정에 대해 작게 귀띔해주었는데 전쟁이라는 말에 나는 무슨 상황인지 단숨에 이해했다.

지금 호주에선 돌연변이와 인간 사이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그 주축은 캥거루 돌연변이인 강우루(Gangurru)족이다.


인간과 같은 존재로 인정받고자 세간의 시선과 사회의 인식에 신경 쓰고 있는 수인들에게 있어 캥거루 수인은 가히 품기 어려운 존재일 것이다.


‘어렵다. 어려워...’


나는 결국 파카를 벗었다.

세계수 안은 선선하기도 했고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은 채론 아이들을 못 따라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주섬주섬 옷을 벗고 있는데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린 몰리 선생님이 소리쳤다.


“아차, 캬루! 코르 선생님, 빨리 캬루를 찾으러 가야해요! 그 애는 습성이 주머니처럼 보이는 게 있으면 냅다 머리부터 집어넣기 때문에 돌볼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요!”


그 말과 함께 달리기 시작하는 몰리 선생님에 의해 얼떨결에 나도 뒤따라 달려갔다.


“그게 그렇게 심해요?”


캥거루의 새끼가 주머니 안에서 산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세간의 인식처럼 캥거루 새끼가 주머니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머니 안에 젖이 달렸기 때문에 이를 먹기 위해 새끼는 보통 머리부터 집어넣기 때문이다.

그래서 밖에서 보면 주머니 위로 다리만 나와 있는 걸로 보인다.


“가끔 장난감 상자 안에 상체를 넣다가 끼어버리는 건 예삿일이고 굉장히 활발한 편이라 전에는 고독의 숲이 있는 곳까지 혼자 달려간 적도 있어요.”

“고독의 숲까지요?”


그 먼 거리를?

과연 돌연변이 중에서 캥거루 돌연변이가 최강 반열에 든다더니 캥거루 수인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예. 다른 엘프 경비대가 DMZ 전체를 수색하다 고독의 숲에 서식하는 식충마물인 네펜데스의 입 안에 걸린 채로 기절해 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죠. 안에 든 소화액을 젖인 줄 알고 마셔서 식도 전체가 익어버렸는데 그땐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네펜데스는 우리나라에선 벌레잡이통풀이라 부른다.

잎의 한가운데 있는 굵은 잎맥이 길게 자라서 그 끝에 벌레잡이 통을 만드는데 이 안에서 소화액이 분비되어 들어간 벌레를 소화 흡수한다.


“무, 무섭네요.”

“어라? 선생님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그때 누군가 열심히 달리고 있는 우리를 불러 세웠다.


“아, 그게 돌보는 애들 중 하나가... 캬루! 거기서 뭐해?”


우리의 물음에 캬루는 뭔 그런 이상한 것을 다 묻느냐는 듯이 쳐다보더니


“아까 제가 설탕을 가지고 온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그랬지...”

“어서 가죠! 그 신기한 거 빨리 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걱정이 너무 많았나보다.

캬루의 목소리는 나보다 낮고 굵었는데 유피가 떠오르는 동굴 같은 저음이었다.


혹시 변성기가 빨리 온 거냐고 물어보자 몰리 선생님은 옆에서 네펜데스의 소화액을 마셔서 성대가 상해서 그렇다고 설명해주었다.


“아...”


그래도 전화위복인지 목소리가 탁하지 않고 상당히 남자답고 멋있게 들렸다.

어린아이 목소리론 매치가 되지 않았지만 캬루가 아이치곤 키가 커서 그런지 아주 안 어울리진 않았다.


남자치곤 목소리가 가녀린 편인 내겐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네펜데스의 소화액... 나도 마셔볼까?’


성대가 상한다고 해도 금방 재생될 것을 알기에 금방 포기했다.


***


“후후후후!”


마침내 선보이게 된 나의 비기!


“선생님 대단해!”

“이런 건 처음 먹어봐요!”


설탕을 가지고 돌아간 나는 정말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내가 선보인 기술은 바로 설탕에 열을 가해 실을 뽑는 것.

이를 나무젓가락 따위에 감을 경우 흔히들 아는 솜사탕이 만들어진다.


그래, 나는 무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솜사탕을 만들 수 있었다.


‘사실 난 유피보다 대단한 게 아닐까?’


유피=솜사탕을 만들지 못함.

나=만들 수 있다.

나>유피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어쩌면 나는 이미 유피를 뛰어넘었을지도?!’


이제 내 능력이 두려울 지경이다.


‘크흑! 어디까지 성장할 셈이냐, 나 자신!’


그렇게 코르가 자아도취에 빠져 몸을 떨고 있을 때쯤.


“잘 노네...”


지나가다 코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한 시리우스와 렌은 예상외로 아니, 예상대로 잘 어울리는 코르의 모습에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껴야했다.


“뭔가 애가 애를 돌보는 것 같긴 하지만...”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줄 존재를 느끼는 거겠죠.”

“단순히 놀려먹기 좋은 편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서류작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렌은 시리우스의 도움으로 인해 생각보다 일찍 일을 마쳤기에 그들이 부디 최대한 오래 머물러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제 이름은 진달래에요, 선생님.”

“달래? 예쁜 이름이네.”

“그쵸, 그쵸! 근데 애들이 자꾸 제 이름을 이상하게 불러요! 선생님, 혼내주세요!”


라마 수인으로 보이는 그 아이는 이국적인 종과 다르게 상당히 토속적인 이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인들 대부분이 러시아를 통해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혀가 짧아서 그런지 한국어 발음이 그리 좋지 못했다.

달래는 친구들이 자기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자 마음고생이 심한 것 같았다.


고작 발음이 되지 않아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이 어떻게 마음고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냐하면...


“야! 달라이! 선생님 독차지 하지 말고 떨어져.”

“달라이가 아니라 달래라니까!”


달래라는 이름이 발음이 안 되는지 자꾸 달라이라고 부른다.

라마 수인 달라이, 줄여서 달라이 라마.


‘뭔가 엄청난 이름이 됐어!!’


참고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환생하는 스승’으로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최고 수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라이’는 몽골어로 ‘큰 바다’, ‘라마’는 티베트어로 ‘스승’이란 의미가 있다.


이후 놀이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굳이 내가 없어도 자기들끼리 잘 놀았다.


“코르 선생님. 같이 놀아요!”

“멍청아! 선생님도 쉬셔야지!”


조금 쉬고 싶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어른 눈치를 보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들이 어른 사정 신경 쓰는 거 아니야. 그럼 뭐하고 놀까?”


개인적으로 아이가 어른의 사정을 신경 써주는 것만큼 대견하고도 비참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같이 어울려줬다.


나는 빨리 의지가 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마치 시리우스나 풍백처럼...


‘시리우스는 뺄까, 요즘 좀 이상한데... 그러고 보면 풍백도 조금...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에 모범이 되는 어른이 없어?!’


모든 우연이 기쁨이 될 수는 없듯이 모든 깨달음 역시 기쁠 수는 없었다.

장자도, 아버지도, 엄마도, 엘레나도 내 주변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들 어딘가에 하자가 있었다.


그때 몰리 선생님이 멀리서 내게 손짓했다.

뭔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미안, 선생님 잠깐 나갔다 올게.”


나는 그가 들어간 방에 따라 들어갔다.


“무슨 일이에요?”

“저기... 코르 선생님은 인간이 아니신 거죠?”


아, 그 문제인가 보다.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어른인 그라면 내가 불을 사용한 순간부터 눈치 챌 수밖에 없다.


“그게 문제가 되나요...?”


내가 신인 걸 알고 그가 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건가 싶어 살펴보는데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그저 걱정. 그것도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 아까 크라니 위를 뛰어다녔던 라비 말인데요...”


라비라면 아까 첫 만남에서 까마귀 수인인 크라니를 뜀틀 삼아 뛰어다녔던 그 토끼 수인을 말하는 것 같다.


“그 애 앞에서 인간에 대한 말을 꺼내면 안 돼요. 인간을 무서워하거든요.”

“무슨 문제가 있나요?”


몰리 선생님은 문틈에 난 창으로 라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라비는 자신을 따돌리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상했는지 혼자 구석에서 발로 바닥을 탁탁탁 하고 불만스럽게 내리쳤다.


“라비는 한쪽 손목이 의수예요. 인간들이 잘라갔죠.”

“네? 왜요?? 학대라기에는 너무 심한데...”


어른이 아이를 학대할 경우 보통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엉덩이나 이마 같은 곳을 때리거나 지지지.

신체를 절단하는 일까지는 잘 가지 않는다.


“혹시 행운의 토끼발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설마?”


행운의 토끼발은 장신구의 일종으로 행운의 상징이자 불행을 피하게 해주는 주술도구이기도 하다.


“주술은 그 제물이 되는 것의 가치가 높을수록 뛰어난 효과를 내죠. 그러한 논리로 동물을 대상으로 할 때보다 수인을 대상으로 하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작은 아이에게 칼을 대다니...!


말을 하면서도 화가 나는지 몰리 선생님은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내가 걱정된다는 듯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해왔다.


“코르 선생님, 기억하세요. 세상에는 정말 미친놈들이 많답니다.”


나는 그날 몰리 선생님에게 각 아이들을 대함에 있어 주의할 점들을 들었다.


라비는 특히 주의할 것이 많은 아이였는데 비가 오는 13일의 금요일, 보름달 아래에서 은도끼를 이용해 왼쪽 손목을 잘렸기 때문인지 13일의 금요일마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버린다고...


‘보름달, 비, 은, 도끼... 이건 거의 저주잖아!’


실제로 이 토끼발 부적 주술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축복보다는 저주라는 말이 더욱 어울렸다.

아무리 축복과 저주가 한 끗 차이라지만 행운의 토끼발은 좀 더 악독한 종류였는데 이 주물(呪物)은 만든 뒤 잃어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시 모든 불행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형식으로 소유자를 파멸시키기 때문이다.


‘마치 마검(魔劍)처럼...’


힘든 일을 겪어서인지 라비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아이들을 부럽다는 듯 바라보기만 했다.


“다음 주의해야할 아이는... 이런!”


나와 대화를 하면서도 아이들에게서 오래 시선을 뗄 수 없는지 문 틈새로 계속 시선을 주던 그가 갑자기 문을 열고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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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2 22.11.25 53 3 14쪽
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2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60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5 3 16쪽
»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8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2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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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5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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