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심으로

게임 속 마법사 영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3.15 19:45
최근연재일 :
2021.04.09 21:0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542
추천수 :
144
글자수 :
160,983

작성
21.04.08 21:00
조회
145
추천
3
글자
12쪽

화제(2)

DUMMY

“여러분. 저희 가문의 연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비스타니 공작께서 여신 연회인데 당연히 와야지요.”


“맞습니다. 안 그래도 이런 연회를 잘 안 여시는 분이니만큼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지요. 허허!”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감사를 표하고 싶어 잔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그녀가 말한 계획은 이러했다. 내가 찾아낸 예비 방화범들에게 약을 탄 술을 먹이는 것.


‘핵심은 그 사람들이 결국 어떤 행위를 통해 불을 나게 할 테니 그것만 막으면 되는 거잖아요?’


‘공녀님, 그 방법을 쓰려면 술이 좀 많이 세셔야···.’


‘에이.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회식이 하도 많아서 술은 세니까. 사람만 제대로 체크해서 저한테 알려주시면 나머진 알아서 할 게요.’


손을 내저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하던 그녀. 하기야. 회식은 직장인의 숙명이니 거기서 생존하는 법도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녀는 유유히 20명째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직접 저런 핑계를 대며 술을 권하면 누구든 거절하기는 힘들지.’


그녀가 술을 감당할 수만 있으면 좋은 방법인 건 사실이다.


난 연회장을 빠져 나와 정원 곳곳을 둘러봤다. 화재가 발생하려면 필요한 장작 거리를 찾기 위함이다.


불이라는 건 반드시 탈 것이 필요하다. 하물며 이런 커다란 정원과 별관 2채까지 태우려면 보통 방법으론 불가능하겠지.


마법적인 것이 동원됐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발화제 역할을 하는 특수한 뭔가가 동원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일진 모르지만 찾아내기만 한다면···.


[정보열람:피아식별이 발동됩니다.]


잠시 후, 정원 곳곳에서 자그마한 붉은 점들이 표시됐다.


아까 칼리에게 업그레이드를 받을 때 분명 그런 문구가 있었다. 시전자를 기준으로 해가 되는지 아닌지도 표시된다고.


즉, 정원 전체를 대상으로 사용해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


다행히 그 예상은 적중했고 수많은 장작 거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건···.’


해당하는 장소에 갔더니 있는 것은 작은 갈색 상자였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당장 열어보고 싶었지만 우선해야 할 작업이 있다.


‘정보열람.’


[작은 갈색 상자]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작은 갈색 상자. 특별한 마법적 처리가 없는 평범한 상자다.


*습기에 약함.


이런 거사를 위해 준비한 상자라면 마법적 처리가 있을 거라는 건 얼마든지 생각해봄 직한 일.


그걸 알아내기 위해선 식별마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난 그런 마법은 없지.


식별마법보다 더 좋은 정보열람이 있는데 굳이 필요할 리가 있겠어?


달그락.


뚜껑을 열자 뭔가를 둥그렇게 싸고 있는 종이 포장지가 나왔다.


포장지를 조심스레 열었더니 검은색 가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입자가 고왔는지 채로 몇 번이고 거른 모래 같았다.


‘이건 화약가루잖아!’


***


화약은 조은선으로 살아가던 현대사회에서야 흔한 물질이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당장 전쟁터의 주력만 봐도 창과 검, 도끼 같은 냉병기와 마법이 채우고 있었으니까.


누가 어디서 개발하여 어떤 경로로 여기에 온 것인진 모르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에이지 킹덤즈에선 극후반부에 가야 등장하는 것인데 그게 벌써 나온 거니까.


게임상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화기가 나올 가능성도 둘째치고 당장 화재가 일어난 후에 증거가 하나도 안 남는다는 점이었다.


그 누구도 존재조차 모르던 물질인데 조사를 해봤자 뭐가 나오겠는가?


이 화약을 못 쓰게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화약은 습기에 약하니 습기에 노출을 시키면 되거든.


그나저나 이놈들, 단순히 화재를 내는 게 아니라 아예 폭발을 시키려고 했던 건가?


어쩌면 에이지 킹덤즈에서 화재사건으로 알려진 것은 변수가 생겨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혹은 이 일을 계획한 자들이 실제 실행하는 자들에게 화약에 대해 거짓말을 했거나 말이지.


“글레이셔 포그.”


마법을 사용하자 하얀서리가 화약가루에 내려앉았다. 이러면 이제 불을 붙여봤자 아무 일도 없을 거다.


부스럭부스럭.


난 종이포장지를 다시 원래대로 한 다음 주머니에 집어넣고 상자만 제자리에 뒀다.


이 화약은 내가 잘 모셔놨다가 나중에 유용하게 쓰리라.


그렇게 정원 곳곳에서 찾아낸 화약들을 못쓰게 만든 후, 바로 별관으로 향했다.


“연회에 오신 분 같은데 이곳엔 무슨 일이십니까?”


별관의 출입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다가와 물었다.


“난 에턴 백작가문의 세이러스 에턴이오. 공녀님의 부탁을 받아 별관에서 찾을 게 있어서 왔소.”


난 그녀가 내게 줬던 반지를 내보이며 그리 말했다.


“아,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공작가의 저택이니만큼 병사가 따라붙는 것은 이해해주십시오.”


“물론이오.”


난 병사 2명을 달고 별관에 들어갔다. 별관 내에는 정원에서 봤던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많은 수의 화약 상자가 발견됐다.


겉보기에는 어느 방에나 있을 법한 장식함 같은 곳 안에 있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하인과 하녀, 병사 중 예비방화범도 있기는 하지만···.’


화약 자체를 마법으로 전부 망가트린 이상,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어때요? 뭔가 좀 찾으셨나요?”


한참 동안 별관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자 베일을 쓰고 있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 화약이 있더군요.”


“세상에···화재가 아니라 아예 날려버릴 생각이었단 소리네요.”


“일단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조치를 하긴 했는데 그게 전부일진 모르겠습니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하잖아요. 이젠 기다릴 수밖에요. 수고하셨어요.”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그리 말했다.


진인사대천명이라니. 이런 세계관의 서양 미인이 저런 말을 하니 되게 신선하구만.


“저, 여기선 세이러스 에턴이라고 하셨죠? 그럼 원래 성함은···.”


“···조은선이에요.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이었죠.”


“아, 전 공서희예요. 20대 후반이었고 마찬가지로 직장인이었죠. 여기 이름은 아이우리아 숄즈베르고요.”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에 대한 경위를 설명했다. 사실 딱히 경위라고 할만한 내용도 없었다. 퇴근하고 회식을 했는데, 그날따라 술에 빨리 취했고 정신을 차렸더니 여기였다나?


“혹시 하시던 게임 같은 게 있으신지?”


“가끔씩 하던 게 있기는 한데···에이지 킹덤즈라고 했던가? 친구가 해보라고 해서 조금 해봤던 게 있긴 해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게임 속으로 날아오는데 잠이나 트럭이 필요한 게 아니고 이젠 술이 필요한 건가?


역시 어딜가나 그놈의 술이 문제구만!


난 아이우리아에게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이야기해줬다.


“아, 그래서 저한테 하던 게임이 있느냐고 물으신 거였군요.”


“하던 게임 속으로 들어왔으니 서희씨도 그러지 않을까 싶었죠.”


“그럼 은선씨는 이 게임, 어떻게 해야 결말이 나는지도 잘 아시겠네요?”


“알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면서 세력을 키워야하는데 현실은 게임처럼 녹록치가 않더라고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예?”


“제가 도와드린다고요. 솔직히 전 이 게임에 대해 잘 알진 못해요. 하지만 어떤 것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우선은···.”


그때였다.


콰콰쾅!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정원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나와 아이우리아는 급하게 정원 쪽으로 뛰었다. 그녀는 드레스가 달리는데 지장을 준다고 생각했는지 밑단을 찢는 과감함을 보였다.


“꺄아아악!”


“콜록콜록! 무슨 먼지가!”


“빨리빨리 좀 움직이라고! 여기서 다 죽을 참인가!”


현장에 도착하니 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혼란에 빠진 채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밖에서 폭발음이 나니까 연회장에서 놀라서 뛰어나온 자들일 터.


미안하지만 그냥은 못 보내.


“아이우리아씨, 정원주변을 모두 봉쇄해줘요.”


난 그녀에게만 들리게 나지막히 말했다. 그녀는 대번에 내 말뜻을 알아먹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향했다.


좋아. 이제는 일 벌인 놈이 누군지 색출해내는 일만 남았군.


난 곧장 정보열람을 사용했다. 붉은색 악마표시가 몇 군데에 나눠져 가득 몰려있었다.


이 사단이 났는데도 거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면 저 덩어리들은 아마 아이우리아가 건넨 약탄 술을 마신 자들의 집합이겠지.


난 그곳을 제외하고 다른 장소를 살폈다. 통제된 쪽이 아닌 다른 곳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악마표시가 눈에 띄었다.


입구 쪽에 있는 악마표시는 아이우리아가 통제하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녀석들은 그쪽을 피해 도망가는 녀석들이다.


“불이야!”


“뭣!? 뭐라!?”


“저, 정말이다! 저쪽에서 불길이!”


누군가의 외침에 난 휙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런 젠장! 폭발하면서 생긴 불씨가 어디론가 튀어 불이 붙은 모양이다.


정원이니 불이 붙을 만한 게 어디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여기있다가는 타죽을지도 몰라요!”


“이런 제길! 난 여길 빨리 나가야겠어!”


연회에 왔던 귀족들이 발을 바쁘게 놀리는 동안 하인, 하녀, 손이 비는 병사들은 손과 발이 같이 고생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어디선가 물양동이를 가져와 물을 끼얹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제길. 그놈들을 잡긴 잡아야하는데···일단 불부터 끄자.’


난 글레이셔 포그에 [2의 기적]을 적용했다. 지정한 선택지는 마법의 범위.


이제 기존 글레이셔 포그를 사용하면 기존보다 2배는 넓은 면적에 펼쳐질 것이다.


“여긴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나심이!”


날 발견한 병사 1명이 양동이를 내려놓고 양손을 펼쳐 날 가로막았다.


“난 마법사요. 이 불을 끄는데 도움을 주려고 온 거지.”


난 할말만 끝내고 곧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불길이 치솟고 있는 곳을 하얗다 못해 시퍼런 연기 같은 것이 뒤덮기 시작했다.


“케이트, 갑자기 쌀쌀해지지 않았어?”


“불이 났는데 쌀쌀해지다니 무슨···어, 어라? 정말이네? 왜 갑자기 추워지지?”


“이게 뭐야? 서리?”


이번에는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단, 실제 형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매직 미사일의 형태를 만들어낼 때 사용하는 마력배치만 글레이셔 포그에 적용하는 것뿐.


휘오오오오.


일대를 덮고있던 서슬어린 냉기가 어느순간 결집되어 결정화 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더 흐르자 그 결정은 선명한 고체가 됐다.


흡사 얼음덩어리처럼 생긴 그것들은 가차없이 불구덩이로 몸을 날렸다.


치이이이익!


“오오오! 불이 꺼지고 있어!”


“마법사에 대한 소문만 들었는데 이건 상상이상이잖아!”


“마법사님! 부디 힘내주세요!”


병사들과 하녀들이 주먹을 불끈쥔 채 응원을 했다. 만약 내가 불을 끄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개고생할 테니 더 간절하겠지.


체감시간으로 대충 10분쯤 지났을까? 불은 더이상 세력을 키우지 못하고 꺼져버렸다.


감사의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난 아까 봐두었던 도주자들을 쫓았다.


그놈들을 잡지 못하면 이 상황을 절반밖에 해결하지 못한 꼴이 된다.


그건 이번 퀘스트에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최대로 뽑아먹을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속 마법사 영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변경합니다. 21.03.26 70 0 -
공지 연재주기(__) 21.03.15 203 0 -
28 예상치 못한 전개 +1 21.04.09 119 3 12쪽
» 화제(2) +1 21.04.08 146 3 12쪽
26 화제(1) +1 21.04.07 106 3 13쪽
25 숄즈베르 공작 +1 21.04.06 145 2 13쪽
24 거래(2) +1 21.04.05 143 3 12쪽
23 거래(1) +1 21.04.04 150 3 13쪽
22 고향집 방문(3) +1 21.04.03 162 4 13쪽
21 고향집 방문(2) +1 21.04.02 161 4 12쪽
20 고향집 방문(1) +1 21.04.01 174 5 12쪽
19 아스탈의 수작(4) +1 21.03.31 146 5 13쪽
18 아스탈의 수작(3) +1 21.03.30 141 4 12쪽
17 아스탈의 수작(2) +1 21.03.29 178 5 13쪽
16 아스탈의 수작(1) +1 21.03.28 146 4 12쪽
15 광물을 캐다. +1 21.03.27 169 4 13쪽
14 관저보수와 시찰(2) +1 21.03.26 193 3 13쪽
13 관저보수와 시찰(1) +1 21.03.25 198 4 13쪽
12 전투 후 막간 +2 21.03.24 206 3 13쪽
11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2) +1 21.03.23 249 6 13쪽
10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1) +1 21.03.22 207 6 13쪽
9 펠메리온 마을에 도착하다. +1 21.03.21 235 6 13쪽
8 집을 떠나다. +1 21.03.20 253 7 13쪽
7 부모의 마음 +1 21.03.19 266 5 13쪽
6 소문과 변화 +2 21.03.18 325 7 12쪽
5 관짝빵 승리. +1 21.03.17 373 7 13쪽
4 권능과 마법 그리고 특성적용. +1 21.03.16 378 7 13쪽
3 어둠의 여신 칼리와 망나니 둘째놈 +1 21.03.15 424 8 13쪽
2 에이지 킹덤즈 시스템 +2 21.03.15 520 11 13쪽
1 술마시다 눈떠보니 +2 21.03.15 626 1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