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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게임 속 마법사 영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3.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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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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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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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 킹덤즈 시스템

DUMMY

‘에이지 킹덤즈? 설마 그 에이지 킹덤즈야?’


여기서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한 단어다. 전생의 한때, 내가 환장을 하고 가장 많이 했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에이지 킹덤즈니까.


마법과 기사, 영지, 귀족이 존재하고 인재 등용과 외교, 전쟁을 통해 대륙을 통일하는 게 목표인 운영시뮬레이션 게임.


2000시간이나 플레이했던 전작 이터널 킹덤즈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에이지 킹덤즈는 그 두 배인 4000시간 이상을 플레이했지만.


두 배나 시간이 들었던 이유? 마법사나 기사 등 존재하는 모든 컨셉으로 다 키워보다 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핵심은 그냥 전작보다 훨씬 어려워서다.


땅덩어리가 넓어지면서 강대한 세력도 그만큼 많아졌다. 그 세력들 틈바구니에서 미약한 세력으로 시작해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이브 로드를 반복하면서도 얼마나 말아먹었는지. 못해도 수십 번은 될 거다.


연애는커녕 여행할 시간조차 없던 나 같은 직장인들에겐 가장 싸게 먹히는 취미생활이 그거였으니 죽자사자하는 게 무리도 아니지.


‘잠깐만? 그럼 영감님···아니. 집사인 네이드가 말했던 베르디아 제국은 설마···?’


베르디아 제국은 에이지 킹덤즈의 핵심 국가 중 하나다.


미친 머저리 같으니라고. 4000시간 이상을 맨날 보고 듣던 이름인데 왜 이제 알아챈 거야?


그렇다면 나는 그 세계관과 같은 세상에 있는 것일까?


마침 집사가 내 방을 청소하겠다며 하녀들을 이끌고 왔다. 그를 통해 확인해보면 되겠어.


“집사. 최근 1~2년간 제국에서 있던 큰 사건이 뭐가 있었지?”


지하에 처박혀서 두문불출하던 과거의 나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리가 없는 게 당연하다. 대신 정치학, 행정학을 비롯한 여러 인문학 지식과 더불어 마법, 검술 등등 없는 지식이 없었다.


도대체 과거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공통분모 하나 보이지 않는 잡지식(?)들을 지하에서 머릿속에 쑤셔 넣고 있던 건지 모르겠네.


뭔가 하고 싶었던 게 있다거나 뜻하는 게 있던 걸까?


이상하게도 그것만큼은 당사자인 나조차 알 수 없었다. 기억이 부분 삭제라도 된 건지 뭔지 원.


“큰 사건 말입니까? 대외적인 거라면 작년엔 베르디아 제국이 서쪽에 있던 하이덴 왕국을 제국령으로 편입시킨 일이었지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제국 북쪽에서 전염병이 발발했었는데···.”


“제국의 연구소에서 개발했던 신약으로 확산세를 꺾었고?”


“도련님께서 어찌 그걸 알고 계십니까? 분명 그 시기에 도련님께선 지하에서 나오신 적이 없으신 거로 기억하는데요.”


“내가 거기에 괜히 박혀 있었던 줄 알아? 수많은 지식을 익히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그랬던 거라고. 더 말해볼까? 그 이후엔 교단들이 자신들의 권위를 깎아내렸다며 단체로 들고 일어났었지?”


“마, 맞습니다. 세상에···도련님께선 진짜로 듣거나 보지 않으신 일도 알고 있으셨군요!”


“굵직한 사건 정도는?”


집사가 한 말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들은 모두 에이지 킹덤즈의 흐름과 같았다.


틀림없다. 난 에이지 킹덤즈 세계관 안에 있는 상황이다. 그럼 뭐야. 나와 술잔을 마주했던 남자가 진짜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전에 그에 대해 신의 자리에서 잘려서 내려온 신이라도 되느냐고 생각했었는데 진짤지도 모르겠다.


“굉장합니다! 이 네이드. 대부분 사람들이 도련님을 손가락질하고 뒤에서 비웃을 때도 도련님을 믿었는데 그게 헛된 것이 아니어서 모든 걸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네이드는 외눈 안경을 벗더니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뭔가가 양심을 콕콕 찌르는 것 같지만 아예 거짓말은 아니니까 뭐.


그나저나 난 너무 황당해서 몸은 물론이고 손까지 부들부들 떨리는데 집사는 내 속도 모르고 보상이 어쩌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니.


왜 손이 떨리냐고? 당연하지. 여기가 에이지 킹덤즈 세계인 이상 내가 대륙을 통일 못 하면 죽음밖에 없다는 뜻이니까.


***


현재 베르디아 제국은 프론탄트 15세의 치하에서 최전성기를 달리는 중이다.


제국에 맞서던 국가 중 가장 강력하여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하이덴 왕국이 제국령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영토와 인구, 물자의 양이 전보다 훨씬 늘어났고 그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모든 부분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진 제국.


서민부터 귀족까지 모두가 황제를 칭송하고 제국의 번영을 기리는 시기.


하지만 수많은 역사가 증명했듯 아무리 커다란 번영을 누리는 국가라도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는 법.


난 알고 있다. 제국은 흐름상 몇 년 내에 황혼기를 맞이한다는 걸.


아마 황제가 병에 걸려 드러눕는 것으로 시작되는 거로 기억한다. 이후 제국은 황위 계승 전쟁이라는 이름의 내전이 벌어지지.


황자가 없고 황녀만 3명이었던 탓에 그녀들 각자가 낳은 아들들을 앞세워 후계자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때부터 제국은 세 곳의 세력으로 나뉘어 장기간의 전쟁에 들어간다.


굶주림, 자연재해, 역병, 무질서가 판치고 사람시체보기가 길가의 돌멩이만큼이나 흔해지는 혼란스러운 시기.


‘분명 2 황녀 세력이 가장 컸고 3 황녀 세력이 가장 약했었지.’


물론 플레이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양상부터 황위 계승자까지 모두 바뀌는 결과가 나온다.


그 전쟁이 끝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국령에 편입됐던 지역들은 독립을 외치며 떨어져 나가는 지경까지 이른다. 장기간의 내전으로 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이 시기가 제국분열, 해체기.


‘대비해야 해. 안 그러면 영문도 모르고 그 급류에 휘말려 죽을 거야.’


당시에 내가 말했던 우스개 소원의 내용을 생각하면 지금의 난 세상을 주도할 수도 있는 주인공이라고 봐야 한다.


날 이곳으로 보내버린 것을 현실로 만들었으니 함께 딸려있던 주인공에 관련한 내용도 사실일 테니까.


게임에서 주인공이 죽으면 뭐다? 뭐긴 뭐야 게임오버지.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잘 아는 세계관의 세상에 와있다는 거다. 이것도 그 남자가 나름대로 내게 안배를 한 건지도 모르겠네.


그 시기를 버티려면 역시 그에 걸맞는 힘을 길러야 한다. 모든 세력을 꺾고 그 혼란기를 빠르게 정리하는 것은 나중일.


그러면 큰 골자에서 우선해야 할 것은 내 영토와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굵직한 사건을 비롯한 에이지 킹덤즈의 여러 기억은 분명 크게 도움이 될 거다.


남들이 모르는 걸 미리 알고 있기에 대비를 하거나 선점할 수 있으며 그 행위로 인한 이점을 모두 독식할 수 있을 테니까.


이른바 꿀빨러가 될 수 있는 거지!


꿀은 빨 수 있을 때 빨아야 한다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게 내 뜻대로만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무려 플레이 시간이 4000시간이다. 4000시간!


제공되는 모든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다 클리어를 한 나다. 온갖 거지 같은 조건으로 오만가지 상황을 다 겪어봤지.


꼼수는 물론이고, 꼬인 매듭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걸 제대로 이용하려면 우선 이곳의 상황과 자신에 대해 파악부터 해야 해.’


“세이러스님.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이곳에서 처음으로 마주쳤으며 노인간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그는 네이드라는 이름의 내 전담 집사였다.


확실히 기억이고 뭐고 모든 게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섞이니 바로바로 알 수 있어서 편하네.


“장래계획 세우기?”


쨍그랑.


네이드의 손에 있던 유리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아, 맞다···.


이 세이러스라는 녀석, 지하에 처박혀서 책만 읽는다고 주변인들에게 무능력자 취급받고 있었지. 참.


***


에턴 백작령.


일단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영지는 아니다.


내 기억에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영지는 카트리노 백작령을 제외하면 나머진 죄다 자작령 이하의 영지였으니까.


하지만 영지의 위치는 플레이하던 시절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분명 제국의 북동쪽에 있었지.


주도(主都)인 에터니스는 토지가 광대하고 제법 기름져서 나쁘지 않았는데 그 외에 다른 마을들은 영 별로였던 기억이다. 만약 에터니스에서 생산되는 밀의 양이 적었다면 죄다 굶어 죽었겠지.


그것 외엔 특별할 자원이라거나 군대라거나 그런 건 없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네.’


쉽지는 않을 거다. 내가 유일한 아들이면 모를까 위로 형들이 둘이나 있거든.


일반적으로 장자상속이 당연시되는 세계관이다. 삼남이 콩고물이라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우리라.


그런 상황을 뒤집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남들이 가지지 못한 뛰어난 능력이다. 이른바 지금의 내게 있어선 콘솔 기능인 셈이지.


난 집사와 하녀들을 모두 내보내고 침대에 걸터앉아 콘솔창을 열었다.


에이지 킹덤즈 시스템이 가동됐다고 했으니 사용법도 아마 같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 예상이 맞았다. 콘솔창 오픈’을 마음속으로 생각하거나 입 밖으로 내뱉으면 됐으니까.


익숙하기 그지없는 커다란 사각형으로 된 홀로그램 패널 스크린. 내가 아는 에이지 킹덤즈의 그것이었다.


일단 기본 인터페이스를 쓱 훑어보니 세부적인 부분은 좀 달라도 전체적인 틀은 똑같았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움직이던 것은 터치스크린 방식처럼 손가락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우선은 기술연구 콘솔부터 확인하자.’


홀로그램 패널 스크린은 녹색과 파란색으로 양분되어 있다. 좌측 녹색이 기술연구 콘솔, 우측의 파란색이 기량개발 콘솔.


기술연구 콘솔은 군사, 농업, 건축 등등 다양한 분야에 관련된 기술을 습득해 내 영향력 아래 있는 영지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면 농작물을 가뭄에 강하게 한다거나 성장 속도를 몇 배로 빠르게 증가시킨다거나 하는 게 그 예지.


찾아보면 진짜 별의별 것이 다 있으니까 조건에 맞는 걸 찾아 적용하면 된다. 특정한 것들을 제외하면 한번 연구하면 영구적으로 적용이기도 하니까.


다음은 기량개발 콘솔.


이 콘솔은 내 개인 능력에 관련된 것을 배워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마법이나 검술, 연금술 등등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분야에서 성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강화를 할 수 있다.


마법의 화력을 높이거나 사거리를 늘리거나 아니면 다른 조건부 옵션을 더하거나 혹은 조합도 가능하지.


물론 마법이든 검술이든 일단 뭔가를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쓸 수 있는 콘솔이다.


‘어느 쪽이든 연구하려면 SP라는 게 필요하군.’


게임상에선 기술연구를 위해 돈과 여타 자원이 소모됐는데 여기선 다른 걸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SP는 어디서 어떻게 얻는 거지? 돈처럼 벌 수 있는 게 아닌 듯한데.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홀로그램 패널 스크린에 붉은색 느낌표가 붙어 있는 퀘스트 메시지 창이 떠 있었다.


아, 그럼 그렇지. 아무런 설명이 없을 리가···.


이 게임, 운영 시뮬레이션치고는 굉장히 친절한 축에 속했던 기억이다. 목소리도 굉장히 이지적이면서 발랄하니 듣기 좋은 여자 성우였지.


영어가 아닌 다른 쏼라쏼라 말이라 정작 난 무슨 소린지는 못 알아먹어서 직접 들이받으면서 익혀야 했지만.


<퀘스트:어둠의 여신 칼리의 친절한 튜토리얼.>


어라? 이거 뭐야? 버근가?


퀘스트창을 열었지만 쓰여있어야 할 내용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신은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때문에 자신의 소망대로 잘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세상으로 왔습니다. 모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나 칼리에게 물어보세요.”


퀘스트로 추정되는 내용이 내가 아는 그 성우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라아나운서 멘트도 라이브처럼 들리네?


덜그럭.


응?


난 무심코 소리가 난 침대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침대 아래의 어둠 속에서 천천히 기어 나오는 긴 까만 머리 여자의 모습. 엉망으로 흩어진 흑발에 가려져서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전신에 있는 모든 감각과 신경을 곤두세웠다.


부르르.


전신에서 오한이 느껴진다. 동공은 이미 커질 만큼 커졌고 식은땀도 흘렀다. 쭈뼛 세워진 온몸의 솜털과 머리카락 끝에 뭔가가 조금만 스쳐도 반응할 만한 상태.


아니···이거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는데 언제 공포게임으로 바뀌었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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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숄즈베르 공작 +1 21.04.06 146 2 13쪽
24 거래(2) +1 21.04.05 143 3 12쪽
23 거래(1) +1 21.04.04 150 3 13쪽
22 고향집 방문(3) +1 21.04.03 162 4 13쪽
21 고향집 방문(2) +1 21.04.02 161 4 12쪽
20 고향집 방문(1) +1 21.04.01 174 5 12쪽
19 아스탈의 수작(4) +1 21.03.31 146 5 13쪽
18 아스탈의 수작(3) +1 21.03.30 142 4 12쪽
17 아스탈의 수작(2) +1 21.03.29 178 5 13쪽
16 아스탈의 수작(1) +1 21.03.28 146 4 12쪽
15 광물을 캐다. +1 21.03.27 170 4 13쪽
14 관저보수와 시찰(2) +1 21.03.26 194 3 13쪽
13 관저보수와 시찰(1) +1 21.03.25 198 4 13쪽
12 전투 후 막간 +2 21.03.24 207 3 13쪽
11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2) +1 21.03.23 249 6 13쪽
10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1) +1 21.03.22 208 6 13쪽
9 펠메리온 마을에 도착하다. +1 21.03.21 235 6 13쪽
8 집을 떠나다. +1 21.03.20 254 7 13쪽
7 부모의 마음 +1 21.03.19 266 5 13쪽
6 소문과 변화 +2 21.03.18 325 7 12쪽
5 관짝빵 승리. +1 21.03.17 374 7 13쪽
4 권능과 마법 그리고 특성적용. +1 21.03.16 379 7 13쪽
3 어둠의 여신 칼리와 망나니 둘째놈 +1 21.03.15 424 8 13쪽
» 에이지 킹덤즈 시스템 +2 21.03.15 521 11 13쪽
1 술마시다 눈떠보니 +2 21.03.15 627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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