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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게임 속 마법사 영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3.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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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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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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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방문(3)

DUMMY

거래에 대한 이야기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난 아버지에게 비스무트라는 패를 내보이며 참기름 칠한듯한 입을 열심히 놀렸다.


거래에서 원하는 조건을 확실하게 얻어내려면 할 수 있는 한 몸값을 올리는 게 중요했으니까.


그 핵심은 얼마나 구하기 어려운 것인지 희소성을 강조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아버지는 내가 꺼낸 패에 만족을 넘어 저세상 텐션을 보여줬다.


“세이러스, 장미석영도 굉장했는데 이 비스무트라는 건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구나. 두가지 모두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다. 펠메리온 마을에 이런 돌들이 있었다니···도대체 넌 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구해온 것이냐?”


“지하에 박혀있을 때 전 수많은 책들을 읽은 것은 알고 계시죠? 거기서 얻은 지식이에요.”


사실은 현대인 조은선으로서의 지식이지만 어차피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 방법은 없다. 그러니 적당한 거짓말로 넘어가는 게 최선이지.


거짓말을 잘하는 법은 별거 없다. 거짓말에 진실을 약간 섞으면 되거든.


“그, 그렇군.”


뻘쭘해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속으로 실소를 머금었다. 툭하면 지하동굴에 박혀있던 나를 좋게 보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


그런 아버지에게 내가 지하동굴에서 쳐박혀 얻은 지식으로 이런걸 구해왔다고 대답했다. 뻘쭘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쨌든 네 덕분에 다음 광물학회에서 다른 놈들 콧대를 확실하게 눌러줄 수 있을 것 같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그래.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느냐?”


뻘쭘함을 날려버리고 주변환기를 시키기 위해서인지 아버지는 유난히 활기찬 목소리로 물어왔다.


“멘델리오 상단의 상단주와 만날 수 있게끔 해주실 수 있나요?”


“멘델리오 상단? 대륙 최대의 상단인 멘델리오를 말하는 거냐?”


“예. 제 단독으로는 만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아버지께 다리를 놔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은 아버지가 난처하다는 얼굴을 했다. 왜 그러시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멘델리오 상단의 상단주는 내가 소개장을 써준다고 해도 한 달은 지나야 만날 수 있을 거다.”


‘한 달!? 미친! 너무 길어!’


게임상에선 무슨 일이 있다고 한들 연결고리만 생기면 생각보다 금방 만날 수 있었다. 한데 현실이 되니까 그게 아닌 모양이다.


역시 현실은 현실이라는 건가?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은 시기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알고서도 시기를 놓치면 그것만큼 바보짓이 어딨겠는가?


“더 빨리는 안되나요?”


“무리다. 멘델리오 상단은 지금 숄즈베르 공작 가문의 승전기념연회를 대신 주관하고 있어서 바쁘다고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네가 직접 찾아와 이럴 정도면 급한 일일테니 한 달이나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진 않고···뭘하려고 상단주를 만나려고 하느냐?”


“상단주에게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거래를 하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레가 들려 찻잔을 내려놓고 기침을 하시는 것을 보니 생각도 못했던 말이었나보다.


자고로 투자든 사업이든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하는 게 도리다. 은행이라는 게 존재하는 시대는 아니니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귀족 아니면 상인뿐.


난 신분상으로라도 어느정도는 먹고 들어갈 수 있는 상인을 택한 거고.


“나와의 거래를 통해 상단과의 연줄을 만들고 거기에 돈까지 빌리겠다니. 어떤의미론 네 형들보다도 과감한 것 같구나.”


“형님들보다 가진 것이 없으니 위험하더라도 더 과감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밖에요.”


“그래. 네말이 맞다. 필요에 따라선 그런 것도 필요하지. 첫째는 너무 안전주의자고 둘째는 너무 과감해서 문제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야겠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입꼬리는 왜 슬그머니 올리세요? 불길하게시리.


***


숄즈베르 공작가.


이 베르디아 제국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공작 가문이다. 제국 중앙부에 있는 수도에서 북서쪽에 떨어져 있는 곳에 영지가 있다.


현 가주는 비스타니 공작. 황제와 대공을 제외하면 감히 견줄 자가 없다고 알려진 그였다.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야만족을 상대하는데 도가 튼 야전사령관인 그를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그런 가문의 연회라면 당연히 직접 준비하는 게 맞았다. 한데 대리를 맡겨 주관했다니 이건 예사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알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귀족들은 다 알고 있다는 뜻.


즉, ‘가문에 무슨 일이 있습니다’하고 사방에 떠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니까.


‘혹시 공작가가 나중에 망조가 드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건···.’


지금은 강대하기 그지없는 숄즈베르 공작가. 그러나 그게 오래가지는 못했다. 황위 계승 전쟁이 벌어졌을 당시엔 주 세력이었던 3명의 후작들보다도 못했으니까.


지금부터 길어야 고작 몇 년. 썩어도 준치라는데 어떻게 하면 그 사이에 그리 망조가 들 수 있는 건지 원.


물론 지금 시기와 그때 시기의 공작가문에는 커다란 변화가 하나 있긴 하다.


가주가 비스타니 공작에서 그의 아들로 바뀌거든. 어쩌면 그게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네.


난 지금 시기의 에이지 킹덤즈의 사건들을 하나씩 떠올려봤다. 하지만 개중에 숄즈베르 공작 가문과 연관 있는 큰일은 딱히 없었다.


그렇다면 조만간이든 좀 더 나중일이든 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로 인해 그리 된다는 뜻인데···.


“무슨 생각을 그리하세요 오라버니?”


“응? 아, 잠깐 뭘 좀 생각하느라고. 미안하다. 에티아.”


찻잔을 내려놓은 에티아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난 손을 저으며 답했다.


아버지와의 접선을 끝내고 2시간도 채 안되어 내가 향한 곳은 배다른 막내동생 에티아가 지내고 있는 별관의 정원이었다.


긴 자주색머리카락과 에메랄드 같은 녹색 눈동자, 전체적으로 꾸밈없는 성격에 서글서글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아가씨.


나와 마찬가지로 메디아 에턴 백작부인과는 다른 배에서 태어난 탓에 위의 두 명에게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지낸 그녀.


하지만 남자형제가 아니라 여자형제였기에(형제로 취급해주고 안해주고는 별개로) 나보다는 사정이 나았지.


재밌는 건 나도 에티아도 현재의 백작부인과는 다른 배에서 태어났지만, 둘의 어머니는 또 다르다는 거.


즉, 첫째놈 둘째놈의 어머니와 내 어머니, 그리고 에티아의 어머니가 전부 다르다는 소리다.


거참. 젊었을 때 꽤나 이리저리 흔들고 돌아다니셨나보네.


“아니에요. 오라버니가 오지로 가셔서 고생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는걸요. 신경쓸 것도 많으실 테니 당연한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젓더니 활짝 웃으며 그리 말했다.


와, 울면서 따라다니던 꼬맹이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리 예뻐졌다고?


농담이 아니라 에티아가 웃을 때 무슨 주변에서 꽃이 피는 줄 알았다. 오죽하면 헛것을 보는 줄 알고 눈을 여러번이나 껌뻑거렸겠는가.


하기야 지하동굴에 처박혀 지내는 동안 에티아가 어떻게 변하는지 전혀 몰랐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현재의 난 처음 만나보는 거니 역시 상대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


잠시 후, 에티아만 검은색으로 보이더니 한쪽에 검은색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에티아 에턴]

18살. 에턴 백작가문의 막내로 유일한 영애. 툭하면 영지민 거주구로 나가 봉사활동을 해서 영지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서글서글 꾸밈없고 정많은 성격의 아가씨. 친어머니가 아님에도 메디아 에턴 백작부인의 성격을 닮은 부분이 제법 많다.


*첫째와 둘째는 좋아하지 않지만 셋째인 세이러스는 친오빠처럼 생각하고 따름.


*보석세공을 하는 취미가 있음. 재능이 있지만 아직 본인은 자각을 못한 상태.


*봉사활동이나 보석세공 등의 취미로 사교계에선 별종으로 취급받고 있으나 성격과 외모 덕분에 혼담은 많이 들어옴. 다만, 같은 영애들 사이에선 적들도 많은 편.


정보열람으로 확인해보니 어떻게 된 게 온통 좋은 소리밖에 없다.


영애들 사이에서 적이 많다는 건 에티아가 뭘 잘못했다기 보다 질투심 때문일테니 생각할 것도 아닐 터.


‘뭐야 이거. 무서워.’


***


예전에 혼자 에티아에 대해 우려했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는 속에 어금니를 감추고 있어서 첫째 둘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이었지.


하지만 정보열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즉, 에티아가 날 잘 따른 것은 진심이라는 소리다.


‘하아. 뭔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 같아서 바보처럼 느껴지는군.’


“그것보다 오라버니, 이번에 공작가에서 여는 승전기념 연회에 참석하신다면서요?”


“하아,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아버지는 내가 상단주를 정 빨리 만나고 싶으면 이번 기회에 자신을 따라 연회에 참석하라고 권했다.


솔직히 그런 자리에 가고 싶진 않았지만, 사정이 사정이니만큼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싫은 것보다 시간을 아껴서 빨리 기반을 잡는 게 현재로썬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버지는 그런 것보다 내가 사교계에 늦게나마 데뷔를 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겠지만.


‘아, 그리고 이번에 간김에 신부감도 한번 찾아보는 게 좋겠구나.’


‘아버지. 전 분명 아버지의 허락하에 2년의 유예기간을 받았을 텐데요.’


‘유예기간 동안 주선을 안하겠다고 했지 네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허락한 적은 없는 걸로 기억한다만?’


‘······.’


뭔가 아버지에게 낚인 기분이 들지만 현 상황에서 선택권은 없으니 그냥 들을 수밖에.


“어머! 축하드려요! 오라버니도 드디어 사교계에 데뷔를 하시는군요!”


“축하받을 일인진 모르겠다. 솔직히 별로 가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지.”


“후후, 그래도 동생인 제 입장에선 너무나 기뻐요. 최근 몇년간 오라버니를 뵙지 못하고 얘기만 들었는데 걱정이 많이 됐거든요. 그러다가 잘못되시는 건 아닐까하고···어, 어라?”


그렇게 말하던 에티아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팔을 늘어 눈가를 눌렀다.


설마 지금 우는 거야?


에티아는 이내 원래대로 시선을 돌리더니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자기 딴에는 아무것도 아닌 척 열심히 수습한다고 한 것 같지만 여전히 젖어있는 듯한 눈동자가 다 보였다.


뭔가 찡하면서도 먹먹한 기분. 날 진심으로 걱정했다는 마음이 느껴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전생의 어머니나 동생도 날 저정도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아, 그렇다고 그들이 가식이었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이건 반칙아니냐?’


나말고 다른 남자들이 저 얼굴을 봤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줬을 거다.


물론 나는 가지고 있던 손수건 한장을 건네는 것이 다였다.


“에헤헤, 고마워요. 오라버니.”


“······에티아, 넌 밖에 나가서는 그렇게 울거나 웃는 모습 보이지 마라.”


“왜요? 슬프거나 마음이 아프면 눈물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모습에 난 말문이 막혔다.


‘본인이 남자들한테 진짜 치명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다니.’


내 동생이지만 어떤의미에선 두 형놈들보다 무서운 것 같다.


***


3일 후, 난 에티아와 함께 숄즈베르 공작가문을 향해 출발했다.


원래는 전날 백작 부인이 함께 가자고 하였지만 거절했기에 일이 이리됐다. 그런 연회라면 첫째인 카이론이나 아스탈도 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백작 부인이 나한테 살갑게 대하는 걸 눈에 거슬려 하는 놈들이다. 그런 판국에 같은 마차를 타고 이동해서 괜한 시비거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상대해줄 순 있지만 귀찮기도 할뿐더러 보는 눈이 많으니 자제하는 게 맞겠지.


뭐, 내가 이런다한들 그놈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것들이 영지 내에 잔뜩 있을 테니 이미 그놈들 귀엔 다 들어갔겠지만.


그 덕분에 난 마차로 이동하는 내내 에티아의 이런저런 말들을 귀에 피날 때까지 들어야만 했다.


‘얘가 이렇게 말 수가 많은 애였나?’


어릴 때는 수줍음이 많아서 말도 잘 못하더니만 어른이 됐다고 달라지긴 달라진 모양이다.


하기사 18살이니 예전이랑 똑같아선 안되겠지. 슬슬 시집갈때도 됐는데.


귀족가문의 자식들은 남자고 여자고 결혼을 빨리하는 편이다. 대충 16살 전후로 사교계에 데뷔하고 결혼상대자를 찾아서 20살 전후에 결혼하는 게 일반적.


그 점을 생각하면 우리집 남자들은 죄다 늦은 셈이다. 형들은 그나마 낫지만 난 아예 사교계 데뷔조차 안했으니 말할 것도 없고.


“오라버니, 숄즈베르 공작가문의 공녀님에 대해서 혹시 들어보셨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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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숄즈베르 공작 +1 21.04.06 145 2 13쪽
24 거래(2) +1 21.04.05 142 3 12쪽
23 거래(1) +1 21.04.04 149 3 13쪽
» 고향집 방문(3) +1 21.04.03 162 4 13쪽
21 고향집 방문(2) +1 21.04.02 161 4 12쪽
20 고향집 방문(1) +1 21.04.01 174 5 12쪽
19 아스탈의 수작(4) +1 21.03.31 146 5 13쪽
18 아스탈의 수작(3) +1 21.03.30 141 4 12쪽
17 아스탈의 수작(2) +1 21.03.29 178 5 13쪽
16 아스탈의 수작(1) +1 21.03.28 146 4 12쪽
15 광물을 캐다. +1 21.03.27 169 4 13쪽
14 관저보수와 시찰(2) +1 21.03.26 193 3 13쪽
13 관저보수와 시찰(1) +1 21.03.25 198 4 13쪽
12 전투 후 막간 +2 21.03.24 206 3 13쪽
11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2) +1 21.03.23 249 6 13쪽
10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1) +1 21.03.22 207 6 13쪽
9 펠메리온 마을에 도착하다. +1 21.03.21 235 6 13쪽
8 집을 떠나다. +1 21.03.20 253 7 13쪽
7 부모의 마음 +1 21.03.19 266 5 13쪽
6 소문과 변화 +2 21.03.18 325 7 12쪽
5 관짝빵 승리. +1 21.03.17 373 7 13쪽
4 권능과 마법 그리고 특성적용. +1 21.03.16 378 7 13쪽
3 어둠의 여신 칼리와 망나니 둘째놈 +1 21.03.15 423 8 13쪽
2 에이지 킹덤즈 시스템 +2 21.03.15 520 11 13쪽
1 술마시다 눈떠보니 +2 21.03.15 62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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