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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게임 속 마법사 영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3.15 19:45
최근연재일 :
2021.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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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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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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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집을 떠나다.

DUMMY

“도련님. 말씀하신 대로 가위를 가져왔습니다만 도대체 뭘 하시려고 하십니까?”


집사인 네이드가 검정색 가위를 내밀며 물었다.


“가위를 뭐에 쓰긴. 뭔가를 자르려고 가져오라고 한 거지.”


“예? 하지만 딱히 자를만한 것이 보이지는···.”


“왜 없어. 없기는. 여기 있잖아.”


난 장발이다 못해 산발에 가까운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버지와의 만남이 있고 며칠 후, 마침내 백작이 후계자 선정에 대해 영지 전체에 공식적으로 선언을 했다.


장남을 후계자로 삼는 게 아닌 시험을 통해 자질을 보겠다는 내용.


시작날짜는 포고령이 내린 날로부터 일주일후라는 것까지.


너무나도 파격적이었기에 영지민들은 물론이고 백작령을 방문했던 타지 사람들에게까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둘째인 아스탈은 자신에게도 기회가 왔다면서 침대 신세를 못 면한 상태에서도 의욕에 가득 찬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첫째인 카이론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최대 피해자가 됐기에 어떤 식으로 든 반발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지.


직접 마주친다면 정보열람을 통해 뭔가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일도 딱히 없어서 뭐.


“얘, 아무리 생각해도 그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아깝단 생각이 드는구나.”


내 방 탁자 앞에 앉아 오도독거리며 과자를 먹고 있던 칼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왜요?”


“왜긴. 아름답잖니. 그 검청색 머리카락 특유의 어두침침한 부분은 세상의 삐딱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거든.”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싸 쥔 채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는 거야.’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라는 게 더 무섭다. 아무리 생각해도 칼리 여신이 가진 아름다움의 정의는 뭔가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역시 인간의 관념으론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말씀은 감사한데 지금 필요한 건 아름다움이 아니죠. 레이첼, 시작해.”


싹둑싹둑!


검청색의 장발이 후두둑하고 바닥에 흘러내렸다. 난 그대로 목 위쪽까지 뒷머리를 치고 한쪽 눈을 가리고 있던 앞머리도 쳐버렸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말하자면 ···내가 지금까지와는 다르리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나름의 의지표명이다.


“오오, 도련님! 완전히 다른 사람 같습니다! 벌써 눈빛부터가 허허! 정말로 멋지십니다!”


“맞습니다. 도련님. 이렇게 미남이신 분이 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셨는지요?”


네이드의 말에 레이첼도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다.


‘미친. 이게 나라고?’


거울 앞에 서서 보니 모델급까진 아니라도 준수하게 생긴 청년이 하나 서 있다.


180이 조금 안되는 키, 총명해 보이는 눈빛, 약간 날이 서 있는 듯한 표정과 분위기, 보통보다 약간 마른 체형, 어깨는 넓은편.


여기에 비교하니 전생의 나는 그냥 오징어구만. 아니. 감히 거기에 비교하기가 미안할 지경이다.


“도련님, 뭔가 마음에 안드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신지요?”


레이첼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왜인진 모르겠지만 내 눈치를 보고 있···.


아, 놀라서 짓고 있는 표정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건가?


안 그래도 날이 서 있는 듯한 분위기인 사람이 무표정으로 있으니 오해할만도 하다.


“···아니. 그냥 좀 놀라서 그래. 네가 자른 머리가 이상해서 그런 건 아니니 걱정하지마. 칼리, 어때요? 머리자른 것도 나쁘지 않지 않아요?”


“······흐, 흥. 뭐, 그럭저럭 봐줄만은 하구나.”


그렇게 말한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옆에 와서 쪼그려 앉았다.


주섬주섬.


칼리는 바닥에 떨어져있는 내 머리카락 중 뭉치가 큰 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네이드와 레이첼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해간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이상한 소문이 나기 딱 좋은 광경.


“도대체 뭐하시는 거예요?”


“삐딱한 아름다움을 가진 것은 정말 귀하단다. 그것들은 사랑받아 마땅하지.”


아하.


어째 이 세계의 신들에 대한 인식이 점점 삐뚤어져가는 것 같아.


***


시험당일. 난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먼저 와있는 두 명의 배다른 형이 보였다.


첫째는 애초 내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둘째는 쌍심지가 켜져있다. 얼마 전에 나한테 줘터졌으니 좀 조용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활활 타오르고 있다니.


아무래도 내가 이녀석을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쯧. 시험때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어.


“세이러스도 왔으니 얘기를 시작하도록 하마. 너희들은 지금부터 1년동안 이 주도(主都) 에터니스를 떠나서 생활해야한다.”


[퀘스트:1년짜리 외박이 도착하였습니다.]


이어진 이야기의 핵심을 요약하면 백작령 내에 있는 마을들 중 지정해주는 곳에 가서 1년동안 운영하라는 것.


그 1년동안의 모습을 보며 평가하고 누구를 후계자로 정할지 결정하겠다는 거다.


퀘스트 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큰 골자는 똑같겠지.


“평가기준은 과정과 결과 모두를 보겠다. 그동안 각자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보도록. 혹시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하도록 해라. 이시간 이후론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을 것이며 도움또한 당연히 없을 것이다.”


“마을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사람을 데리고 가야할 텐데 그 데리고 갈 사람의 인원이나 여타 제한이 있습니까?”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진 것은 첫째 카이론.


기사출신인 그는 기사답지 않게 행정능력도 겸비하고 있어 아버지와 가장 닮았다고 평가 받는 인물이었다.


실제로 그가 던진 질문은 상당히 정석적이면서도 운영의 핵심을 짚은 질문이라고 난 생각했고.


“인원제한은 없다. 단, 자신의 사람만을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해라.”


‘자기세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능력으로 인정한다는 소리군.’


이미 그 시점에서 첫째는 큰 어드밴티지를 가지게 됐다. 공정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시작점에서 시작하는 게 현대사회랑 비슷하구만.


“만약 전투를 벌여야하는 상황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하죠?”


둘째 아스탈의 질문. 정작 기사인 첫째입에서 나올법한 질문이 마법사이자 행정가인 둘째 입에서 나오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둘은 성격이 바뀌었어.


“도적이든 산적이든 뭔가와 싸워야 할 상황이라면 전투도 용납하겠다. 하지만 영지민들끼리 전투를 하게 되는 상황은 내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아버지가 제시한 전투에 대한 기본원칙은 의도가 뻔히 보인다. 행여나 형제들끼리 싸움이 나더라도 영지민들이 관여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겠지.


즉, 애초 경쟁상황이니 어떤식으로든 충돌이 날 거라고 전제를 깔고 계신 거랄까?


이후에도 두 사람은 소소한 질문들을 연이어 했다.


“세이러스, 넌 왜 아버님께 질문하나 없는 거냐? 궁금한 게 없는 거냐? 아니면 아는 게 없어서 뭘 질문해야할지 모르는거냐?”


갑자기 아스탈이 질문의 화살을 아버지에서 내게로 돌렸다.


“아스탈. 질문이 없을 수도 있는 건데 너무 뭐라고 하지마라. 애초 세이러스는 이런 기회를 받을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버님 일을 배우지도 않았는데 뭘 어찌 알고 질문을 하겠느냐?”


카이론이 아스탈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저건 나무라는 모양새가 아니다.


말투는 그렇다쳐도 표정에서 미묘하게 입꼬리가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저건 명백한 비웃음이다. 대놓고 저격하는 둘째놈이나 팩트를 말하면서 날 깔보는 듯이 말하는 첫째놈이나.


이것들이 쌍으로 나한테 지랄이네?


“네 형들 말대로 세이러스, 잘 몰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아무거라도 물어봐도 좋다. 아까 말했다시피 나중엔 아무것도 얘기해주지 않을 테니까.”


“10년 공부를 목표로 했었는데 고작 몇 년 만에 나온 제가 뭘 안다고 질문을 하겠습니까.”


“······?”


“······!”


둘째놈은 표정관리가 안돼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첫째놈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보였지만 난 봤다. 순간이지만 눈썹을 꿈틀하는 걸 말이지.


자기들 욕하는 것도 못알아먹을 정도로 상등신들은 아니군.


두 사람 모두 혼자 제대로 공부하며 사색해본 적이 없는 녀석들이다. 과거의 나와 달리 좋은 가정교사들을 두고 왕복 5차선 도로를 따라 쭉 걸어온 놈들이거든.


난 그 점을 꼬집어 비꼬아 말한 건데 다행히 제대로 알아먹은 모양이야.


전생에 별의별 정신병있는 직장상사들을 다 지켜봐온 나다. 그런 능구렁이들에 비하면 이녀석들은 그냥 애송이지.


“네가 지하에서 몇 년동안 공부한 게 헛공부를 한 게 아니란 것을 조금이나마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정 그러시다면 전 질문대신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제안?”


제안이라는 말에 두 형들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아마 저새끼가 하는 제안이 얼마나 병신같은지 듣기나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을 터.


“아까 지정해주는 마을에 가서 운영을 하라고 하셨는데 그 마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지정할 수 있게끔 바꾸는 것을 제안드립니다.”


***


내 제안은 결국 모두의 동의하에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첫째나 둘째는 내 제안에 자신들이 동의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을 거다.

자신들이 무시하던 막내에게 시작부터 밀린 기분이 들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한 제안이 이치에도 맞을 뿐더러 어딜 택하냐에 따라 이 시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을 텐데.


첫째고 둘째고 각자가 가진 강점은 분명히 있다. 당연히 그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을 택할 수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지.


풋내기들아. 난 너희와 이미 쌓인 경험과 지식 수준이 다르단다. 그렇게 나를 포함한 삼형제는 각자가 지정한 땅으로 떠났다.


다른 두 사람은 제법 많은 마차와 짐수레를 이끌고 떠났다. 각자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을 뿐더러 준비한 뭔가도 많았으니까.


반면 난 큰 짐수레만 2대뿐이었다. 애초 세력이라는 게 없는데 당연하지.


사람이라곤 나를 제외하면 네이드, 칼리, 레이첼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뮤젠과 릭셀까지 총 5명.


원랜 하녀만 2명을 늘렸어야했지만 네이드가 하녀 1명 하인 1명을 요청해서 이리됐다.

자신이 행여나 부재 중일때 내 심부름을 할 소년도 필요하다나?


“그런데 세이러스 도련님. 왜 더 좋은 곳들을 놔두고 하필 펠메리온 같은 곳을 택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차로 이동하는 와중 네이드가 아쉽다는 듯이 한탄했다. 무리도 아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펠메리온은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이거든.


에턴 백작령에서도 최북단에 위치하며 이름없는 협곡을 가로질러야 도착할 수 있는 곳.

평지가 거의 없는 비탈에 땅도 안 좋아서 밀이나 보리농사는 꿈에도 못 꾼다.


게다가 주변은 암반이 가득한 산악지형. 보통 이런 마을은 이곳저곳에서 떠돌거나 영지를 탈출해 유랑하다가 모여든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에이지 킹덤즈를 할때도 이런 곳이 제법 많았고.


솔직히 말하면 번듯한 지명이 있는 것도 신기할만큼 외진 곳이다.


반면 첫째 카이론은 마을치고 인구가 많은 편인 카스티를, 둘째놈은 인적-물적자원이 그럭저럭 풍족하지만 내외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발퍼스를 택했다.


양쪽다 문제가 없진 않은데 그래도 강점하나씩은 존재하는 곳. 반면 내가 택한 펠메리온은 강점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굳이 찾자면 외부로부터의 침공을 수비해내기 좋다는 것 정도?


“네이드, 위기는 기회라는 말 알아?”


“제가 60가까이 살아왔지만 생전 처음듣는 말이군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베일 안에는 몰라도 좋을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은 압니다만.”


“거긴 나한테 그런 곳이야.”


“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난 잘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칼리는 마지막 과자봉지를 손에 쥔 채 그리 말했다.


날 따라오면 그 과자도 이제 못 먹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도 일말의 망설임없이 과자를 포기하더라.


자기는 심심한 게 더 싫고 날 따라오면 재밌는 걸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나?


“위기가 와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사히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거든요.”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갸웃하더니 과자를 손에 집으며 말했다.


“아니. 난 전제조건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이다. 위기가 도대체 무엇이니? 네 말은 위기가 와야 기회를 얻는단 소리 아니냐. 위기라는 것 자체가 오질 않는데 기회를 어찌 얻을 수 있니?”


아···.


이 안대 낀 까만여신은 인간이 아니라 위기라는 개념자체를 모르는구나.


칼리와 얘기하다보면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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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래(2) +1 21.04.05 143 3 12쪽
23 거래(1) +1 21.04.04 150 3 13쪽
22 고향집 방문(3) +1 21.04.03 162 4 13쪽
21 고향집 방문(2) +1 21.04.02 161 4 12쪽
20 고향집 방문(1) +1 21.04.01 174 5 12쪽
19 아스탈의 수작(4) +1 21.03.31 146 5 13쪽
18 아스탈의 수작(3) +1 21.03.30 141 4 12쪽
17 아스탈의 수작(2) +1 21.03.29 178 5 13쪽
16 아스탈의 수작(1) +1 21.03.28 146 4 12쪽
15 광물을 캐다. +1 21.03.27 169 4 13쪽
14 관저보수와 시찰(2) +1 21.03.26 193 3 13쪽
13 관저보수와 시찰(1) +1 21.03.25 198 4 13쪽
12 전투 후 막간 +2 21.03.24 206 3 13쪽
11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2) +1 21.03.23 249 6 13쪽
10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1) +1 21.03.22 207 6 13쪽
9 펠메리온 마을에 도착하다. +1 21.03.21 235 6 13쪽
» 집을 떠나다. +1 21.03.20 254 7 13쪽
7 부모의 마음 +1 21.03.19 266 5 13쪽
6 소문과 변화 +2 21.03.18 325 7 12쪽
5 관짝빵 승리. +1 21.03.17 374 7 13쪽
4 권능과 마법 그리고 특성적용. +1 21.03.16 378 7 13쪽
3 어둠의 여신 칼리와 망나니 둘째놈 +1 21.03.15 424 8 13쪽
2 에이지 킹덤즈 시스템 +2 21.03.15 520 11 13쪽
1 술마시다 눈떠보니 +2 21.03.15 62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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