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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게임 속 마법사 영주는 신박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3.15 19:45
최근연재일 :
2021.04.09 21:00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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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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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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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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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화제(1)

DUMMY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퀘스트다. 그것도 제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연회장에서 타오르다니 이게 무슨?


잔을 든 채 떠드는 비스타니 공작의 말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퀘스트:타올라라 활활]

비스타니 공작은 현재 어떤 정치적인 상황에 휘말려있습니다. 상대측은 비스타니 공작가문의 명예를 떨어트리기위해 화재사건을 일으키려고 합니다.


화재로부터의 피해를 최소화하세요.


*어느정도 수준으로 막아내느냐에 따라 보상이 차등지급됩니다.


‘미친! 여기서 불이라고?’


난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국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자들뿐이다.


이런 곳에서 화재가 나 사람들이 죽는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단순히 비스타니 공작가문의 명예가 추락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제국 곳곳에 힘의 공백이 생겨날 터. 그리고 그 공백은 혼란의 연쇄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군대를 움직이니 못하니 도적들이 들끌을수도 있고 주인없는 땅을 차지하기위해 영지전이 벌어질 수 있다.


어쩌면 공작가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국경지대의 방어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르지.


도대체 어떤 놈들인진 모르겠지만 머리통이 장식인 건 분명한 것 같다.


이미 내 귀에는 공작의 연설따위 들어오지 않았다.


‘문제는 이 사람들을 여기에 둔 채로 화재를 막아내야 한다는 거야.’


왜냐고? 지금 이곳에서 화재가 난다는 사실은 화재를 계획한 자들과 퀘스트를 받은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곧 불이 날테니 다들 대피하라고 떠들어봤자 그걸 누가 믿겠는가?


뭔가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열람으로 한 명씩 보면 범인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이 어림잡아도 최소 수백이다. 언제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많은 사람을 일일히 다 확인할 순 없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에이지 킹덤즈를 할 때···.’


분명 비스타니 공작령에서 화재사건이 났다며 시스템이 알려준 적이 있었다.


제국에서 하나있는 공작가문이자 북서쪽 국경을 막고 있는 곳이다보니 당시의 나도 그냥 넘길 순 없었거든.


다치거나 죽은사람들이 누구고 얼마나되는지까진 기억이 안난다. 다만, 화재가 났던 곳은 기억한다.


연회장과 본관을 잇는 정원. 그리고 별관 2채.


당연한 얘기지만 나 혼자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몸은 하나고 막아야 할 장소는 세 곳이니까.


설령 칼리에게 도움을 받아도 한 곳이 여전히 남는다.


그렇다면 남는 수는 방화범을 잡아서 사전 차단하는 것뿐.


“베르디아 제국을 위하여! 황제폐하 만세!”


“만세!”


장내에 커다란 함성과 함께 멈췄던 음악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난 제대로 건배도 하지 않은 잔을 한쪽에 내려놓고 황급히 정원으로 뛰어나갔다.


간혹 돌아다니고 있는 하인하녀를 제외하면 곳곳에 배치되어있는 병사와 기사들이 다였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곳도 귀족들이 제법 돌아다닐 터.


‘별관은 내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이곳이라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해.’


“얘, 이런 맛있는 것 많은 곳에서 표정이 왜 그러니?”


칼리가 한 손에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든 채 뒤에 서 있었다.


“실은···.”


난 그녀에게 퀘스트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호오, 그럼 여기서 커다란 불구경을 할 수 있다는 말이구나.”


“그 불구경에 사람이 땔감으로 쓰이게 생겼다니까요?”


“사람을 땔감으로 쓰다니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것 참 파격적인 사고관념이구나.”


“······.”


그녀는 어쩌면 사람이 땔감으로 쓰이는 것 자체에 별 문제를 못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 입장에선 사람이 나무를 베어서 땔감으로 쓰는 거나 사람이 땔감역할을 하나 별 차이가 없을 테니까.


“혹시 아름답다고 생각하신다거나 하신 건 아니겠죠?”


“뒤틀린 집착에서 불을 지르는 게 아니라 그냥 남의 뜻에 따라 하는 일인데 구경거리는 될지언정 아름다울리가 없잖니.”


···그러니까 그녀의 기준에선 사주를 받은 것들보다 자기 의지로 불을 싸지르는 방화범이 더 낫다는 소리다.


“그 아름답지 않은 화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흐음. 내가 지금 들고 있는 케이크를 계속 먹게 해줄 수 있다면 방법이 있을지도···.”


“그렇게 해드릴게요!”


난 지체없이 답했다. 칼리가 하는 말은 대가를 내놓으면 추가적인 권능을 준다는 소리거든.


***


[정보열람:피아식별]


칼리가 비스타니 공작가문의 케이크를 대가로 내주겠다고 한 것은 기존 정보열람의 업그레이드판이었다.


정보열람을 사용하는 순간 눈에 보이는 사람 전원이 자신에게 해가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된다나?


다만,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내가 선입금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케이크 레시피를 얻어오라는 소린데.


이 파티의 주최자는 공작가지만 방향키를 쥔 것은 멘델리오 상단이다. 그렇다면 요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난 곧바로 근처에 있던 하인을 붙잡고 물었다.


“케이크를 만든 사람 말입니까? 그거야 공작가에 고용된 요리사들이지요.”


“하지만 주최는 멘델리오 상단에서 하지 않나? 실은 내가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전과 맛이 바뀐 것 같아서 묻는 거야. 레시피도 상단에서 제공한 것으로 요리를 하는 건가 해서 말이지.”


입에서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전에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으니 맛이 바뀐 것인지 어떤지 알게 뭔가.


그저 이렇게 말해야 이 하인이 별다른 생각을 안 할 것 같아서 이러는 거지.


“으음, 상단 측에서는 요리를 정하고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만 관여하지 요리 레시피는 손대지 않았을 텐데···.”


“무슨 일이죠?”


하인이 턱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생각에 잠길 무렵 내 등 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앗! 고, 공녀님!”


하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몸을 돌렸더니 베일을 쓰고 있는 여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아까 연설을 하던 공작 뒤편에 서 있던 베일 쓴 그 사람. 틀림없는 공녀다.


첫째인지 둘째인진 모르겠지만.


“한스, 그런 식으로 뻣뻣하게 인사하면 내가 더 마음 불편하니 평범하게 하라고 했잖아요.”


“죄,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감히 어찌···.”


“휴우, 그 이야긴 그만하죠. 그것보다 내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해줄래요?”


“실은 이분께서 이번 연회에 나온 요리의 맛이 저번과 달라진 것 같다면서 상단에서 준 레시피로 요리를 한 거냐고 물으셔서요.”


“흐음.”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의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비웃음이라기보다 뭔가 친근한 미소.


순간이지만 난 그 미소가 매우 아름답다고 여겼다.


“어느 가문의 분이신진 모르겠지만 요리에 관심을 보이시다니 남다르신 분이시네요.”


어?


그녀의 말투와 단어선택이 뭔가 낯익은 기분이다. 어디서 들었던 적이 있나? 그럴 리가 없는데?


사교계는커녕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에도 안 나간 지 오래인 나다. 그런 내게 처음 만난 사람이 낯익을 이유가 없었다.


난 애써 마음속으로 고개를 털고 입을 열었다.


“사정이 좀 있어서요. 여기서 공녀님을 뵐 줄은 몰랐습니다.”


누가 불놀이한다고만 안 했어도 이러고 있진 않았겠지.


“가문의 일원으로서 답변을 드리자면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전부 피고용자들이에요. 전부 오랜 시간 일한 분들이고 그만큼 스스로가 자부하는 조리법들을 가지고 있으시죠.”


한마디로 다른 레시피를 사용할 리가 없다는 뜻이군.


그녀의 말은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 힘이 실려있어 전달이 잘됐다. 거기서 난 다시 한번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임원진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할 때 사용하는 어투와 말솜씨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일에 대한 설명은 핵심만 간략 명료하게, 이유는 정확하게 말씀해주시는 게 좋아요.”


‘아앗!’


그제야 난 그녀가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


“아깐 참석자 명단을 찾더니 이번엔 케이크 레시피예요?”


정원 한쪽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베일을 벗으며 그녀가 말했다.


잘 정리된 채 길게 늘어진 금발, 총기 있어 보이는 호박색 눈동자.


역시나 내 예상대로 아까 내게 슈페리온 상단을 소개해줬던 그녀였다.


쯧. 보통 여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공녀일 줄은.


“나와 공작가의 명예가 걸려있는 일이니 어쩔 수 없죠.”


“세상에. 우리 집 케이크 레시피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줄은 전혀 몰랐네요. 그래서 이번엔 무슨 일인가요?”


그녀는 눈을 반짝인 채 가볍게 손뼉을 치며 그리 말했다.


“공작가에서 화재가 날 겁니다. 난 우연히 그 정보를 알게 됐고요.”


뚝.


손뼉이 멈추고 그녀의 눈빛도 변했다.


“···이런 데서 그런 농담을 하실 리는 없으니 사실이라고 봐야겠죠?”


“백작가의 일개 삼남이 집주인 앞에서 그런 소리 해서 뭐 얻을 게 있겠어요.”


그녀가 날 지긋이 쳐다보는 동안 나도 정보열람을 사용했다.


[정보열람을 할 수 없습니다.]


역시나 안되는군.


정보열람이 안되는 경우의 수를 앞서서 칼리가 말해준 덕에 알고 있는 상황.


그녀는 과연 어느 쪽일까?


“휴우, 당신 말이 맞아요. 그런데 말이죠. 그 화제를 막는 것과 우리 집 케이크 레시피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는데요?”


“혹시 공녀님께선 어느 교단에 귀의하셨거나 하셨나요? 그게 아니라면 신탁을 받았다거나···.”


“전혀요. 그리고 전 딱히 믿는 신이 없답니다.”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그녀. 저 말이 사실이라면 눈앞의 공녀는 이곳 사람이지만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시험해보자.’


만약 내 가정이 맞는다면 틀림없이 이 말에 반응이 있으리라.


“라면 먹고 가실래요?”


“···!”


순간 그녀의 동공이 크게 확대됐다. 그것도 모자라 눈을 계속해서 껌뻑거리고 있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빙고인 모양이지?


“···당신은 누구시죠? 어떻게···!”


“에턴 백작가의 삼남인 세이러스 에턴인데요. 물론 여기에서 사용하는 신분과 이름이지만요. 여기에서 같은 처지인 사람을 만날 줄은 솔직히 저도 꿈에도 몰랐네요.”


덥썩.


그녀는 내 양손을 붙잡더니 거기에 이마를 댔다.


“보통 때 같았으면 라면 먹고 가라는 말 따윈 매몰차게 대했을 말인데 그 말조차 어째서 이리 반가운 건지···.”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기는 감정의 기운.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어쩐지 알 것 같았다.


갑자기 미지의 세계에 뚝 떨어진 상황에서 오는 두려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동향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반가움이겠지.


“할 말이 많으신 것 같은데 우선은 방화범부터 잡고 나서 천천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후부턴 일사천리였다. 그녀는 내 말대로 케이크 레시피를 알아다 주었고 난 그것을 가지고 칼리와 거래에 성공했다.


[정보열람:피아식별이 발동됩니다.]

[이제부터 정보열람 시전시 보이는 것들이 모두 시전자를 기준으로 해가 되는지 아닌지도 표시됩니다.]


“지금부터 마법을 사용해 예상되는 자들을 색출할 겁니다.”


“마법이라니···현실임에도 믿기가 참 어려운 일이네요.”


“빨리 적응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럼 잠시.”


난 특정 인물을 지정하지 않은 채 정보열람을 사용했다. 이윽고 곳곳의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붉은악마표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법 수가 많을 것은 알았지만 이건···.’


위험분자들이 보이는 것만 수십.


하인, 병사는 물론이고 기사도 몇 있었다. 심지어 초대받은 귀족 중에도 제법 있었다.


규모를 봐선 이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이 연회가 있을 거라는 게 공표된 시점부터 준비됐던 것이겠지.


문제는 어떻게 막느냐다. 상대들이 예비방화범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예비일 뿐이다.


차라리 칼 들고 죽자고 달려드는 도적놈들 수백이면 고민할 것도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표정이 별로 안 좋은데 많이 심각한가요?”


“···이 나라에 있는 잠재적 방화범들을 다 모아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더 큰 문제는 저 치들을 다 잡아들여도 물증이 없다는 거죠.”


게다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들도 제법 많으니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말했다.


“그 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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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거래(2) +1 21.04.05 143 3 12쪽
23 거래(1) +1 21.04.04 150 3 13쪽
22 고향집 방문(3) +1 21.04.03 162 4 13쪽
21 고향집 방문(2) +1 21.04.02 161 4 12쪽
20 고향집 방문(1) +1 21.04.01 174 5 12쪽
19 아스탈의 수작(4) +1 21.03.31 146 5 13쪽
18 아스탈의 수작(3) +1 21.03.30 142 4 12쪽
17 아스탈의 수작(2) +1 21.03.29 178 5 13쪽
16 아스탈의 수작(1) +1 21.03.28 146 4 12쪽
15 광물을 캐다. +1 21.03.27 170 4 13쪽
14 관저보수와 시찰(2) +1 21.03.26 194 3 13쪽
13 관저보수와 시찰(1) +1 21.03.25 198 4 13쪽
12 전투 후 막간 +2 21.03.24 207 3 13쪽
11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2) +1 21.03.23 249 6 13쪽
10 세이러스와 50인의 도적(1) +1 21.03.22 208 6 13쪽
9 펠메리온 마을에 도착하다. +1 21.03.21 235 6 13쪽
8 집을 떠나다. +1 21.03.20 254 7 13쪽
7 부모의 마음 +1 21.03.19 266 5 13쪽
6 소문과 변화 +2 21.03.18 325 7 12쪽
5 관짝빵 승리. +1 21.03.17 374 7 13쪽
4 권능과 마법 그리고 특성적용. +1 21.03.16 379 7 13쪽
3 어둠의 여신 칼리와 망나니 둘째놈 +1 21.03.15 424 8 13쪽
2 에이지 킹덤즈 시스템 +2 21.03.15 520 11 13쪽
1 술마시다 눈떠보니 +2 21.03.15 626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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