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캔커피+1

메타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131,424
추천수 :
4,841
글자수 :
360,932

작성
24.01.04 17:21
조회
824
추천
41
글자
12쪽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DUMMY

인류학자들은 메타 능력을 설명할 때,

두 발로 걷는 유인원부터 시작한다.

의무적 직립보행이야말로,

인류와 유인원을 구별하는 분기점이었다.


나무가 무성했던 숲이

기후변화로 초원으로 변하자,


나무에서 땅으로 쫓겨 내려온 그들.


나무 타던 앞다리는

사족보행에 적합하지 않았다.


나무 생활 시절,

표범과 같은 짐승을 쫓아내려,

나뭇가지와 과일들을 던졌는데,

사족보행 하면 던지는 능력이 약해진다.


던지는 능력 포기하고,

꼽추처럼, 사족보행 택한 그룹도 있었다.


에티오피아 땅 원숭이가 그랬다.


땅 원숭이의 사족보행은,

땅을 지배했던 짐승들을 따돌리지 못했다.


결과는,

이족 보행으로

투척 능력을 발달시킨 그룹의 생존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족 보행의 이점이 하나둘 늘어났다.

손을 자유로이 사용하면서,

도구와 불을 다뤘다.


인류학자의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도구와 불이 ‘1차 메타’였다.


학자들은

종교와 도시 국가를 2차 메타,

산업화와 과학 기술 발달을 3차 메타,

정보화 사회와 초거대 인공지능을 4차 메타,


권능을 다루는 현시점을,

5차 메타로 구분했다.


흐름을 살펴보면,

인류학자의 주장이 또렷해진다.


메타는, 인간을 ‘더욱더’ 인간답게 한다.


‘메타가 부족하면,

인간이 아니라는 소린데 ···.’


찬은 최신 인류학 이론이 이채로웠다.

메타 우생학이라 할 법한 주장이었다.

누군가 인류학을 이용해서,

메타 우월주의를 선전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메타 연산자에겐 나쁘지 않은 흐름이지만,

자칫 넋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간,

거센 흐름에 쓸려나갈 위험도 있었다.


한국은 슬기텍이 중심 잡고,

인간 가치를 높이고 있지만,

다른 국가는 메타 우선주의 정책으로

메타와 일반인의 차별과 격차를

정당화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가 그들이 내건 이유였다.


슬기수가 슬기텍 경영 포커스를,

인간 존엄에 맞췄지만,


찬은 아버지와 생각의 결이 조금 달랐다.

아버지는 사회 정의 실현에

권능을 다했지만, 지나친 감이 있다.


계절이 바뀌면 낙엽 지듯,

역할 없는 바글은 버려지는 게 맞다.


찬은 솔직하게 아버지에게 의견을 말했다.


“아버지,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바글 복지 줄여나가요. 그게 맞는 거 같아요.”


찬의 메타 코어는 아버지를 앞선다.


메타 관련 판단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정확할 것이다.


제 판단이 맞을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아버지?


왜?


계절이 바뀌면 낙엽 지는 게 순리잖아요.


아버지는 피식,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바뀐 계절이 가을이 아니라, 봄인가 보지.”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내가 계절이거든.”


아버지의 어이없는 자신감


찬은 살짝 당황했지만,

너무나 맘에 들었다.


아버지답다.


아버지 의견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자신감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


찬은 애들 장난 같은 산업구조 개편이나,

구일구 지원 제도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했다.


메타 연산 개발과 메타 연산자의 관리.


미국 에키누스,

호주의 벨라 공원,

차츰차츰 메타 연산자들이 나타났다.


몇 년 전만 해도

메타가 널리 퍼지지 않아서,

살짝 외로웠는데,

요즘은 압박을 느낄 정도로,

구더기처럼 기어 나오고 있다.


권능을 부리는 메타는,

일반인보다 우수한 존재다.


에키누스를 창업한 스티브 윙도

육체 지배로 선을 넘었었다.

어렴풋, 요즘도 그 짓을 하는 것 같은데 ···.


그럼에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대받는다.


미국 자본가와 정치가들은

스티브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는 모양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메타 범죄에 관대했다.


메타 연산자 사이에서도

바글 대상 메타 범죄는 못 본 척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메타에는, 노인을 위한 세상이 없듯이,

바글을 위한 세상도 없다.


메타 연산자와 일반인은 다르기에,

다른 기준이 정당하다는,

논리와 공감대가 깊다.


찬도 기본적으로 동의했다.


다른 기준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 경찰과 형사는

메타 범죄자를 잡을 수 없다.


능력의 격차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악착같이 메타 연산자를 단죄하려 들면,

바글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었고,

결국엔 메타 빈대에게 잡아 먹힌다.


힘의 논리에 따라, 기준이 다른 건,

이른바 자연의 법칙이었다.


찬은 메타 연산자들 활동 파악에 주력했다.

메타 범죄를 처단하려 함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함이었다.

바글 몇 명 죽어 나가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메타 연산자가

뜻밖의 성취를 이뤄 ‘판세’를 뒤집는다면,

이건 좀 곤란했다.


메타 연산자 중에

군사 연구 개발로 빠지는 비율이 높았는데,

이것도 신경 쓰였다.


바글이 보기엔 메타 연산자들은

권능을 얻어 편하게 사는 듯 보이겠지만,

메타들은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메타 경쟁’ 중이었다.



*



윤아는 겨울 앞에서

우아하면서도 귀여운 표정을 연습했다.


오늘 찬을 만난다.

찬이 연락해서 잡은 약속이었다.


예전에는

찬과 함께 다이나믹 떡볶이를 먹고,

회오리 장어를 먹는 게 고작이었는데,


오늘 약속 장소는

서울 등대의 엣지 레스토랑이었다.


약속은 보름 전에 잡혔고,

윤아는 그동안 하루 반 끼만 먹으면서

관리에 들어갔다.


배고플 때마다 그녀는 스스로 말했다.


아름다워질 테다!


옷도 명품인 듯 아닌 듯,

청순한 패션으로 골랐다.


친목이 아닌,

비즈니스 목적의 만남이었지만,

그녀에겐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찬을 만나는 건, 2년 만이었다.

그 2년 동안 찬은 거물이 되어 있었다.

슬기 지능과 슬기봇은

찬의 권능이라는 소문이던데,

소문이 사실이라면

찬의 지분은 50%가 넘는다고 봐야 했다.


찬은 동년배 중 최고 갑부일 것이다.


윤아의 이름을 확인한

엣지 직원이 예약 룸으로 안내했다.


창가를 독차지한, 조용한 룸이었다


찬은 늘 그랬듯이

은하수 탭에 메모하고 있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윤아가 먼저 인사했다.


“와줘서 고마워. 지금 네가 쓴 보고서 읽고 있어.”


찬이 읽고 있는 윤아 보고서는,

벨라 공원의 17 타워 사건이었다.

한국인 메타 연산자 태백이 홀연 단신으로

벨라 공원 보안 시스템을 격파하고,

그의 멧돼지 심장을 되찾아 간 사건.


그 과정에서

5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있었고,

그중 네 명은 메타 연산자였다.


먼저 시비를 걸고,

목숨을 위협한 쪽은 벨라 공원이었다.


태백의 정당방위에 가까운 사건.


벨라 공원이 큰 피해를 보았지만,

벨라는 이를 조용히 묻고 싶어 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멧돼지의 심장이 세상에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


찬은 슬기텍의 정보망과 바이칼의 능력으로

자초지종을 꿰고 있었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제3 자의 평가도 중요했다.


그 제3 자가 바로 윤아였다.

윤아는 그동안 권능을 평가하는,

그녀만의 지표와 기준을 연구했고,

그 성과를 공개하여 공유했다.


“처음부터 태백이 상황을 유도했다고 추정했는데, 근거가 뭐야?”


찬은 은하수 탭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의 권능엔 ‘씨뿌리기’가 있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아는 능력이지.”


씨뿌리기 권능? 그런 게 있구나.

찬이 몰랐던 권능이었지만,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나저나

윤아는 그런 권능을 어떻게 안 거지?


그녀는

멧돼지의 심장에 깃든

시그니처를 기록하기 위해,

태백을 만난 적 있었다.

그때, 태백이 가진 권능을 짐작했다.


그녀가 가진 ‘권능 감정’은,

그녀의 고유능력이었다.


메타 연산자가 아닐지라도,

고유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그냥저냥 흔한 메타 연산자보다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일반 가수가

노래를 더 잘 부른다.


그녀의 분석이 맞는다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처벌이라는 건데.


태국 햇텁 버섯으로 만든 수프가 나왔다.


식사가 나오자, 찬은 업무가 아닌,

일상적인 시시콜콜한 대화로 화제를 돌렸다.


“제6 광구에서 왜 석유가 나오는지 알아?”


“석유가 묻혀 있기 때문이잖아?”


“아니야. 틀렸어. 우유가 나오면 이상해서, 석유가 나오는 거야.”


찬이 오늘의 만남을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해,

며칠 전부터 생각해낸 농담이었다.


윤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녀는 가볍게 헛기침했는데,


내가 널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맞는데,

그런 농담을 받아줄 정도는 아니야.

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서,

깔끔하게 인정했다.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앞으로 살면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농담은 하지 말자.


윤아가 화제를 돌렸다.


“요즘 유행하는 ‘집착녀’ 봤어?”


집착녀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였다.


“잠깐 봤는데, 더는 못 보겠어.”


“왜?”


“학폭에 시달린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인생을 복수에 올인하다니. 너무 처절하잖아. 왜 그렇게 살까? 생각해봤는데, 메타가 부족해서 그런 거 같아.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하거든.”


찬다운 대답이었다.


“전여친이라는 영화는 봤어?”


“그것도 보다 말았어. 여자 한 명 구하는데, 남자가 몇 명이 죽는 건지. 요즘 성평등 이슈던데, 영화를 왜 그렇게 만들지? 성 인지 감수성도 떨어지고, 성 균형 사망비도 안 맞고, 메타 밸런스도 안 맞고 ···. 그런 영화는 법으로 규제해야 하지 않아? 자꾸 그런 영화가 나오니깐, 결정적인 순간에 남자의 사망확률이 높아지잖아.”


“아. 그렇구나.”


우리 찬이가, 꼰대가 됐구나.


윤아는 깃털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찬이 마무리했다.


“너의 보고서는 가치가 있어. 후원해줄게. 열심히 해봐.”


“후원해도, 내 평가와 의견에 간섭하는 건 안 돼!”


“그건 기본이지. 간섭 안 하려고 돈 쓰는 건데. 간섭하면 의미 없지.”



*



최인영은 그의 폰으로

작전 업무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결국 태백을 만나야 하는구나!


벨라 공원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된 줄 알았는데,

내용을 최종 검토한 찬의 판단은 달랐다.


“나 혼자 가도 충분할 거 같은데, 모든 대원을 데려가라고?”


태백이 그 정도인가?

좀 의외였다.


최인영은 정지웅을 포함해서,

예전 27 특전대 모두를 지휘했다.


이들 모두 찬의 메타 나눔으로

육체와 정신 능력이 향상됐다.


신나는 일이었다.


슬기텍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마음껏 애국할 수도 있었다.


위령제 훈련에서 찬을 특정해서,

공격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찬에게 고용되어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총출동이라니. 태백이 그 정도인가요?”


정지웅은 의아해했다.

태백이 홀로 벨라 17 타워를 점령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벨라 쪽 대응이 유치했다.


상대가 한 명이라고,

전략 전술 없이 힘으로만 맞섰다.


“떼로 몰려가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오늘 간다고 알려놨다. 모두 단단히 준비해둬.”


“넷!”


최인영과 부대원들은,

둘 둘 셋, 세 대의 승합차에 올라탔다.


태백의 스마트 팜 규모는

축구장 50개 크기로 커져 있었다.

오이, 딸기, 상추, 밀과 보리까지.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품질 위주로 생산하고 있었다.


최인영 부대를 본,

태백이 비장하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먼저 잡초 뽑기부터 시작하죠.”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해서, 잘 배워가겠습니다.”


“오이 뽑기만큼은 꼭 마스터해 보이겠습니다.”


부대원들이 각자 인사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이곳에서 태백의 기술을 배울 참이었다.


벨라 17 타워를 혼자 올라가신 분이셨다.

태백의 전투 기술은 참으로 값진 메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메타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 #63 미친 짓이었다 +8 24.02.13 316 26 12쪽
62 #62 결정 '당했다.' +8 24.02.03 374 24 14쪽
61 #61 메타 연산자의 논리 +10 24.01.27 433 32 14쪽
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5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6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7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0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2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0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42 #42 메타 연산자라 했던가? +16 23.12.19 1,627 60 13쪽
41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19 67 12쪽
40 #40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하는데 +24 23.12.17 1,765 72 13쪽
39 #39 삶의 기쁨 3호 소금과 빵 +12 23.12.16 1,747 79 14쪽
38 #38 지킬 것이 있다. 삶의 기쁨 3호 +13 23.12.16 1,735 76 12쪽
37 #37 과거를 팔아 미래를 사다 +10 23.12.15 1,718 68 13쪽
36 #36 기쁨의 콜라겐 +14 23.12.15 1,751 80 13쪽
35 #35 안킬로사우루스의 자동차 버전 +10 23.12.15 1,806 80 13쪽
34 #34 우니 이쿠라 추가 +12 23.12.14 1,896 7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