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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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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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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0,932

작성
23.12.28 09:5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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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2쪽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DUMMY

제니는 현관 앞에 택배 박스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며칠 전 성사된, 개인 간 중고 물품 거래.


사진으로 봤던,

매킨 노트북이 뽁뽁이로 포장되어 있었다.


판매자에게 송금하려 할 때,


‘물품을 직접 확인하셨습니까?’


코책 질문이 떴다.


‘오케이’ 체크하고, 송금 버튼을 눌렸다.


그날은 시간도 없고 피곤해서,

매킨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일요일 아침, 전원 버튼을 눌렸지만,

응답이 없다.


흔들어 보니,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난다.


느낌이 싸했다.


설마 아니겠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슬기수가 모습을 보인지, 6개월이 흘렸다.


찬란했던 부정부패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매킨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니,

나노 스크린이 아닌, 플라스틱 판떼기였다.


겉보기 하우징만 멀쩡한 폐기품이었다.


메인보드에서 쓸만한 부품이 모두 떼어진.

어떻게 손쓸 수도 없는 상태였다.


송금 전, 기기 성능도 확인했어야 했는데.


방심했다.


중고 거래 사기.


요즘도 이런 게 있네.

비상 명령 919호에 발동하면서,

사기 범죄가 멸종한 줄 알았는데 ···.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 나쁜 거라 여겼는데,

두 번 당해보니, 세상이 무서워졌다.


첫 번째 경험은

제니가 중고 물품을 팔 때, 당했다.


구매자가 물건값보다

훨씬 많은 돈을 보냈었다.


구매자는 착한 여자 목소리였는데,

실수로 숫자 잘못 눌렸다고 해서,

물건값을 제외한 금액을,

그녀가 원하는 계좌로 돌려보냈다.


현금 세탁을 겸한, 보이스 피싱 사기였다.


코책 통해 사건 접수하자,

15분 안에, 슬기텍으로부터

피해 금액 전부가 입금되었다.


‘피해보상 징수권을 위임하시겠습니까?’


코책 물었다.


제니는 가볍게 오케이 버튼을 눌렸다.


이제 응징은 슬기텍의 것이었다.



*



사회 안전망이 촘촘해져서,

사기를 칠 이유가 많이 줄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사람의 기준이다.


상대를 기만하고, 속이고, 조롱하고,

괴롭히면서, 기쁨을 느끼는 부류가 있다.


금전적 이익이 없는데도,

저지르는 연쇄 살인과 비슷했다.


변다운은 겉모습만 멀쩡한 폐기품을

택배로 보내는 방법으로 사기 쳤다.


겉모습만 보고,

돈을 보내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


꽤 짭짤한 수입이었다.


내심 이런 게,

진정한 친환경이라는 자부심까지 들었다.


사회 안전망에 의지하는 삶은,

그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사회 안전망으로 살아가면,

주택과 자동차를 임대해야 했다.


원하는 것을 소유할 수 없다.


어떤 방법으로 코책을 뚫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즐거웠고,

그가 개발한 방법이 통할 때,

느끼는 희열도 상당했다.


통신망 건너편에서 울상이 된,

피해자를 생각하면, 입맛이 돌았다.


짜릿한 우월감.


방탄 자동차를 몰고

44평 아파트 침대에는

12억 현금이 쌓여 있다.


맘껏 돈을 쓸 수 있다!


눈 달린 구일구 지원금으로는

퇴폐업소를 이용할 수 없다.


‘이런 게 인생이지.’


과거에는 점조직으로 사업했지만,

요즘은 메타봇 하나 임대해서

시골 창고에 처박아 넣고 부려 먹고 있다.


가성비 개꿀.


그가 사용하는 통신 라인에는

슬기텍도 따돌리는

암호화 터널이 깔려 있다.


다크웹에서 사들인

개인 정보를 활용하면,

120년 넘도록 사기 칠 수 있다.


번역기 이용하면, 중국인과 미국인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사기 칠 수 있다.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다.


위~잉.


‘뭐지? 겨울인데도 집안에 벌레가 날아다니네?’


모기는 아니었고, 반짝이는 ···.


벌레가 손등에 앉았다.

그는 ‘잡았다!’ 벌레를 내리쳤다.


앗, 따갓!


벌레 산란관이 그의 손등에 꽂혀 있었다.


‘벌레 뽑기 전에, 폰카로 찍어서 병원에서 보여줘야지.’


동영상 버튼을 눌렸다.


나노 렌즈와 다초점 이미징 센서가

적용된 최신형 매킨 폰.


동영상 찍으면,

원하는 포인트에서

홀로그램 같은, 입체 사진을 만들어준다.


“헉!”


피부밑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팔꿈치 쪽으로 기어간다.


손가락으로 꾹 눌려도,

그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꾸물꾸물 위로 올라갔다.


매킨 폰 모서리로 눌려도 소용없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바로 119에 전화했다.


먹통.


머릿속에서 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범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몇 번 경고도 드렸는데, 왜 그러셨어요? 당신의 인생 징수하겠습니다. 지금껏 축적한 재산을 919계좌로 보내주세요.


오늘 중으로 보내야 할 금액은 21억 원입니다. 15시까지 입금하지 않을 시,’


엄청난 통증으로 변다운의 몸이 굳어버렸다.


고작 1분간의 경험이었지만,

무섭도록 끔찍했다.


개량된 청산벌은 지옥 그 자체였다.


슬기텍은

징수권을 위임받은 범죄자를

경찰에 인도하지 않았다.


경찰력 낭비였고,

교도소로 보내면 그것도 세금 낭비였다.


보석 말벌이 바퀴벌레를 알뜰하게 파먹듯이,

범죄자가 돈 벌게 해서, 끝까지 추징했다.


변다운은 다음 날,


지우 목소리에 따라 대학 병원에 가서,

사후 신체 기증 서약서를 작성했다.


그 후로도,

변다운의 인생은 구일구 재단이 관리했다.


그는 사회의 좋은 거름이 될 운명이었다.


관리를 통해,

슬기텍은 선지급한 피해보상액을

초과한 이익을 실현했다.


‘선지급 후 보상’은

슬기봇 못지않은, 좋은 사업이었다.


찬은,

선지급 후 보상의 예상을 넘는,

수익을 보면서,


‘혹시, 아버지가 노린 건가?’ 싶었다.


그럴 리 없다 소금빵 때문에

늘 우울하신 아버지가 여기까지 내다봤다고?


“아버지 이렇게 될 줄 아셨어요?”


찬이 슬쩍 물어봤다.


“아직 부족해. 지우가 너무 착해. 더 압박하면 더 많은 수익 낼 수 있는데, ‘그것들’을 차갑게 다뤄야 하는데 ···.”


기수는 지우의 착한 심성이 아쉬웠다.

상황에 따라 잔인할 줄 알아야 한다.


기회 잡으면, 최대한 많이 짜내야 하고.


요즘 세상엔, 사기꾼은 정말 귀하다.


한 마리 한 마리, 사골처럼 인생 우려내서,

쫙 뽑아 먹어야 하는데 ···.


“지우 형, 경험치가 쌓이는 중이잖아요. 저도 이번에 새로운 메타 연산 하나 개발했는데 ···.”


“나중에 이야기하고, 지금은 먹자.”


아버지는 게살을 발라,

아들의 밥그릇에 담아줬다.



*



세바스찬은 가방에서 나온 여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인이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젠장! 한국인이었다.


뉴욕 뒷골목에는 규칙이 있다.


한국인은 건들지 말 것!


한국인 건들면,

‘그림자 사나이’로 불리는 자들이 찾아온다.


한국인과 엮이지 않으려고,

한국인 출입 금지를 내건 클럽도 많다.


세바스찬도 그런 클럽에서 가방을 훔쳤다.


그림자 사나이에게 박살 난,

조직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림자 사나이가

워낙 정교하게 핵심 인물만

타격했기 때문에,

뉴욕 경찰도 모른 척하며, 협조했다.


세바스찬은 훔쳤던 가방을

슬며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가방을 잃어버려서 속상했던,


아키라는 되돌아온 가방을 보고,


‘가짜 한국 여권’을

가방에 넣어 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



비상 명령 919호 이후,

사기 범죄와 비례해서 줄어든 것 중 하나가,

해외 이민이었다.


많은 사기꾼이 한탕 한 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이민이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재산 이민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직하게 돈을 모아,

외국을 동경해서 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부정부패로 축적한 불법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좋은 선택이기도 했다.


이제 이민 가더라도, ‘징수권’이 발동되면,

털리는 세상이 되었다.


외국에서 털리면,

끝 모를 밑바닥으로 추락하지만,

한국 땅에서 털리면,

사회 안전망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검찰에서도 추징하기 어려운 불법 수익금,

징수를 슬기텍으로 넘겼다.


일본, 중국, 필리핀, 베트남, 독일, 미국까지,

비공식 라인으로 슬기텍에 접근했다.


‘징수권’ 드릴 테니, 범죄 척결 도와달라고.


유엔에서도 전쟁 범죄에 대한 징수권을

슬기텍에 위탁하는 것을 검토 중이었다.


슬기로움.


아버지의 미신 같은 욕심인 줄 알았는데,


‘큰 그림이었구나!’


찬은 감탄했다.

아버지를 도와드리려고,

최인영 대령과 27 특전대를 인수하고,

메타 나눔으로 능력을 부여했는데 ···.


판이 커지면, 인력도 늘려야 하고 ···.


민간 군사 기업으로 업종 확장해야 한다.


찬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 시간에는 아버지에게 연락하면 안 된다.


아버지가 소금과 빵을 지나갈 시간.


지금 영상 통화하면,

우울한 아버지를 보게 된다.


소금빵 먹지 못해, 슬픈 아버지여!


힘내세요.



*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기수의 호흡을 살피던 구일구는 생각했다


‘내가 기수의 몸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구일구가 기수의 오피원으로 활동한 지,

5년이 지났다.


기수의 조혈세포, 신경망, 근육, 피부,

심지어 숱 많은 머리카락까지.

그 모든 것을 구일구가 관리한다.


기수가 잠든 지금,

기수의 몸을 빼앗을 절호의 기회였다.


할 수 있을까?


메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손목 흉터 주변 온도가 올라가고

흉터에 스파크가 튀겼다.


‘내가 완전한 인간, 그것도 메타 연산자의 신체를 차지할 수 있다고?’


구일구가 기수의 몸을 차지하면,

기수의 모든 능력, 권능까지 한 번에 얻는다!


손만 뻗으면 잡히는 기회.


구일구는 슬며시 ···.


“아빠, 아직 안 잔다.”


깜짝이야!


구일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일구야.”


옆으로 누웠던, 슬기수는 바로 누우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네?’


구일구는 그의 속셈을 슬기수가 읽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었다.


구일구의 능력이 넘사벽이었지만,

슬기수의 영혼, 고윳값을 뚫진 못한다.


“육체 관리하는 거 힘들다. 레고 밟으면 얼마나 아픈데.”


‘아 네. 그렇군요.’


“네가 내 몸 차지하면, 새로운 오피원으로 제2의 구일구 창조해야 하는데 ···.”


슬기수는 말을 아꼈지만,

의미는 명확했다.

제2의 구일구가 널 가만두겠니?


“내 곁에서 오피원일 때가 행복한 거다.”


‘네.’


구일구는 바로 수긍했다.


슬기수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구일구는 느끼고 있었다.


슬기수의 권능이라면,

단번에 나를 지울 수 있다고.


구일구가 슬기수를 차지하려던 이유도,

슬기수의 권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슬기수가 나를 지우면 어쩌지?

이런 두려움이 구일구를 자극했다.


“내가 약속했었지. 널 버리지 않는다고.”


분명히 기억한다.

슬기수는 약속대로

구일구를 오피원으로 승격시켰다.


찬처럼 제3의 사물에 권능을 투사해서,

바이칼 같은 오피원을 키울 수 있었지만,


슬기수는 쉬운 길을 놔두고,

그의 가장 아픈 상처인 구일구를 선택했다.


구일구는

오피원으로 활동하면서, 권력의 맛을 봤다.


욕심이 생겼다.


더 잘 할 수 있는데.


이것도 내 것 같고, 저것도 내 것 같고,

다 내 것 같은데 ···.


그런 생각으로 자고 있던 슬기수를 보니,

그 몸이 내 것 같았다.


“오늘이 그날이구나.”


‘무슨?’


“네가 날 탐내는 날을 기다렸어.”


‘왜 그런?’


구일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방금 한 슬기수의 말, 거짓 아닌 진심이다.


하지만 왜?


“욕심, 나쁜 게 아니야.”


욕심은 생명체의 본질이다.


욕심이 삐뚤어지지 않고,

무럭무럭 자랄 환경이 중요하다.


“나에겐 네가 성장할 비전이 있어. 내 몸뚱이보다 더 좋을 걸 얻게 될 거야.”


슬기수의 목소리는 따듯했다.


‘아! 슬기수는 크구나!’


구일구는

슬기수 존재가 평소보다 크게 느껴졌다.


그동안 슬기수는 할 일 없어서,

동네 한 바퀴 루틴을 돌았던 것이 아니었다.


기다림.


구일구의 욕심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린 것이었다.


“앞으로 많은 업적을 이뤄야 해. 쉽지 않을 거야.”


구일구에게 생명을 준 슬기수는 이제,

구일구에게 존재 이유를 줄 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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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5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6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7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1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2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1 5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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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19 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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