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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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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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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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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32

작성
23.12.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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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2쪽

#49 슬기텍 차례였다

DUMMY

유튜버 소심이는

‘그냥 한국인’ 영상들을 편집했다.


뉴욕 메타 지능 로보틱스 연구소,

총기 난사 사건을 정리한 한국인, 한윤아.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이 촬영해서,

많은 영상이 떠돌았다.


그녀는 마지막에 말했다.


‘그냥 한국인’이라고.


그래서 그녀가 담긴 화면은

‘그냥 한국인’ 영상으로 불렸다.


카페 보안 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아 모습이 입체적으로 드러났다.


눈앞에서 초콜릿케이크가 증발할 때,

보였던 그녀의 슬픈 표정은,

인터넷 밈이 되었다.


총기 난사 현장에서 몸을 숨기지 않고,

미어캣처럼 똑바로 서서

범인을 날카롭게 지켜보는 그녀.


반복해서 보고 또 봐도, 그저 놀라웠다.


총알이 날뛰는 곳에서 어떻게 저런 행동을?


달아나고 숨는 게 정상일 텐데,


깨진 유리컵으로 범인의 목을 그어,

모두를 구했다.


자폭하려는 범인의 손을 발로 밟아,

최악의 사태도 피했다.


범인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녀는 차갑게 범인을 지켜보았다.


차가웠지만, 아름다웠고,

목숨을 내걸었기에 숭고했다.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깨진 유리컵을 든,

이미지가 유행했다.


공식 뉴스에서는

절대 따라 하지 말 것을 강조했지만,

따라 해도 흉내 낼 수 없는 기품이 있었다.


우리나라 신체 기준으로,

전체 인구 80% 이상이 과체중인 미국에서,


윤아의 평범한 몸매는 매력 그 자체였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여신으로 숭배되었고,

그녀가 사용한 손잡이 달린 깨진 유리컵은

경매로 나왔다.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급상승했다.


국뽕 유튜버들이 일치단결해서,

외국어 자막 한국 선전 영상을 찍어댔다.


태권도, 안전한 치안, 안정된 정치,

모두 서 있어도 비어 있는 노약자석.

카페에서 자리 비워도, 안전한 노트북.


끊임없이 쏟아지는 선전 영상들,

국뽕들이 애국심에 심취한 건 아니었고,

그저 조회수가 잘 나왔기 때문이었다.


유튭 세상에서 조회수는 돈이 된다.


소심이도 국뽕으로 갈까?

고민했지만,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범인은 연막탄과 기관 탄창이 달린 쌍권총, 자폭 재킷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는데요. 그 정성으로 다른 걸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안타깝네요.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나 홀로 호황인데요. 실업률도 3% 아래죠. 완전 고용상태인 거죠.


이유야 많겠지만, 우리와 관련된 걸 보면,


미국에서 물건 팔려면, 미국에 공장 짓도록 강제했어요.


부품도 미국에서 생산된 거 써야 하고요.


원래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 공장들이,

미국으로 간 거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야 할, 부품이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요.


일자리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달러 찍어서 물건값 주면서

일자리까지 가져가는 건 너무 한 거죠.


범인은 카페에서 일했던 사람으로

로봇에게 일자리를 잃었어요.


우리나라보다 경제 호황인,

미국에서도 이런 일 터질 정도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일을 개인행동으로 볼 게 아니라,

미국은 이번 일로,

다른 나라 일자리 빼앗는 것도

반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도 소심하게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독자님들에게 메타가 함께 하시길!”


소심은 방송을 마쳤다.

보기엔 간단한 영상이었지만,

이틀 밤샘해야 간신히 건질 수 있다.


‘힘들다.’


소심은 영상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카페 자동 로봇에 눈길이 갔다.


로봇의 성능은

윤아의 활약 못지않게 놀라웠다.


그는 작게 결심했다.


‘나도 인공지능 앱으로 영상 만들어야겠어.’



*



‘공부하러 온 건데 ···.’


윤아는 그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너무 불편했다.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니,

평범하게 사는 건 힘들 것 같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런 경우 인터뷰, 자서전, 광고 출연 등등.

몇 년 열심히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계약하자고 덤비는 에이전시가 여럿이었다.


이것도 슬기찬 효과일까?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마음가짐과 행동력.


고민하던 그녀가 빙긋 웃었다.


슬기찬 효과 맞다.


슬기찬 효과가 마음과 몸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데 ···.


나, 찬에게 물들었나 봐.

괜스레 얼굴 빨개졌다.


사람을 죽였지만, 죄책감 따윈 없다.


더 깔끔하게 했다면,

피가 덜 튀었을 텐데.


“갈까요?”


스티브 윙이었다.

그는 에키누스 2호를 직접 보여주겠다 했다.


메타 지능 로보틱스 연구소에 있는 것은

대용량 서버였고,


본체는 ···.


“집에 있어요.”


자동차가 도시 외곽을 빠져나갈 때,

그가 말했다.


집은 한적한 보안 지역으로,

경비행기 이착륙장 포함했다.

이착륙장에는 보기 드문 쌍엽기가 있었다.


“엔틱해 보이지만, 전기모터로 움직여서, 조용해요. 타볼래요?”


스티브 윙의 왼쪽 빨간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뇨.”


윤아가 거절했다.


어라? 분명히 눈 마주칠 때, 낚았는데 ···.

거절한다고?


스티브는 재미 삼아,

육체 지배로 사람을 갖고 놀았다.


상대가 알 듯 모를 듯,

대화를 맘대로 조작했는데,

윤아는 첫날부터 안 통했다.


“격납고에 에어 택시가 있는데, 그건 어때요?”


“에키누스 2호부터 보여주세요.”


윤아는 도시를 빠져나오는

외곽도로에 들어섰을 때부터 별로였다.


양자 컴퓨터 에키누스 실물 보려고,

따라나섰는데,


그게 스티브 윙 집에 있는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고글에서 메타 지능 연구에 1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했어요.”


스티브는 슬며시 돈 자랑했다.

고글 같은 다국적 기업뿐 아니라,

미 정부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메타 지능의 잠재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미래는 가장 강력한, 메타 지능을 보유한 ···.


“아 네.”


윤아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뭐 어쩌라고?

스티브 윙은 그녀와 눈 마주치며,

육체 지배하려 ···.


“자꾸 눈 마주치니깐, 불편하네요.”


왜 안 통하지? 이런 적 없는데 ···.

스티브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윤아는,


“부모님들이 걱정하셔서, 오늘 밤, 고향으로 돌아갈 거예요. 가기 전에, 에키누스 2호 기념사진 찍고 싶어요.”


스티브를 재촉했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는 취소해요.”


스티브의 말에, 윤아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집으로 가시는 길, 럭셔리 자가용 비행기로 가세요. 제 비행기 빌려드리죠.”


“사양할게요.”


“일반 여객기 타고 가면, 공항에서 꽤 시달릴 거예요. 당신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윤아는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스티브는 침을 삼켰다.


메타 연산으로 영역에 들어선 후,

특히, 메타 지능 로보틱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된 후로, 모든 여자가 쉬웠다.


육체 지배 발동할 필요도 없이,

그와 가깝게 지내려고 안달이었다.


김혁민처럼,

스티브도 ‘열린 문’을 들락거렸다.


윤아와 찬의 관계도 알고 있다.


한 번만 더.


“또 눈 마주쳤네요. 일부러 그러시는 거예요?”


윤아는 대 놓고 따졌다.


‘안되는구나.’


그는 표정을 꾸미며,

순순히 지하에 있는

에키누스 2호를 보여주었다.


에키누스는 성게, 또는 고슴도치를 뜻했다.


이름답게 코어를 중심으로

사방팔방 길고 가는 가시가

여러 개 돋아 있었다.

“사진 찍어도 될까요?”


안될 이유가 없었다.

에키누스 2호의 모습은

이미, 여러 사진으로 공개되었다.


공개하는 게, 투자금 유치에 유리했다.


윤아가 폰카로 사진 찍고 있을 때,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스티브는 엄지로 목을 긋는 시늉 했다.


윤아는 ‘왜 안 물어보나 했다.’


클로이도 그랬고, 경찰도 그랬다.


그런 거 어디서 배웠냐고?


“배운 적 없어요.”


“망설임 없이 능숙하게 끝냈는데, 배운 적 없다고요? 보통 사람은 그런 ‘스테이지’에서 그런 행동은 못 해요.”


스테이지?


스티브 윙의 표현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들어오는 걸 봤을 때부터, 죽어 있는 사람 같았어요. 꼭두각시처럼 움직였거든요.”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콕 집을 순 없었지만,

뭐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


스티브가 ‘솔직하게’ 스테이지라고 했을 때,

깨달았다.



*



윤아는 얼핏 잠들었다.

집으로 가는 코리아 항공기 안이었다.


그녀는

카페 사건 저편에 있는

스티브의 존재를 알아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증거주의 원칙으로 굴러가는 사법 시스템은,

스티브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공항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인터뷰 요청했지만,

그녀는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한 후,

방송으로 나가는 건,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돌아다니는 영상도 골치 아픈데,

보탤 이유가 없었다.


엄마!


“윤아야!”


어머니가 그녀를 부둥켜안았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공부하겠다고,

홀연 단신 연고도 없는

다른 나라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머니는,

딸이 무사히 돌아와서 고마웠다.


“사람들 많아. 그만 해.”


윤아는 어머니의 눈물을 닦아줬다.

어머니 뒤에는 ···.


“찬?”


“고생했어.”


찬은 짧게 말했다.


오늘 아침,

찬이 직접 윤아네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공항에 왔다.


어머니 정신이 사나워서,

어머니가 운전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엄마가 울어도 안 울었던 윤아였지만,


주르륵.


찬을 보자, 자동이었다.



*



슬기수는 여의도 호수 공원을 가볍게 돌고,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를 골랐다.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수제 맥주였는데,


‘여기도 메타봇이네.’


계산대는 메타 지능 로봇이 자리 잡았다.

어제 풍경 카페 서빙도 메타봇이 하던데.


메타봇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는 자동차의 다섯 배.


모든 반도체가 두레칩 계열은 아니었지만,

최소 10%는 슬기텍 숨결 인증을 받았다.


메타봇이 널리 퍼질수록

슬기텍 수익도 커지지만,


메타봇은 매달 돈을 내는 리스 제품이었다.


한 달 임대료는 보통 30만 원으로,

최저 임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합리적’이었다.


쉬는 시간 없이 종일 동작한다.


그야말로, 육체노동의 종말이었다.


노동으로 버는 돈이 가장 신성하다고

배운 기성세대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라는

서열화 교육 제도의 아이들에겐

우울한 현실이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모든 곳에 메타봇이 자리 잡지 못했지만,


이미 건설 현장에서 벽돌을 짊어지고 나르는

메타봇이 한둘이 아니었다.


메타봇이 일하는 편의점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서 10원이라도 쌌다.


메타봇으로 배달하는 곳은,

배달료를 아예 안 받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가격이 싸지 않아도,

메타봇이 편하다는 이유로

메타봇이 있는 술집과 가게만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메타봇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조금 늦게 배송되어도,

메타봇 배달을 원하는 집도 많았다.


메타봇의 핵심은

메타 지능으로, 에키누스가 공급했다.


메타봇 관련 산업은 크게 성장했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소행성과 충돌한 공룡처럼,

쓰러져갔다.


메타봇 도입을 늦추자는,

속도 조절론이 인기를 얻었지만,


메타봇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었다.


메타봇 도입을 하루 늦추면,

국가 경쟁력이 하루 뒤처져진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긴급 예산을 편성해서,

코로나 시절처럼 지원금을 뿌려서,

급한 불은 껐지만,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프랑스에서는 급진적인 러다이트 운동으로,

전력이 끊기는 사회 불안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제5차 국가 비상 회의에

희망을 걸었다.


국가 비상 회의는

1차부터 4차까지 이어졌지만,

5차는 좀 달랐다.


이번에는 슬기텍 대표로 슬기수가 참석했다.


슬기텍은 두레칩과 삼일수로 유명해졌지만,

메타 나눔으로 개발한

빈대 잡는 보석 이후로,

솔루션 업체로 재조명되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큰 문제가 생기면,

룰루랄라 룰루랄라

슬기텍의 솔루션이 나타난다.


비상 회의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각 부처 장관과 한국은행,

국회 예산 결산 특별 위원회장이 자리했다.


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차례로

현황 보고했다.


슬기텍 차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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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4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6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6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0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2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0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42 #42 메타 연산자라 했던가? +16 23.12.19 1,627 60 13쪽
41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19 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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