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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1

메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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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131,421
추천수 :
4,841
글자수 :
360,932

작성
24.01.01 18:29
조회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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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DUMMY

머리가 사라진 용 형상 변이체는 쓰려지고,

머리가 있던 자리엔 피 안개가 피어났다.


안개 속, 보랏빛 메타석이 두둥 떠 있다.


남자는 보라색 메타석을 잡아챘다.

손안의 메타석은 얼음처럼 녹으면서,

남자에게 흡수되었다.


그는 취한 듯,

머리를 든 채, 기묘하게 몸을 떨었다.


장마철, 허물 벗는 뱀처럼 보였다.


태백은 그런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평소 씻질 않는구나!’


지중해 그리스 혈통을 이어받은

남자 피부색은,

북유럽보다 진한 옅은 갈색이었고,

머리카락은 검다.


“메타 볼레 디자이너, 안토니우입니다.”


‘메타 볼레’는

메타 변이를 뜻하는 그리스식 표현이었다.


메타 변이 디자이너라는 건데,


메타 변이 디자이너는,


벨라의 성공으로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이었다.


“수수두꺼비로 용을 만들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그는 바닥에 나자빠진,

목 없는 변이체를 가리키며,

태백을 살짝 쳐다봤는데,


이 모습이 태백의 미래일 수 있다는,

전형적인 압박이었다.


안토니우는,

도망칠 곳은 없다는 것을 확인하라는 듯,


과장된 동작으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가져오신 루비를 저에게 양보해주시겠습니까?”


태백에게 제안했다.


안토니우 말본새를 보니,

주지 않으면 빼앗을 기세였다.


그가 멧돼지의 심장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멧돼지의 심장은

메타 변이가 위험하다는 초강력 증거다.


벨라 공원은 메타 변이가 위험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한 권능이라 주장했고,

여러 실험 데이터로 이를 입증했다.


벨라 그룹이 내놓은 데이터에는


컴퓨터 게임이

벨라 사냥 관광 상품보다

더 위험하다는 데이터도 있었다.


다시 말해서,

벨라 사냥 옵션이

컴퓨터 게임보다 안전하다는 건데,


멧돼지의 심장은 벨라의 주장을 뒤집는다.

벨라 그룹은 그런 물건을 없애야 했다.


돼지 심장 메타석은

흑인 여성 안내원이

전문가에게 보여주겠다며,

가져간 후 아직 태백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공짜로 달라는 게 아닙니다. 원하시는 액수를 부르시면, 그 세 배를 드리겠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느냐! 투의,

안토니우 미소가 일품이었다.


태백은 마음속으로 그에게 묻고 있었다.


‘충분하겠냐!’


태백은

처참하게 실패한 변이체를 쓸쓸히 쳐다보며,

말했다.


“세 배? 그게 너의 한계구나.”


태백은,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메타 모시깽이는

두렵지 않았다.


“그냥 주신다면, 더 좋지요.”


안토니우가 비아냥거렸다.

만난 지 몇 분 안 되는데,

태도가 참으로 더러웠다.


태백은 헛웃음이 나왔다.


‘너라면 주겠냐?’


안토니우의 선 넘는 행동거지.


이런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안토니우가 세계 최강이거나,

누군가에 명령받았거나.


“공짜 좋아하면, ‘오이’ 따인다.”


태백이 경험에서 우려 나온,

인생의 진수를 알려줬는데,


안토니우의 눈 밑이 꿈틀거렸다.


“자신감 너무 넘치시는군요.

한국인 메타 연산자라고 무적은 아니잖아요.

이곳에서 보고 느낀 거 없으세요?

한국 메타 권능이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산업재라면,

벨라의 권능은 짐승의 파워 그 자체랍니다. 이곳에서 주제넘게 날뛰면,

구더기 밥이 됩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길들여주겠습니다. 돈도 좀 챙겨드리고.”


안토니우는 되지도 않는 윙크를 날렸다.


명백한 도발.


태백이 바라던 바였다.

그는 벨라에 오기 전부터

평화로운 해결 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멧돼지 변이체에 희생된,

팽 어르신은 돌아가실 때,

그분은 자식들에게

큰 짐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 했다.


태백은

어르신의 숨결을 어떻게든

되살리려고 노력하면서,

그분의 마음을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괜찮아. 이제 가도 될 거 같아. 치매에 걸려서 반신불수가 돼서,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이렇게 가는 것도 복이지. 뭐.’


그렇게 어르신은 숨결을 놓으셨다.


태백은

팽 어르신의 죽음으로 앙금이 쌓여 있었다.


스마트 팜에서 오이 농사하면서,

조용히 분을 삭이고 있었지만,

분풀이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험악한 상황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방식을 택했다.


안내원에게 멧돼지의 심장을 넘겼던 것도,

지금 같은 상황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슬기텍이나 외교부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평화로운 해결도 가능했다.


태백은 성큼성큼 안토니우에게 다가갔다.


“지금 당장 멧돼지 심장을 내놓지 않으면, 너의 오이를 따겠다.”


오이를 따겠다는 소리에

안토니우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한국계 메타 연산자라고 너무 심취하셨네.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요.

훈련받은 메타 변이체는 메타 연산자도 간단하게 씹어먹죠!”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하늘을 맴돌던 미치광이 까치 변이체가

태백을 향해 내리꽂혔다.


호주 미치광이 까치는,

변이체가 아니더라도,

포악한 행동으로 유명했다.


사람의 눈을 쪼아,

어른, 아이 할 것이 큰 피해를 일으켰다.

영구 실명은 흔했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미치광이 까치가 많은 곳은,

까치둥지 근처에 접근 금지 표지판을

세워 둘 정도였다.


한국이었다면 위해 조류로 지정,

씨를 말렸겠지만,


호주는 그런 면에서는 결단성이 부족했다.

아마도 토끼와의 생태 전투에서

패배한 후유증인 거 같다.


태백의 시선이 하늘로 향할 때,


안토니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땅속에 숨어 있던,

족쇄뱀이 파팍! 튀어나와

태백의 발목을 휘감으며, 허벅지를 물었다.


태백은 미치광이 미사일에 노출된,

고정된 목표물에 불과했다.


“몇 푼 챙겨서, 그냥 집에 가지.

그놈의 메타 연산자 자존심이 뭐라고. 쯧쯧.”


안토니우가 혀를 찼다.

그는 진성 메타 연산자는 아니었다.

메타 나눔으로 능력을 받은,

메타 변이 디자이너였다.


메타 나눔일지라도

한 영역을 전문적으로 파고들면,

그 영역에서 진성 메타 연산자를

능가할 수 있다.


심지어 짐승에 불과한

메타 변이체들도 훈련과 각성을 거쳐,

능력을 키우면,

능히 메타 연산자를 앞지를 수 있다.


벨라는 이 사실을

수많은 ‘테스트’로 확인했다.


테스트로 희생된,

메타 연산자의 수가 두 자릿수를 넘는다.

그만큼 그들의 이론과 데이터는 확고했다.


메타 능력만 믿고 변이체 무시하다가,

까치밥으로 끝난

메타 연산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벨라 그룹은 치밀했다.

그들은 태백을 지프에 태우기 전에,

태백의 뒷조사까지 마쳤다.


태백은 오이 농사하며 조용히 지내왔고,

별다른 능력을 보이지 않았다.


메타 연산자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측정자들이 그를 스쳐 지나가면서,


태백이 가진 능력의 깊이를 확인했다.


오이는 잘 키울지 몰라도,

전투력을 결정짓는 육체 능력은,

후하게 쳐줘도 평균 이하였다.


실력도 없는 것이 자존심만 내세우면

어떻게 된다?


까치밥이 된다!


이것이 벨라의 결론이었다.


안토니우는 까치밥이 되는

메타 연산자를 보는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몰린,

메타 연산자들의 대응은 똑같았다.


내리꽂히는 미치광이를 쳐다보다가,

족쇄뱀에게 물려 당황하다가,

한순간에 머리통이 날아간다.


지금껏 예외 없이 그렇게 됐는데,


태백은 시선을 미치광이 까치에 고정한 채,

왼발에 달라붙어

허벅지에 독니를 박아넣은

족쇄뱀의 머리를 손을 잡아,

잡초 뽑듯이 끄집어 올렸다.


족쇄뱀의 턱 힘은 뼈를 부순다.


족쇄뱀을 억지로 떼어내면,

뼈가 부러지고 만다.


그런 줄 알았다.


메타 연산자, 아니 태백은 달랐다.


그는 가벼운 스냅으로

족쇄뱀을 주먹과 팔에 감아,

내리꽂는 미치광이 까치를 맞받아쳤다.


‘저게 되는구나!’


지켜보던 안토니우는 실로 감탄했다.


화약을 배 터지도록 먹은 개구리가 터지듯,


족쇄뱀과 미치광이 까치는 충돌과 동시에,

화려하게 ‘팽창’했다.


우주의 시작이라는

빅뱅이 저렇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로,

놀라웠다.


순식간에

미세 먼지 수준으로 분해되어 증발한,

변이체의 안갯속에서 태백이 걸어 나왔다.


안토니우는 볼 수 있었다.

안갯속에서 반짝이는 태백의 안광을!


저분은 다르구나!


존경심이 절로 꽃피었다.


지금이라도 무릎 꿇으면 이해하고,

용서해주실까?


그는 존경의 의미로, 지렸다.

신발이 축축해졌다.


태백은 천천히 손을 뻗어,

안토니우 머리에 손을 올렸다.


“살려주세요.”


안토니우는 위아래로 흘리며, 말했다.


“쉿!”


태백은 안토니우의 정신을 읽었다.

멧돼지의 심장은

메타 나눔으로 닿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태백이 상대했던 멧돼지는

탱크와 같은 군사 무기 수준이었다.


태백은

안토니우의 정신 속에서

멧돼지에게 권능을 행한

메타 연산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의 추측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멧돼지를 도륙했을 때, 태백은 느꼈다.


메타 연산자의 정체를.


놈은 17 연구 타워에 있었다.


“고맙다.”


태백은 안토니우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왜요?”


“네가 판을 깔아줘서, 제대로 분풀이를 할 수 있어서.”


태백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안토니우의 머리통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안토니우의 몸뚱이는

용이 되지 못한 수수두꺼비처럼

바닥에 철푸덕했다.


태백은 천천히 뒤돌아

함께 온 보안 요원을 쳐다보았다.


보안 요원은 달아나려 했지만,

어쩐 일인지 움직일 수 없었다.


“오이가 이거였어요?”


보안 요원은

그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콕콕 짚으며 물었다.


“뭔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보안 요원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었지만,

괜스레 어색했다.


“17 타워로 가자.”


태백은 태연하게 지프에 먼저 올라탔다.


“그곳은 제 보안 등급으로 갈 수가 ···.”


보안 요원은 태백과 눈이 마주쳤다.

‘태백님’에겐 보안 등급 따윈 의미가 없었다.


멧돼지 심장을 찾는다!


좋은 구실이었다.


태백은

1층부터 17층까지 거침없이 올라갔다.


방해하는 자는 죽거나 다쳤다.


메타 능력 믿고 덤비는 자는

자비 없이 머리통을 날렸다.


태백에게 머리가 날아간,

진성 메타 연산자도 세 명이 넘었다.


그들은 태백과 맞설 이유가 없었지만,

메타 연산자를 직접 상대할 수 있다는

유혹을 못 참고 나서다가, 오이를 따였다.


태백은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방해물이 고마웠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구실은 멧돼지의 심장을 되찾는 것이었지만,


그는 5시간이 넘는 사투를 벌이며,

17 타워 꼭대기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멧돼지에게 권능을 행한,

메타 연산자와 만났다.


팽 어르신의 아들.


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온갖 전투를 치른

태백의 옷은 넝마가 되어 있었다.


태백은 놈이 앉아 있는

대리석 테이블로 다가가 위에 있는,

멧돼지의 심장을 집었다.


“왜 그랬니?”


태백은 심장을 살짝 내밀며 물었다.


“그렇게 될 줄 몰랐어요.”


그런 게 있다.

메타 연산자가 되어 권능에 눈뜨면,

바글이 우스워진다.


그래도 아버지인데. 가족인데.


팽 어르신께서

놈을 작살내는 건 원치 않으실 테고,


“한 대만 맞자!”


“네.”


태백의 불주먹에 맞은,

아들놈은 큭!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너는 아버지를 업신여김 했지만, 아버지가 널 살렸다.”



태백은 멧돼지의 심장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뒤처리를 한 것은 슬기텍의 슬기수였다.

벨라도 일이 커지는 걸 원치 않았다.


멧돼지 변이부터 미치광이 까치를 거쳐,

태백을 집단 공격했던 메타 연산자들.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호주다운 일 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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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4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6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6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0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1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0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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