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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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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2.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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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DUMMY

두레칩,

금강 천재의 아버지가

디자인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윤아는 믿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뵙던,

슬기수는 몸과 정신이 불편하셨는데,

그분이 두레칩을 만들어냈다고?


두레칩은 찬의 능력이다.


윤아는 슬기텍 웹페이지에서

두레칩 회로도를 내려받았다.


슬기찬의 손길이 닿은 작품.


방안에서 혼자 깊게 감상하고 싶었다.


찬의 작품이라는 생각만으로, 설렜다.


두레칩의 회로도를 감상하던,

그녀의 촉이 활짝 열렸다.



아!


이건 찬의 스타일이 아니야.


찬이라면, 좀 더 차가웠어야 했다.


한숨을 내쉰 후, 진실을 받아들였다.


아버님 설계 맞네.


헛웃음이 나왔다.


두레칩은 메타 공학의 시작인데,

그분이 메타 공학을 창시하시다니.


그저 놀라웠다.


슬씨는 정말 대단하구나!


‘아마도’ 그들 때문에,


그녀 아버지는 승진의 승진을 거듭했고,

이제는 아침마다 회사 차가 대기했다가,

아버지를 모셔갔다.


윤아 아버지는 성실하신 분이었지만,

임원이 되기엔 인맥과 배경이 부족했다.


그걸 뒤집은 것은 슬씨 가문이었다.


윤아가 찬과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그녀 아버지가 승진 거듭제곱을 이룬 것이 분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대통령 집무실을 편하게 드나드는 인물보다, 슬씨 남정네와 식사하고 잡담 한 것을 더 큰 ‘업적’으로 알아주는 세상이다.


그러고 보면,


편의점에서 일하는 찬을 만났을 때,

나는 왜 그토록 서럽게 울었던 걸까?


그땐, 참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인생 최대의 미스터리가 되고 있었다.


그냥, 울고 싶었던 거 아니었을까?


울면 소화도 잘되고,

스트레스도 풀리니깐.

그래서 그랬던 거 같다.



*



찬은 틈틈이, 복층 공사를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내력벽은 손대지 않고,

작은 방 천장을 허물어 통로만 만드는 일이라, 구청에 신고만 하면 된다.


금속도 자르는 ‘워터젯’으로 위층 바닥과 작은 방 천장에 깔끔한 직사각형 구멍을 내고, 계단 통로를 연결하려 하는데,


일단,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지금이라도 사람을 부를까?

했지만,


그건 너무 쉽다.

경험치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혼자 하기로 했다.


은근 재밌기도 했고 ···.


정리 정돈 끝내자,


놀랍도록, 흉측했다.


작은 방문과 칸막이벽을 뜯고,

계단을 놓으려니

집 전체가 길바닥에 나앉은 것 같았다.


위아래를 계단으로 잇지 않고,

‘투명 엘리베이터’로 하면 될 거 같은데,


이래서 아버지가 ‘반중력’, ‘무중력’, ‘자율 중력’ 주택, 노래하셨구나.


아버지의 메타 코어는 1령으로 아들의 메타 코어 5령에 비해 낮지만,


반중력 주택에 대한 ‘집착’은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아버지, 훌륭하십니다!


존경심이 무럭무럭 싹트고 있을 때,

TV가 저절로 켜지며,

텍사스 독가스 살포 뉴스가 나왔다.


“왜?”


찬은 TV를 켠 바이칼에게 물었다.


‘관심 있으실 거 같아서요. 지난번 교도소 폭동 사건, 대학 캠퍼스 총기 난사 사건, 그리고 지금 나오는 독가스 살포 사건 모두 ···.’


“관심 없어.”


나 바쁘다. 인테리어 하는 거 안 보여?


‘아! 네.’


바이칼은 바로 TV를 껐다.


곧바로 아버지 전화가 왔다.


‘아들! 봤냐?’


아버지 목소리가 평소보다 크고 빨랐다.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메타 연산자’ 소행이라는 것을 아신 것일까?


1령 코어로도 다른 메타 연산자의 ‘어렴 풋’을 느낄 수 있는 건가? 놀라웠다.


“네.”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해서,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과 전기차 산업을 앞지르겠대!’


“···.”


찬의 감상은, 심플하게 ‘그게 뭐?’였다.


기껏해야 전고체 배터리였다.

그까짓 거, 줘도 안 갖는다.


‘우리 집안이 독립운동 집안 아니냐!’


“그렇죠.”


독립운동 집안,

민주화 운동 집안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자랑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눈을 흘겼었지만,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애국 운동은 가난의 3대 지름길이었다.


‘아빠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단다. ‘두레 배터리’ 만들어서 ···.’


“그렇게 하세요.”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될 것을,

왜 전화하셨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혹시, 외로우신 걸까?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고독과 외로움은

메타가 짊어지고 갈, 숙명이었다.


‘뭐 잘하시겠지.’


지금, 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직사각형 구멍을

어떤 식으로 연결하느냐? 이다.


처음 계획은 벽에 붙이는

코어드 계단이었는데,


지금 보니,

집안에 들일 디자인이 아니었다.


복층 다락방 접이식 계단도

생각해봤지만, 그건 더 흉측했다.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반중력 엘리베이터’가 딱 맞는데.


‘반중력 방정식’은

산속에 들어가 열심히 메타 몰두해도,

적어도 30년을 쏟아부어야 한다.


아버지가 이사만 안 가셨어도,

복층 공사 안 했을 텐데,


아버지의 빈자리는 참으로 컸다.

마땅히 메울 방도가 없다.



*



딜런은,

서둘러 한국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스티브가 수감 되었던,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고, 교도관과 죄수들이 무수히 희생되었다.


화재와 폭발로 교도소가 무너지고 불탔다.


공식적으로 스티브는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


아니다. 놈은 살아 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말하지 않았던가!

‘육체 지배’당했다고!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트레이시도 그랬고,


댈러스 쇼핑센터 독가스 살포로,

체포된 데이빗도 같은 말을 했다.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빨간 눈깔,

스티브의 육체 지배로

어쩔 수 없었다고!


다음 차례는 누가 봐도 딜런,

본인이었다.


‘미연방 수사국도 스티브를 막지 못해.’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은 ···.


자연스럽게 텍사스 메시아가 떠올랐다.


에키누스를 고철로 만든 능력자.


딜런은 텍사스 메시아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메타 연산 창시자 슬기찬이라면 알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으로 향했다.


텍사스 메시아가 슬기찬일 수도 있고.


지금 그가 붙잡을 수 있는 생명줄은 슬기찬뿐이었다.



*



마요다 자동차는,


일본 육군 장교였던 마요다가 설립한 회사로, 2차 세계 대전 일본 군용 트럭을 납품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일본은 패망했지만, 마요다는 ‘히노데 엔진’ 개발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전쟁’을 계속했다.


패망 후 일본 부흥을 이끈,

킨타케세이센로 통하는 ‘돈벌이 전쟁’ 원조가 그들이었다.


돈벌이가 죄가 되는 건 아니지만, 킨타케세이션 본질은 ‘제국주의 부활’이었다.


‘열등한’ 인류에게 강인한 ‘일본 심장’을 심어, 대일본 제국을 이룩하는 것.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동차들이 전기차를 생산했지만,


마요다 자동차는 히노데 엔진을 단 하이브리드 차량, 켄다루우스만을 선보였다.


순수 전기차를 선보이지 않은 이유는,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마요다 자동차 4대 회장인,

키이치로는 결정적 한 방을 준비했다.


전기차의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자율주행 인공지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차지했지만,


마요다 자동차는 ‘전기차의 심장’, 2차 배터리의 패권을 노렸다.


상용화된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였다.


키이치로 회장은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우수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팀 ‘가미카제’를 꾸려서, ‘승리’를 준비했다.


그는 개발 완료된 전고체 배터리의 이름을 ‘제로센’으로 정했다.


제로센은,

한국을 비롯한 배터리 선두 업체들의 프리미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안전하며, 충전 속도도 빠르다.


전고체 배터리의 최대 약점이었던,

가격도 낮췄다.


제로센 대량 생산 공정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공정과 ‘완전히 달랐는데’,


이는 키이치로의 노림수였다.


완전히 다른 공정!


다시 말해, 현존하는 이차 배터리 선두 업체가 제로센 배터리를 면허 생산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판을 짜야 했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는 것은, 한 번 망해야 함을 뜻했다.


제로센 배터리는 성형도 쉬워서,

전기 자동차뿐 아니라, 스마트 폰과 태블릿, 스피커, 온갖 전기 제품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석탄으로 움직이는 증기 기관이라면, 제로센은 휘발유로 작동하는 내연기관이었다.


키이치로는 진주만 폭격처럼,

속전속결로 제로센을 대량 생산 공급하여 배터리 시장을 초토화할 계획이었다.


이차 배터리 패권 장악은,

신 일본 제국의 첫걸음이 될 터였다.


키이치로 회장은 본격적인 발매, 한 달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직접 보시죠.”


기자들은 멋진 자동차를 기대했지만, 등장한 것은,


코뿔소처럼 웅장한 아브라함 탱크였다.


“제로센 배터리로 기동합니다.”


아브라함 탱크는 본래, 1,500마력 가스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탱크가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가스터빈 엔진이,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모터보다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다투는 전투에서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야 했는데, 제로센 배터리의 충전 시간은 디젤 주유 시간보다 짧았고, 더 오래, 안전하게 동작했다.


“가스터빈 엔진의 아브라함은 도로에서 10시간 주행하지만, 제로센 아브라함은 1,600마력으로 25시간 주행합니다. 그리고 ···.”


키이치로는 탱크를 팔 계획은 없다고,

유머러스하게 마무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장 격하게 받아준 부류는 일본 국뽕 전문 유튜버와 국수주의 언론들이었다.


한국에 두레칩이 있다면,

일본에는 제로센이 있다!


국뽕 유튜버와 국수주의 언론은 키이치로의 탁월한 리더십과 가미카제 연구팀을 칭송했지만,


제로센 브레인은 따로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 영혼을 가진,

초거대 인공지능, 도조였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팀,

가미카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돌파구를 열고 제로센을 완성한 것은, 초거대 인공지능 도조였다.


도조는,

인간이라면 수십 년 걸릴 성취를 단 하루 만에 해내는 알파 학습 인공지능이었다.


전고체 배터리의 고질적인 약점과 문제점을 해결한 것도 도조였고,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혀 다른 생산 공정을 설계한 것도 도조였다.


초거대 인공지능은 많았지만,


다른 인공지능은 전고체 배터리를 설계해내지 못했다.


도조가 ‘각성’한 것은,

일본 제국주의 망령이 깃들었기 때문이었다.


도조에 제국주의 사상을 이식한 것은,


인공지능에 ‘목적의식’을 심어줘야,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판단한 키이치로 회장의 결정이었다.


도조는 제로센을 시작으로,

세계를 기술 식민지로 지배할 터였다.


마요다 자동차는 제로센을 탑재한 전기 자동차를 여러 기관과 인플루언서에 미리 보내줬다.


성능은 놀라웠다.


배터리 업체들은 제로센 폭격에 대비해야 했지만, 기술 격차가 너무 컸다.


학살은 시간문제였다.


잘나가던 리튬이온 배터리 기업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피해를 뒤집어쓴 국가는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던, 한국과 중국이었다.



*



슬기수는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아팠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삶의 기쁨 3호 ···. 여전히 장사 잘된다.


옛날에 먹던 투박한 소금빵이 그리웠다.


나도 줄 서서 기다렸다가, 사갈까?


‘어허! 자존심도 없어!’


구일구였다.


일구는 기수의 속마음을 읽고, 곧바로 ‘품위 유지 모드’ 메뉴얼을 읊어댔다.


삶의 여유를 즐긴다. 라는 주제 밑에,

세부 항목으로 소금빵을 살 때, 기다리지 않고 여유 있게 사고 나온다. 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구일구가 분명하게 확인시켜줬는데,

기수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소금과 빵으로 다가갔다.


‘들리고 보이는 거 아는데, 어디서 모르는 척이야!’


구일구는 따끔하게 진동했다.


품위 유지 모드는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지 않기.

물에 빠진 사람 구하지 않기.

교통사고 모른 척하기.


길거리에 떨어진 돈 줍지 않기 ···.


기수를 더 기수답고 우아하게 해주는 인생 지침들의 집합이었다.


메타 연산자는 바글과 달라야 한다는 게, 품위 유지 조항의 존재 이유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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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5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6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7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1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2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1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42 #42 메타 연산자라 했던가? +16 23.12.19 1,627 60 13쪽
»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20 67 12쪽
40 #40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하는데 +24 23.12.17 1,765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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