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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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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19
추천수 :
4,841
글자수 :
360,932

작성
23.12.22 07:19
조회
1,388
추천
57
글자
11쪽

#45 뭐가 좋을까요?

DUMMY

살 속으로 파고든 거머리는 빠른 속도로 팔꿈치와 어깨를 타고 목 위로 올라갔다.


아프진 않았지만,


“허걱! 이게 뭐야!”


놀란 황여인이 팔을 휘저었다.


“저에게 받은 중계료 돌려주세요.”


지우는 차분했다.

그냥 돌려달라 말하면, 무성의해 보이니, 거머리를 심어주었다.


이정도 정성이라면, 상대도 인정해주리라.


중계료?

황여인은 그제야 지우를 알아봤다.


“알았어. 그러면 이거 빼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 저처럼 피해 보는 것도 싫어요. ‘확실해질 때까지’, 아줌마 몸속에서 있을 거예요. 순한 놈이라, 규칙만 지키면, 아프지 않을 겁니다.”


거머리가 몸속에 있을 거라니!

황여인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렇다고 정신 잃고 쓰려질 순 없었다.


“확실해지는 게 뭔데?”


“아줌마가 속이지 않는 거죠.”


“내가 속이지 않아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는 아줌마가 모든 사람에게 사기 치지 않은 것도 알아요. 저처럼 만만한, 사회 물정 모르는 사회 초년생 노린 거잖아요. 아줌마가 뭘 하든 거머리가 지켜볼 거예요.”


황여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응급실 가서 ···.


“신고해도 소용없어요. 신고하면, 경찰은 뇌가 녹은 아줌마 몸뚱이 치우게 될 겁니다. 병원 가도, 결국엔 시체에서 거머리 적출 하는 거로 끝나요.”


지우가 허풍을 떠는 걸까?


아니었다.


황여인은 지우의 말이 진짜임을 느꼈다.


애당초 거머리가 상처도 내지 않고, 살 속으로 파고들어 온 것부터, 상식을 넘어선 일이었다.


몸속 깊이 거머리가 들어오다니,

상상 못했다.


지우를 의심하지 말라는 듯.

뒤통수 두피가 슬금슬금 움직였다.


아프진 않지만,

느낌 더러웠다.


“바지사장 말고, 실체가 누군지 알려주세요.”


지우의 표정은 차가웠다.


“나쁜 생각으로 그랬던 거 아니야. 나도 먹고살려고 ···.”


“알아요.”


지우는 황여인의 말을 끊었다. 변명이나 듣자고, 그의 피로 거머리 키운 게 아니다.



뉴스에 보도된, 빌라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했지만,

‘돈 문제’답게 법적으로 다퉈야 할 부분이 너무 많고 복잡해서,


해석에 따라 범죄가 아닐 수도 있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자는 많지만, 위법한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 ···.


그런 게 이 세상엔 많다.


그런 건,

범죄가 성립해도, 처벌이 가볍다.


좋고 나쁘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런 세상이었다.


슬기수 후원받는,

지우는 돈 걱정 없이 편히 살아도 된다.


그런 지우가 거머리를 키운 이유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욕심.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편히 사는 것보다,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법이 작동하지 않는 곳에,

그의 룰을 만들고 싶었다.

법은 멀고, 거머리는 가깝다.



*



준엽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어제 모임 준비로 종일 바빴는데,

각성제를 먹은 것처럼, 정신이 맑고

몸이 편하다.


거실에 있는 인바디로 측정해보니,

신체나이가 어제보다 5살 작아졌다.


어제 슬기수님 뵙고,

좋은 영향 받았는데,

그 효과인가?


메타 연산자와 인사만 나눠도,

좋아지는 건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으니,


어제 모임에 왔던 회원들에게 설문을 돌렸다.


100% 모두 몸과 정신이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여드름이 없어졌어.’


‘입술에 헤르페스 잡혔었는데, 낫기 시작했어. 보통은 일주일 동안 퍼지는데.’


‘수면 점수가 99점 나왔어. 보통은 70점 안팎이거든.’


‘글자가 잘 보여.’


‘세상이 보이는 것 같아.’


‘수학 문제가 잘 풀려요.’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아.’


‘고민거리가 있었는데, 해결법을 찾았어.’


‘축하해줘! 변비 탈출했어!’



일단, 해달라고 해서, 축하해줬다.


총체적으로,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슬기수님 효과라고 해야 하나?


준엽은 헛웃음 지었다.


예전에 인터넷 댓글에서 ‘슬기텍 보유국가’라는 표현을 봤는데 ···.


가벼운 모임 만남만으로 이정도 효과라면, 기분 좋은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더 친하게 지내기로!



*



지우는 시골로 내려와서, 비닐하우스를 사들였다.


핸드폰 알림이 떴다.


황여인이 중계료를 입금했다.


지금 지우에겐 큰 액수는 아니었지만,

가슴 저리도록 ‘중요한 성과’였다.


빼앗긴 돈을 직접 받아낸 것이다.


늘 순하고 착하게 살아온 지우에겐,

최초의 업적이었다.


거머리를 붙이는 거, 후회하지 않는다.


입금된 중계료가

정의로운 행동임을 증명했다.


지우가 가만히 눈감자,

황여인 머리뼈에 붙은 거머리를 통해,

황여인의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쳤다.


사기 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시도하진 않았다.


깨끗하게 관리된 의료용 거머리답게,

행동 교정 효과가 뛰어났다.



갑자기 생긴, 거머리 관련 능력.


의심할 바 없이 아저씨에게 받은 건데,


‘돈만 받은 게 아닌 거 같아요. 저에게 능력이 생겼어요.’


지우가 옥수수 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서,

슬기수에게 알렸다.



*



‘거머리라니!’


너무 혐오스럽잖아.


순한 청년이던데, 의료용이라곤 하지만, 거머리라니!


생각만 해도 혈압이 출렁거렸다.



내용을 보면, 능력 발현이 확실한데.


나 때문인가?


슬기수는 누군가에게 능력을 부여할 생각은 한 적 없었다.


홀로 자기 계발하고, 성장하는 것도 빠듯한데, 남에게 친절을 베풀 이유는 없다.


두레칩과 삼일수,

국가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슬기수를 둘러싼 환경 개선과

인프라 개선의 목적이 더 크다.


올빼미 모임을 지원하는 것도,

슬기택과 슬기수의 디딤돌에 불과했다.


인생 헌납 졸업한 지가 언젠데 ···.


내가 거머리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지우 어떻게 할 거야?’


구일구였다. 슬기수의 취향과 의도와 달리, 사건은 터졌다.


갑작스럽게 능력이 생긴, 지우.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메타 코어를 얻어, 영역에 들어섰지만,

메타 생태계는 슬기수와 구일구 모두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의지와 신념을 갖고, 치열한 노력으로 탐구활동에 힘쓰고 있다.


생각의 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으면서,


우주 법칙에 접근하는 관리자 권한을 얻지만, 우주 법칙 자체가 수수께끼였고 관리자 권한도 미스터리였다.


단, 한 가지 미치도록 확실한 건, 전에 없는 권능을 얻었다는 것뿐.


일단, 찬에게 알리고 ···.



*



“아버지, ‘메타 나눔’ 하셨네요.”


찬은 운전하면서, 말했다. 옆자리엔 슬기수가 앉아 있었다.


아들은 5령 메타 코어답게

사건의 본질을 꿰뚫었다.


메타 나눔?


그런 게 있어?


기수가 생각만 했는데도,


“그런 게 있네요.”


찬이 알아채고, 대답했다.


모든 생태계엔 약육강식만 있는 게 아니라, 나눔도 존재한다.


“몰랐네. 그냥 손 놓고 지켜볼걸. 피로 거머리를 키워서, 다른 사람 머리뼈에 갖다 붙이다니. 괴물을 키운 거 같아. 이래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되는 건데.”


줄 땐 모르지만, 먹이를 먹고 체력 회복한 고양이는 지친 새를 사냥하게 된다.


고양이에게 희생당한 천연기념물 조류가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생태계에서는 생명이 소중한 만큼,

죽음도 소중하다.


때문에,

모든 문명에서는

철저한 ‘관찰자 시점 유지’를,

어른의 기본 소양으로 인정한다.


‘흔들리지 않는 비겁함’이야 말로, 그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이유가 어쨌든 슬기수는 흔들렸다.


좋고 나쁨을 떠나서, 철저한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


“아버지 잘못은 없으세요. 많은 게 변하고 있잖아요. 그동안 아버지가 세상에 적응하셨다면, 이제 세상이 아버지에게 적응할 시기예요. 저는 언제나 아버지 편입니다.”


“그런 말 말아라. 아빠가 원하는 건, 네가 하고픈 것을 하는 거야. 만일에 하나, 네 일에 내가 방해되면, 가차 없이 짓밟고 지나가. 무슨 말인지 알지?”


진심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희생과 헌신뿐 아니라, 충성까지도 원치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아들의 선택과 행복이었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지금도 거름이 될 각오였다.


“아버지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제가 아버지에게 방해가 되거나, 장벽이 되면 ···.”


“알지도 못하는 남의 집 자식을 위해, 중량천에도 뛰어들었는데, 널 위해 화산 분화구에도 뛰어들 수 있어. 너에게 방해가 되면, 난 블랙홀에 뛰어들 거란다.”


“부담스럽네요. 서로 헌신이나 희생하지 말고, 쪼잔하게 서로 치고받는 게 낫겠어요.”


“싫다. 난 뛰어들 거다. 블랙홀.”


“아. 네. 제가 바퀴벌레가 되면요?”


“바퀴벌레를 위한 세상을 만들어야지.”


“끔찍하네요.”


“그러게.”


둘은 끔찍하게 기분 좋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지우가 사들인, 비닐하우스로 향했다.

두런두런하다가, 결론이 툭 튀어나왔다.


“답은 하나네요.”


“그래.”


사람답게 사는 거.



*



지우는 손님을 위해,

메뚜기볶음을 준비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키운 식용 곤충 중 하나였다.


매달,

919만 원을 받으며,

유유자적 우아하게 살 수 있지만,


그건 그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코보스 호텔 시절,

진지하게 인생과 미래를 고민했다.


돈 걱정 없이 인생과 미래를 고민하고,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


전율할 정도로, 멋진 경험이었다.


정말이지,


“아저씨 후원을 받으며, 그냥 살 생각도 했어요.”


지우는 볶은 메뚜기가 담기 접시를 탁자에 놓았다.


“안 먹어도 되지?”


슬기수가 손을 저었다.


“아뇨. 드셔야 합니다.”


지우는, ‘메타 나눔을 받은 자답게’, 단호했다.


찬과 비슷한 나이.


“아버지, 대신 제가 먹어보죠.”


찬은 젓가락으로 메뚜기 머리를 잡아, 입 안에 넣었다. 맛은 ···. 없었다.


소금과 조미료를 쏟아붓지 않으면, 절대 팔리지 않을 것 같다.


유튭에서 보면, 새우 맛이라던데 ···. 거짓말이었다.


꼭 새우와 연결하려면, 새우껍질 맛이라 할 수 있겠다.


“어때요?”


지우가 묻자,


“맛없어요.”


찬은 솔직 담백했다.


“콩기름 대신, 버터를 써볼까요?”


“기름 문제가 아니에요.”


메뚜기가 문제지.


마법 같은 조미료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무리 잘 볶아도, 메뚜기 홀로 설 자리는 없다.


“능력 있는 건 언제 알았어?”

기수가 물었다.


“어머니 뵙고, 순간적으로 느꼈어요. 이건 된다 싶었죠. 이 능력 아저씨 꺼 맞죠?”


“나, 거머리랑 안 친해.”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그러면?”


지우는 찬을 지그시 쳐다봤다.


“거머리 혐오합니다.”


“아. 네.”


지우는 바로 수긍해줬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저에게 사기 친 사람을 찾아서, 돈도 돌려받고, 거머리 한 마리씩 심어주려고요. 나쁜 짓일까요?”


준법정신 투철한 바른 생활 기준에서 본다면, 명백한 혐오 범죄지만,


영역에 들어선 메타 연산자가 볼 땐, 인과응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거머리 말고, 다른 거로 하면 안 될까?”


슬기수가 제안했다. 메타 나눔의 주체로써, 거머리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요? 뭐가 좋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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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4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5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6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0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1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7 62 12쪽
»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0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42 #42 메타 연산자라 했던가? +16 23.12.19 1,627 60 13쪽
41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19 67 12쪽
40 #40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하는데 +24 23.12.17 1,765 7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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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과거를 팔아 미래를 사다 +10 23.12.15 1,718 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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