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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1

메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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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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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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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32

작성
23.12.3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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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DUMMY

“메타석 분석하면,

권능을 행한 메타를 찾을 수 있어요.”


윤아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장태백이

멧돼지 메타석을 보여주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조용한 메타 연산자 중엔 관심종자도 있다.


멧돼지 사건은,

관심을 끌기 위한 자작극일 수도 있다.


자작극으로 보기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네 주변에서는 태백을 달리 보고 있었다.


“믿어보지.”


태백이 앞장섰다.

상황 파악 못한, 윤아가 주춤하자,


“어여, 따라와요.”


손가락 까딱하며, 성큼성큼 멀어져 갔다.


잠깐 의심했는데,

살짝 거만한 행동, 멋대로인 말투,

빠른 발걸음.


진성 메타 연산자 맞네!


태백이 멈출 때까지,


그의 등만 바라보며,

40분 넘게 뛰다시피, 걸어야 했다.


미국에서 ‘심판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그녀였다.


5분짜리 광고만 찍어도,

10억은 우습게 버는 귀한 몸이었지만,

뒤처져서, 허겁지겁 따라가야 하는,

이런 취급 ···.


익숙했다.


어찌 된 게,

진성 메타 연산자는 찬이랑 비슷할까?


예외도 있긴 했다.


스티브 윙은 그녀에게 찝쩍댔는데,

덕분에,

그녀는 메타 연산자의 ‘권능’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 의심은 그녀로, 하여금 행동하게 했고,

행동은 삶을 결정했다.


태백이 멈춰 선 곳은,

팽 어르신의 무덤 앞이었다.


“이분은 6.25를 겪으셨어.

부모님을 잃고 동생들 먹여 살리려 어려서부터 일하셨고, 그 후 가족을 위해 사셨지.

늘 돈에 허덕이셨지만,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 믿으시며 사셨어.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에게 용돈도 보내셨지. 그렇게 사시면서도 세상 원망하지 않으셨고, 자식들도 욕하지 않으셨어.

어르신의 죽음은 ···.”


위대한 시대의 마감이기도 했다.


메타석은 비석 아래 박혀 있었다.


윤아는 팽 어르신을 추모하며, 서 있었다.

가쁘게 올라와서 숨이 찼지만,

경건하게 손과 다리와 마음을 모았다.


메타 연산의 근본은,

팽 어르신 같은 아버지의 헌신과 희생에서

시작했다.


아버지의 헌신과 희생을 존중하는 아들이,\

아버지를 보살피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아버지를 지키며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바로,


메타 연산이었다.


태백은 박혀 있던 메타석을 잡아 빼서,

윤아에게 건넸다.


“주는 거 아니다. 분석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 결과는 언제 알 수 있지?”


메타 연산자와의 대화는,

언제나 요점이 분명했다.


“오래 안 걸려요.”


윤아는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켜고,

눈 감은 채,

메타석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녀에서 라일락 향기와 아우라가 맴돌았다.


그녀의 ‘메타 감정 능력’은,

그녀 고유의 것이었다.


알 듯 모를 듯, 찬에게 메타 나눔 받았지만,

그건 그녀의 정신과 육체 능력을

전반적으로 ‘업’ 시켜준 것이 전부였다.


메타 감정 능력은

그녀가 메타 권능의 위험성을 깨닫고,

스스로 개척한 ‘영역’이었다.


영역 개척은,

메타 연산자만의 특권이 아니었다.

바글일지라도, 의지와 뜻이 있다면 된다.


메타석에는,

메타 연산자 특유 시그니처가 있고,

그녀는 그것을 읽고 기록할 수 있다.


두레칩과 삼일수,

에키누스의 메타 지능 모두,

그 나름의 메타 시그니처를 가진다.


시그니처로 메타 연산자를 특정할 수 있다.


윤아는 그녀가 본 것을 앱에 기록하고,

매칭되는 메타 연산자를 검색했다.


“일치하는 연산자가 없어요.”


모든 메타 연산자의 시그니처가,

수집된 것은 아니었다.


모든 메타 연산자들이,

찬과 스티브처럼 세상에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권능을 행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 경우는,

스티브 윙의 육체 지배처럼,

완벽 범죄로 끝나고 만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실이 그랬다.


“아쉽군.”


태백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그 역시 그의 방식대로 범인을 찾아봤지만,

아직 성과가 없었다.

메타 연산자인 그가 하지 못한 것을,

관계자에 불과한 윤아가 해낼 거라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저는 메타 시그니처를 수집하고 있어요. 두레칩처럼 오픈된 권능은 이미 수집했지만, 선생님처럼 조용히 지내시는 분의 메타 시그니처는 협조가 필요해요.

괜찮으시다면, 시그니처 수집에 협조해주시겠어요?”


시그니처 수집이 이뤄져야,

훗날 사고가 터져도,

행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메타 시그니처 수집,

메타 연산자의 지문 등록인 셈인데,

장태백이 협조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말했다.


“멧돼지의 주인을 찾으면,

그때 협조해주지.”



*



시간은 흘렀다.


장태백은 스마트 팜 농법으로

규모를 키웠고,

대벌레처럼 길쭉한 슬기봇 33대로

오이 농사를 계속했다.

품종도 다양해졌다.


919 지원 제도에 안주하며,

취미 생활로 인생을 즐기는 이들도 있지만,

사명을 갖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많았다.


농업진흥원에서

스마트 로봇 농법을 보급하면서,

벼농사의 자동화율을 95%까지 끌어올려서,

인간은 그냥저냥 놀면 될 것 같았지만,


놀이와 일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농업 분야는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사명감 갖고 천직으로,

평생 이어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919 슬기텍 이전에는

그런 분들이 살짝 천시받는 분위기였지만,

919 슬기텍 이후 그런 분들이 인정받고

존경받기 시작했다.


돈 걱정은 없었지만,

할 일 없는 대다수 사람이 부러워하는 것이

바로, 천직을 찾으신 분들이었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919 지원 때문에 사람들이 일하지 않고,

게을러진다는 비난도 많았다.

사실, 그런 면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게을러지면 좀 어떤가?

운동선수 수명이 일반인보다 짧다는

통계를 보면,


열심히 일하는 건 빨리 죽으라는 소리인데,

누굴 위한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919 지원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효과는,


일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착했다.’


경쟁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에서는

그들의 착함이 이용당했지만,

극도의 정보화와 초거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 기술의 발달이

그들의 우월함을 돋보이게 했다.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순간이었다.


열심히 일하는 착한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조용한 메타일까?


‘찾았어요.’


윤아로부터 소식이 전해졌다.


멧돼지의 주인과 같은

시그니처가 수집된 것이었다.



*



호주 올가즈 메타 파크.


올가즈는 사막 지형이었지만,

기후 온난화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메마른 사막 지형에 풀이 돋아서,

농경지와 목초지가 늘어났다고 기뻐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가장 먼저 들어와,

자리 잡은 것은 토끼였다.


호주 토끼는 고양이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극성맞은 놈들이었다.


호주의 메타 연산자 벨라 디아우는

토끼를 활용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녀의 권능으로 토끼를

메타 변이체로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관광객들은

메타 토끼를 구경하거나 사냥할 수 있었다.


메타 토끼의 심장이나 간에는

메타석이 깃들었는데, 좋은 기념품이었다.


벨라 파크 그룹은

슬기텍과 에키누스를 잇는

새로운 메타 기업으로 성장했다.


메타 경제가 관광업으로 확장한 것이었다.



윤아는

이곳에서 나는 메타석을 꾸준히 수집하다가,

멧돼지의 주인과 일치하는

시그니처 메타석을 찾아낸 것이었다.


벨라 파크 소속,

메타 디자이너는 30명이 넘었다.

많은 메타 연산자들이

벨라 그룹에 지원한 이유는,

메타 변이를 맘껏 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메타 변이는

잠정적으로 불법으로 취급되었다.


메타 변이한 짐승이

사람을 해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장태백이

시드니 국제 공항에서 입국 절차 밟을 때,


빨간 머리 백인 여성인 입국 심사관이

멧돼지 엄니로 만든 단검을 가리켰다.


“이곳은 예술품 소지는 불법인가요?”


태백이 물었다.


“그럴 리가요. 예뻐서 어디서 샀는지, 궁금해서요. 저도 하나 갖고 싶네요.”


그녀는 눈웃음을 지었다.

태백의 여권이 중국이었다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한국인은 어디든 환영이었다.


호주는 인구 밀도가 낮아 실종 사고가 잦다.


호주 정부는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한국인 스스로 사건을 ‘극복’하고,

다른 피해자들도 구해준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였다면, 신고도 안 되고,

조용히 지나갔을 사건들이었다.


실종 사건이 조직범죄의 것이면,

경찰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웠지만,


한국인이 엮이면 달랐다.


한국인 특유의 슬기로움과,

그림자 사나이의 존재가 더해지면,

범죄조직은 지옥을 맛보며 사라졌다.


태백은 렌터카를 타고,

벨라 파크 호텔로 향했다.


벨라 파크에서

일하는 메타 연산자들은 암호로 관리되었다.


실명이 공개된다면,

다른 기업이나 조직에서

스카우트하려 할 게 너무 빤했다.


멧돼지의 주인과 같은 시그니처로

메타 변이를 행하는,

연산자의 번호는 54번이었다.


벨라 파크의 사냥 코스는 인기가 높아서

3년 치 예약이 밀려 있었다.


태백은 예약하지 않았지만,

VIP 대우를 받았다.


한국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고,


“메타 연산자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깜찍한 외모의 흑인 여성이 안내했다.

태백에겐 원하는 것은 기다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드가 제공되었다.


“이걸 만든 메타를 만나고 싶습니다.”


태백은 멧돼지의 심장을 건넸다.

흑인 여성의 눈동자가 크게 열렸다.


벨라 파크에서

메타 토끼를 사냥해서 얻는 메타석은,

고작 완두콩 크기였다.


태백이 보인 것은 주먹만 한 했다.


메타 변이체 능력은 메타석 크기와

비례한다.


주먹만 한 메타석을 가진 변이체라면,

총으로도 못 잡는다.


“굉장한 솜씨네요. 이런 메타석을 만들 수 있으신 분은 ···.”


그녀는 한 번 더 생각해봤다.

상대는 메타 연산자였다.

한 번에 정확하게 대답해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벨라 대표님이세요.”


“그분은 아닙니다.”


벨라의 시그니처는 이미 알려줘 있다.

비교해봤지만, 달랐다.

“이걸 제가 잠시 맡겨 주시면, 전문가에게 ···.”


“그렇게 하죠.”


태백은 라운지에 앉아,

레몬이 섞인 사탕수수 주스를 마셨다.


벨라 파크은 ‘권능의 공원’으로 불렸다.

처음에는 최악의 외래종으로 평가받는

토끼만을 대상으로 메타 변이가 행해졌지만,

시간이 가면서, 캥거루, 박쥐, 바오밥 나무,

온갖 동식물에 메타화 되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법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모래 속에 사는,

북극 지렁이는 아나콘다보다 거대했는데,

아이들에게 인기였다.


“귀한 것을 가져오셨더군요. 안내하겠습니다.”


덩치 좋은 보안 요원이 다가왔다.

태백은 요원의 목소리와 행동으로,

그자가 ‘관계자’임을 알 수 있었다.


메타 나눔으로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능력치를 가졌다는 건데 ···.


굳이 이런 고급 인력을 보냈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요원의 안내를 받아, 지프에 올라탔다.


지프는 출입 통제 구역으로 들어갔다.

메타 변이체를 실험하는 실험구역이었다.


품질관리 되지 않은,

변이체가 소란을 피우면 곤란하니,

여러모로 탈출이 어려운 지역이기도 했다.


“멋진 걸 가지고 오셨던데, 어디서 구하신 거죠?”


“동네 뒷동산에서 캤습니다.”


“괴수가 돌아다니는 곳이라니, 어딥니까? 한 번 놀러 가고 싶군요.”


요원이 넉살 좋게 말했지만,

태백은 대꾸하지 않았다.


요원이 하고픈 말은 간단했다.


‘나도 그런 괴수 잡을 능력 있다!’


지프가 멈춰 섰다.

벌판에 한 남자가

용처럼 생긴 변이체 머리에

손을 대고 있었다.


용의 덩치는 코끼리만 했다.


“실패작이군. 사라져라.”


남자가 중얼거리며, 손을 가볍게 밀자,


용의 머리가

벽에 던져진 토마토처럼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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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4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6 47 12쪽
»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7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0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2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46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0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42 #42 메타 연산자라 했던가? +16 23.12.19 1,627 60 13쪽
41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19 6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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