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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1

메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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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
작품등록일 :
2023.12.03 18:10
최근연재일 :
2024.02.1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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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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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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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932

작성
23.12.23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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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12쪽

#46 그저 놀라웠다

DUMMY

찬은 지우의 ‘품질’을 살폈다.


아버지와 함께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품질 확인’이었다.


품질 확인,


선악을 따지지 않고,

논리와 능력치만을 측정, 확인한다.


‘메타 나눔을 통한, 능력 부여는 이정도까지 가능하구나.’


좋은 걸 알았다.


찬은,

지우가 바글에게 거머리를 붙이든, 껌딱지를 붙이든 말리지 않는다.


메타를 얻은 자가 권능을 펼치겠다는데,

방해할 이유는 없다.


메타 연산자인 찬에게,

바글이 설정한 준법정신과 정의 구현을 따르는 것은 ···. 품위 손상이자, 시간 낭비다.


생각의 속도가 빛을 뛰어넘는 메타 연산자들이 늘어날 텐데,


준법정신과 정의 구현에 얽매이면, 이용당하고 활용당하다가 결국, 잡아 먹히고 만다.


메타 연산자의 각성과 함께,

권능을 펼치는 세상이 열릴 텐데,


세상을 이끌,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을 갖춰야 한다.


‘권능 전개’가 바글의 생명을 빼앗는 것일지라도,


지켜보며, ‘이로움’을 지킬 것이다.


하지만,


“거머리는 좀 아닌 거 같아요. 이건 어때요?”


찬은 은하수 탭으로 바퀴벌레 영상을 보여줬다.


“오! 바퀴벌레!”


지우가 작게 감탄했다. 확실히 거머리보다 바퀴벌레가 손쉽다. 거머리보다 더 빨리, 피부 속으로 파고들고.


손등 위에 직접 붙이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갈 테니.


“조금 더 보세요.”


찬은 지우의 발 빠른 감탄을 경계하며, 화면을 지우 쪽으로 돌렸다.


화면 속 바퀴벌레 주변에 예쁘장하게 생긴, 보석 말벌이 보였다.


청남색 금속광택을 가진, 보석 말벌은 바퀴벌레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침을 찔러 마비시키고 동굴로 모셔가서 바퀴벌레 몸에 알을 낳았다.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고, 바퀴벌레 내장을 깔끔하게 파먹은 보석 말벌 성충이 바퀴벌레 외피를 뚫고, ‘깍꿍’ 머리를 내밀었다.


“거머리보다, 보석 말벌이 좀 낫네.”


함께 보고 있던, 슬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머리가 피부를 뚫고 몸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보다, 보석 말벌이 살짝쿵 찔러서 알을 낳는 것이, 거부감이 덜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사람 피부밑에서 굴을 파며 기거하는 옴진드기 기생충도 있었고,


‘전설에 따르면’,

옴은 빈대보다 훨씬 지독한 기생충이다.



“주인님 뜻이 그러시다면,”


지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잠깐! 주인님이라니!”


“저에게 능력을 주셨잖아요. 당연히 ···.”


“그런 소리 하지 마!”


기수는 격하게 양손을 내저었다.

주인님이라니! 당치도 않다.

아버지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교통정리가 절실했다.


“나의 아버님을 주인님으로 모시겠다는 건가요?”


“네.”


“나의 아버님에게 허락받으셨나요?”


“그건 ···.”


지우가 순종적인 눈빛으로 슬기수를 쳐다보았다.


어미에게 버려진, 굶주린 새끼 고양이 눈빛이었다.


저 눈빛을 어디서 봤더라?


아! 맞다.

난간 끝에 서 있던, 지우가 떠올랐다.


슬기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가지는 분명했다.


지우는 제대로 된, 메타 코어를 얻지 못할 것이다.


메타 연산은 ‘독립적인 자아’에서 시작된다.


헌신이나 희생 같은 말랑말랑한 가치관을 품는, 사람은 메타 연산을 해낼 수 없다.


충성과 복종에 매달려도,

메타 연산은 막히고 만다.


메타 연산은,

유치한 표현이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해야 가능하다.


자신을 위해, 세상과 맞서야 한다.


그렇게 세상을 돌파해야,

비로소 생각의 속도가 빛을 넘어선다.


나를 주인님으로 모시겠다고?


어쩐다···.


기수는 지우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왼손은, 구일구가 있다.


“거둬줄게.”


그는 결심했다.


권능에 걸맞은 남자가 되기로.



*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버지 잘하셨어요.”


찬이 먼저 말했다.


메타 연산자는 지독한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것이 관계 단절을 뜻하진 않는다.


메타 연산자의 외로움과 고독은,

황제의 그것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거느리지만, 그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초인적인 고독.


슬기수와 찬 모두, 고독을 받아들였다.


때문에, 고독을 받아들이신, 아버지가 지우를 구한 것은 의외였다.


그게 무슨 이득이 된다고?


지우의 품질을 보고 나서, 납득했다.


‘메타 나눔’으로 세력을 넓혀간다.


인본주의 성향의 아버지다운 전략이었다.


‘아버지 잘하셨어요.’ 빈말이 아니었다.


“참 착한 녀석이었는데, 기생말벌이라니.”


거머리보다 낫지만 ···.


사람 몸에 벌레를 넣을 계획이라니!


그러나 슬기수와 찬은 지우를 비난할 수 없었다.


찬은 삼손을 개밥으로 만들었고,

기수는 박태광과 김혁민을 락다운했다.


초법적인 영역에서 권능을 사용했다.


특히, 기수는 조혈세포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과거 직장 내 괴롭힘 관련자들을 처단하고, 골수암까지 선사했다.


권능과 능력에는 ‘응징’이라는 장르가 있다.


슬기수와 찬 모두 장르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지우에겐 오피원이 없었어요.”


찬은 서울로 들어가는 톨게이트에서 말했다.


찬과 기수에겐 바이칼과 구일구와 같은 오피원이 있지만, 지우에겐 없었다.


메타 나눔의 한계인지,

지우 능력의 한계인지,

알 수 없지만,


오피원을 생성하지 못하면, 능력 발휘에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지우는 벌레 몇 마리를 부릴 수 있겠지만, 슬기수가 보여준 두레칩과 같은 파급력 있는 권능은 불가능했다.


‘환영합니다.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었다.


“사기 쳐서 선량한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는 인간과 바퀴벌레 중에서 어느 게 더 해로울까?”



*



지우는 썩은 벚나무 둥지에서 바퀴벌레를 잡아, 보석 말벌과 함께 키웠다.


그의 피로 거머리를 키워, 거머리의 습성을 ‘편집’했지만, 이번에는 기생말벌을 편집해야 했다.


거머리처럼 피를 먹여 키울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혈연’으로 보석 말벌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자칫 잘못해서, 실수하면 선량한 사람 몸에 애벌레가 들어갈 수 있다.


거머리는 지우가 직접 상대에게 붙여줄 수 있지만, 날개를 가진 기생말벌은 ···.


한 마리만 놓쳐도, 대참사가 일어난다.


지우는 새로 태어난 보석 말벌을 어떻게 편집해야 할지 고민했다.


확실한 킬스위치를 심어놔야 한다.


며칠 후 자연스럽게 ‘방법’이 떠올랐다.


지우가 손목을 내밀자,

‘방법’을 이해한 보석 말벌이 그의 손목에 알을 낳았다.


메타 나눔을 받아, 능력을 얻었어도,

이루고자 하면, ‘노력’이 필요했다.


거머리에게 피를 내주고, 보석 말벌에게 손목을 내주는 것이 지우의 노력이었다.




지우는 황여인이 알려준,

지도를 보며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막다른 길에 작은 간판이 보였다.


‘흐르지오 컨설팅’


좁고 어두운 통로,

모서리가 깨진 계단.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들어가지 않겠지만,


지우는 거침없이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어요?”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눈을 치켜떴다.


“돈 받으러 왔어요.”


지우가 말하자, 남자가 목을 길게 뺐다.


“여긴 돈 내려오는 곳인데? 잘 못 들어온 거 같아.”


“사건번호 34234 전세 사기 피해자예요. 2년 전에 뜯긴, 전세금 받으러 왔어요.”


지우가 말하자, 남자는 한동안 지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동시에 벽에 붙은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둘이 일어섰다.


“아! 그러셨구나. 이 자식이,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남자가 손짓하자, 일어선 남자 둘이 슬며시 출입문을 닫았다.


“지금 주면, 더는 손대지 않고, 그냥 갈게요.”


“돈만 받고, 손대지 않고, 그냥 가시겠다. 성인군자가 따로 없으시네. 누가 보냈니?”


“혼자 왔어요.”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게 인생이지. 너도 참, 짧은 인생이다. 너 혹시, 몸에 카메라나 녹음기 같은 거 달았니?”


“딴소리하지 마시고, 줄 거예요? 말 거예요?”


“하! 이 녀석 보게. 좋게 타일러서 보내려고 했는데 ···.”


“그러게요. 저도 돈만 받고 가려 했는데.”


지우가 왼쪽에 서 있는 남자에게 선빵을 날렸다.


달그락.


남자는 줄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주저앉았다.


오른쪽 남자가 쌍소리를 하려 ···.


헉! 그의 복부에 지우의 주먹이 꽂혔다.


남자는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졌다.


놈들을 때리면, 뭔가 속 시원하게 풀릴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메타 나눔으로 능력 얻었어도, 폭력은 지우 스타일이 아니었다.


‘역시 벌레가 최고야!’


“얼마, 드리면 될까요?”


험상궂은 남자가 곧바로 태세 전환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지우는 담백하게 액수를 불렀다.


“계좌로 쏴드릴까요? 현금으로 드릴까요?”


남자는 적극적이었다.

빨리 지우를 내보내고 싶은 맘뿐이었다.


“뭘 고민하세요. 둘 다 하면 되죠.”


“반반씩 할까요?”


“방금 봤잖아요. 반씩하고 싶어요? 아니면 따블로 하고 싶어요?”


“따블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성의예요.”


지우가 왼쪽 소매를 걷자, 예쁘게 생긴 보석 말벌이 더듬이를 손질하고 있었다.


“양손 책상 위로 올리세요.”


남자가 손을 올리자, 보석 말벌이 손등에 내려앉아, 쿡 찔렀다.


쓰러진 남자 둘에게도 애벌레를 심어줄까? 고민했지만, 둘은 그저 월급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벌레 많이 뿌려봤자, 관리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


킬스위치를 이식했지만,

세상 어디에도 100%는 없다.


많이 뿌리는 것보다, 정확하게 뿌리는 게 중요했다.


“이게 뭐야?”


험상궂은 남자는 쏘인 피부밑에서,

꿈틀거리며 어깨 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손으로 때려도 꿈틀꿈틀 계속 움직인다.


“원래는 거머리였는데, 주인님 때문에 순화한 거예요. 좀 늦었지만, 소개해줄게요. 반짝이 이름은 청산벌이고요, 네 몸에 들어간 애벌레는 청산 1호예요. 사건 기록 보니깐, 바지사장 내세워서, 법망 빠져나왔던데, 증거 잘 모아서 경찰에 자수하시고, 재산 처분해서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


“미친!”


더는 들어줄 수 없었다.


순간,

잔혹한 통증이 그의 겨드랑이에서 진동했다.


너무 아파서 숨 쉴 수 없을 정도였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내 말대로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던지, 스스로 목숨을 끊던지. 목숨 끊으면, 네놈 재산은 내가 알아서 챙겨서 피해보상 힘쓸게요.”


지우는 대답 듣지 않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대답은 청산 애벌레를 통해, 전달받으면 된다.


지금은 범인이 지우가 겪었던 고통을 충분히 느낄, 시간이었다.



*



남자는 입에 개 거품을 물 정도로 괴로웠다.


몸이 꽈배기처럼 꼬이면서, 한 시간 넘게 바닥을 굴렸다.


통증이 잦아지고, 팔다리가 조금씩 펴지면서, 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산할 때까지, 청산 1호가 네놈의 몸을 갉아 드실 거예요. 청산하려 노력하면, 안 아프게 피하지방 위주로 식사하시겠지만, 딴생각하시면 지옥을 맛보실 거예요. 경찰에 신고해도 되고, 병원에 가도 되지만, 공권력과 의료 기술보다 청산 1호가 더 빨리, 숨통을 끊을 겁니다. 청산벌은 본래 바퀴벌레를 숙주로 삼는 보석 말벌인데, 바퀴벌레보다는 너 같은 놈들에게 기생하는 게 더 어울릴 거 같아서 키우고 있어요.’


눈앞에 지우가 없었지만, 메시지는 분명히 전달받았다.


그는 금고에 있는 서류를 몽땅 들고, 가까운 경찰서로 향했다.


그리고 고해성사하듯이, 시간과 장소까지 정확하게 특정해주며, 죄를 고백했다.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사건 접수하는 경찰이 남자를 진정시켰다.


죄질이 너무 악랄해서, 내일 다시 오라고 할 수도 없고.


오늘 끝내야 하는데 ···.


어떻게 한 사람이 이토록 많은 죄를 지을 수가 있지?


그저 놀라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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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메타 연산자의 논리 +10 24.01.27 433 32 14쪽
60 #60 그럴 필요도 없네 +12 24.01.20 563 41 15쪽
59 #59 넘어지면 잠시 누웠다 가자 +21 24.01.13 687 40 13쪽
58 #58 모르셨구나 +14 24.01.06 871 52 14쪽
57 #57 메타 부족은 인생을 불안하게 한다 +6 24.01.04 824 41 12쪽
56 #56 바다 꿈틀이 +8 24.01.02 843 45 13쪽
55 #55 화려하게 떠오르는 직업 +12 24.01.01 845 47 12쪽
54 #54 벽에 던져진 토마토 +8 23.12.31 906 42 12쪽
53 #53 오늘의 농업 일기 +10 23.12.30 992 53 11쪽
52 #52 봄날은 간다 +8 23.12.29 1,033 52 11쪽
51 #51 기수가 잠든 조용한 밤 +10 23.12.28 1,030 48 12쪽
50 #50 인생은 아름답다고? +12 23.12.27 1,083 54 12쪽
49 #49 슬기텍 차례였다 +14 23.12.26 1,131 46 12쪽
48 #48 그냥 한국인 +12 23.12.25 1,198 62 12쪽
47 #47 슬기로움 세상 +6 23.12.24 1,291 45 13쪽
» #46 그저 놀라웠다 +11 23.12.23 1,338 62 12쪽
45 #45 뭐가 좋을까요? +8 23.12.22 1,389 57 11쪽
44 #44 슬기텍, 슬기수입니다 +22 23.12.21 1,490 58 13쪽
43 #43 소중한 존재 +14 23.12.20 1,562 58 12쪽
42 #42 메타 연산자라 했던가? +16 23.12.19 1,627 60 13쪽
41 #41 망령 깃든 인공지능 +14 23.12.18 1,719 67 12쪽
40 #40 나는 항상 네 생각을 하는데 +24 23.12.17 1,765 72 13쪽
39 #39 삶의 기쁨 3호 소금과 빵 +12 23.12.16 1,747 7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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