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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라 망친 악녀가 날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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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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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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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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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날 찬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DUMMY

카일 루.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방 이민족 출신인 루 가문의 적자.


올해 25살로 최연소 소드 엑스퍼트 중급.


300년 전 버몬트 후작가의 선대 이후 탄생하지 않았던 소드마스터 후보.


무뚝뚝한 성격.

북방 이민족의 피가 섞여 우람한 키.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


남자답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것 같은 모습에 영애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


그리고··· 성녀의 검이 될 사나이.


그런 그가 지금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들 것 기세였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티타임을 시중들던 시녀들은 물론이고 카일을 심복으로 둔 삼왕자 역시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평생 칼만 휘두른 기사라 그런지 무뚝뚝한 성격만큼 사회성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엉망이긴 해도 예의가 뭔지 모르는 사내는 아니다.


그런데 지금 무례 수준을 넘어 큰 문제가 될 짓을 하고 있다.


후작 영애를 향해 칼을 뽑아 들려고 하는 것이다.


모두가 경악하고 패닉에 빠진 이 상황에 딱 두 사람만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의 원인인 카일과 원흉인 엘리제였다.


‘과연···.’


왜 카일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삼왕자 요슈아를 향해 찰나지만 살기를 품었던 엘리제는 모를 리가 없다.


그 짧은 순간 불온한 기색을 느낀 카일이 경호라는 본분을 다하고자 이러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카일의 입장이다.


다른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무슨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귀족, 그것도 왕족 방계에게 주어지는 명예직인 공작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귀족의 왕이라 할 수 있는 후작가 영애에게 칼을 겨누는 거다.


뽑진 않았으니 겨누었다고 할 순 없다는 말 같잖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이 상황 자체가 문제였다.


"카, 카일?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지금 이게 얼마나 커다란 이슈인지 말해서 무엇하리.


루 가문은 당연한 거고 이걸 후작가가 물고 늘어지면 왕가도 무사하진 못한다.


어디까지나 카일은 호위로서 본분을 다한 거긴 하지만, 그건 카일 입장이다.


아무리 엘리제가 요슈아 왕자에게 살심을 품어서 그랬다는 항변을 해봤자 통할 일이 아니다. 증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상 당연하지.


하물며 그런 삿된 마음을 품었다고 한들 대외적으로는 연약한 15살 아가씨에 불과한 엘리제였다.


그런 사람이 독이라도 타는 게 아닌 이상 최연소 소드 엑스퍼트도 같이 있는 자리에서 무슨 수로 삼왕자를 시해하겠는가.


아무리 정상참작을 한들 과잉 대응이고 미친 짓이다.


살심? 나는 그런 적 없다.


엘리제가 이 말 한마디나 하면 게임 끝이라는 소리다.


증명할 수도 없는 거고 할 수 있다고 해도 귀족 영애 상대로 어떻게?


자칫 귀족과 왕족 사이의 큰 트러블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거친 수를 쓸 수도 없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요슈아 왕자는 벌써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친구이자 형 같은 카일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러는 게 아닐 거라는 정도는 잘 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건 사실이니까.


어떻게든 원만하게 사태를 진정시키고 싶은 삼왕자였지만, 이미 엘리제는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실수로 살기를 흘린 것도 사실이고 거기에 유능하신 기사가 반응했을 뿐인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자고로 정치 앞에 그런 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심을 굳힌 순간 엘리제는 연기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아무것도 모른 채 겁에 질려 떠는 전형적인 귀족 아가씨를 흉내 내면서 자신의 집사 뒤로 숨는다.


유력한 소드마스터 후보, 천재 검사 같은 소리를 듣는 엑스퍼트 상대로 유저가 무슨 힘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지금만은 레오가 엘리제에게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의지가 되는 기사였다.


겁에 질린 모습을 연기하는 가운데 레오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이 상황에 행복감을 느끼는 엘리제.


이 상태로 계속 그냥 방치했다간 정말 큰 문제가 되겠다 싶었던 삼왕자가 나섰다.


"카일, 진정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우선 진정해."


"왕자님, 저 여자는··· 위험합니다."


만류하는 삼왕자의 목소리에도 카일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물러서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그는 확신하고 있다.


엘리제 버몬트는 방금 왕자를 죽이려는 기색을 보였고 그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걸 이룰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논리정연하게 말하긴 힘들다.


감에 의존한 생각이었지만, 카일은 자기 감을 믿었고 실제로 그 감이 맞다.


문제는 다른 이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겠지.


이러는 카일의 행동을 미쳤다는 시선으로 볼 뿐이었다.


좋게 말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확신한 삼왕자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무례를 거두고 물러나."


그 지시에 갈등하던 카일이 결국 칼에서 손을 떼고 삼왕좌 뒤로 물러선다.


겨우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의 끈이 조금은 풀려가는데 사실 이제 시작이지.


곤혹스러운 얼굴로 삼왕자가 카일을 대신해서 엘리제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이게 지금 사과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은가.


당장 이 자리를 떠나 엘리제가 문제를 공론화하면 아주 골치 아파질 거다.


옳다구나 귀족파가 왕실파를 물어뜯는 단초가 되겠지. 그걸 생각하면 요슈아는 머리가 아파졌다. 도대체 카일이 뭐에 그리 민감하게 반응해서 급발진한 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당장 캐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졸지에 노려진 엘리제의 비위를 맞추는 게 먼저였다.


"결코 악의가 있어서 벌인 일은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카일, 너도 어서 사과드려."


필사적으로 사건을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요슈아였지만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이거, 수습할 수 있을까?’


자신과의 혼담을 거절한 여성에게 흥미가 생겨 한 번 보러 왔다가 졸지에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랑시아 왕국의 세 번째 왕자로 태어난 요슈아 카르민 그랑시아.


그로 말할 것 같으면 대중이 동경하는 왕자의 이미지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인물이었다.


성격 좋고, 잘 생겼고, 영특하다.


그랑시아 왕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 영애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시선을 받았고 본인 스스로도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매사에 열심이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사람으로 실제 사랑받는 요슈아 왕자.


그런 자신이 선택받지 못했다.


처음으로 여성에게 거절이라는 걸 당해본 요슈아는 급격히 흥미가 끓어올라 엘리제 버몬트를 실제로 만나보고자 했다. 주변 사람 얘기로는 무도회 등에서 몇 번 인사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도 그다지 인상에 남는 게 없다.


기억은 나지만 주변 다른 레이디와 지극히 똑같고 다를 게 없었던 탓이다.


그래서 이상했다.


다른 귀족 영애들처럼 자신을 선망하던 사람이 막상 혼담은 거절했다니.


왕자비가 되기에는 부족해서 사임했다고 하는데, 후작가의 영애가 왕자비로 부족하면 다른 귀족 영애는 전부 아웃이지.


그냥 외교적 수사 같은 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다른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그걸 확인하고자 버몬트 후작가를 방문한 건데···.


‘이런 일이 될 줄은.’


카일의 돌발행동도 문제였지만, 엘리제 버몬트라는 여성도 요슈아 입장에선 특이했다.


정말 기억 속에 있는 그 여자가 맞나 싶을 지경이었다.


자신을 보는 눈에 일말의 호의도 찾아볼 수가 없다.


길가의 돌멩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을 보는데, 오히려 지금의 만남이 성가시다는 기색마저 느껴졌다.


나 싫다는 사람은 처음이야.


그 신선한 경험에 오히려 엘리제 버몬트라는 여성에게 흥미가 동했다.


그녀 입에서 나온 고백들 역시 실로 충격적이었다.


소문을 못 들었다고 하면 거짓이겠지.


왕실 며느리가 될 사람이다. 사전 조사는 빠짐없이 진행되었고 겉보기와 달리 상당히 검은 소문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숨기는 게 아니라 깔끔하게 인정하고 자신이 악인임을 시인하다니.


그게 역으로 충격이었고 사람이 다르게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치부나 악행을 감추려고 한다.


특히 귀족씩이나 되면 체면 때문이라도 더더욱 그렇지.


그런데 캐묻는 적도 없는데 자신의 악행을 고백하는 엘리제를 보니 뭔가 어떤 사정이 있어서 그렇지, 본성은 괜찮은 아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커지는 흥미.


혼담이니 하는 걸 떠나서 따분한 왕자 생활에 신선함을 더해주는 만남이라 좀 더 친하게 만나보려는 차에 심복이 사고를 쳤다.


이젠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이 사고를 수습할 건지 고민할 때였다.


"괘, 괜찮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놀란 건 사실이지만, 카일님은 왕국의 자랑인 기사."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듯 두 손 모아 심장 위를 누르는 제스처를 취하며 엘리제가 먼저 일 키울 생각 없다며 말을 꺼낸 거다.


"왕자님의 심복인 분이 이러신다는 건 제가 저도 모르는 어떤 실수를 범한 거겠죠."


"아."


이런 마음 씀씀이와 이해심이라니.


역시 엘리제 버몬트에 대한 소문이나 행실은 뭔가 이유가 있는 거라는 요슈아의 착각이 강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제는 두렵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한 연기를 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이런 일로 카일 경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답니다."


대신.


단서 조항을 다는 엘리제를 보며 왕자는 뭔가 적당한 보상이라도 요구할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하긴 이만한 일을 정말 사과 몇 마디로 넘어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루 가문과 왕실에 뭔가 후작가에 도움이 되는 이권 같은 거라고 달라고 부탁하려나 싶었지만,


"제 집사와 지도 대련을 부탁하고 싶어요."


그런 예상과 달리 엘리제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 생각지도 못한 요구였다.


벽을 넘지 못해 엑스퍼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막혀있는 집사 레오를 위해 지도를 부탁한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순간 레오에게로 쏠렸다.


그런 사람들 시선에 땀을 삐질 흘릴 수밖에 없는 레오.


여기서 갑자기 자신이 언급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레오 역시 이번 일로 엘리제가 가문의 이권이나 자신에게 득이 될 요구를 할 줄 알았지, 설마 이런 걸 부탁할 줄은 몰랐다.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할 거다.


이전 검의 평원에서 꿀꺽한 기연을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재능 넘치는 이였다면 단숨에 소화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겠지만, 슬프게도 레오는 그런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기연 덕에 엑스퍼트에 오르는 것 자체는 가능하겠지.


꿈에도 그리던 검기를 뿜어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어디까지나 본업은 집사기도 해서 온종일 기연의 갈무리를 위해 칼만 휘두를 수도 없으니까. 오크 목에 드래곤하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지.


그걸 카일 같은 천재 검사와 대련을 통해 녹여낼 수 있다면 분명 엄청난 것이긴 하다.


실전만큼 좋은 경험치는 없다고 하는데 진짜 실전을 치를 순 없으니 실전 같은 대련을 이용한다면 기연도 얻었겠다 엑스퍼트의 벽을 단기간에 넘을 수 있을 거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좋은 일이지 왜 엘리제가 이런 은혜를 베푸나 싶었다.


기연을 준 것도 그렇고, 10년간 묵묵히 충성해온 보답···이라고는 하는데 석연치 않긴 하다.


단순히 포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 같이 대단한 것들이다.


"제 집사가 벽을 넘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세요, 카일 경."


그걸로 오늘 있었던 무례는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자신의 성장을 바라는 것 같은 엘리제의 그 목소리에 오늘도 레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작가의말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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