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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라 망친 악녀가 날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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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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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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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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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래에 투자하다

DUMMY

무엇을 하든 돈은 필요하다.


특히 가문을 포함해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자신만의 돈이.


그걸 위해 엘리제는 아카데미 입학 전에 화수분 같은 자금원을 마련해둘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 여러 계획을 수립해둔 상황이었는데 그걸 위한 시드머니 확보를 위해서라도 무가치해진 장신구는 팔아버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우선 급한 대로 공공복지, 자선사업을 벌이고 남는 돈은 좋은 투자처에 넣는다.


그런 투자처 중 한 곳이 바로 말할 것도 없이 루스벨트였다.


그중에서도 아직은 대외비로 상단 고위층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야 정상인 에테리움 광맥 탐침이 그랬다.


"왜 그렇게 놀란 얼굴이야? 어차피 사업성 판단 끝나서 조만간 투자자 유치할 계획 아니었나?"


"그걸 영애께서 어떻게···."


어차피 할 일이니까 그냥 미리 하는 거라며 쉽게 말하지만 이건 그렇게 넘어갈 일이 아니잖은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면서 지점장은 엘리제와 그 옆에 시립한 레오를 살폈다.


어떻게 아직은 외부인이 알아선 안 될 정보를 알고 있는지 힌트라도 얻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엘리제는 당연했고 10년 동안 까다롭기 짝이 없는 주인을 모셔 온 집사 레오 역시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에테리움 광산? 루스벨트 상단이? 갑자기?’


내심으론 레오 역시 영문을 알 수 없어 놀라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조금 전까지 사업의 사도 모르는 계집애가 투자는 무슨 투자냐는 듯 무시하던 지점장의 태도가 싹 바뀌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입수한 건지 몰라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인지했다.


‘젠장, 정보의 오차가 뼈 아프군.’


후작영애 엘리제 버몬트.


악녀 혹은 악마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소녀.


전형적으로 부모 잘 만난 것 외에는 특별한 거 없는 귀족 영애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고칠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대체 저 정보력이 어디서 나온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후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하기엔 정작 후작가는 조용했고.


영애 엘리제의 독자적인 정보력이라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 이해가 안 간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모습만 보여대는 통에 지점장은 뇌가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최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저 레오라는 집사에게 집착하는 기색을 보인다는데, 지금 당장은 그 정보를 활용할 국면이 아니었다.


허를 제대로 찌르고 들어온 엘리제를 보며 어떻게 할 건지 잠시 머리를 굴린 지점장은 결론을 내렸다.


"기쁘게 투자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어차피 시간문제였다.


엘리제가 말한 것처럼 조금 일찍 투자자 한 명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지점장 역시 간부기는 해도 중간관리자에 가깝다. 오늘 있었던 일을 위쪽에 보고하면 본점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은 본점에 떠넘기기로 결정한 지점장.


실로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댄다.


그런 그를 보면서 처음에는 통쾌함과 재미를 느끼던 엘리제였으나 이젠 슬슬 지루했다.


달라진 자기 모습에 주변인이 보이는 반응을 관찰하고 즐기던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그냥 귀찮고 매번 같은 패턴이라 질리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레오의 반응만은 언제 봐도 똑같은 것도 신선하고 행복하고 재밌었지만.


아, 물론 두려워하는 것 빼고.


"투자계약서 작성이나 하지."


따분한 얼굴로 말하는 엘리제에게 지점장이 고개 숙여 수긍하며 가볍게 손뼉을 쳐 사람을 불렀다.


똑똑 노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온 상단 직원이 지점장 지시에 따라 계약서와 공증인, 법조인을 데리고 돌아왔다.


공증인부터 시작해서 전부 이렇게 루스벨트 쪽에 맡겨도 되는 건가 싶을 수도 있지만, 평범한 상단도 아니고 루스벨트 상단이다.


이런 걸로 후작영애 상대로 사기를 친다?


그날로 신용 싹 날아가는 거다.


게다가 아무리 루스벨트 상단이 그랑시아 왕국 제일의 상단이라고 한들 결국 상인집단에 불과하다. 신분제가 슬슬 저무는 태양이 되어간다고 한들 아직 중천에 가깝다.


푸른 피의 권위라는 것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괜히 권력자에게 밉보였다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지.


후작가라는 배경이 두려워서라도 공정한 계약이 될 수밖에 없다.


"확인해보시죠."


양측 조건을 수렴해서 법조인이 작성한 계약서 초안.


지점장과 엘리제가 내용을 확인한다.


옆에서 레오 역시 같이 확인하는데 집사로서 당연히 이런 계약에 관한 공부도 했기 때문에 완전히 전문가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어디 장난질을 치진 않았는지 체크 정도는 해줄 수 있다.


깔끔하다.


계약서 초안을 확인한 레오의 감상이었다.


역시 신용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상단답게 스마트한 계약서였다.


엘리제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몇 가지 조항만 다듬은 후에 최종계약서에 날인했다.


"이걸로 향후 에테리움 광산에서 나오는 수익의 0.3퍼센트가 엘리제님께 배당금으로 주어질 것입니다."


고작 0.3퍼센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에테리움 광산이다.


마법의 금속 에테리움.


땅 파서 돈 번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광물이었고 그걸 캐다 파는 돈의 0.3이면 보통이 아니지.


다만 정상적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는 건 빨라도 1년은 걸릴 예정이었고, 그마저도 딱 1년만 다달이 배당금이 지불된 후에 지분을 루스벨트 상단에 넘긴다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투자금에 비하면 상당히 엘리제가 재미 보는 조건이긴 하다.


이게 바로 ‘처음’이 가지는 메리트겠지.


가장 불확실하고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시기에 단돈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도 투자한다.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였고, 지금 엘리제는 단 돈이라고 부를 액수만 투자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더더욱 최초의 프리미엄을 얹어줄 수밖에.


이걸 계기로 다른 투자자도 잔뜩 유치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버몬트 후작가도 투자한 좋은 사업 아이템이다, 하면 투자자 유치가 쉽겠는가 안 쉽겠는가.


엄밀히 말하면 후작가가 아니라 엘리제 개인의 투자였지만, 그거야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말만 잘하면 그만이지.


사기를 치는 게 아닌 이상 장사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0.3퍼센트 지분을 주기엔 적은 투자금이지만, 다른 부가가치까지 합산하면 충분한 대가였다.


서로 만족스러운 거래를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남은 장신구 판매 대금은 루스벨트 상단이 발행한 어음으로 처리해드릴까요?"


"아니, 금화로."


"가장 가치가 높은 백금화로 해도 무게와 부피가 상당할 겁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어."


시종이 폼도 아니고 어차피 본인이 들고 다닐 것도 아닐 텐데 지점장이 굳이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이유가 있어서다.


요즘 귀족 영애들 사이에서는 백지수표로 대금을 지불하는 게 유행이었던 탓이다.


영애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소설에 나온 것을 따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유행이 된 건데, 금화 들고 다니면서 지불하는 건 폼이 안 난다는 거다.


과거에는 하인더러 지불하라고 하고 영애 본인은 물건만 챙겨서 갔다면 요즘은 쿨하게 백지수표로 결제하는 게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물어본 거였지만, 그런 엘리제 기준 철 지난 유행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게다가 바로 현금 들어갈 곳이 있어서 그런 어음이나 백지수표 같은 건 사용하기 곤란하다.


"다음 내점, 고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모든 거래가 끝나고 대금을 챙겨 가게를 나서는 엘리제의 뒤로 지점장이 배꼽 인사를 올린다.


그런 지점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엘리제는 레오를 재촉하며 마차에 오른다.


장신구도 환전했으니 오늘은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나 싶었던 레오였으나 그 예상은 틀렸다.


"마틴 마을로 가줘."


마부석으로 통하는 창을 통해 그렇게 말하는 엘리제의 지시를 따라 마차가 성을 빠져나가 인근 마을로 달린다.


설마 다른 마을까지 갈 거라곤 생각 못한 레오는 엘리제의 행동력에 놀랐다.


"마틴 마을에는 무슨 이유로 가십니까?"


"응, 불쌍한 사람에게 적선하러."


"적선···."


별거 아니라는 듯 엘리제는 말했지만 역시 레오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틴 마을이면 후작가 저택도 있는 이 도시 바로 인근에 있는 곳이다.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마을만큼 유동 인구도 물동량도 많아서 표현이 마을이지 작은 도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지.


어떤 면에서는 오가는 여행객이나 모험가가 많아서 단순히 먹고사는 것만 놓고 본다면 버몬트 도시보다 사정이 좋다.


그런 곳에 적선하러 간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 레오였다.


물론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 역시 깉은 법이니까 아무리 풍족한 마을이라고 해도 가난하고 힘든 사람은 있겠지. 하지만 널리 선행을 알리는 게 목적이라는 것 치고는 마틴 같은 곳은 임팩트가 약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후작령에서 가장 변두리에 위치한 사정 안 좋은 그런 마을이면 또 몰라도 마틴 같은 곳은 효과가 약할 것 같다는 생각에 충언하는 레오.


그런 집사를 향해 아가씨는 살포시 웃어 보였다.


"레오 말도 맞아."


하지만 이번 일로 노리는 게 한 가지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마틴으로 가는 이유가 있었다.


그곳에 엘리제가 원하는 인재가 있었으니까.


"실력 좋은 예술가 지망생에 관한 소문을 들었어. 어차피 불우이웃돕기에 쓸 돈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후원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더라."


생긋 웃으면서 말하는 엘리제에게 레오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유한 자가 가난한 예술가를 후원하고 원하는 미술품을 의뢰하는 그런 일이야 흔한 거였으니까.


당장 엘리제만 해도 읽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가에게 주문 제작한 경험도 다수 존재했다.


대부분이 자신과 삼왕자를 모델로 삼은 남녀의 로맨스였지.


다만 이처럼 항상 검증된 예술가만 찾던 엘리제가 소문만 듣고 지망생을 후원하러 간다는 게 의외였다.


그런 ‘발굴’을 즐기는 사람도 예술을 사랑하는 귀족 중에선 존재하지만, 기존의 엘리제와는 거리가 먼 행위였으니까.


‘성격이 좀 변하더니 취향도 변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레오는 마틴까지 가는 사이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지난 대련을 복기했다.


마지막에 정수를 내려친 그 일격은 정말 대단했어.

나도 언젠가는 반드시 그런 일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어야지.

아, 그때 이런 식으로 움직였다면 좀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을 텐데···.


이동 중에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 레오를 맞은편에 앉아 가만히 응시하는 엘리제.


아무래도 저택에서는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기 힘들었던 탓에 이렇게 마차에 둘만 있는 시간이 굉장히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옆에 찰싹 붙어서 앉고 싶었지만, 갑자기 그렇게 거리감을 좁히면 레오가 부담스러워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욕망을 꾹 참고 명상에 잠긴 레오를 구경하는 걸로 아쉬움을 대신한다.


"후후."


정신없이 벽을 넘기 위해 자신 안에 쌓인 것들을 소화하는 레오의 모습이 엘리제를 행복하게 한다.


‘이게 농부의 마음이라는 걸까요?’


자신이 준 영양분을 흡수해 성장해나가는 대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그 재미만큼 애틋한 애정을 쏟게 된다.


이번에 후일 크게 성장할 거라 확신하는 예술가 지망생을 찾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은 마틴에서 예술과는 좀 거리가 있는 생활을 하고 있을 인물.


시간이 지나 그의 작품이 왕국을 넘어 대륙 전체를 울릴 것을 기대하며 에테리움 광산 사업에 스푼을 올린 것처럼 선점하러 가는 거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재능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하고 후원해준 사람에겐 그만큼 성의를 보이지 않겠는가?


그 성의에 기대어 훗날 한가지 작품을 의뢰할 생각이다.


레오와 자신의 가족화.


대륙에 명성을 떨치는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 그림은 필시 널리 화자 되면서 온 세상에 둘의 사랑을 전파하는 선전물이 되리라.


그런 상상만으로도 벅차오르는 엘리제.


"마틴에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마부석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망상에서 벗어났다.


"다음엔 어디로 모실까요?"


"길드. 모험가 길드로."


이젠 망상을 현실로 만들 시간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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