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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라 망친 악녀가 날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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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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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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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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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장가는 언제?

DUMMY

"저 팔뼈 깨졌는데···."


"오른팔이랑 두 다리는 멀쩡하잖아?"


애정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레오의 아버지인 길포드는 분명 좋은 부친이었다.


엄하지만 속으론 자식 걱정이 끊이질 않는 그런 사람이랄까.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10살 애를 출가시키고 마음이 편했을 리가 없다.


아들이 보낸 편지를 누구보다 먼저 확인하고 전부 지금까지 보관해두었을 정도니까.


한 번 만나러 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과거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일종의 불명예 퇴직을 한 길포드다. 무슨 염치로 후작가 문턱을 넘겠는가?


잘하고 있겠지.


애써 그렇게 덤덤하게 무심한 척을 해왔다.


그러다 거의 10년 만에 얼굴 본 자식이 멀쩡한 모습도 아니고 옆구리에는 칼침이, 몸은 마비독에, 왼팔은 뼈가 깨져서 왔다.


소드 엑스퍼트에 올랐다는 것은 눈이 휘둥그레질 기쁜 소식이긴 했지만, 그 대가를 치른 몰골을 보니 부모로서 기쁨보다 짠한 슬픔이 앞섰다.


문제는 누가 서툰 아버지 아니라고 할까 봐 그 마음을 따뜻한 말이 아니라 호된 지도로 대신했다는 점이다.


"이 기회에 하체 단련과 한쪽 팔을 쓸 수 없을 때 대응법을 익히면 되겠구나."


나이 먹고 이젠 손녀 손자 재롱 보는 재미로 살아가면서 좀 변하긴 했어도 근본은 어디 안 간다는 거지.


부상자에게 트레이닝이라니, 실로 하드하다.


문제는 이게 다 길포드 본인의 경험에서 기인했다는 점이지.


나는 그렇게 해서 엑스퍼트에 올랐다, 이거였다.


10살까지 기초밖에는 가르쳐주지 못했다는 부채감도 크게 작용했다.


아무리 재능이 거기까지였다고 해도 부모 마음에 가르칠 수 있는 건 전부 가르쳐보고 싶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옆에 두고 하나하나 알려줄 수 있는 건 다 알려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채 후작가로 보냈다.


다행히 거기 가서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고 좋은 스승 만나서 가문의 검을 잘 갈고 닦아 엑스퍼트까지 오른 게 대견하긴 하지만, 그러니까 더욱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번에 휴가 끝나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마음에 조금이라도 수행을 봐줄 작정이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중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감읍하게도 후작가에서 보내준 사제와 포션 덕에 치료도 순조롭다.


경험상 이 정도면 이 정도 트레이닝은 오히려 회복을 촉진하는 좋은 자극이라는 게 길포드의 생각이었다.


그게 정말 옳은 방법인지를 떠나서 폭주하는 부정을 막을 길이 없다.


결국 부친과 함께 단련하게 된 레오.


한숨을 쉬면서도 빼지 않고 단련에 임했는데 내심 본인도 벽을 넘은 걸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탓이다.


운이 좋았다.


정말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성취였다.


그래서 많이 불안정하다.


기연에 천재의 지도.


이 두 가지 덕분에 분에 넘치는 결과를 냈다.


급격한 다이어트를 하면 피부가 따라가질 못해 살가죽이 축 늘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처럼 검기를 발출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레오는 통 현실감이 들지 않기도 해서 한 번 점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그런 고로 군말 없이 부친과 수행하는 레오.


그런 막내를 보면서 길포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재능이 평범해서 그렇지, 성실하고 바보는 아니었던 아들이다.


집사가 된 후로 검을 놓아도 이상하지 않은데 지금까지 열심히 한 게 보여서 즐거웠다.


물론 그걸 솔직하게 티를 내고 잘했다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는 게 참···.


"시간 날 때마다 검술을 봐주었다지? 그라함 경에게 감사하거라."


"예."


정식 제자도 아닌 사람에게 호의만으로 그런 수고를 들이는 기사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키우는 재미가 있는 인재면 또 모르겠지만, 레오는 그것도 아니다.


이건 확실히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는 게 맞다. 레오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엉성하구나."


아들의 상태를 점검한 길포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거의 만들어진 엑스퍼트라고 해도 좋았으니 이런 평가가 나와도 이상할 건 없다.


실제로 부족한 게 많다는 건 레오 본인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엉성하다는 적나라한 평가를 들으니 헛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부족하다거나 어설프다고 아니고 엉성하다니.


아가씨 덕에 급조된 엑스퍼트라는 자각이야 있었지만 신랄한 평가였다.


"하지만 엑스퍼트는 분명 엑스퍼트다. 너 역시 네가 발을 들인 영역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거라."


"예, 아버지."


이걸로 오늘 수련은 끝.


우물가로 간 둘은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며 땀을 씻고 몸의 열기를 식혔다.


"흠."


돌연 냉수마찰을 하다 말고 아들의 아물어가는 옆구리나 이곳저곳을 쳐다보는 길포드.


"왜 그러세요?"


자신을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얼굴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어 레오가 의문에 찬 눈을 깜빡였다.


"생각해보면 너도 이제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아니냐."


갑자기?


"결혼이요?"


생각지도 못한 뜬금없는 발언에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보다시피 어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스물이다.


이곳 에덴에선 17살이면 어엿한 성인이었다.


태중 혼약 정도는 기본인 귀족이 아니라도 평민들 역시 스물이면 결혼하거나 결혼할 상대가 있거나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이 있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특히 길포드는 옛날 사람이다.


스물이면 자식도 낳고 일가를 꾸렸어도 진작 꾸렸을 나이라는 마인드가 탑재된 탓에 아무래도 이 나이 먹도록 소식이 없는 아들 혼삿길이 우려될 수밖에.


만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요즘 애들은 좀 늦으니까, 하고 괘념치 않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아무리 집사 일이 바쁘다고 한들 너무 무소식 아니냐고 타박하게 된다.


물론 갑자기 이런 소리를 들은 레오로서는 곤혹스러울 뿐이었다.


연애는 무슨.

그럴 틈도 정신도 없는데 무슨 연애고 결혼이야.


자신이 10년 동안 처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소리, 몰라서 하는 말이라는 건 알아도 약간 억울한 마음마저 들 지경이다.


"일터에 참한 아가씨는 없더냐?"


그런 아들 마음을 까맣게 모른 채 팔짱을 끼고 본격적으로 연애사에 간섭하기 시작하는 아버지.


후작가 저택에 참한 아가씨?


그야 있지.


오히려 많다.


후작가의 격에 맞게 사용인들 역시 기본적으로 외모가 평균치 이상은 되어야 들어올 수 있으니까.


예외도 있긴 하지만, 최소한 추한 것은 눈에 담고 싶지도 않아 하는 엘리제의 취향에 맞춰 그녀의 수발을 드는 이들은 하나 같이 한 미모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런 엘리제의 전속 집사인 레오였기에 주변에 참한 아가씨야 많지.


문제는 정말 있기만 있지 그런 썸싱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겠다.


이유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마저도 누군가의 진노로 없던 일이 되었지.


이런 상황이니 결혼 상대 없냐는 말에 레오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심한 녀석."


그런 아들을 보며 끌끌 혀를 차는 길포드.


모처럼 잘 생기게 낳아준 보람도 없이 저 나이 먹도록 만나는 상대 하나 없다니.


"마을 처자 중에 좋은 사람 소개라도 시켜주랴?"


이제 엑스퍼트에도 올랐겠다, 어쩌면 기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일등신랑감 그 자체였기에 꼭 마을에 국한할 것도 없이 혼처 알아보는 건 일도 아니긴 했다.


좀 발품 팔면 어디 한미한 귀족 집안이나 몰락 귀족 가문의 아가씨도 충분히 내자로 들일 수 있으리라.


물론 진짜 옅다고는 해도 푸른 피를 아내로 삼고자 한다면 쉽지 않겠지만, 가능성과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다.


그만한 남자가 아예 연애 소식조차 없다니.


아들이지만, 아니 아들이라 더 한심했다.


"너도 벌써 스물이 아니냐. 약혼자 정돈 있어야지."


"아, 그, 제가 지금은 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여유 같은 소리는."


패기 없는 아들 목소리에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는 길포드였다.


주군의 가족을 보필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자기 앞가림도 해야지.


못난 녀석이라고 말하는 듯한 부친의 태도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레오였다.


곤란하다.


이러다가는 정말 얼렁뚱땅 식을 올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레오는 딱 잘라 얘기하기로 했다.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


솔직히 레오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있었다.


예전이랑 달리 엘리제 아가씨는 모실 보람이 있는 주인이 되기도 해서 당장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결국 엑스퍼트가 된 것도 엘리제 덕분이 아니겠는가? 기연을 받은 값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언젠가는 집사 은퇴하고 모험가가 되겠다는 생각도 포기한 게 아니다.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한들 시달리던 사실이 어디 간 것도 아니고, 꼭 그게 아니라도 평생 집사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좋아서 집사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때 되면 떠날 거라는 마인드라.


이처럼 과도기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지.


단호히 거절하는 아들을 보고 길포드는 혀를 차면서도 결국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 인생 결국 본인이 사는 거니까 강요할 순 없겠지.


특히 이미 한 차례 집사를 강요한 부모가 무슨 염치로 또 그러겠는가.


그래도 위하는 마음에 권유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인사하렴, 이쪽은 빵집 아가씨인 레나고 이쪽은···."


특히 길포드는 검술이라도 가르치면서 부성을 표현할 수 있지만, 모친 쪽은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렇게라도 부모 노릇이 하고 싶을 수밖에.


부친이 말로 끝났다면 모친은 행동으로 나섰다.


막내가 다시 후작가로 돌아가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번에 가면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만큼 끝장을 보겠다는 기세로 하루 만에 맞선 상대를 데려왔다.


그렇다.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집으로 아가씨들 데리고 와서 소개를 해준다는 것이다.


아가씨들.


한명만 데려온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머니···."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건지, 아침 일찍 자신을 찾는 모친을 따라 거실에 왔다가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는 레오였다.


한명도 아니고 셋이나 거실에 낯선 얼굴이 앉아있다.


아니, 낯설긴 하지만 어디서 본 것도 같은 기억이 나는데···.


‘아, 어릴 적에 같이 약초 따러 갔던 애들이네.’


더듬더듬 기억 속 쌓인 먼지를 털어내던 레오는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들 비슷한 또래로 후작가에 집사로 들어가기 전까지 어울려 놀고는 했던 애들이다.


말하자면 소꿉친구라고 할 수 있었는데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그저 남처럼 낯설기만 했다.


그런 상대랑 뜬금없이 맞선이라니.


그것도 1:3 맞선을 본다는 사실에 레오로서는 현실감 없는 상황이라 헛웃음만 나왔다.


하다못해 한 사람씩 자리를 세팅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참 좋은 어머니지만 가끔은 이런 식으로 한 가지에 맹목적이 되어 다른 건 신경 쓰지 못하는, 아니 않는 어머니의 성격이 한숨 나오기도 하는 레오였다.


‘하, 이걸 어떻게 수습한담.’


왜 모처럼 집에 돌아왔는데도 자신은 편히 쉬질 못하는 걸까?


슬픈 현실에서 눈이 돌리고 싶은 레오였다.


차라리 지금만은 상냥해진 엘리제 아가씨 곁이 낫지 않나 싶은 그리움마저 느끼면서 레오는 말했다.


"우선···  어머니 대신 사죄의 말을 전합니다."


여기가 무슨 노예제가 합법인 제국도 아니고, 졸지에 경매품 같은 꼴이 된 아가씨들에게 머리부터 숙일 수밖에 없었다.


폭주한 모성을 수습하는 아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작가의말

선작, 추천,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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