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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나라 망친 악녀가 날 너무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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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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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1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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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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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가씨의 꿍꿍이

DUMMY

달인의 집도 하에 과포화된 이솔렛의 영약 기운이 레오에게로 천천히 넘어가고 있다.


땀을 식히며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엘리제의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호선을 그린다.


모든 게 그녀의 의도대로 돌아간다──고 하는 건 너무 과언이겠지.


"후훗."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릴 거라곤 엘리제도 생각 못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바다로 여름 휴양지를 설정한 건 순전히 다른 목적 때문이었지 이솔렛의 마음을 이용해서 레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번 일에 있어선 순전히 우연이 겹쳐 일어난 행운이라는 것인데, 그 사실에 엘리제는 마음이 들뜨는 기분을 느꼈다.


자신의 꿈을 향한 여정이 드디어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는 방증 같아 보였으니까.


하늘은 스스로 노력하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그 말, 기만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었는데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있자니 믿음이 간다.


설마 이렇게 일이 풀릴 줄이야.


레오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설마 그것들이 이런 식으로 시너지를 낼 줄은 상상도 못 한 엘리제였다.


안 그래도 운동으로 높아진 체온이 흥분으로 더욱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레오에게 추가로 기연을 선물해주는 건 어떨까?


지나친 보물은 독이 되는 법이긴 하지만, 지금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다가오는 여름, 레오는 크게 활약해줄 필요가 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 준비할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준비를 해두는 게 좋지 않겠는가.


최악의 경우에는 자신이 나서는 수도 있겠지만,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테러 현장.


레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욕심을 좀 부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유스티치아 자작령에는 분명··· 정령이 있었지?"


아무리 엘리제라고 해도 모든 걸 알고 있진 않다.


하지만 아는 건 확실하게 알고 있지.


이곳 유스티치아 자작령에는 레오에게 줄 만한 좋은 선물이 하나 잠들어 있다.


바로 정령.


원래는 훗날 ‘성녀 일행’이 손에 넣을 일종의 희든 피스였지만, 그런 건 엘리제가 알 바 아니었다.


어차피 성녀 일행은 기껏 손에 넣은 정령의 가호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가호를 얻은 상황 자체가 순전히 성녀와 왕자의 좋은 분위기 연출을 위한 들러리로나 쓰이지.


있으나 없으나 무관계한 거라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겨우내 자작령에서 손님으로 지낼 거니까, 적당한 때를 골라봐야겠어.’


공사다망한 귀족들은 파티가 끝나기 무섭게 본인 영지로 귀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당장 엘리제만 해도 겨울은 자작령에서 손님으로 묵고 봄이 되면 후작령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미 부모님에게도 그렇게 얘기해둔 상황이었고, 유스티치아 가문 역시 쌍수를 들고 반겨주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아픈 손가락이었던 작은딸의 친구가 겨울 좀 나고 가겠다는데 그걸 거부할 부모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오히려 대접도 못 하고 그냥 보내면 서운해서 어쩌나 싶었을 거다.


그런 차에 자발적으로 엘리제가 겨울은 자작령에서 이솔렛과 놀면서 보내고 싶다는데 쾌재를 부를 일이다.


정령의 가호도 챙기고 이솔렛을 삼왕자의 마음에 들 레이디로 조──교육하고.


긴 겨울이었지만, 이처럼 바쁜 나날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풍년을 기념하는 파티부터 해야겠지.


"이번 파티, 저는 불참하기로 했어요."


주역은 모두 모였다.


내일이면 파티 시작이었는데 이솔렛은 아쉬운 얼굴로 불참을 선언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상태가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이 찐 상태였다.


다이어트를 필사적으로 방해하던 영약 기운도 제거했으니 본인의 의지도 있어 빠르게 체중이 감량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멀었다.


애초에 살을 뺀다는 것이 고작 며칠 사이에 효과를 볼 수 있을 리도 없고 그런 식으로 살 빼면 건강 해친다.


다가오는 여름 전까지는 아름다운 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매일 같이 운동하고 식단 조절을 하는 상황.


분명 그 노력은 성과를 볼 수 있을 거다.


지금까진 아무리 노력해도 그 노력을 비웃는 것처럼 식욕이 폭주해서 운동한 것 이상으로 체중을 불려서 탈이었던 것이지, 딱히 이솔렛이 게을러서 운동이 싫어 체중 감량을 못 한 게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미래를 기약하면서 내일 열리는 파티에는 불참하기로 선언한 이솔렛.


아무리 호전될 기미가 보인다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고 싶진 않다는 거겠지.


"그래요, 파티가 이번만 열리는 것도 아니니까요."


웃으면서 이솔렛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엘리제.


내년에는 후작가에서 파티를 열 테니 그때 참석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솔렛은 기꺼이 그러겠다며 행복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면서 엘리제는 생각했다.


‘내년 가을이 마지막 추수였던가.’


내후년, 그러니까 아카데미 입학을 1년 앞둔 시점부터 지독한 흉년이 불어닥친다.


올해 풍년이 거짓말처럼 내년에는 평작, 내후년에는 흉작이 시작되는 거다.


그게 4년을 이어지면서 민심도 흉흉해지고 그 와중에 역병, 지진 등 각종 재해가 대륙을 흔든다.


차곡차곡 할 수 있는 대비는 해나가는 중이었는데 파티를 열고 하는 것도 내년이 마지막이 될 거다.


파티 열 여건이 되지 않아? 그럴 리가.


4년 동안 이어지는 흉년과 기아로 거리에 아사자가 속출하는 판국에도 술판을 벌인 게 귀족이다.


그래서 혁명 세력의 불을 댕겼고 민란이 터졌지.


그 성난 민심의 창끝에서 벗어나기 위해 엘리제는 부모님을 설득해 파티 개최도, 사치도 줄이고 구휼을 위해 힘쓸 예정이었다.


그러니 내년 후로는 족히 4년은 즐기지 못할 파티.


마지막 정도는 최대한 화려하게 개최할 생각이었고 그 자리를 이솔렛의 데뷔 무대로 삼는 것도 좋겠다고 엘리제는 생각 중이다.


노력 끝에 아름다움을 얻은 아가씨와 삼왕자의 사랑.


완벽한 구도라고 생각하며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 엘리제.


그런 엘리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이솔렛이 아무것도 모른 채 눈을 깜빡인다.


‘내일 파티가 그렇게 되는 건가? 아, 혹시···.’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이솔렛이 천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일 파티에서 누구와 첫 댄스를 추실 건가요? 역시 왕자님과?"


"하아?"


완벽한 플랜에 만족스럽게 웃고 있던 엘리제가 순간 얼음장처럼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고 반사적으로 움찔하게 되는 이솔렛.


그녀에게 있어 엘리제는 둘도 없는 은인이었고 또 유일한 친구였지만, 역시 종종 이상하게 무서울 때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마치 성난 독사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왜 기분이 상한 건지 짐작이 가질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곤혹스러웠다.


파티에서 첫 댄스 파트너가 누구인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엘리제 같은 멋진 여성이라면 당연히 요슈아 왕자와 처음으로 춤을 출 거라고 생각해서 칭찬의 의미로 한 말이었는데··· 대체 방금 발언의 어느 부분이 심기를 거스른 건지 이솔렛으로선 알 수가 없다.


"······왕자님의 첫 댄스 파트너를 서기에 전 너무 부족한 몸인지라."


뒤늦게 표정 관리하면서 웃지만, 이미 분위기는 어색해진 상태였다.


누구나 원할 왕자의 댄스 파트너.


칭찬의 의미로 한 얘기인데 그 소리를 듣고 싫은 기색을 보이는 엘리제를 향해 이솔렛은 무언가를 느낀 듯 물어보았다.


"엘리제 씨는··· 혹시 왕자님을 별로 안 좋아하시나요?"


"네."


보통은 결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기선 돌려서 말을 하겠지만, 엘리제는 잘 물어봤다는 듯 수긍한다.


나는 요만큼도 생각 없으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잘해보라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행여 이상한 오해를 해서 친구를 위해 사랑을 양보한다느니 그러면 곤란해진다.


엘리제는 딱 잘라 삼왕자에게 마음 없다는 것을 이솔렛에게 주지시켰다.


당연히 이솔렛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다.


매너도 좋고 잘 생겼고 조건까지 완벽한 요슈아 왕자를 싫어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혼담도 거절했다고···. 무슨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그냥요. 왕자님은 딱히 제 취향이 아니라."


"그럼 어떤 신사분이 엘리제 씨의 취향인가요?"


흥미롭다는 듯 질문하는 이솔렛.


친구와 이런 얘기, 꼭 한번 나누어보고 싶었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연애 얘기에 관심을 보이는 이솔렛을 보고 엘리제는 잠시 어떤 식으로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온 세상을 적으로 돌리게 되더라도 마지막까지 제 곁을 지켜줄 남자."


"남들이 뭐라고 해도, 제가 어떤 모습이 되어도 저를 선택해줄 남자,"


"저는 그런 사람이 좋아요."


"와···."


정말 지고지순한 사랑을 말하는 엘리제에게 이솔렛은 로맨틱하다면서 눈을 빛낸다.


그러다 문득 ‘그럼 왕자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는···?’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아니니 넘기기로 했다.


대신 그럼 내일 파티에서 첫 댄스 파트너를 누구로 삼을 생각인지 흥미롭게 물어본다.


부모가 동석하는 파티였다면 부친에게 파트너를 부탁하는 수도 있었겠지. 만약 남매가 있다면 가족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번 자작가의 파티에 가족 없이 홀로 참석한 엘리제였으니까.


애초에 외동딸이기도 하고, 누구랑 춤을 출 생각인지 의문이었다.


하다못해 친한 동성 친구라도 있다면 둘이 추는 수도 있었겠지만, 없다.


이솔렛은 파티 불참할 예정이었고 추종자가 있긴 했지만, 같이 춤을 출 사이도 아니리서.


우려를 표하는 이솔렛에게 그게 뭐 걱정할 일이냐는 듯 태평하게 엘리제가 말한다.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요. 춤은 안 출 생각이에요."


"그런···."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이솔렛이 엘리제를 설득한다.


"정말 아무하고도 춤을 안 추실 생각이신가요? 엘리제 씨 같은 분이 그러는 건 너무 아까운 일 같은데···."


"음."


그 설득에 엘리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이번 파티는 순전히 이솔렛과 인연을 만들기 위한 핑계이자 명분에 불과했다.


예전처럼 파티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신나게 사교계를 종횡무진하던 엘리제는 더 이상 없었으니까. 그래서 당연히 본래 목적을 이룬 시점에서 파티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정말 마음이 가는 상대는 따로 있는데 첫 춤을 누구와 출 건지 그런 거 고민하는 것도 귀찮기만 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레오와 춘다면 의미가 있긴 하겠네요.’


그 원하는 상대와 댄스를 즐길 수 있다면 시시한 파티도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솔렛의 설득 아닌 설득에 결심을 굳힌 엘리제는 어떻게 레오와 파티 때 춤을 출 건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힘들다.


아무리 총애한다고 한들 대외적으로 레오는 그냥 집사에 불과하다.


그런 상대와 공식 석상에서 춤을 춘다는 건··· 정말 분하지만, 문제의 소지가 다분했으니까.


그것도 첫 댄스 파트너를 본인 집사로 정한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그 이상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자 이런저런 수를 생각하던 엘리제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솔렛,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네?"


갑자기 자기 손을 살포시 잡으면서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거는 엘리제를 보고 이솔렛이 당황했다.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러나 싶기도 하고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혼란을 느낀 탓이다.


같은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엘리제기도 해서 그런 사람이 갑자기 손을 잡으니 깜짝 놀라게 된다.


"부, 부탁이요? 무슨···?"


"내일 파티 때──."


속닥속닥 어떤 요청을 하는 엘리제.


가만히 이야기를 들은 이솔렛은 어려운 것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정도야."


왜 그런 부탁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딱히 힘든 일도 아니라 흔쾌히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유스티치아 자작가의 파티가 개최되었다.


해는 떨어지고 휘영청 달이 떠오른 밤.


곡을 연주하는 소리와 파티를 즐기는 부산한 인기척이 저택 홀에 가득하다.


딸에게 기쁜 일이 있기도 해서 더욱 힘주어 유스티치아 자작이 준비한 파티는 실로 성대했는데,


"이런 곳에 계셨습니까, 아가씨."


정작 그렇게 신경 써서 준비한 이유라고 해도 좋을 주인공 엘리제가 파티장에서 보이질 않았다.


작가의말

약속드린대로 오늘 연참이라 저녁에 한편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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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아가씨의 사상검증 NEW +1 6시간 전 76 5 12쪽
37 레이디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 +2 24.09.16 146 7 12쪽
36 소란스러운 귀로 +1 24.09.15 186 12 12쪽
35 집으로 +1 24.09.14 226 7 13쪽
34 잊고 있던 일 +3 24.09.13 222 8 13쪽
33 아픈 교훈을 새겨주지 +1 24.09.12 259 10 12쪽
32 끝나지 않은 아가씨의 선물 +1 24.09.11 298 10 13쪽
31 정령의 가호를 얻다 +2 24.09.10 260 14 12쪽
30 보물의 주인이 바뀌다 +2 24.09.09 305 13 13쪽
29 집사와 함께 춤을 +3 24.09.08 318 12 13쪽
» 아가씨의 꿍꿍이 +1 24.09.08 311 11 13쪽
27 염탐과 다이어트 +1 24.09.07 312 10 14쪽
26 이솔렛 유스티치아 +2 24.09.06 336 10 13쪽
25 짜증 스택이 쌓이는 아가씨 +3 24.09.05 329 12 13쪽
24 불편한 동행 +3 24.09.04 350 13 12쪽
23 행운의 여신이 악녀를 비웃다 +2 24.09.03 376 12 12쪽
22 아가씨는 상사상애가 하고 싶다 +1 24.09.02 410 10 12쪽
21 네 초콜릿에 약을 탔어 +2 24.09.01 419 14 13쪽
20 산 제물을 준비하자 +2 24.08.31 445 12 13쪽
19 휴가 복귀 +2 24.08.30 443 17 13쪽
18 장가는 언제? +1 24.08.29 452 16 12쪽
17 전부 아가씨 손바닥 위 +1 24.08.28 440 17 13쪽
16 시련이라는 이름의 선물 +3 24.08.27 462 20 13쪽
15 내조의 여왕 +1 24.08.26 492 17 12쪽
14 어딜 가도 그분이 보여요 +5 24.08.25 528 20 12쪽
13 해충을 제거하다 +3 24.08.24 530 18 12쪽
12 악녀는 사라진 게 아니다 +1 24.08.23 539 20 12쪽
11 미래에 투자하다 24.08.22 56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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