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765,783
추천수 :
28,911
글자수 :
2,157,900

작성
21.01.26 12:00
조회
899
추천
44
글자
17쪽

결착의 시간 #8

DUMMY

하늘은 어둡고 축축한 회색빛이고, 주변도 콘크리트 빌딩 투성이에, 땅 위에는 우산을 든 사람들로 가득찬 무채색으로 착각할 것 같이 우중충한 도시에 한 순간 구름이 걷히고 빛이 내리쬘 때를 본 적이 있는가?

혼란을 바로잡고 길을 비추는 그런 빛은 지금 던전 속에 없었다.



"죽여죽여죽여!"


으드득!



핏빛 갑주를 걸친 거인의 밑에 쓰러져있던 남자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비춰지는 것은 빛이나 그를 구원할 신이 아니라 그의 인생을 끝장내줄 거인의 금속부츠의 밑창이었다.

그는 동료들에게 닦달을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가 본 것은 시커먼 어둠과 안면과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터엉!


"우아악!"


"밀지마!"



영웅 중 하나를 밟아죽인 거인은 곧바로 자신의 왼손에 사슬로 연결된 도끼를 놓고 양손으로 망치를 잡고는 그대로 방패를 들고 있는 이들을 후려쳤다.

방패가 산산조각 나면서 방패를 들고 있던 이들은 뒤로 밀려나 뒤에 있던 자들과 뒤엉켰고 한순간 거인의 주변이 텅 비게 되었다.



"카쟈드 여신이시여! 그대의 잔혹한 숨결을 이곳에 내려주소서!"



전열 사이에 있던 사제 중 하나가 신성력과 마력을 조합한 신성마법을 발동시키자 끔찍한 냉기가 거인을 뒤덮었다.

한순간에 거인의 주변이 전부 얼어붙으며 얼음이 바닥에서 위로 솟아났지만 거인은 몸에서 불길을 뿜어내며 얼음을 녹여버렸다.



"받아라! 썬더 브레이크!"


콰쾅!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응결된 수분이 거인의 갑옷에 달라붙자 마법사 중 하나가 번개를 떨어뜨렸고 한순간 섬광이 전장을 뒤덮으며 모두의 시야를 차단하였다.

하지만 거인은 아무런 피해도 없이 나타나 전열을 망치로 후려치며 외쳤다.



"내가 누구인지 벌써 잊었나? 나한테 번개를 날려?"



파괴의 룬이 새겨진 망치로 창과 방패로 이루어진 방진을 깨부수는 거인의 갑옷에 연신 메이스와 검과 창이 날아들었고 영웅들의 공격에 갑옷에 붙어있는 용비늘이 한장씩 떨어져나갔다.

그러나 몸 전체를 가리는 전신갑옷의 틈새를 찌를 수는 없었고 영웅들 사이에 있던 미나스 왕국의 첩보부대 출신 장교들이 말했다.



"정보에 따르면 놈은 평소에 싸울 때 불타는 거인으로 변신한다고 들었는데 왜 안 변하는 거지?"


"이런 일 대 다수 전투에서 몸집을 불리면 쓸데없이 피격부위만 커지는 걸 아는 거지!"


"이거 놔 멍멍이 새키야!"


"내가 여기서 죽는 한이 있어도 네놈들은 못 보낸다! 우리가 못가면 너희도 못가!"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영웅들 안에서는 내분이 일어나고 있었다.

간신히 포이부스의 발목 잡기에서 벗어난 이들 중 한명이 환희에 차서 전송장치로 뛰어가려고 했으나 땅에서 솟아나온 나무줄기에 발목이 잡힌 채찍을 든 전사에 의해 발목이 다시 잡혔고 그는 다시 전열 사이로 끌려가버렸다.

그 광경을 본 신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솟아난 것인지 진지한 협상이 시작되었다.



[이거 이대로 가면 다 같이 죽는거 아냐?]


[내가 쟤네 키운다고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난 대충 키워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


[왜 말이 없냐 발라테아?]


[계산 중이야 말 걸지마]



신들은 신들 나름대로 의견 통일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결국 자기들끼리 의견통합이 되지 않고 시간만 지나가는 답답한 상황에서 신들 중 일부가 포이부스에게 직접 교섭을 시도하였다.



[포이부스 이 미친놈아!]


"저는 미친놈이 아닙니다. 만신전의 결정을 따르는 일꾼일 뿐이죠."



영웅들과 싸우면서 결국 흉갑의 용비늘이 떨어져나간 부위가 갈라지고, 투구에 달린 4개의 뿔 중 2개가 부러져서 빈틈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포이부스는 신들에게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였고 신들은 포이부스가 마침내 피를 흘리면서도 영웅들을 말살하는 걸 멈추지 않는 걸 보고 기겁하며 말했다.



[너는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냐? 부활이 가능하다고 해도 생명체로서 죽음을 직면하는 건 상당한 고통이 따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제발 물러나줘라!]


[왕들과 영웅들은 왔다가 결국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들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거다! 영원한 것은 우리들 뿐이란 말이다! 그런데 너는 한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우리들과 영원히 척을 지려는 것이냐?]


"저 역시 그런 왕들과 영웅들처럼 금세 사라질 겁니다. 저는 신이 아닙니다. 그저 부려먹히는 인간일 뿐이죠."



포이부스는 어차피 영원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언젠가는 완전히 소멸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하로나스가 정령으로 부활시켜 줄 테니 치킨 완성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었다.

얼마 전에 꿨던 악몽은 그저 개꿈일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웃고 있던 포이부스는 발라테아의 스산한 목소리에 움찔거리며 행동을 멈춰야했다.



[그럼 우리들처럼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소리겠군?]


[야! 너 죽어도 정령으로 부활할 수 있다고 해도 느그 아부지가 널 가만 둘 거 같냐? 지금은 인간이니까 크게 간섭 못하고 있지만 불의 정령으로 부활하면 너 완전히 이그니한테 묶여사는 신세가 될 텐데?]


움찔



그때 신들 중 하나가 포이부스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있던 핵심을 찔렀고 포이부스는 눈앞에 메이스가 날아오고 있는데도 그만 손을 멈춰버렸다.

영웅 중 한명이 휘두른 메이스는 정확하게 투구에 명중하였고 포이부스는 턱이 위로 젖혀져서 투구가 벗겨졌다.



[지금이야 몰아쳐!]


"드레드 스피어!"


"스톤 엣지!"



포이부스가 잠깐 움찔거리는 사이 마법사들이 일제히 암흑의 창과 돌의 세례를 날렸고 포이부스는 도끼와 망치로 자신의 머리를 방어하느라 시야가 가려져버렸다.

하지만 포이부스의 머릿속에는 이미 자신이 여기서 죽었을 시에 생기는 리스크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래는 폭격이 떨어지는 중에 차원문 열고 냅다 도망칠 생각이었는데 이거 좀 위험하잖아! 물론 죽어도 정령으로 되살아날 수는 있지만 혹시 불의 신 님이 부활시키면?'



그래도 포이부스는 여전히 뷔토스의 지팡이와 소피아의 천궁도의 차원문만 있으면 자신이 죽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며 버티려고 했지만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후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보시오 대교황! 세 형을 데리고 갈 테니 문 좀 열여주시오! 당신도 이 상황에서 세 형이 참전하는 걸 원치 않을 것 아니오!"


[저게 무슨 소리야?]



그때 여전히 분노로 폭주하고 있는 베스코스를 붙잡고 있던 무기가 포이부스에게 외쳤고 신들은 무기의 말에 일제히 시선을 집중시켰다.

포이부스는 격렬한 전투로 존재를 잊고 있던 무기와 요청와, 마르켄데야, 베스코스를 보는 순간 자신이 그들 앞에 나타날 때 대놓고 차원문을 열고 나왔던 걸 기억해내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하로나스 쪽 병력들 퇴장한거 이벤트 스크립트 아니었어?]


[쟤네가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는 거였다고?]


[그럼 지금까지 하로나스 세력이 엄청난 기동성을 보여주던게 차원관문 생성 능력을 얻어서 그런거였다고?]


[야야야야! 저 새끼 튈려고 한다 막아!]



포이부스는 비밀이 탄로나게 생겼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도끼를 놓고 허리춤에 달아놓은 번개정령 통신기로 차원문 개방 신호를 보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검이 날아들어 그의 왼손을 쳐냈고 망치를 들고 있던 오른손 역시 대검과 창이 얽혀들어 봉쇄되었다.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어! 저놈이 순순히 죽을 생각을 할 리가 없지!]


[스목이랑 싸울 때도 진짜로 죽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여차하면 차원문 열고 튈 생각으로 싸웠던 거냐?!]


[스목이랑 싸울 때 진짜로 같이 죽으려는 줄 알고 이번에도 그렇구나 했는데 우릴 속였어!]


[내가 총대맨다! 권능 포인트 우편으로 넣어!]



어쩌다보니 비밀이 탄로나버리자 분열되어 있던 신들은 한순간에 단합을 시작하였다.

그들은 힘을 모아 그 즉시 던전에 공간 왜곡이나 순간이동을 방지 구역 설정을 하였고 포이부스는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생각했다.



'좆됐다. 심사숙고를 해봐도 좆됐다. 진짜 좆됐다. 화성에 혼자 남겨진 마크 와트니가 이런 느낌이었구나'



포이부스는 자신이 진짜로 X됐다는 걸 느끼면서도 동시에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제 아무리 신들이라도 이동금지 구역 설정을 영구지속으로 해놓지는 않았을 거야. 분명 시간제한이 있을 터! 그런데 이제 몇 분 뒤면 궤도폭격이 오잖아?'



포이부스는 설마하니 자신이 행한 일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표정은 어떻게든 평온하고 침착한 척 하고 있지만 줄줄 흘러내리는 땀까지 통제하지는 못한 것이다.



[야]



그때 발라테아가 조용히 신들을 대표해서 나섰고 포이부스는 저 띠꺼운 앙숙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차려서 말했다.



"왜요"



마치 동네 꼬마가 기분이 엄청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옆집 형의 부름에 대답하는 것 같은 그 말에 발라테아는 순간 발끈할 뻔했지만 신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부드럽게 포이부스에게 말했다.



[이제 슬슬 타협하지 않을래? 너도 솔직히 말해서 다음 생을 이그니 밑에서 부려먹히면서 살고 싶지는 않을거 아니야?]


"그래서 궤도폭격 취소하라고요?"


[잘 알고 있네. 이벤트 클리어에 협력하라는 소리는 안 할 테니까 딱 궤도폭격만 취소해. 발사된 미사일들에 자폭코드 정도는 심어놨을 거 아니야?]



신의 회초리는 그저 수십 톤에 달하는 금속막대를 중력의 힘으로 투하하는 병기이기에 자폭코드 같은 건 심어놓지도 않았지만 신들은 저 무기를 그저 대륙간 탄도미사일 정도로 생각한 것인지 자폭코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발사된 폭격 막대에 달라붙어서 조종하고 있는 정령들한테 궤도를 바꾸라고 할 수 있지만 포이부스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를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대답했다.



"그, 그, 그, 그 다음에는요? 궤도폭격 취, 취소하면 다시 자기들끼리 싸우려고요?"


[이새키 바짝 쫄았네]


[이그니 밑에서 정령으로 살아나서 부려먹히는 게 어지간히 무섭긴 한가봐. 저 녀석 저렇게 쫄보처럼 구는거 처음봤어]



신들은 자기들끼리 쑥덕대면서 평온을 연기하는 포이부스의 진심을 꿰뚫어봤다.

신들은 대부분 포이부스가 두려움에 굴복해서 협상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고 희희낙락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런건 아니었다.



[볼룬드? 이제 우리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닌거 같은데?]


[포이부스여! 넌 자존심도 없느냐! 좀 더 발목을 잡고 있으란 말이다!]



산주나와 볼룬드는 갑자기 신들과 포이부스가 타협해서 빠져버리면 가장 극심하게 손해를 보는 쪽이었기에 다급해졌는지 다툼을 멈추고 마력주입 작업을 서두르기 시작하였다.

포이부스는 고민하면서 영웅들과 던전 중앙에 놓여진 차원문 생성장치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마침내 하늘을 바라보며 말하려고 하였다.



"그럼 취..."


[나를 도와주면! 우리 애들이랑 떠난 뒤에 남겨진 릭샤카 왕국 영토는 전부 하로나스한테 넘길게! 여기 계약서도 쓸 거야!]


[어... 어어어]


[야 잠...!]


[계약서 수령완료했어 포이부스]



그때 산주나 여신의 외침에 포이부스는 눈을 크게 뜨고 산주나 여신의 고양이 수인들을 바라보았고 신들도 잠깐 기가 막혔는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이 포이부스는 드모'우레스 여신의 말을 듣자마자 즉각 염동력 마법으로 볼룬드 신의 부하들을 잡아당겼다.

협상 중이라 영웅들이 포이부스의 견제를 설렁설렁한 틈을 노린 것이었다.



[산주나아아아아아아!!!]


[거의 다 넘어놨는데 이 개년아아아아아!]



신들이 분노하며 산주나를 비난하는 동안 포이부스와 영웅들은 서로 뒤엉켜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포이부스가 걸치고 있던 용갑옷의 흉갑이 산산조각나고, 이미 벗겨진 투구가 짓밟혀 찌그러지고, 어지간한 날붙이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포이부스의 피부를 가르는 검기가 서린 검이 휘둘러지는 와중에도 포이부스는 최대한 다른 세력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세웠다.


1분, 2분, 3분, 5분

영겁과도 같은 그 시간동안 영웅들은 점점 공포에 질려서 움직임에 정교함이 사라져갔고 마침내 포이부스의 용갑옷이 완전히 파괴되고 온몸의 상처에서 피가 터져나오고 있을 때 운명이 당도했다.



쿠구우우우웅!



첫번째 충격은 던전 전체가 흔들리지만 큰 영향은 없었다.



쿠콰과과과광!!!



그러나 불과 5초 뒤에 들려온 2발째의 여파는 던전의 흔들림이 극대화되면서 균형잡는 능력이 떨어지는 이들 몇 명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콰아아아아앙!!!


"무너진다!"


"으아아악!"


"방어! 방어! 방어해!"



3발째의 충격이 그들에게 당도했을 때, 제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평범한 인간 베이스의 영웅들은 대부분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폭발이 천장을 무너뜨려서 이젠 밖의 밤하늘이 보이게 되면서 무너져내린 암석들이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내렸고 영웅들은 포이부스를 견제하는 것보다 이제는 어떻게든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4발째, 4발째 폭격은 조금 엇나간 곳에 떨어져내렸다.

그렇기에 4번째 폭격의 막대기는 완전히 던전 최심부에 도착하기 전에 폭발을 일으켰으나 이미 3발의 폭격으로 구멍이 뚫려있던 지하 던전 최심부에 있던 이들의 귀를 멀게하고, 살점을 일그러지는 폭압을 뿜어내기에는 충분했다.


거대한 폭발이 땅 밑에서 퍼져나가면서 영웅들 대다수가 폭발의 충격으로 튕겨나갔다.

분명 지하 깊숙한 곳에 있던 던전 최심부에서 탁 트인 밤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산주나 여신의 부하들은 귀가 멀어버리고 폭압에 튕겨나가 내장 대부분이 터진 상태에서 마력주입이 끝나 스스로 움직이는 비석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정지! 정지! 궤도 변경해! 차원문 생성! 생성!"



피투성이가 된 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포이부스는 영웅들이 쓰러져서 엎어진 던전 최심부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포효를 내질렀다.

무너져내린 천장을 통해 마지막 궤도폭격 미사일이 새하얀 빛으로 타오르며 떨어져내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4발째 폭격만으로 영웅들이 전부 빈사상태로 쓰러진 상황에서 마지막 폭격이 떨어지면 분명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죽게 될 게 분명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향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정령들은 어떻게든 상급자의 지시대로 궤도를 바꾸려고 했으나 마하 20을 넘는 수십 톤의 금속 막대기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차원문 생성 역시 번개 정령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해도 중앙관제소 인원들이 지시를 하달하는 과정 때문에 조금 늦어졌고 포이부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어어엉!



그리고 마침내 산주나 여신의 부하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날개를 펼친 비석에 손을 대기 위해 기어가는 도중에 위쪽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포이부스는 이제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뺐지만 어째서인지 느껴지는 것은 천지를 뒤엎는 폭발이 아닌 머리를 때리는 파편 세례였다.

포이부스는 질끈 감았던 눈의 눈꺼풀을 조심스럽게 원위치시켰고 포이부스가 본 것은 전혀 예상 밖의 광경이었다.



"뭐야 저거?"



어째서인지 허공에 거대한 폭발의 화구가 형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궤도폭격용 막대가 공중에서 터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 떨어져내리는 것들은 녹아내린 금속이 아닌 나무 파편들이었고 포이부스는 폭발의 화구 근처에 뭔가가 하나 더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공중전함?"


끼유우우우웅! 콰앙!



그건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보고 받은 적이 있는 오크 왕국 스칼라베이의 공중전함이었다.

공중 전함은 포이부스가 지켜보는 와중에 뭔가를 쏟아냈고 그것들은 포이부스 근처에 떨어져내려 큰 충격을 발산하였다.



[아직 컷신 안 떴어! 산주나의 아이들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전에 당장 비석에 접촉해라!]


"와아아아아아!"



사실 마지막 폭격은 발라테아 신의 공중 함선 중 하나가 자신을 방패로 삼아서 미사일을 막아낸 것이었다.

발라테아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기시켜놓은 2척의 공중전함 중 한 척이 궤도폭격을 막아내고 산화한 뒤 홀로 남은 한 척에 있던 오크 공중 강습 기사단이 던전 최심부로 강하하였고 그들은 즉각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아서 비석을 향해 기어가고 있는 산주나 여신의 부하들을 도륙하고 자신들의 신을 이번 이벤트의 승자로 만들기 위해 돌진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020. 3. 20. 휴재입니다 +1 20.03.20 810 0 -
공지 연재 주기 조절에 관하여 +3 20.01.04 1,188 0 -
공지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12 19.11.29 7,852 0 -
287 에필로그 +29 21.03.04 1,855 86 15쪽
286 업보(業報) (完) +53 21.02.10 2,004 88 35쪽
285 결착의 시간 #12 +17 21.02.09 1,119 48 21쪽
284 결착의 시간 #11 +13 21.02.04 1,182 53 14쪽
283 결착의 시간 #10 +6 21.02.02 917 49 14쪽
282 결착의 시간 #9 +12 21.01.28 992 42 17쪽
» 결착의 시간 #8 +7 21.01.26 900 44 17쪽
280 결착의 시간 #7 +12 21.01.21 930 45 12쪽
279 결착의 시간 #6 +10 21.01.19 938 45 18쪽
278 결착의 시간 #5 +9 21.01.14 963 49 15쪽
277 결착의 시간 #4 +10 21.01.12 920 43 12쪽
276 결착의 시간 #3 +6 21.01.07 967 41 12쪽
275 결착의 시간 #2 +3 21.01.05 953 51 12쪽
274 결착의 시간 #1 +12 20.12.31 1,002 48 13쪽
273 카르바노그 #10 +18 20.12.29 1,036 50 23쪽
272 카르바노그 #9 +6 20.12.24 928 42 14쪽
271 카르바노그 #8 +12 20.12.22 960 41 18쪽
270 카르바노그 #7 +10 20.12.17 935 38 13쪽
269 카르바노그 #6 +6 20.12.15 993 38 11쪽
268 카르바노그 #5 +6 20.12.10 937 40 15쪽
267 카르바노그 #4 +5 20.12.08 918 41 12쪽
266 카르바노그 #3 +14 20.12.03 950 48 11쪽
265 카르바노그 #2 +9 20.12.01 943 44 15쪽
264 카르바노그 #1 +5 20.11.26 984 42 12쪽
263 혈마인 #11 +4 20.11.24 948 39 16쪽
262 혈마인 #10 +4 20.11.20 949 46 14쪽
261 혈마인 #9 +8 20.11.17 952 4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