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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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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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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788
추천수 :
28,911
글자수 :
2,157,900

작성
20.12.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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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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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1쪽

카르바노그 #6

DUMMY

세상을 살다보면 종종 불합리와 실수와 시행착오를 만나게 된다.

어떤 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불행이 찾아오고, 그 다음에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불리한 길을 택하고, 마지막으로는 그 길을 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합리한 길이 자신의 앞으로 알아서 걸음을 옮긴다.


소드라우프니르 드워프 왕국의 국왕 흐레이드마르 9세는 검은 손톱이라 불리는 자신의 궁전의 탑 위에서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선왕인 레긴 6세의 치세 때는 없었던 대격변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백성들은 불안에 떨고 귀족들은 숨죽인 채 눈만 굴리고, 군인들은 침묵한 채 불안감을 품고 대기하는 나날 속에서 오로지 대장장이들만이 자유롭게 망치질을 하는 이 시대에 흐레이드마르 9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잡념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쌓여만갔다.


신들의 귀환, 대교황의 재등장, 고대 드워프 정착지 발굴, 태양석 복구, 만신전의 회복, 그리고 숙청

아무리 대장장이 여신이 잠든지 꽤 많은 세월이 지났다 하더라도 최근 몇 년 동안 드모'우레스가 아닌 다른 신들을 믿으면서 드워프 왕국의 정보를 팔아넘긴 매국노들이 나라에 득실대고 있었다는 사실은 왕을 충격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배교 행위를 했다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 중 일부가 배교와 동시에 자신들이 새로 찾은 신의 명령에 따라 매국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인구의 3할 정도가 드모'우레스가 아닌 다른 신을 믿고 있었고 그들 중 대부분은 그저 일상생활의 신앙으로서 믿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극소수의 고위층 배교자들이 그 다른 신들의 권유를 받아 매국행위 하면서 소드라우프니르의 정보와 자산을 타국으로 빼돌리고 있었다.


오래된 드워프 가문과 클랜의 구성원 중에서도 매국노들이 나왔다는 사실은 드워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흐레이드마르는 숙청을 개시하였다.

물론 왕은 그들 대부분을 용서했다.

하지만 왕의 망치는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가 왕으로서 할 수 있던 일은 그들이 내세에서 드모'우레스에게 자신의 죄를 소명할 기회를 주는 것 뿐이었다.


그렇게 간신히 숙청이 끝나고 다시 드워프 왕국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만신전의 결정과 개입으로 아카이아 3왕국이 통합되었다.

이 시대의 필멸자들의 상식을 초월하는 끔찍한 무기가 사용되어 서부 아카이아 왕국은 완전히 초토화되었고 수많은 국가가 대량살상 병기를 작동시켜 수십 만명을 학살하고 3왕국을 통합한 통일 아카이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할 때 흐레이드마르 9세는 그 무기를 만드는데 협조한 자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침묵하였다.


비록 작동시킨 주체는 동부 아카이아, 현 통일 아카이아 왕국 수뇌부라고 하지만 이 끔찍한 무기에 사용되는 탄환의 형틀은 드워프 장인들이 만들어낸 것이었기에 흐레이드마르 9세는 내심 마음이 불편했지만 신들은 그런 그에게 겉으로는 통일 아카이아 왕국과 대립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손을 잡고 음습한 거래를 하도록 지시했고 드워프 왕은 왕국에 이익이 되었기에 신들에게 군말없이 복종하였다.


하지만 격동하는 혼란의 시대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볼룬드 신의 헤이메 왕국이 시비를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너무 뜬금이 없는 공격 징후라서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흐레이드마르 9세는 그들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소드라우프니르와 공업력 경쟁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헤이메 왕국의 국왕 베를란드손이 행동에 나선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서부 아카이아를 초토화시킨 병기가 바다 건너 아틀란 대륙에서 또 다시 왕국 하나를 박살내버렸다는 소식이 당도했고 이번에는 만신전의 신들은 그 병기를 작동시킨 것이 자신들이라는 걸 숨기지 않았기에 헤이메 왕국이 진실을 깨닫고 선수를 친 게 분명하였다.


하지만 헤이메 왕국이 제대로 된 공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흐레이드마르 9세가 방어병력을 집결시키던 중에 뜬금없는 소식이 당도하였다.

바로 카르바노그의 상륙이었다.


끔찍한 괴물은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거리면서 아무것도 남겨지지 않은 아펩 신의 영토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두 왕국의 병력들은 괜히 끔찍한 괴수의 시선을 끌어봤자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병력을 요란하게 움직이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고 숨죽이고 기다렸다.


하지만 카르바노그는 다시 라시아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을 찾아 계속 북상하였고 마침내 카르바노그를 쫓아온 고룡과 다투면서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두 왕국의 군대는 카르바노그가 자신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기를 빌면서 기다렸고 이제 카르바노그는 옛 아펩 신의 나라의 수도가 있던 자리에 남겨진 던전 도시로 오기 시작하였다.



"폐하"


"새로 들어온 소식이 있는가 시종장?"


"카르바노그가 도시로부터 하루 거리까지 다가왔다 합니다."



시종장의 보고에 흐레이드마르 9세는 머리가 아파왔다.

왜 하필 그 끔찍한 괴물 놈이 헤이메 왕국 주둔지 쪽이 아니라 자신들 쪽으로 올라오는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녀석이 온다면 무언가 대비를 해야 했다.


이 끔찍한 괴수가 지나간 길에는 오로지 시체와 잔해만이 남겨진다는 걸 알고 있지만 금속을 내뱉는 던전 도시를 포기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지 알고 있는 국왕은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였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던전 도시에 주둔 중인 엘바인 장군에게 지시를 전하라. 도시를 비우고 카르바노그가 물러나길 기다리라고."


"예, 폐하."



지금 방어 태세가 갖춰진 던전 도시에서 병력을 빼버리면 나중에 카르바노그가 물러난 뒤에 헤이메 왕국군이 기습을 가하면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건 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카르바노그가 던전 도시에서 죽치고 나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때는 그저 다른 진영에 금속을 공급하는 성가신 존재였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금속 채굴 던전은 그들 왕국에서 생산되는 철광석의 15%를 캐내는 중요한 채굴지가 된 상태였다.

이런 중요한 원료 수급지역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카르바노그가 일종의 자연재해 같은 존재라는 것 역시 알고 있었기에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만신전에서 보급된 번개 정령을 이용한 통신기에 시종장이 명령을 적어내렸고 명령서 작성이 끝나자 국왕은 통신기의 금속판에 다가와 그 위에 자신의 인장이 달린 반지를 내리찍었다.

번개정령은 바쁘게 움직이면서 인장을 그대로 따라그려 마력의 흔적이 인장 모양 그대로 금속판 위에 남겨졌다가 스르륵 사라졌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괜히 버티고 있다가 카르바노그에게 몰살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국왕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그때 갑자기 시종장이 다른 통신기를 보고는 급히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 케트라 산의 연락입니다!"


"무슨 일이냐?"


"그것이..."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설명하마]



그때 갑자기 왕궁 전체를 뒤흔드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국왕은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기에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었다.



[카르바노그는 먹을 것을 찾아 던전이 있는 도시로 향하고 있다. 병력을 빼낸 건 올바른 판단이었다 흐레이드마르여. 이 근방은 진실의 신의 처벌로 인해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남았으니 카르바노그가 던전 도시로 향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들이 모시는 드워프의 시조이자 수호신인 드모'우레스는 국왕을 칭찬하였고 내심 자신의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고민하던 국왕은 여신의 보증이 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인간의 발걸음으로 며칠이나 되는 거리 밖에 있는 도시의 존재를 알아챌 정도로 카르바노그의 탐지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그를 소름끼치게 하였다.



[이제 그 빼낸 병력을 본국으로 퇴각시키지 말고 바로 헤이메 왕국군을 막을 전선을 형성시키거라]


"허나 여신이시여, 그렇게 되면 카르바노그의 주의를 끌게 되어 양면으로 공격당하는 형국이 되지 않습니까?"



카르바노그는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육을 즐기는 끔찍한 괴물이기에 도시에서 배를 채우고 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두 군대가 대치 중인 장소로 이동할 게 분명하였다.

녀석의 감지 범위가 지독할 정도로 넓은 걸 생각해본다면 지금 헤이메 왕국 쪽으로 병력을 돌리는 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인 것 같았다.

차라리 도시의 성벽을 기대고 있는 편이 낫지 않나 생각하며 국왕은 감히 여신에게 반론을 제기했으나 여신은 딱히 역정을 내는 것 없이 국왕에게 말해주었다.



[자, 보거라]



국왕과 시종장의 눈앞에 은막의 거울벽이 형성되면서 어딘가를 비추었고 드워프들의 눈에 보인 것은 수십 마리의 용들과 그 용들을 이끄는 고룡들의 위에 타고 있는 대교황과 그의 팔라딘들에 크나시아에서 징집한 배틀메이지들과 5대 메이저 학파의 학파장들, 마지막으로 왕국의 드워프 장인들이 만들어낸 것 중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기계룡이 수많은 용들의 몸과 연결된 밧줄에 매달려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는 던전이 있는 도시에 함정을 파놓을 것이다. 이성이 있는 자라면 절대 걸리지 않겠지만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카르바노그라면 간단하게 걸려들 함정 말이다.]



어지간한 중소 왕국도 1개월 내로 멸망시킬 수 있는 만신전의 최고 전력이 향하는 곳은 다름이 아니라 던전 도시였고 대장장이 여신은 국왕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본말전도지만 헤이메 왕국군을 잘 막고 있거라. 카르바노그 사냥이 끝났을 때 볼룬드의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전쟁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할 테니]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여신이시여."



국왕은 만신전의 신들이 여차하면 카르바노그의 사냥 혹은 격퇴를 끝낸 뒤 지금 모인 전력을 헤이메 왕국 쪽으로 투사할 생각이라는 걸 듣고 여신에게 답하였다.

여신은 국왕의 대답을 듣고 돌아간 것인지 더는 말이 없었고 시종장은 걱정되는 얼굴로 국왕에게 물었다.



"전쟁입니까?"


"이번에는 나에게 선택지가 없다. 전쟁을 일으킬지 말지 결정할 건 헤이메 왕국 놈들이다 시종장. 놈들이 얌전히 있기를 빌어야겠지."



말로는 자신에게 선택지가 없고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 같지만 흐레이드마르 9세는 웃고 있었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놈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지. 여유가 되는 병력을 전부 국경지대로 보내라 여차하면 단번에 밀어붙여서 헤이메 왕국을 자빠뜨려야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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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결착의 시간 #7 +12 21.01.21 931 45 12쪽
279 결착의 시간 #6 +10 21.01.19 938 4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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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결착의 시간 #3 +6 21.01.07 967 41 12쪽
275 결착의 시간 #2 +3 21.01.05 954 51 12쪽
274 결착의 시간 #1 +12 20.12.31 1,002 48 13쪽
273 카르바노그 #10 +18 20.12.29 1,036 50 23쪽
272 카르바노그 #9 +6 20.12.24 928 42 14쪽
271 카르바노그 #8 +12 20.12.22 960 41 18쪽
270 카르바노그 #7 +10 20.12.17 935 38 13쪽
» 카르바노그 #6 +6 20.12.15 994 38 11쪽
268 카르바노그 #5 +6 20.12.10 937 40 15쪽
267 카르바노그 #4 +5 20.12.08 918 41 12쪽
266 카르바노그 #3 +14 20.12.03 950 48 11쪽
265 카르바노그 #2 +9 20.12.01 943 4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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