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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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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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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1
글자수 :
2,15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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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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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결착의 시간 #6

DUMMY

모든 것은 죽는다.

모두가 그토록 원하던 천년왕국도, 수백 년간 세상을 호령하던 제국도, 무한한 권세를 자랑하는 황제들과 왕들에게도 끝은 존재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계속해서 삶과 죽음과 부활을 거쳐온 마르켄데야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제국이 무너지고, 왕들이 쓰러지고, 사람들이 쇠락하는 걸 몇 번이나 봐온 마르켄데야는 이제 또 하나의 끝이 다가온 것을 짐작하였다.



"아아아아아!"



종족차별 철폐를 꿈꾸며 살아온 용사 베스코스는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분노에 휘둘려 이성을 잃은 채 진홍빛 갑주의 거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마르켄데야는 그가 신들의 힘에 휘둘려 원래 분노해야 할 것 이상으로 이성을 상실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세 형! 진정하시오 세 형!"


"무기 형님 물러나십쇼! 지금 끼어들면 방해만 될 뿐입니다"



좁은 통로에서 밀려드는 기사들을 막고 있던 혈곤석척 무기는 이성을 잃어버린 베스코스를 막으려고 했지만 베스코스가 휘두르는 검에서 뿜어나오는 검풍에 밀려났고 요청와는 베스코스의 상태는 파악하고 자신의 동료를 뒤로 물러나게 하였다.


지금 베스코스의 귀에는 신들의 공허한 약속과 부추김만이 들릴 뿐, 동료들의 목소리가 닿지 않고 있었다.

이제와서 마르켄데야가 뭐라고 외친들 베스코스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다.



"또 막지 못한 거야?"



그리고 어차피 베스코스의 귀에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을 거라고 마음 속으로 포기한 순간 마르켄데야의 입에서 자기 의지와는 상관이 없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마르켄데야는 뒤늦게 그것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후회와 한탄의 메아리라는 걸 깨달았지만 그는 이미 잊어버리기로 결정했기에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마르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요! 저 작자가 어떻게 여기에 있고 저 시퍼런 구멍은 또 뭐요?"



무기는 점점 통로 저편에서 싸우는 소리가 가까워지는 걸 깨닫고 급히 마르켄데야의 옆으로 왔고 마르켄데야는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저 자가 던전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열어줬어. 하지만 베스코스는 지금 자신의 신을 잡아둔 거인한테 화를 내고 있어."


"저 자가 신을 잡아뒀다고? 필멸자한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무기와 요청와는 자신들을 몇 번이나 놓쳐준 거인이 베스코스의 신을 잡아두고 있다는 소리에 잠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시선을 왔다갔다 하다가 저 괴물이라는 능히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작작해라!"


콰아아앙!



한편 포이부스는 베스코스가 휘두르는 검들을 망치와 도끼로 방어하다가 결국 망치와 베스코스의 검을 얽히게 해서 떨어뜨린 뒤 도끼를 놔버리고 그대로 베스코스가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그대로 맞아주며 베스코스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리쳤다.


이전에 만났을 때도 충분히 괴물 같았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진 그 압도적인 힘에 베스코스는 공성추처럼 던전 바닥을 박살내며 틀어박혔다.



뻑!



베스코스는 피를 토해내면서도 즉각 포이부스의 고간을 발로 차서 포이부스를 밀쳐내고는 몸을 일으켜 검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베스코스의 눈에는 여전히 이성이 보이지 않았고 눈동자 안에 있는 것은 분노와 증오뿐이었다.

베스코스는 야만적인 외침을 내지르며 다시 돌진했고 포이부스는 자신의 머리 위에 저주받은 마법의 신의 태양을 불러내며 말했다.



"태어나기 전부터 신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신세인 것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필멸자들에게 똑같이 부여된 저주지만 네놈은 특히나 더 불쌍하구나 베스코스. 이젠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신들이 즉석에서 부여한 분노에 휘둘리는 꼴이라니"


화르륵!



검은 태양이 내뿜는 저주를 품은 열선들이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있건만 이미 이성을 상실한 베스코스는 주저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미 뭉개져있는 얼굴이 열기와 저주에 의해 잠깐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녹아내리기 시작했으나 그를 멈출 수는 없었다.



휘웅!


"윽!"



포이부스는 검은 태양의 효과범위를 그대로 돌파한 베스코스의 모습이 한순간 사라진 것에 당황하였고 눈이 한번 깜빡이기도 전에 턱 밑이 시큰 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뻐억!


'무릎을 굽힌 뒤 펴거나 땅을 박차는 동작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가속이 나온 거지? 이미 이형환위의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포이부스는 눈이 아니라 존재와 영혼을 느끼며 자신의 오른쪽으로 스쳐지나간 베스코스를 망치로 후려쳐서 저멀리 벽에 처박아버리고는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너무 긴 턱수염 때문에 유일하게 갑옷이 제대로 가려주지 못하던 턱 부근의 턱수염 일부가 잘려나가 허공에서 춤추고 있었고 턱밑에서는 피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젠장! 마비와 출혈 독이 배합된 건가? 베인 곳의 감각이 사라지고 있는데 출혈이 안 멎어! 빨리 독을 뽑아내야해'



포이부스는 즉각 염동력으로 자신의 상처 부위 일부를 절단해 피를 잔뜩 뽑아내 시커멓게 썩어가는 피와 살점과 엉겨붙어 있는 독을 빼냈다.

턱수염이 잘려나간 덕택에 이제 투구와 갑옷이 제대로 맞물려서 완전히 밀폐되었지만 포이부스가 잠깐 독을 빼내려고 머뭇거리는 사이 벽에 처박혔던 베스코스가 몸을 일으키는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동안 통로에서는 서서히 고룡들과 팔라딘들의 방어진이 밀려나 이젠 포이부스와 베스코스 일당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헤이메 왕국의 무투파 왕자로 유명한 웰란드와 발키리 부대, 곤드 대륙의 유명한 용병부대인 헤메의 망치단, 미나스 왕국의 첩보부대와 기사단에 잠깐만? 저건 관용의 여신 락슈미의 대사제잖아? 거기에 옆에 있는 건 검과 법의 신 우투 교단의 챔피언인데? 거기다가 하다드 신의 테자르 왕국의 기사들도 보이는 걸 보아하니 신들도 진심이란 소리군.'



포이부스는 곁눈질로 자기 부하들의 방진을 뚫으려는 자들의 면면을 보고는 예전에 각국의 주요 인물이라고 보고된 적이 있는 자들로 가득하다는 걸 깨달았다.



'바타라 섬의 쥐 주술사들까지 왔나? 그리고 저건 그... 단절의 여신의 장군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일단 넘기고, 저기 끝에서 이젝투스를 밀어붙이고 있는 건 어디서 봤던 얼굴이야 아! 그때 알고로스 님의 봉인을 지키던 마을에서 봤던 젊은이랑 비슷하게 생겼어 가족인가?'



여신 때문에 원치않게 이혼을 하고 궁정마법사장과 재혼한 릭샤카 왕국의 근위기사단장 셰바송을 보고 알고로스가 봉인되어 있던 마을에서 자신과 싸운 젊은 줄무늬 표범 수인을 떠올린 포이부스는 추억에 잠길 시간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베스코스와 다시 싸워야 했다.


대검과 도끼가 충돌하고, 파괴적인 힘을 내는 룬이 새겨진 망치가 허공을 가르는 사이 즉석에서 결성된 연합군은 엘프 팔라딘들과 고룡들을 조금씩 밀어붙이고 있었다.



"가자아아!"



엘프 팔라딘들의 실력과 고룡들의 괴력은 확실히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다 합쳐서 20명도 되지 않는 반면, 연합군의 숫자는 지금 고룡과 팔라딘들의 방진에 달라붙은 자들만 족히 50명에, 뒤에서 연신 화살과 마법을 날려대고 있는 이들까지 합치면 100명도 더 넘어갔다.



"지원! 지원요청해! 적이 너무 많아!"



전선을 지휘하던 팔라딘 마르세우스는 자기들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동료들에게 외쳤고 팔라딘 모르테스가 즉각 전장을 이탈해서 지원요청을 넣었다.

채 3분이 지나기 전에 차원문이 새로 형성되면서 그 안에서 코카트리스 기병대와 크나시아의 마법사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방패들고 정신 똑바로 차려! 공격이 온다!"



하지만 방금 막 차원문을 통과한 마스터 드루수스가 이끄는 코카트리스 기병대를 반겨주는 것은 팔라딘 방진에 쏟아부으려던 마법의 좌표를 조금 더 뒤로 변경한 연합군 마법사들의 화염 폭격이었다.

팔라딘들이 최대한 마력의 흐름을 붙잡고 적의 마법사들을 방해하려고 했으나 지금 이곳에 있는 연합군의 마법사들은 한명 한명이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었기에 결국 숫자가 부족한데다 육탄전을 벌이고 있어서 정신집중이 힘든 팔라딘들이 마력흐름을 제어하는 싸움에서 패한 것이다.

어두운 던전의 천장이 마치 바깥세상의 밤하늘처럼 별들로 반짝였고 템플리 나이트 코카트리스 기병대는 은을 덧씌운 방패를 들어올려 화염 폭격을 방어하였다.


하지만 모든 이가 녹아내린 금속과 불꽃의 폭격 속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분명히 제대로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 적의 마법사들이 발동시킨 마법의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궤도가 바뀌었고, 코카트리스의 머리 위로 녹아내린 쇳물이 쏟아져내리자 코카트리스는 미쳐 날뛰며 기수를 낙마시켜 그렇게 5명 정도의 낙오자가 생겨났다.



"좀 꺼져 칼날귀 놈들아! 귀가 뾰족하다고 뭐든 다 해도 되는 줄 아냐!"


"뭐가 어쩌고 저째?!"


"그럼 귀쟁이라고 불러주랴?"


"이 새끼가!"



연합군이 팔라딘들을 도발하는 동안 포이부스는 카르바노그를 잡아먹고 얻은 힘으로 베스코스를 압도하면서 여유가 생겼는지 전황을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러면서 등 뒤에 있는 요청와와 무기가 언제 달려들지 경계하는 걸 잊지 않았지만 전장을 살펴보다가 이상한 점을 깨닫고 순간 경계를 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잠깐만, 왜 오크들이 하나도 안보이지? 아까 분명 베스코스를 회유하던 신들 중에 발라테아 님이 있었는데?'


빡!



포이부스는 베스코스와 공방을 주고받다가 카르바노그를 잡아먹고 증가된 힘으로 베스코스를 방어하기 위해 가로로 세운 대검 째로 망치로 쳐서 날려보내고는 지금 이 전장에 오크가 베스코스 하나뿐이라는 걸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욕심 많은 신이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포이부스는 몇 개월 전 레무 대륙의 스칼라베이에서 출항한 오크의 공중함대가 공해상에서 자취를 감췄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엄청난 보상이 걸린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숨겨놓은 공중함대를 투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전투가 일어난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놈들이 보이지 않았다.



"전선이 밀리고 있습니다! 기계룡 투입 허가를!"



그때 팔라딘 모르테스가 급히 포이부스의 곁으로 와서 말했고 포이부스는 생각할 게 너무 많은 상황에서 잠깐 포이부스는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오크의 공중 강습 함대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계산을 하기도 전에 포이부스의 귀에 다급한 신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헤스 무르간 이 개객갸! 이런 식으로 통수를 쳐?!]


[불가침조약은 어디 개밥에 말아먹었어 영감?!]


[아 포인트 지불한다고 올'쏜. 그럼 됐지?]


[포이부스! 큰일났습니다! 지금 알티로스 제국군이 에스티나 왕국으로 진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이부스가 생각하지 못했던, 그러나 가장 위험한 신 중 하나가 이번 이벤트에 전력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최악의 타이밍에 최악의 사태가 터진 뒤였다.

지금까지 조용히 잠자코 있던 전쟁의 신 마헤스 무르간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큰일이야! 지금 크나시아 북부 해안지대가 공격받고 있어! 오크 놈들 왔다고!]


[미나스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소!]



거기다가 꽃과 꿈의 여신 에우레테의 다급한 외침에 포이부스는 사라졌던 오크 함대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거기다가 아틀란 대륙의 전란이 끝나고 이 던전에 최고 전력을 파견한 미나스 왕국이 군대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누가봐도 이상한 일이었다.


이는 필시 저들이 손을 잡고 하로나스의 만신전 세력을 공격하기로 미리 합의를 했던 게 틀림이 없었다.

이건 전쟁의 신 마헤스 무르간 아니면 바람의 신 발라테아의 머리에서 나온 작전이 분명했다.



뿌드득!


"한방 먹었군. 회군해라 모르테스. 아무래도 적들이 한 수 더 앞섰던 것 같다."



포이부스는 신들에게서 상황을 전해듣고는 고민을 오랫동안 하지 않고 즉각 결정을 내렸다.



"허나!"


"우리가 여기서 승리한다 한들 본토를 잃으면 아무 짝에 쓸모가 없게 된다."


"그럼?"


"저놈들한테는 최대한 엿을 먹여줘야겠지."



포이부스는 대답 대신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몰려드는 영웅들을 바라보았다.

그 소름끼치는 웃음 속에 무언가 다른 뜻이 있다는 걸 깨달은 모르테스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다가 그가 뭘 하려는지 깨닫고 즉각 동료들에게로 돌아갔고 모르테스의 지시에 따라 상처입은 팔라딘들과 고룡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포이부스는 부하들이 물러나기 시작하는 걸 보고는 주머니 안에서 스크롤 한장을 꺼내들었다.

그 스크롤을 뭉텅이로 꺼내는 순간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이들이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신들이었다.



[안돼! 막아!]


[놈을 막아!]


[도망쳐!]


[당장 던전에서 나와!]



하지만 신들은 통일되지 않고 각자 다른 의견을 내뱉으며 자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신의 지시에 따라 방에서 나오려는 자, 계속해서 엘프와 용들의 방진을 공격하려는 자, 신들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어쩔 줄을 몰라 멈춰선 자들이 뒤엉켜 영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다.



찌익!



그 사이 포이부스는 스크롤 다발을 한번에 찢어버렸고 엄청난 양의 마력이 던전 최심부에서 퍼져나갔다.

마력의 파장이 압력으로서 퍼져나가 모두가 잠깐 멈춰선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엘프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뒤에 새로 생겨난 차원문을 향해 죽어라 뛰어갔고 고룡들 역시 그 뒤를 따라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전부 통과하자 열려있던 모든 차원문이 닫혀버렸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차원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되려 반대 방향에 있는 이미 사람들이 다 빠져나와서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은 던전 최심부로 들어가는 통로로 향했다.



"뭐야 저놈들? 자기 상관을 버리고 도망친 거야?"



연합군의 영웅들은 그걸 보고 당황해서 잠깐 멈춰섰다.

엘프 팔라딘들이 자신들의 수장인 대교황을 버려두고 도망친 것에 뭐라고 욕을 하기도 전에 신들의 고함이 터져나왔다.



[당장 도망쳐 바보들아! 궤도폭격이 온다!]


[포이부스 저 미친 새끼! 지는 죽어도 정령으로 부활할 수 있다고 자기 목숨 버려서 여기에 모인 각 국가 영웅들을 통째로 날려버릴 셈이야!]


[궤도폭격이 끝난 뒤에 다시 병력 투입할 수 있으니 폭발에 다 날아가도 신경 안 쓰는 건가!]



신들은 포이부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닫고 욕을 내뱉으며 지시를 전달했고 영웅들은 일제히 포이부스가 지키고 있는 통로로 도망치기 위해 몰려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자, 너희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이제 2개가 있다. 하나는 나를 뚫고 언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를 이 구불구불한 던전을 지나가는 것, 다른 하나는 이벤트를 클리어 하고 뉴 월드 맵으로 전송되는 것이다."


움찔!



그 말을 듣는 순간 영웅들은 포이부스에게 달려들던 것을 멈추고 자신들의 앙옆에 있는 다른 신을 모시는 협력자 겸 경쟁자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 말대로 이곳에 궤도폭격이 떨어져내리고 있다면 이 깊고 깊은 던전 최심부에서 언제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몰랐다.


설령 포이부스를 뚫고 지나간다고 해도 던전에서 탈출하기 전에 궤도폭격이 떨어져내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반면 지금 그들의 등 뒤에 있는 뉴 월드 맵 전송장치를 활성화시킨다면 다른 세상으로 이동해 궤도폭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들은 분명히 아까 이렇게 말했다.

통로개방 이벤트 컷신이 뜰 때 비석에 마지막으로 접촉한 자의 소속 진영만이 새로운 맵에 선행 입장할 수 있다고...

즉, 전송장치를 활성화 시켰을 때 여기서 살아돌아갈 수 있는 건 단 한 세력 뿐이라는 뜻이었다.



[지, 진정해! 모두가 힘을 합치면 제 아무리 저 미친놈이 상대라도 금방 이기고 탈출 할 수 있어!]


"이미 제2시대 막바지에 최강자 반열에 들어서고, 지금은 카르바노그의 힘도 흡수한 제가 금방 쓰러질 거라고요? 뭐, 이렇게 강자들이 많이 있고 저는 혼자니 싸우다보면 쓰러지기야 하겠지만 궤도폭격 행렬이 도달할 10~15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않을까요?"


[...]


[...]



그 말에 신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전체 채팅을 끄고 귓속말과 권속 대화로 음성채팅 모드를 변경하기 시작했고 비교적 약소 세력의 신들은 발악하면서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 설령 전송장치를 손에 넣으려고 해도 포이부스 놈이 뒤에서 공격을 할 수도 있잖아! 저놈 처리 안하고 우리끼리 내분이 일어나면 다 죽...!]


[선빵필승!]


[미안해! 하지만 이런 멋진 통수각이 나왔는데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개트롤 새끼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은 이곳에 모인 신들이 전부 착한 신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딜가나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악한 자는 존재하는 법이었고 그건 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군가의 외침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일부 세력들이 대열에서 이탈해 전송장치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남아있는 영웅들이 그들을 제지하려고 했으나 그 순간 땅에서 솟아난 나무줄기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어이쿠 산주나 님, 볼룬드 님 사업번창하시기 바랍니다. 너희들 상대는 나다 영웅들이여!"


[이 미친 새끼!]


[누가 이그니 아들 아니랄까봐!]


[비열하다 포이부스!]



포이부스는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먼저 전송장치를 확보하라고 신도들에게 지시를 내려준 신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들을 돕기 위해 나머지 영웅들의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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