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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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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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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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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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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카르바노그 #1

DUMMY

원정군 선봉대를 이끌고 있는 팔라딘 이젝투스는 불과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전용 천막이었던 곳에서 꽤나 불편한 심정으로 간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원정군 선봉대의 수뇌인 그가 자신의 전용 천막에서 이러는 이유는 이제 그 천막이 자신 전용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몇 놈 놓쳤습니다."


"그 상황에서 긁힌 상처 몇 개 나고 끝난 게 오히려 다행이다. 모르테스."



원정군 선봉대의 장군 천막은 이젠 원정군 총사령관 천막이 되어 아까 찾아온 포이부스가 상석에 앉고, 이젝투스는 옆의 의자에, 보고를 하러 온 모르테스는 이젝투스의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이제 베스코스 일당의 최종 목적지로 추정되는 신대륙의 던전이 발견되었고 그 사실이 에스티나 왕국만이 아니라 모르테스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 여러 국가들의 첩자들에 의해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으니 조만간 커다란 충돌이 일어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모르테스의 말이 맞다면 빨리 군을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닙니까?"



베스코스 일당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고, 베스코스 일당이 가지고 있는 신의 봉인을 노리는 국가와 집단에서 파견한 첩자들이 정보를 가지고 무사 귀환했다면 조만간 그들이 움직일 게 분명했다.

원정군 선봉대는 베스코스 일당이 들어간 던전으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주둔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뷔토스의 지팡이라는 훌륭한 이동수단이 존재했기에 선수를 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포이부스는 이젝투스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젝투스를 제지하였다.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아바리투스 님의 봉인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젝투스. 다른 세력보다 먼저 던전으로 진입하는 건 좋지만 일이 잘못되었을 때 훗날 나라를 짊어질 인재들이 헛되이 소모되지 않겠나? 덤으로 모르테스가 던전 앞에서 처리한 첩보원들이 소속된 국가들은 아직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다. 아마 우리들의 움직임을 제일 신경쓰고 있을 텐데 우리가 얌전히 있을 수록 빨리 움직이는 놈들의 숫자는 줄어든다."



포이부스는 지금 에스티나 왕국의 신대륙 원정대에 쏠려있는 신과 필멸자들의 시선을 신경쓰고 있었고 자신이 꾼 예지몽 때문에 괜히 병력을 동원했다가 그들을 전부 길동무로 끌고 가는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팔라딘 이젝투스는 찝찝한 기분이 드는지 포이부스에게 말했다.



"놈들을 자극하지 않고 경쟁자를 줄인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움직여야 하는 순간이 오게 될 겁니다. 게다가 그놈들이 우리만 감시하고 있을 거란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정보원들을 처리해서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더라도 모르테스가 마무리하지 못한 놈들이 소속된 국가들은 벌써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을 테니 다른 녀석들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조금이라도 개입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면 그래도 좋다. 어차피 마르켄데야 쪽에는 손을 써놨으니 우리가 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거다."



포이부스는 마르켄데야와 맺은 계약을 떠올리며 씨익 웃었고 이젝투스와 모르테스는 자기들 상관이 뭔가 조치를 취해놨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조금 불안한 것인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이번에는 모르테스가 포이부스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만신전의 상황이 그리 좋은 건 아닙니다. 벌써 몇 주가 경과했는데도 사라진 스칼라베이 오크 왕국의 공중 함대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카르바노그와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싸움 장소가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소드라우프니르와 헤이메 왕국의 접경지역까지 그 여파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차라리 아바리투스 님의 봉인을 빨리 회수하고 다른 쪽으로 전력을 돌리는 게 어떻습니까?"



마르켄데야 쪽에 손을 써놨다고 해도 아바리투스의 봉인을 노리는 자들이 워낙 많으니 빨리 선수를 치고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들을 손보자는 모르테스의 말에 포이부스는 마음속으로 진실의 신의 진노를 사는 것과 세상에서 손에 꼽히는 위협들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였다.



"확실히 카르바노그와 드라콘의 싸움도 큰 문제이기는 하지. 하지만 최근 세르피누스가 드라콘 쪽으로 가세하려고 한다는 소식도 있으니 이상한 일만 벌어지지 않으면 카르바노그 쪽이 물러날 것 같은데?"



포이부스는 전에 싸워봤던 세르피누스의 힘을 떠올리며 제 아무리 카르바노그라고 해도 고룡급 둘이 덤벼들면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모르테스는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태평한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카르바노그가 고룡들에 의해 격퇴되었을 때 라시아 대륙으로 안 돌아가고 되려 곤드 대륙 안쪽으로 도망쳐서 눌러앉는 경우는 생각 안하십니까? 게다가 세르피누스는 우리에게 원한이 있습니다. 카르바노그를 처리한 다음 드라콘 이스메니오스를 설득해서 드워프 왕국을 침공하기라도 하면 대참사입니다."



카르바노그와 신룡 드라콘 이스메니오스의 싸움이 아직까지 결판이 나지 않을 채 주변을 초토화시키면서 점점 싸움장소가 북상하고 있는 곳에 끼어들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괴물들은 조만간 헤이메 왕국과 소드라우프니르 왕국군이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리고 있는 금속 채굴 던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만큼 가까이 올 수도 있는 상태인데다 어느 한쪽이 이기더라도 남은 녀석이 하로나스의 만신전 세력에 긍정적인 것은 아니라서 그놈들이 드워프 왕국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였다.



"흐음, 흐으으으음"



포이부스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지 입에서 고민이 깊어가는 소리만 낼 뿐이었고 모르테스와 이젝투스 역시 세상에서 손에 꼽히는 통제가 안되는 괴물 1, 2를 처리할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는지 고심이 깊어질 뿐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팔라딘 이젝투스는 더 이상 고민하기가 귀찮았던 건지 양 손을 깍지끼고 뒤통수를 손으로 받치면서 말했다.



"그냥 그놈들 머리 위로 궤도폭격 갈기면 안됩니까?"


"신의 회초리는 만능키가 아니다 이젝투스. 땅에 붙어다니는 카르바노그는 모를까 비행이 가능한 드라콘은 쉽게 피할 거다."



포이부스는 스목과 싸우던 때를 떠올리며 신이 휘두르는 사랑의 매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고 이젝투스는 뚱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놈들이 이동하는 방향을 미세하게라도 조정할 수 있으면 되려 도움이 될 텐데 대화라는 게 먹히지 않는 놈이 있으니..."


"그놈들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고 헤이메 왕국 쪽으로 가서 싸워준다면 그쪽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텐데"



모르테스와 이젝투스의 말에 포이부스는 그들 말대로라는 걸 느꼈다.

카르바노그는 자기 자식조차 한끼 식사로 여기는 아예 지성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 짐승 그 자체고, 신룡 드라콘은 자기 동포를 박살내거나 극한의 상황에 몰리게 해서 영입해버린 하로나스의 만신전 쪽에 그리 좋은 감정이 없을 테니 협상이 결코 수월하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그들은 전략적으로 생명체라기보다는 살아서 움직이는 태풍으로 봐야 하는 게 옳았고 포이부스는 꽤나 골치가 아픈지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감고 있다가 뒤늦게 생각이 났다는 듯이 모르테스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지금쯤이면 헤이메 왕국의 볼룬드 신이 만들던 무구들이 완성되었을 시간 아닌가?"


"예,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로 꽤 시간이 지났으니 지금쯤 다 완성되었을 겁니다."


"여차하면 그것들도 처리해야 하는데 곤드 대륙 쪽이 상상 이상으로 상황이 성가셔졌구만 전부 다 싸그리 몰아서 처리할 방법이 어디 없나?"


"뷔토스의 지팡이로 카르바노그랑 드라콘을 볼룬드 신의 대장간에 던져넣는 것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이젝투스는 마침 딱 좋은게 있다면서 말했지만 포이부스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카르바노그랑 드라콘을 차원문 안으로 밀어넣는 난이도가 어떤지는 둘째치고 이 계획을 실행하면 우리들의 재빠른 병력 전개 수단을 헤이메 왕국의 볼룬드 신에게 오픈될 텐데 우리랑 사이도 안좋고 갑자기 자기 대장간에 괴물딱지 두 마리가 투하되서 놀랄 볼룬드 신이 얌전히 비밀을 지켜주겠냐? 내가 볼룬드 신이었으면 일단 사태 수습 끝난 다음에 전 세계에 우리가 차원문 형성으로 괴물들을 던져넣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 다닐 걸?"



지금까지 공간이동과 차원문 생성을 꽤 여러 번 사용해서 이제는 눈치 챈 신도 있을지 모르지만 뷔토스의 지팡이에 대한 정보는 아직 다른 신들에게 정보가 많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비밀을 알고 있던 이난나를 만신전에 영입해서 간신히 입을 틀어막았는데 두 괴물과 신의 작품들 몇 개 좀 처리하자고 지금까지 지켜온 비밀을 까발린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전 세계의 국가들이 차원문 생성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아서 앞으로는 하로나스의 만신전이 해온 기습적인 병력 전개나 물자 투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

알고 대비하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당하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세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포이부스 쪽에서 이젝투스의 기를 살려주려는 것처럼 먼저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는 쓰레기 작전은 아니니까 그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세르피누스가 합류한다면 드라콘 쪽의 승산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차라리 세르피누스가 드라콘과 합류하기 전에 먼저 접촉해서 카르바노그를 퇴치하는데 협력하겠다고 협상에 나서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르테스의 말에 포이부스는 잠깐 망설이다가 어차피 스목에게서 씨를 갈취해서 흑룡의 후예를 많이 얻어냈으니 모르테스의 말대로 포로 석방을 교섭재료로 삼아서 세르피누스와 협상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모르테스에게 말했다.



"세르피누스가 우리에게 품고 있는 원한이 얼마나 될지가 문제겠지만 스목의 석방을 처음부터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접촉하면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하겠지. 좋아, 한번 진행해봐라 모르테스. 너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


"예!"



포이부스는 바로 이젝투스의 천막 안에 비치되어 있던 양피지에 명령서를 작성하고 하단부에 밀랍을 살짝 녹인 액체를 부어넣고 하로나스의 상징을 음각으로 새긴 반지를 찍어서 식힌 뒤 마법을 걸고 모르테스에게 건네주었다.

명령서이자 동시에 권한 위임장인 양피지를 받아든 모르테스는 차원문 생성 요청을 넣어서 바로 곤드 대륙으로 향했고 천막에 남겨진 포이부스와 이젝투스는 테이블 위에 놓아둔 나무잔에 담긴 차를 마셨다.



"그런데 두목님"


"왜?"


"지금 생각난 건데 설득하려고 보내는 거였으면 모르테스가 아니라 본국에서 놀고 있는 즈뮤와 즈메이 남매를 보내면 되는게 아니었을까요? 세르피누스가 브레스 선빵을 갈겨도 버틸 수 있을 거고 서로 잘 알고 있으니 모르테스가 나서는 것보다 협상이 수월하지 않습니까?"



이젝투스의 말에 포이부스는 일리가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입으로는 부정적인 말을 하였다.



"그 잘 아는 사이라는 게 꼭 이득이 되지는 않지. 특히나 서로 혈족이 무더기로 죽어나간 사건에 관여되어서 사이가 갈라진 거라면 더더욱."


"하긴, 용들 중에는 즈뮤와 즈메이가 배신해서 패전했다고 생각하는 놈들도 있을 테니 세르피누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군요. 전쟁과 사상차이가 가족을 갈라놓는 광경은 여러 번 봤지만 용들의 경우는 꽤나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포이부스는 어쩐 일로 이젝투스가 생각 깊은 말을 하나 놀라면서도 평소에 눈치가 없어서 그렇기 종종 기발한 해결책을 내놓는 녀석이었다고 떠올리면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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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 카르바노그 #9 +6 20.12.24 928 42 14쪽
271 카르바노그 #8 +12 20.12.22 960 41 18쪽
270 카르바노그 #7 +10 20.12.17 935 38 13쪽
269 카르바노그 #6 +6 20.12.15 993 38 11쪽
268 카르바노그 #5 +6 20.12.10 937 40 15쪽
267 카르바노그 #4 +5 20.12.08 918 41 12쪽
266 카르바노그 #3 +14 20.12.03 950 48 11쪽
265 카르바노그 #2 +9 20.12.01 943 44 15쪽
» 카르바노그 #1 +5 20.11.26 985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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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혈마인 #10 +4 20.11.20 949 4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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