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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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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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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2

DUMMY

키잔트헤임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눕롤이 연설을 즉석에서 작성하고



전음을 받은 시우가 말한다.



이래서는 인간 스피커가 따로 없다. 그걸 들으면서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으니 인간 스피커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착잡하다. 자신의 생각은 거의 없는데 양심적으로 '좋아하니까 잘 됐다.'고 말하기에는 가슴이 뜨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도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다들 뭘 해도 만족하지 못하시면서."


'완벽이란 추구할 수 있는 목표나 도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옵니다. 때문에 훌륭한 사람은 더 훌륭해지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옵니다.'



딱히 자신이 모자란 사람은 아니다만, 딱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준도 아니다. 여기서부터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눕롤만 있는 게 아니다. 아니 아눕롤은 양반이다.



"주인님이 굉장하신 분이니 주인님의 동생분이신 도련님도 좀 굉장한게 당연하지 않겠슴까? 세상은 원래 인맥으로 돌아가고, 혈연은 최고의 인맥 중 하나임다."


"음음, 맞는 말이야."


"..."


"그리고 시우야, 가벼운 허세는 말이야 주변 사람들의 긴장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보충하는데 정말로 좋은 효과가 있어. 나를 봐 시우야. 현장에서는 가오가 좀 있잖아."


"맞슴다, 도련님. 도련님은 마경태씨의 대담함을 조금은 본받을 필요가 있슴다."




지금 블루베리의 목소리톤은 확실히 진지한 시를라 틴 캅생트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늘어진 톤이 아닌 것 또한 사실. 적당하게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다.



현장에서 마경태가 가오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걸 차마 인정하기 싫지만 본능적으로 인정한 시우는 이마에 손을 얹었다. 피곤해 죽을 것 같지만, 지금 분위기로 보건데 바로 자기는 글렀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우는 지금 이들이 온 목적을 정확히 짐작해서 말했다.



"높으신 분처럼 행동하는 교육이 좀 필요하다는 거네요."


"바로 그검다, 도련님."


"솔직히, 차기 의사회 한국 지부 책임자라는 것을 제외해도 넌 A랭크 이상의 헌터라는 걸 자각할 필요가 있어."


'본격적으로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도 적당한 권위로 먼저 행동할 필요가 있사옵니다.'



지금도 굉장히 귀찮다.



하지만 세 사람이 생각하는 귀찮은 일은 시우의 것과는 상상을 뛰어넘은 모양. 잠시 눈빛과 전음으로 대화를 나눈 걸 보니, 다들 비슷한 경우를 생각한 모양이다.




"그...음...그 귀찮다는 게 말이지."


'혼란스러운 동시에, 작은 사회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위한 행동을 말하는 것이옵니다만...'


"그냥 ---죠. 뭐가 달리 있겠슴까."




말을 잠시 망설이는 두 사람. 그 두 사람과 달리 노골적으로 말하는 블루베리의 말에 시우는 소리를 질렀다.



"여긴 사원이잖아! 그런 불경한 짓을 할 리가!"


"오늘은 사원에 머무르죠. 그런데 이 르포틴 산에 머무르는 동안 사원에만 계실 건 아니잖슴까."


'센서 범위를 확장시켜 감청한 결과 이 곳도 마냥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매의 눈으로 지역 유지들이 시우를 노리는 중이란다. 오늘은 사원에 머물러서 손을 댈 수 없지만, 사원 바깥에서 머무르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가볍게는 가문의 서녀를 보내거나 심하면 예비 당주에게 직접 접대를 맡기는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슴다."


"보통, 의사회의 헌터에게 그런 접촉을 하는 건 인맥으로 어떻게든 묶기 위해서야."


"그런데 그런 초청을 피하지 말라고 하는 건가요?"


"초청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면 일정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먼저 접촉을 해야지 우리가 조절할 수 있지."



가령 초청과 연회로 대접은 받더라도, 무례하지 않게 먼저 물러나서 사원으로 돌아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뭐, 영웅은 호색이라는 말도 있으니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슴다."


'다만 행위 전 미리 언질은 주시길 바라겠사옵니다.'


"형은 산부인과 의사 아니다."



살다살다 마경태가 억제기 역할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런 말이 있어, 시우야. 외눈박이 나라에서는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경태씨, 여기가 그 외눈박이 나라가 아니겠슴까?"


"맞는 말이지만, 다시 두 눈을 가진 사람들의 나라에 돌아갈테니까 시우야. 지금만큼은 나를 믿어라."



블루베리와 차마 마주보고 대화는 할 수 없지만, 시우에게 꼿꼿이 자신은 선을 어떻게든 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모두가 협력할 거란 말은 시우에게 복잡한 마음을 선사했다.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더해진다면 확실하겠지. 친구인 조미선도 있으니 진짜로 이상한 짓은 할 리가 없다.



대신 모두가 좀 힘들 것이다. 특히 아이언 스파이더의 테이머 남매 같은 경우 말이다.



'잘 된 것 아니겠사옵니까? 이번 기회에 제 계약자에게 기품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겠사옵니다.'



어쩌면 시우는 고생길이 열린 건 자신이 아니라 그 둘이 아닐까 생각하는 중이었다.



.


.


.



"산이라서 차를 기르기 좋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르포틴 산에서의 둘째 날. 전날에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의 대접을 받고 있는 시우다.



야외의 경치가 훤히 보이는 큰 정자, 잔잔하게 뺨을 스치는 바람의 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마신다.



'저번보다는 여러모로 훨씬 더 나아.'



카푸스의 고향세계는 어땠나. 정말로 고요와 정적 그 자체였다. 거기서 주변의 적절한 경치와 약간의 소음이 곁들여지자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이건 시우만 느끼는 게 아닌지 시우의 바로 옆 자리에 앉아있는 카닌은 제대로 이 찻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이것이 진짜로 차를 즐기는 자리, 살아있다는 실감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난다.



사실 사냥꾼들을 지나치게 따라다녔을 뿐, 그녀 또한 아가씨.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일족을 대표해서 유학 비슷한 형태로 지구에 온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녀는 이만한 교양 정도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반면에 뒷쪽에서는 이 분위기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는 기척들이 느껴진다. 마치 억지로 다도교실에 따라온 어린아이들의 느낌. 처음 이런 자리인 줄 알았다면 안 데려올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했던 것처럼 두 사람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시우의 정신을 깨운 건 맞은편에서 차를 마시던 한 중년이었다.



"저기, 옆쪽의 아가씨와 무슨 관계이신지?"



충분히 궁금해 할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사원의 연회에서 살짝 아래쪽에 있었는데, 바로 다음날에 시우와 같은 자리에 있으니까.



물론 카닌은 여러모로 따진다면 시우와 똑같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면 그녀는 한 세계를 대표하는 마법사를 배출한 가문의 일원. 블루베리와는 사이가 나쁘다만, 그 한 세계를 대표하는 마법사는 손시훈의 친구기도 하다.



시우가 간단히 그 소개를 하자마자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꺼낸 약혼자라는 단어가 시우의 귀에 꽂혔다.



"무, 무슨..."



풋내기 소년처럼 얼굴이 붉게 변하지는 않지만 당황하기는 충분한 단어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겠다는 듯이 카닌은 차를 한 번 홀짝인 다음 침착하게 말했다.



"집안 어른들 사이의 일을 함부로 논하기는 좀 그렇군요. 평범한 가문 사이의 혼약도 중대사이니 말이죠."


"아아, 그렇겠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어제의 마경태도 그렇고, 오늘의 카닌도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나. 당연한 내용이지만 알 수 없는 위엄에 옆에 있던 시우도 살짝 압도된다.



이미 이 자리에 초대한 유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예의를 더 갖추고 있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목소리에 들어간 힘, 말하는 속도, 그리고 몸을 곧게 펴서 앉은 자세 뿐. 비적합자라 느낄 수는 없어도 마나 없이 이루어낸 변화일 것이다.



분명히 블루베리가 높으신 분의 시범을 보여달라고 한 오늘 아침만 해도'갑자기?'라고 했던 그 사람이다. 그랬던 사람은 너무나도 당연한 자세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안부를 물어보듯이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혼약이란 중대한 일이죠. 평온한 시기에는 두 가문과 가문이 합쳐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험난한 시기에는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는 동맹관계가 구축되니까요."


"그럼요."


"그렇지요."


"그래서 말인데, 보아하니 혼기가 찬 사람들이 몇몇 보이더군요. 생각하신 바가 있으신지?"


"허흠."


"그게, 저..."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말에 당황한 느낌이 정자안에 순식간에 퍼진다. 손님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이건 말실수 같아서 블루베리를 보지만 그녀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시선을 돌렸다.



그 자리에는 자신들을 초대한 가문의 주인이 있었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한 가운데 홀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차를 마시는 노인. 그가 찻잔을 내려놓자마자 당황과 함께 수군거림이 퍼지던 정자에 정적이 찾아왔다.



그렇게 정적을 선사한 당사자는, 부드럽게 잡담을 나누는 듯 한 목소리를 꺼냈다.



"생각해야지요. 걱정이 참 많습니다."


"그렇군요. 혼란한 때이니 걱정이 되시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저희 집안처럼 원래 르포틴 산에 살던 집안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새로운 고향을 찾아서 이 쪽으로 온 유지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걱정을 할 수 있는 것도 전부 해방자님 덕 아니겠습니까."


"저희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할아버님의 원래 해결방안은 던전의 봉인 및 봉쇄, 후대에게 많은 걸 맞기는 것이었죠. 보아하니 가문에서 차를 기르시는 듯 하온데 농사의 힘든 점이 무엇인지는 잘 아시겠지요?"


"그럼요. 알 수 밖에 없지요. 뿌리를 뽑지 않으면 잡초는 계속해서 자란다는 것. 하지만 종종 뿌리를 뽑을 수 없어 줄기만 쳐내야 하는 게 있는데, 여간 골치아픈 게 아닙니다."



잠깐 대화를 멈추고 시우를 푸근하게 바라보는 카닌과 지역 유지의 당주였다.



만약에 아눕롤이 기합을 주지 않았다면 시우는 고개를 숙였을지도 모르겠다. 그 대신 시우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할 수 있다면 해서 나쁠게 뭐가 있겠냐고 대답했다.



자신의 형이 한 일인데 자신이 한 것처럼 말하니 어제의 연설때 느낀 착잡함이 다시 느껴진다. 그런 시우를 두고 카닌과 당주는 자연스럽게 시우의 얼굴에, 그리고 시훈의 얼굴에 금칠을 해 주었다.



여기서 주변 사람들까지 더해지면 어떨까 걱정이 된다. 그런 시우의 눈에 들어온 건 한 마디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불편한 분위기에서 탈출한 건 따로 이야기를 나누자는 당주의 말 덕분이었다.



새로 만들어진 찻자리에 있는 사람은 5명. 시종인 블루베리와 유지쪽의 시종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시우, 카닌, 유지의 당주만이 있는 고요한 자리다. 그 자리에서 당주는 바로 사과를 꺼냈다.



"죄송합니다. 실례를 끼칠 뻔 했군요. 혼란스러운 시기라 가문원들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해합니다."


"이해...한다고?"


"원래 혼약자의 이야기는 이런 자리에서 해야 하지, 아까 전 자리에서는 해서는 안 될 이야기였어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함부로 할 말은 아니다. 카닌이 혼약 이야기를 꺼낸 건 그 때문. 원래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라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다.



함부로 말하는 것 같지만, 그게 다 수습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걸 한 발 늦게 이해하는 시우를 향해서 당주가 말했다.



"아직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으신가 보군요."


"예, 아직..."


"흠, 옆쪽의 아가씨를 보니 큰 걱정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 늙은이가 약간의 조언을 해 드려도 될련지요?"



약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진짜로 조언을 건네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그런데도 걱정이 많이 되는 모양이다.



"귀빈으로 초대받으신 이상, 시우님은 가문의 대표입니다. 형식상으로는 시우님은 해방자님과 똑같은 위치에 있지요."


"지나친 겸손은 나약함이죠. 한국에도 그런 게 있죠? 자신들을 겸손하게 부르는 '저희'라는 단어가 있지만, 나라만큼은 '우리' 나라라고 표현하는 것."



카닌의 말에 살짝 이해가 가는 시우였다. 이렇게 이어진 긴 조언은 다시 혼약의 이야기로 돌아와 있었다.



"통상적인 경우에, 사생아는 수치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시우님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좀 노골적으로 말하면 몇몇 약소 가문은 시우님이 한 번 품고 그 아이까지 낳은 여인에게도 혼약을 넣을지도 모릅니다."


"예?"


"그렇기 때문에 더 떳떳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걱정이 잔뜩 느껴지는 말에 침을 꿀꺽 삼키는 시우였다.


작가의말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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