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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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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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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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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귀빈

DUMMY

'시우야 그거 아니?


'알리도 없고, 별로 알고 싶지 않아요.'


'아냐, 이건 문화적으로 중요한 거야.'



르포틴 산에 들어온 다음의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른 일행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환영이 연회로 이어진 건 순식간.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제일 상석에 앉아 있다.



그 상석에서 마경태의 전음을 들으며 시우는 자신의 앞에 놓인 1인용 식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서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1인용 식탁을 본 시우는 목구멍에 차오르는 한숨을 삼켜야만 했다.



일단 말이 1인용 식탁이지 시우의 식탁은 다른 사람들보다 2-3배 정도는 되는 크기. 왜, 몇몇 사극을 보면 귀빈에게 주어지는 개인용 큰 식탁. 그런 식탁이다. 당연히 그 위에 놓여 있는 음식들도 정성이 잔뜩 들어가 있다.



문제는 그 정성도 정성인데 주변에서 같이 식사를 드는 사람들이 문제다. 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깨작깨작 음식을 먹는 시우에게 어딘가 불편하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빈말이 아닌 진심이 가득한 걱정. 그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시우였다.



"수행하는 분들이 곁에 있는데 이런 음식을 들기가 좀 그래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옵니다. 미리 시종분들과 의사분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종분들이란 단어에 살짝 표정을 굳힌 시우는 자신의 양 옆에 있는 그 시종들을 향해 번갈아가면서 고개를 돌렸다.



좌청룡-우백호...가 아니라 좌 블루베리, 우 아눕롤. 블루베리는 평상시의 파란색이고, 아눕롤은 갈색의 금속에서 흰색으로 조정, 색은 그럭저럭 맞추었다.



일단 그 겉모습은 둘째치고, 아눕롤은 호위병처럼 굳건히 몸을 굳히고 있는 상태, 그녀는 진짜로 시우의 호위를 선다는 마음으로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에 블루베리는...식사에 집중하면서 쩔쩔 메고 있는 시우의 모습을 즐기고 있겠지. 지금 그녀에게 전음을 걸어봤자 별 다른 좋은 말을 들을 것 같지가 않다.



이만하면 마지막으로 남은 의사분이라고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블루베리는 농담 삼아서 시우를 살짝 놀리는 거지만, 마경태는 본인 나름대로 진지하다는 것. 그래서 억지로 식사에 집중하려는 시우에게 다시 마경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행한다고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아까 하려던 말 계속 해 보세요.'


'스님은 육식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이 있잖아? 하지만 사실은 아니거든.'



종교적 교리도 환경과 나름대로 타협을 한다. 어지간해서는 사람이 있고, 종교가 있지 종교가 있고 사람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에서 채식만 하고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지구의 경우를 예시로 들면 티베트 불교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산악지대라 농경보다는 목축이 주를 이루는 지역특성상 육식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부처님 본인도 육식을 엄하게 금지하지는 않았다. 본인의 즐거움을 위한 행위를 자제하라고 한 것이 육식을 자제하고 시대가 흐르며 분위기가 굳혀졌을 뿐이다.



조금 더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이슬람교와 술의 문제. 육식을 자제하는 불교 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술을 더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슬람교라도 예외의 경우가 있다. 사막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의 술. 그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술은 단순한 술이 아닌 보관용 식수다.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예...'


'그리고 우리가 아는 스님들보다는 여기가 널널하잖아?'



빈 말은 아니다.



일단 이 연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앞에 있는 개인용 식탁에는 공통 메뉴가 있다. 여러 고명이 올려진 비빔밥. 대부분의 고명은 야채지만, 그 속에 달걀이나, 길고 가늘게 썬 고기 볶음이 섞여 있다. 그것만큼은 모두가 똑같다.



시우가 느끼는 첫번째 부담감은 르포틴 산에 있는 사제들의 식탁에는 그 비빔밥만 있다는 것. 시우의 식탁이 2-3인분 정도의 크기라면, 르포틴 산의 사제들은 0.5인분 크기의 식탁에 비빔밥을 담을 그릇과 물잔만 올라와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식탁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는 건 마찬가지. 비빔밥에 멀건 국이 하나, 그리고 생선구이와 나물 무침이 하나 뿐이다.



여기서 일행의 식탁을 보면 슬슬 부담감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1.5배의 개인용 식탁. 그리고 구성하는 반찬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재료부터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다수가 말리거나 소금에 절였던 식재료들을 쓴 반면, 일행들은 싱싱한 재료들을 쓴 것이다.



시우만큼은 아니겠지만 눈치가 있다면 부담감을 느끼는 게 당연한 일. 시우네 일행 중에서 속 편히 식사를 들고 있는 건 아눕롤의 테이머이자 가장 어린 김송현, 그리고 우리의 의사선생님인 마경태 뿐.



'다들 먹고 있잖아?'



마경태는 그렇게 말했지만 다른 일행들은 식사가 아니라 보급을 하는 느낌. 시우에겐 먹어야지 싸울 수 있다는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



누나인 김송아가 동생에게 은근슬쩍 눈치를 주는 건 절대로 기분탓이 아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단순히 푸짐한 식사다. 든든하기는 해도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 하지만 시우는 사실상 다른 사람들보다 2-3배 정도는 되는 크기의 식탁에 한 입만 맛봐도 배부를 수준의 진수성찬이 펼쳐져 있다.



'맛있고, 향기로운데'



위인전의 분위기가 첨가된 걸 느끼는 시우. 바깥에서는 이리저리 굶고 지친 사람들이 한가득인데, 자신은 이렇게 호의호식해도 될 까 싶다. 다른 일행도 시우처럼 비슷한 위인전 속에 들어간 느낌을 받고 있을 터



김송현은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쳐도, 마경태는 진짜로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거의 억지로 먹는 시우에게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불경한 말이지만 해방자님의 동생분께서 해방자님보다는 약하신게 얼마나 다행인지.."


'?'


"그러게 말이오. 해방자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생명력의 제어가 극한에 달한 사람이라 술잔 하나와 그 위에 뜬 은행잎으로도 1달은 버틸 수 있다고 하셨잖습니까."


'허'


"정 대접을 해 주고 싶다면 언젠가 이 세상에 올지도 모를 자신의 혈육의 배나 든든히 채워달라고 하셨지요."


"그랬었지요. 그런데 비슷하게 우리들의 호의를 거부하면 어쩌나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자기 마음 편하면 그만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도시에 가셨으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그곳이라면 진짜로 영웅의 혈육에게, 동시에 영웅이신 귀한 손님께 더 걸맞는 대접을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어쩌겠습니까. 오셨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접을 할 수 밖에요."



대화를 마치자마자 푸근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신을 보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시우는 식탁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런 시우에게 블루베리가 말을 걸어왔다.



"르포틴 산의 사제들은 절제의 영역 내에서는 많은 게 허락됨다."


"이제는 갑자기 뭘 할까 시킬까 겁난다."


"그냥 도련님은 즐겨 주시기만 하면 됨다. 그것도 일임다"


"내가 방금 형이 술잔 하나와 그 위에 뜬 은행잎으로도 1달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는 걸 들었거든."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물을 대신해서 술병을 몇 개는 챙기셨슴다."


"식사는?"


"안 드셨슴다. 현경(玄境)에 닿은 경지와 주변의 마나에 대한 극한 제어를 둘 다 할 수 있다면 주변의 자연에서 에너지를 직접 보충할 수 있기 때문임다."


"그 뭔"


"생물학적으로 식사를 할 필요가 없다. 반은 사실임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마련. 손시훈은 그 사회적인 식사 대신에 기나긴 설교로 대신했단다.



"식사를 즐겁게 하시던지, 아니면 사운드를 가득 채우시면 되겠슴다. 김송현군은 잘 모르겠슴다만, 마경태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겁니다."



블루베리가 말을 하기 무섭게 마경태는 시우를 향해서 잔을 살짝 흔들었다. 마치 건배사라도 하라는 신호같다. 그 모습을 블루베리도 본 듯 하다.



"해야할 일이지만 도련님이 잘 할지는 모르겠군요."


"무슨 일이라서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와 말투까지 쓰는건데?"


"일단 접대 혹은 환대의 관습이 뭔지 알아야 하겠군요."



시대와 지역을 넘어, 수 많은 평행세계에 비슷한 형태로 자리잡은 관습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신들의 영역을 주장하고 싶으면 자신들의 영역에 찾아온 손님들을 최대한 극진히 대접하고, 극진히 대접받은 손님은 그 대가로 주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관습.



여기서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행동은 단순히 예의바르게 대하는 게 아니다. 가능한 영역 내에서 손님은 최대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손님의 권리가 크면 클수록, 간접적으로 그 주인의 권위와 능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손님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마경태 수준의 반응 정도는 보여줘야 합니다."


"바깥에는 피난민들이 있잖아?"


"그 피난민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행동이죠. 르포틴 산은 해방자님을 극진히 대우할 능력이 있다, 그걸로 자신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이어서 역시 극한 현장에서 뛰는 베테랑은 다르다고 말하는 블루베리의 말을 시우는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마경태는 본인의 원래 성격도 그렇지만, 자신이 즐길 필요성이 있다는 것도 알고 즐기는 중이다.



즉, 건배사를 하라는 신호도 시우가 그럴 필요가 있다는 뜻, 그건 아마도..



"비슷한 상황에서 형은 한 적이 있었군..."


"그렇겠죠, 도련님. 단순한 한 무리의 지도자만 하더라도 귀한 손님, 추가적으로 의사기도 하죠."



의사가 오늘 하루만큼은 술 마셔도 된다고 하는데 주인된 입장에서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의사회의 지역민에게 개인적인 호의를 받는 건 금물이지만, 지역 유지의 초청에는 적극적으로 응하라는 모순적인 권장사항을 떠올린 시우였다.



"명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대 지구에서는 바보같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 많은 세계는 목숨보다 명예가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아주시길."



손시훈의 경우 식사는 식량의 문제와 요리하는 인력의 문제로 거절했었다. 대신 귀한 제사용 술을 계속해서 마셨다고. 그 나름대로 접대의 관습과 좋지 않은 현실을 타협했던 것이다.



또한 이런 행동은 나름대로의 프로파간다 효과도 있다. 조금 야만적이지만, 음식과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강인함을 상징하는 행동.



거기다가 음식을 필요로 하지 않다는 것은 상대방의 청야전술을 봉쇄하는 효과도 있다.



보통 전쟁에서 퇴각을 하면 적들의 보급을 피하기 위해서 여러 재산을 파괴하기 마련. 하지만 상대방은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니 시간이라도 벌기 위해서 바로 퇴각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진지한 목소리는 여기까지. 블루베리의 목소리는 특유의 '그럼 한 번 듣고 싶슴다~'라는 늘어진 톤으로 돌아왔다.



"형의 목소리나 내 목소리나 별 반 다를 바 없잖아."


"분위기가 다르잖슴까. 마치 애니마다 똑같은 성우라도 캐릭터에 따라 확 다른 것처럼 말임다."


"준비한 게 없는데."


'그건 이 순례자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좋은 방법이 있사옵니다'



은근슬쩍 아눕롤은 주변 분위기와 대화를 다 인식했던 모양이다.



'저는 칠현분의 시종보다 어립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그녀보다 훨씬 더 오래된 것이옵니다.'



아눕롤이 말하는 좋은 방법과 오래된 데이터란 키잔트헤임에서 손시훈 및 다른 사성칠현이 한 말을 기반으로 짜집기하는 것. 이미 이곳의 문화는 파악했으니 문제될 가능성은 0.000004%이하라고 말하는 아눕롤이었다.



'빅데이터의 힘을 믿으시옵소서.'



이 전음에는 힘과 자신감이 담겨 있다. 그걸 들은 시우는 잠깐 주변을 살펴봤다.



족히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은 된 것 같은 웅장한 건축물에서는 전통과 세월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 또한 이 건축물과 어울리는 분위기가 난다.



절대로 현대식 빅데이터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가 말이다.



'이젠 나도 몰라'



될 대로 되라고 생각한 시우는 옆의 시종에게 술을 한 잔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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