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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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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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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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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워크5

DUMMY

이미 몸이 살짝 부풀고 있다는 것은 보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민다면 뜨거운 수증기와 김을 정면으로 뒤집어쓸게 분명하다. 아니, 웬만해서는 여기서 멈추더라도 좀 전에 다리와 발이 데인 것처럼 수증기를 완전히 피하는 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뱀은 그것을 기회로 여겼는지 망설임 없이 비늘의 틈 사이로 수증기와 김을 내뿜었다.



처음부터 다리에 힘을 주고 반걸음만 앞으로 내딛은 것은 그 때문. 미리 준 힘을 허리에 거꾸로 반동을 실으면서 몸을 튕기듯이 뒤로 뺀다. 살짝 위험한 노림수긴 했지만 이걸로 또 일방적으로 전기 마법을 뒤집어쓸 환경이 마련되었다.



"키쉬이이잇!"



그리고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가 한 수를 쌓아올릴 빈 틈.



이 와중에도 구불구불 춤을 추고 있는 몸에 시작을 위한 한 방을 넣을 차례다. 그 한 방을 넣기 위한 틈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시우는 구불거리면서 몸이 접히는 틈 사이로 검을 세게 내리쳤다.



하늘을 상징하는 삼재검법의 제 1초식인 세로베기(ㅣ)



세로베기를 조차도 갑옷을 치는 검처럼 흘러내리는 몸에 가로베기와 찌르기는 바로 통하지 않는다. 구불거리면서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는 저 몸에 당장 내지르는 가로베기와 찌르기는 그저 기운낭비일 뿐.



낙숫물이 바위를 쪼갠다고 꾸준히 한 자리에 집중해서 검을 내리쳐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상대방이 허수아비라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행동.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아도 검을 휘두르는 사람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한 번 검을 내려칠 때마다 허리와 숨이 조금씩 뒤틀린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일직선으로 검을 치던 것이 마구잡이로 내려치는 것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다.



가만히 있는 상대방도 그런데 움직이는 상대는 몇 배나 더 어려운 게 당연한 도리. 그렇기에 첫 타를 내려치는 시우의 팔에는 힘이 그렇게 실려있지는 않았다. 지금 일격이 절대로 치명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니까.



그래서 키이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칼이 반쯤 튕겨나오듯이 긁혀도 시우는 덤덤할 수 있었다.



사실 뱀보다 더 신경쓰이는 게 있다면 자신의 다리 쪽이다.



괜찮으려고 생각을 해도 자꾸만 따가운 느낌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의외로 괜찮은 것은 터져나온 수증기와 김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발 쪽. 두꺼운 신발이 대부분의 열기를 막아준 덕이다. 그리고 그보다는 얇지만 바지로 가려진 다리도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 바지와 신발의 사이에 있는 발목이 문제였다.



접히고 펼쳐질 때마다 살짝 익은 살끼리 눌리는 감각이 선명히 느껴진다. 바로 눈 앞에서 입을 벌리고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뱀이 더 큰 문제인데도 잠시 멈춰서 쉬어야 한다는 신호가 뇌에 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다쳐 본 적이 없는 탓인가.'



분명히 그 때문일 것이다. 발목에 화상을 입은 정도가 절대로 목숨의 위기일리가 없다. 분명히 마경태는 이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마주했겠지.



그 사람은 발목이 아니라 창을 쥐는 한 팔에 통째로 화상을 입어도 물러지지 않을 사람이다.



거기까지 각오하는 건 무리더라도 고작 이 정도로 물러질수는 없는 노릇. 그걸 알기에 이를 악물면서 발목에 힘을 주려던 시우는 자신의 발목이 살짝 편해지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치료를 집중할게요!"


'아직 발목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짝이지만 끄는 발목을 눈치챘다는 소리다. 이건 좀 대단한 거 아닌가?



주변의 헌터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게 원래 치료능력이 있는 적합자의 기본 소양이라서 넘기는 것 보다는 눈 앞의 적에게 집중해서 신경을 못 쓰고 있는 분위기. 카메라에 기록은 되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마경태에게 꼭 이야기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시우였다.



우선 눈 앞의 뱀을 처리하고, 이 모든 훈련을 끝낸 다음에 말이다. 이제 겨우 검을 한 번 내리쳤을 뿐, 아직 저 뱀이 쓰러지기까지는 한 참 더 남았다.




'그렇다면 한 번 더'



속임수를 내세운다. 하지만 전에 당한 게 있으니 똑같이 발을 반 걸음 내딛는 것으로는 속지 않을게 뻔하다.



비슷한 유형의 속임수를 성공시키려면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다리 뿐만이 아니라 허리까지 힘을 실어서 몸을 살짝 들이미는 시우였다.



"시윗!"



그에 대한 대응은 꼬리를 휘두르면서 내리치는 것. 바로 전에 데인 것이 너무 커서인지 이번에는 그대로 속지 않는다.



이렇게 속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상심할 필요는 없다. 움추려든 몸을 봐서는 수증기를 당분간 내뿜지는 않을 모습. 그러면 한 걸음 더 나가서 검을 휘두르면 된다.



다른 헌터들 또한 그것을 기회로 삼았는지 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꼬리와 머리가 별개의 생명체처럼 움직이지만 그래봤자 두 개, 헌터들의 수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철조각을 두들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울리기 시작하는 건 한순간. 결국 자신에게 달라붙은 수 많은 상대를 내쫓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온다! 뒤로 물러서세요!"


"키샤아아앗!"



번개를 뒤집어쓰는 결과를 부르게 되는 수증기를 내뿜는 행위 뿐. 몸을 빼는 게 살짝 늦어서 조금씩 화상을 입은 불상사는 있지만 더 이상 치명상을 입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 와중에 시우는 좀 전에 세로로 내리쳤던 그 자리를 한 번 더 내리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흠집도 안 났지만, 이제는 확실히 희미한 선이 보인다. 바위가 세게 긁혀나간 느낌의 흰 선이 말이다. 그 이외에도 서서히 뱀은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사실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상처는 하늬가 파버려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뱀의 한 눈이다. 그 외에도 마법으로 연기가 많이 피어오르는 몸을 향해서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덕분에 시우가 계속해서 긋고 있는 상처가 상대적으로 가려져 보인다.



그건 거꾸로 돌려보자면 한참은 더 때려야지 치명타가 나온다는 소리. 그렇기에 시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시우는 한 손으로 자신이 그은 흰 선을 가리킨 다음 아래쪽으로 쭉 긁었다.



강철보다 단단한 하늬의 날개라면 저 흠집을 더 벌리는 게 가능하다. 고블린의 목도 우수수 떨어트린 날개니까. 본인도 자신이 있는지 하늬는 빠르게 시우의 손짓을 따라서 급강하하자 투드드득거리는 둔닥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리만 보자면 별 볼일 없다고 착각할지도 모를 소리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심각한 모습. 투드득거리는 둔닥한 소리가 난 이유는 비늘이 벗겨지는 소리와 비늘이 깨지는 소리가 뒤섞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로 붉은색의 무언가가 보이는게, 사람으로 따진다면 곧 붉고 맑은 진물이 터져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다. 바로는 아프지 않지만 눈치를 채면 바로 신경쓰이는 상처. 그를 확인한 시우는 바로 하늬를 향해서 팔을 뻗었다.



동시에 다른 팔은 뱀과 멀리 있는 쪽으로 뻗는다.



부풀고 있는 뱀의 속도를 봤을 때 단순히 하늬를 끌어당겨서는 빼는 거리가 모자란다. 그걸 주변의 헌터들이 알기를 바라고 한 행동. 이제 슬슬 뱀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진 헌터는 그 행동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고는 시우를 끌어 당겨줬다.



"후우."


"괜찮아요?"


"네."


"--삑!"



하늬도 멀쩡한 모양인지 그녀는 다시 뱀의 머리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파여버린 상처를 지키고 싶을 터. 시우와 헌터들이 보기에도 진물 대신 열기와 김이 섞여서 흘러나오는데 당사자는 그 심각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남은 한 눈을 파 버리겠다는 듯이 움직이는 하늬의 모습을 외면할 수도 없다.



어쩌면 이대로 도망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모습. 순간적으로 자신이야 그렇게 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시우였다.



다시 말하지만 원래는 상대를 하지 않는게 최선이었으니까. 물러나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성공이다. 하지만 냉철하게만 생각할 수 있다면 몬스터가 아니라는 듯이 시우를 노려보는 뱀이었다.



"좋아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처음 뱀에게 세로로 내려치기를 할 때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뿐. 그를 위해서 뱀의 구불거리면서 꿈틀거리는 몸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시우였다.



꿈틀거리면서 안쪽으로, 다시 꿈틀거리면서 바깥쪽으로. 들쑥날쑥거리는 그 움직임은 가로베기를 하기 힘들게 만드는 원흉이다.



그러나 무조건 넓게 벤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세로로는 충분히 칼집을 낸 상태. 그 세로에서 십자의 칼집이 낼 정도로만 베어도 충분하다.



한 번의 가로베기. 그 가로베기는 마지막의 치명타인 찌르기를 넣기 위한 포석이다.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뱀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줄였다가 늘이는 걸 반복하던 시우는 하늬에게 전음을 보냈다.



'내 어께를 붙잡을 수 있겠어?'


"삑?"


'좀 전에 내 어께를 붙잡고 날았던 것처럼 날 수 있겠냐는 거야. 연기를 내뿜지 않을때는 빠르게 다가가고, 내뿜을때는 바로 내빼기 위해서 말이야.'


"삑!"



가능하다는 듯이 바로 뱀의 머리 주변을 맴돌다가 시우에게로 돌아온 하늬. 그 상태로 자신의 어께를 꽉 쥐자 시우는 생각보다 아픈 것을 느낀 시우는 작은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



생각외로 하늬의 쥐는 힘이 강한지 상처가 난 모양. 그 때문에 치료 역할의 헌터에게 부담이 더 심해진 것이다. 그러나 하늬가 어께를 세게 쥐지 않으면 급격한 움직임 도중에 놓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나중에 꼭 고맙다고 해야겠다.'



일단 뒤쪽에서 난 신음은 이 생각과 함께 넘기면서 다시 앞쪽으로 집중을 옮기는 시우였다.



몇 번 더 구불거리면서 앞 뒤로 움직이는 상처. 그 상처가 가장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든 순간 하늬에게 다시 한 번 더 전음을 내보낸 시우는 뒤를 쭉 미는 힘을 받았다.



'이것도 연습 좀 해야 겠다.'



생각했던 것 이상의 추진력에 몸이 흔들린다. 넘어지지 않은 것은 나름대로의 깨달음과 함께 얻은 예민한 감각 덕분. 단순한 내공으로 인해 강화된 몸으로는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고도 남을 추진력이다.



때문에 땅(地)을 상징하는 삼재검법의 제 2초식, 가로베기(ㅡ)의 궤적이 상당히 흔들렸다.



몸이 안쪽으로 푹 들어간 상태였다면 처음의 세로베기만도 못한 결과가 나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시우가 하늬의 반동을 받고 앞으로 튀어나간 것은 뱀의 몸에 상처가 난 쪽이 다시 바깥쪽으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



과정이 어설프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작은 십자의 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그 십자의 틈새에 찌르기만 집어넣으면 된다.



'뒤로'



우선은 상처의 틈에서 터져나오는 수증기부터 피하고 말이다.



하늬더러 어깨를 미리 붙잡아 달라고 부탁한 건 모두 이걸 위해서였으니까. 이건 살짝 꼴나삽게 질질 끌려가더라도 상관없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꼴이 사나워도 공격을 피하기만 하면 그만.



그렇게 하늬와 함께 공격을 피하는 시우에게 검을 위로 들어달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닌 여럿이서 하는 말



반사적으로 그 목소리들에 대답해서 칼을 위로 든 시우는 색색의 빛이 칼에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챈트?'



안 쓰는 헌터보다 쓰는 헌터가 훨씬 더 많다는 기본적인 마법 중 하나. 평범한 적합자와 전문적인 헌터를 나누는 마법이기도 하다. 일생활에서 식칼의 온도를 몇 백 도 이상으로 올리거나, 고압 전류를 걸 필요는 없을 테니까.



검에만 푸른 빛과 붉은 빛이 머무르는데도 시우의 손에는 저릿함과 뜨거움이 함께 느껴진다.



쥐고 있는데도 이런데 닿으면 어떻게 될 지는 뻔한 일. 본능적으로 그 위험을 느꼈는지 난동을 부리려는 뱀을, 그 눈을 향해서 시우는 허리를 살짝 숙이면서 외쳤다.



"가라!"



지금이 남은 한 쪽의 눈을 파낼 때. 도망치지 않은 대가를 연달아서 치루게 할 때다. 테이머의 그 마음을 읽었는지 크게 울부짖으면서 날아간 하늬를 따라 시우 또한 발을 세게 굴렀다.




여기 있는 모두를 믿는다. 헌터들이 충분히 머리와 꼬리를 붙잡고, 하늬가 뱀의 남은 시야를 앗아가고 자신이 결정타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믿는다면 오롯이 자신이 해야 할 일 사람(人)을 상징하는 삼재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찌르기(ㆍ)에 집중할 때



그 집중을 앞으로 달려 나가던 시우는 뱀의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십자로 벌려지는 상처가 자신에게 튕기듯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검을 쥔 팔을 앞으로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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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해방자5 20.08.10 44 1 13쪽
89 해방자4 20.08.07 63 1 13쪽
88 해방자3 20.08.06 46 1 12쪽
87 해방자2 20.08.05 40 1 13쪽
86 해방자 20.08.04 4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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