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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bot 님의 서재입니다.

형의 사령마를 떠맡게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WritingBot
작품등록일 :
2020.05.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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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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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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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3

DUMMY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세. 손시훈의 습관이자 상징이 되어버린 그 자세다.



처음에는 형의 그 습관을 물려받았다는 것이 조금 오글거렸지만, 내공을 쌓고 감이 예민해지면서 괜찮은 자세란 것을 알게 됐다.



창은 근본적으로 찌르기에 적합한 무기고, 칼(刀劍)은 근본적으로 베는 무기에 가깝다. 극도(戟刀), 월도(月刀), 협도(挾刀)는 그 사이에 있는 무기라도 봐도 좋을 것이다. 전자에서 후자로 갈수록 창에서 칼에 가까워진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창에 가까운 무기일수록 찌르기를 위주로 하고, 칼에 가까울수록 베기를 위주로 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극도는 베기보다는 찌르기가 주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손시훈은 그 표준에서 조금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손시훈의 극도, 비아취월(翡牙翠月)은 창날보다는 월아의 비중의 훨씬 더 큰 무기, 블루베리의 강의에서 시우가 그 이유를 물으니, 그녀는 그저 손시훈의 취향이었다는 답변을 했었다.




아무튼, 그를 감안하면 시작 전의 붕붕 휘두르는 동작은 상대를 베기 위한 추진력을 미리 확보하는 의도. 언제라도 월아로 상대방을 바로 베기 위한 속도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상대를 베어서 죽여 버리기 위한 준비동작. 손시훈이 누군가를 베어버리는 것을 봤다면 바로 그 의도를 느끼고도 남을 만한 자세다.



'좋은...건가?'



벌써부터 달려오는 먼지가 살짝 퍼지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의 그 자세만 보고도 겁에 질려서 이탈하는 이가 있다는 뜻이다.



하긴 살아남은 자들 중 지금 자신들을 이끄는 대장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들이 토막 나는 것을 본 사람이 있을 게 분명하다. 그 모두가 덤덤한 자들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힘들다.




그래서인지 흩어지는 진영을 유지하기 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흉내 내는 것뿐이다! 갑옷도! 무기도! 가면도 없어!"



.

.




"가면을 쓴다고?"


"이거"



콧수염과 턱수염이 살짝 더부룩한 가면



배경지식 없이 처음 보는 사람도 험상궂은 표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가면, 관련 지식이 있다면 바로 장비를 떠올릴 만하다.




"장비의 사실 시서화에 능한 쾌남이지만 말이지. 솔직히 지식인이나 명장을 대하는 입장에서는 관우는 물론이고 유비보다도 점잖은 사람이거든. 이건 정사에도 기록된 사실이고"


"아, 네."


"어디까지나 보이기 위한 목적이니까. 솔직히 내가 그렇게 잘 생긴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막 나간다는 이미지는 아니잖아?"


"허, 그러세요?"


"보이기에 객관적으로! 솔직히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얼굴을 보고 시선을 깔지는 않잖아!"



.

.



처음 형이 가면을 썼다고 말했을때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서 '허'라는 탄성을 내뱉은 시우였다. 그런데 지금 저 외침을 들으니 괜히 형이 가면을 쓰지는 않았다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저런 녀석들에게는 보자마자 억지로라도 막 나가는 이미지를 심을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아서 상대방이 달려드는 모습에 시우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강함으로는 한 눈에 봐도 형보다 자신이 밀리기에 일어난 일이다. 바로 상대방이 먼지의 진향방향을 돌리기에 자신은 약한 것이다. 절대적으로 형과 자신이 동급이 될 일은 없지만, 그럴 듯하게 보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질 일은 절대로 없다. 적운흉풍을 통해서 얻은 감각으로는 저기 저 상대는 순수한 출력만큼은 마경태나 박미소 만큼은 동급, 하지만 기량은 그보다도 한참 더 아래니까.



종종 마경태나, 박미소가 말하는 재능이 조금 있는 애송이와도 같은 상대. 호랑이가 없는 굴에 여우가 왕이 된다는 속담을 이해할만한 상대다.



때문에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다. 이건 굳이 블루베리의 허락을 맡을 필요도 없었다. 그런 생각과 함께 적운흉풍의 허벅지를 가볍게 찬 시우는 빠르게 먼지구름을 향해서 달려나갔다.



동시에 시우의 손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가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을 뿐. 잠깐 이렇게까지 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을 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아직 레드 플레시의 최윤주에게는 내공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전력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지만, 그를 감안하면 힘을 더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


그런 시우의 정신을 조금 깨운 건, 전음하고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우의 머릿속에 퍼진 블루베리의 목소리였다.



'최윤주는 지금 중심에서 환자들을 진정시키고 있슴다. 즉, 도련님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는 뜻임다.'



그러면 전력을 다해야지. 보는 눈으로 힘 조절을 할 필요가 없다면 최대한 화려하게 날뛰면 된다.



홍류선법에서 남들의 눈에 보여주기에 가장 큰 동작이 있다면 회전을 실어서 도려내듯이 치는 고(拷, 칠 고)와 휘두르면서 끊어내는 절(切) 거칠게인지 혹은 깔끔하게인지 차이는 있지만 상대방의 목을 베어내고자 하는 의도는 같다. 일단은 그 둘을 기반으로 두고 어떻게 도려내거나 끊어내는지를 생각한다.



목표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안장에 거대한 깃발을 꼽고 달려드는 우두머리 말고 누가 있겠는가.



블루베리는 그래도 하급간부라고 말해줬다만, 시우의 눈에 보이는 건 그저 도적때의 우두머리다. 블루베리에게 두들겨 맞은 반 쯤 양아치와 같은 베테랑 헌터들만도 못한 존재들



여기저기서 빈틈이 보이는 게 B랭크의 힘에 간신히 들어서자 허세를 드러내고 싶은 티가 보인다. 이런 상대는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최고. 그를 위한 무늬는 뒤에서 받쳐주는 힘이 있는 가로로 늘어지며 무한히 반복되는 무지개무늬인 예(霓)다.



거기서 어떻게 도려내거나 끊어낼 것에 대해서 고민이 있었다.



일단 베어내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 최고 출력이 S랭크, 거기다가 이미 A랭크 수준의 힘에도 익숙해졌는데 B랭크의 애송이가 무서울 리 없다. 다만 지금 이 싸움은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게 문제



압도적인 힘으로 우두머리를 베어내야 피난민들이 다른 피난민들에게 마왕의 잔당이라도 별 개 아니라는 소리를 할 것이다.



동시에 이 자리에 있는 도적들의 전의를 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흐음...'



경험이 없다보니 이건 뭐가 최적일지 고민하기가 어렵다. 일단은 저 녀석은 자신이 1 대 1로 끝장을 내야 한다는 건 알겠다. 때문에 하늬를 멀리 날려보낸 시우는 잠깐 형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



돌아오는 건 침묵. 하긴 자신이 생각해도 쉽게 끝장낼 상대인데, 거기에 일일이 조언을 구하는 꼴 또한 우습다. 그 무안함을 달래고자 시우는 빠르게 모든 것을 끝내기로 하였다. 지금 피난민들은 일일이 기다릴 여유가 없었으니까.



결심을 내리자마자 시우의 다리가 적운흉풍의 허벅지를 한 번 더 치는 것과 함께 팔이 빠르게 휘둘러졌다.



"어?"


'예도절(霓跳切)이란 이름은 영...'



홍류선법의 작명 센스를 고려하면 우두머리의 목을 베어낸 기술에는 그런 이름을 붙겠지만 영 마음에 들지는 않은 시우였다.



그러던지 말든지, 우두머리의 목은 '어?'라는 비명과는 한참 거리가 떨어진 소리와 함께 깃대와 동시에 잘렸다.



너무나도 여유가 있어서 한 번 더 팔을 휘둘러서 주변의 다른 잡졸까지 벨 여유가 있을 정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별 다른 기술을 실지 않은 무지갯빛의 극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아악!"


"그 괴물이 맞았어!"


"도망쳐!"



그 괴물이라는 것은 분명히 손시훈을 말하는 거겠지. 그걸 바로 착각하는 모습으로 확실히 수준 이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극도를 휘두르는 손이 잠깐 멈춘 시우였다.



하지만 생각을 한 번 더 하면 지금 자신이 하는 짓은 학살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물에 저주가 든 물을 탄 건 그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니까. 지금 놓아줘봤자, 다른 우두머리를 만나고 명령을 들으면 또 할 녀석들이다.



이 사실을 머릿속에 새긴 시우는 비명소리로 풀린 눈에 힘을 주면서 다시 극도를 휘둘렀다.



'란찰, 나찰, 란찰, 나찰, 나찰, 란나찰....'



간단하다. 한 번 막아내서 빈틈을 만들면 찔러서 마무리. 처음 배운 창술의 정확한 이름은 란나찰창이지만, 상대방은 막기 위한 동작 중 하나인 란과 나 중 하나만 빼도 처리가 가능한 오합지졸들



진짜로 강한 상대라고 해도 란과 나를 둘 다 쓸 정도. 적들이 우수수 쓸려나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 와중에 시우는 그냥 창으로 란나찰창을 쓸 때와, 극도로 쓰는 란나찰 창의 차이점을 분석할 여유를 갖추고 있었다.



'쉽기는 이쪽이 더 쉬워. 부담도 적고.'



란나찰창의 기본 전제는 찌르기만을 위한 창을 두고 있다. 때문에 안으로든 바깥으로든 막아내는 부위는 부드러운 창대, 그걸 극도로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굳센 월아로 하게 된다. 혹시라도 창대가 역으로 베일 걱정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연성이 적어'



아눕롤의 테이머인 동시에 시우보다 먼저 란나찰창을 배운 김송현의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안으로 밀어대는 바깥쪽으로 밀어내든 창대의 탄성으로 밀고 짓누른다.



반면에 자신은 창대의 탄성으로 밀고 짓누르기 보다는 월아의 굳건함으로 쳐내는 움직임. 월아 덕분에 움직임이 안정적으로 변한 대신에 유연함과 다양성은 떨어진 단점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마무리가 찌르기야'



손시훈의 비아취월처럼 극단적으로 베는 쪽이 유리한 건 아니지만, 월아가 달린 이상 찌르기가 아닌 베기로 마무리할 필요성이 있다. 제일 먼저 우두머리를 처리할 때도 월아로 목을 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자신이 아는 것을 기반으로 란나찰창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



베는 것은 칼, 그리고 자신이 칼을 쓰는 무공 중 제대로 아는 것은 삼재검법이고, 칠십이파검을 정말로 맛보기 식으로 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잘 됐다. 이 녀석들은 무난하게 자신의 생각 중 실전성이 있는 것인지를 실험할만한 상대. 덕분에 시우의 극도는 자신감을 등에 업고 더욱더 다채롭게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한번 선과 면을 그을 때마다 이리저리 끊기고 도려내지는 몸뚱이. 그러나 시우의 손끝에 새겨지는 감촉은 조금씩 다르다. 이 중에 거칠었던 감각은 버리고, 말끔한 감각만은 기억해야한다.



그에 열중하면서 도적이 된 잔당을 상대하던 시우가 멈춘 건 적운흉풍의 머리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아, 이런. 또 이런 실수를 했구나."



정신을 차려보니 처음 보이는 건 주변에는 한가득 널브러진 시체들이다. 물론 그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 시우가 실수를 했다고 느끼는 점은 피난민들과 떨어진 거리를 보고였다.



"쫓아가기는 좀 그렇나..."



억지로 쫓아가면 한 녀석도 남김없이 마무리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자신의 역할은 추적 및 섬멸이 아닌 피난민들의 보호. 그래서는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손시훈도 비슷한 이유로 도망치는 녀석들을 죄다 추적하지 못한 거겠지. 그렇기에 섬멸하지 못한 아쉬움을 삼키고 도망치는 적들을 쫓아가려는 하늬를 부른 시우였다.



.

.





"흠...잘 하셨슴다."


'하지만 이게 처음은 아니니 주의하시길.'



한 마디는 목소리로, 한 마디는 전음하고는 다른 방식을 통해서 머릿속으로 전해지는 말이다. 시우는 복잡하게 양 쪽으로 나눠서 말한 의도를 눈치 채며 대답했다.



"백부장이라고 했지? 하급 간부라면 하긴 좀 남기는 남았겠어."


"어차피 도련님의 상대는 안 될 거겠지만 말임다."



이걸로 이쪽의 피난민들에게 메세지는 충분히 전해질 것이다. 르포틴 산이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 곳인지는 몰라도, 그곳까지 계속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 설령 그렇더라도 시우가 피난민들을 지켜줄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메세지가 충분히 전달됐는지 시우는 피난민들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온 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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